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규 목사의 「왕따가 왕자가 되는 세상」은 저자 자신이 ‘국민일보’와 ‘기독교타임즈’에 기고한 칼럼과 에세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서평을 제안 받고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책만의 특징과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째로 저자는 이 작은 책을 통해 자신의 풍부한 독서와 사유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둘째로 다양한 주제와 정보들을 구사하고 있지만 결코 현학적이거나 난해하지 않았으며, 셋째로 교회와 세상에 대한 비판과 쓴 소리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냉정하고 성찰적이라는 점이었다. 총 3부로 구성된 내용도 제1부 ‘그때 그 아우라는 어디에?’는 저자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글로 시작되고 있으며, 2부 ‘향수와 살충제’는 신뢰와 권위가 추락해가는 한국교회를 향한 메시지, 3부 ‘브솔 시내를 못 건넌 사람들’은 불의와 몰상식, 소외와 양극화가 심화되어가는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과 제언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회와 사회를 향한 섣부른 진단과 제언에 앞서, 우선 저자 자신의 반성과 성찰로부터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을 삼았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다. 교회와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선언적인 구호와 탁상의 토론에서가 아닌 나 자신의 치열한 반성, 개인적 삶의 구체적 변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김흥규 목사는 이 책의 구성을 통해서 이미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이 책에서 김흥규 목사가 보여주는 미덕 중 하나는, 그 자신이 철저히 성서를 중심으로 한 중용지도(中庸之道)를 견지하며 글쓰기에 매진하고자 한 점이다. “어느 한 편에 끼어들어 진영 논리에 빠지거나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지 않고, 비판적 양심으로 양쪽 모두를 공정하게 살펴보는 합리적이고 열린 지성을 지향하고 발버둥 쳐 온” 저자는 “신학과 교회, 이론과 실천,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 애써왔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저 선언적 지향에 불과하지 않을까 의심하며 읽어간 나도 책 전체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중도와 균형의 긴장감 앞에서 그러한 저자의 노력이 책에 충실히 반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과 삶을 초지일관 견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그 나름의 “고독이나 소외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길이었을 텐데, 지금껏 그 “소박한 중립정신”을 이 책은 그 일관된 내용과 메시지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저자가 중용과 균형의 길을 모색한다 해도 그리스도교 복음의 근본적인 급진성을 아예 포기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한국교회의 왜곡된 정통주의에 대해서도, 만일 ‘정통보수’가 성립된다면 우리가 더욱 주목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는 ‘정통교리’, ‘정통체험’, ‘정통실천’이라며 교조적이고 권위적인 권력적 정통보수주의에 대해서 경계했다.(‘보수정통의 그늘’) 또 영화 <설국열차>의 감상평을 통해 열차 내부의 구조적 계급투쟁이 아닌 열차 바깥의 새 하늘과 새 땅을 지향하고 소망하는 남궁민수(송강호)를 통해 기독교신앙의 본질을 발견하며 예수가 몸소 보여준 “하나님 나라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설국열차와 구원열차’) 김흥규 목사의 교회를 향한 메시지에서는 교회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위축되고 무력감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를 다독이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려는 애정과 걱정의 마음이 훨씬 넉넉히 읽힌다. 그래서 그의 교회를 향한 글에서는 냉기와 날카로움 보다는 온기와 포근함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오늘 이러한 위기의 때를 맞게 된 데에는 교회가 스스로 본질을 왜곡시키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이 시대의 목회자와 교회가 현재의 물신숭배와 반지성주의를 극복하고 신학적으로 보다 단단해지고 신앙의 본질과 기본을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특히 지금도 꾸준히 진행 중인 내리교회의 <로마서 강해>는 김흥규 목사가 한국교회를 향해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은근하고 치열한 내적 개혁의 외침이자 몸짓으로 읽힌다. 김흥규 목사의 세상을 향한 메시지에서는 부덕하고 옹졸한 정치권(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과 후안무치의 일본 보수 정치권의 망언과 몰역사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직언과 비판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반면 경쟁사회의 비인간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와 세계 현실에 대해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관용의 정신이 대안임을 묵묵히 선포하고 있다. 오늘날 무수한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이들은 내가 “나뿐인” 나쁜 놈이 되지 않고 참 사람이 되도록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들이다. 왕따가 왕자가 되는 세상, 예수님이 그토록 숙망하셨던 하나님의 나라가 아닐까. (‘왕따가 왕자가 되는 세상’ 중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일반 목회현장의 가장 스텐다드 한 목회자가 바라본 ‘나 자신’과 ‘교회’ 그리고 ‘한국사회와 세계 현실’에 대한 진솔하고 진지한 숙고와 성찰의 글이다. 우리 스스로를 다시금 돌아보고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새롭게 점검할 수 있는 나침반과도 같은 책으로서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읽고 공유하길 바란다. 홍승표 목사( ‘신앙과지성사’ 편집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