| 알랭 리피에츠는 한 때 조절이론의 대가로 알려진 프랑스의 경제학자였습니다. 한동안 그의 저술이 뜸하다 싶었는데(물론 우리나라에 번역된 글이 적었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어느새 생태주의자로 변신하여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그의 최신 책 '녹색 희망'에서 리피에츠는 스스로 생태주의자임을 밝히고 아직도 좌파의 늪에서 헤매는 많은 좌익들에게 사상전향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많은 좌파들이 생태주의자가 되기를 망설이는 이유를 현실인식의 부족으로 돌리고 있더군요. 즉 과거의 전형적인 노-자 대결구조도, 노동운동의 투쟁성도 모두 사라져가고, 아니 사라졌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그 대안으로 심정적으로는 좌파의 감성을 지닌 채 현실적으로는 과감히(?) 생태주의를 선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적색을 변화시키겠다는 허망한 꿈을 쫓거나 협소한 적색과 녹색그룹의 주변에 머무르기보다는 - 신의를 저버릴 수 없어 적색을, 현실적으로는 녹색을 선택하자 - 생태주의자들과 함께 사회적, 전세계적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는 녹색 패러다임을 갖고서 앞으로 나아가자. 이 책은 저자에게는 일종의 커밍아웃인 셈인데 그 계기가 분명치 않아 보여 조금 불안합니다(적어도 책 속에서는). 왜 스스로 생태주의로 전환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경험적 이야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좌파의 이념적 고민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고는 다분히 관념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을 저는 경계합니다) 또한 생태주의를 단순히 좌파와 연대가 가능한 사조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생태주의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이 책이 저자에게는 첫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이후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