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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론'은 사전상으로 분명한 뜻이 나와 있다. 영미법에서는 형벌 체계를 경범죄(미스디미너)와 중범죄(펠로니)로 나누고, 그 둘 중에서 이 사람은 지금 '펠로니'를 범한 펠론이라는 뜻이다. 극중에서 주인공을 가리켜 '펠론!'이라고 부르는 대사가 두 번 나오긴 하며, 주인공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던 건실한 사람이었건 뭐건 간에 여기(감옥)에서 너는 뭣도 아닌 '중범죄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리 두 번 불린다.
그런 객관적 사정('열심히 돈도 벌러 다녔고, 자녀와 아내 위할 줄도 아는 건실한 사람이었다')은 잘 이해하겠으나, 이상하게도 주인공 웨이드 포터는 수감된 이후에는, 마치 이곳이 아주 익숙하다는 양 '죄수 세계의 논리와 법칙'에 매우, 과도하게 순응하려 든다. 내가 이 말을 왜 하냐면, 만약에 잭슨 교도관(이 영화에서 악당으로 세팅되었지만)의 처음 제의에 그대로 응했다면 그 미친 개고생을 애초에 겪지 않고 딱 정해진 형기만 깔끔하게 살고 나왔겠기 때문이다. 영화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 하는 이는 거의 없겠으나, 사실 별 개연성 없이 서두에서 이런 방향을 틀지만 않았던들 이 모든 정신나간 소동은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았으리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아무튼, 우연이든 뭐든 포터 씨가 처음에 괜히 죄수 세계의 논리에 순응하는 바람에 일은 엄청나게 커지고 스크린 밖에서 구경하는 관객 입장에선 감동의 드라마가 찐하게 펼쳐지기는 했다. '그게 다 노림수 아니겠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서.
교도소로 향하는 죄수 호송 차량에서 포터 씨는 악질들 사이에 싸움이 붙어 누군가가 죽은 후 그 피 묻은 흉기를 손에 억지로 쥐게 된다. 이 대목에서 '아, 이 성실한 가장, 죄 없는 아저씨가 누명을 쓰는구나'라고 다들 생각하겠지만 교도관들도 이 바닥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눈감고 훤한 사람들이라 포터 씨가 범인은커녕 가담도 않았다는 정도는 짐작을 하고 남는다. 교도관이 제의하는 건, 전부터 웬수처럼 여겨 온 죄수 한 놈을 '진범'으로 엮는 포터더러 증언을 하라는 것이다. 안 그러면 당신 역시 종범으로 처벌될 수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 그에 따르는 보호 조치 정도는 충분히 예상이 되고 오히려 쇼부만 잘 치면 형량 감경도 받아낼 수 있을 법한데 포터 씨는 완강히 거부한다. (스포일러) 결국 결말이, 훨씬 많은 형기를 살고 해당 교도관에게 굴복하면서도, (이미 더 나은 협조자를 먼저 얻어낸) 그 교도관에게 배신당하는 허무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관객들도 미치기 직전이겠지만 반전이 있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포터 씨는 감옥 체질인 듯하다. 심리적으로 아주 적응을 잘 할 뿐 아니라(?), 주먹질 솜씨도 수감자 중 첫째 둘째를 다툰다. 면회를 온 그의 아름다운 아내가 '당신은 여기서 홈보이들(자막에선 '감옥 동기들'로 번역)과 잘 지내는지 모르지만...'이라고 하는 대사가 다 있을 정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최고로 적응을 잘 하는 죄수에게도 수감 생활이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험의 연속이며, 정치 감각은 또 빵점이라(이래갖고, 나가서 사업 하겠음?) 노력만큼 손에 들어오는 실익이 또 없다. 이건 뭐 적응을 위한 적응이다.
애초에 협조를 않은 건, 미국 사회에서 학생 시절부터 암묵적인 불문율 중 하나가 '밀고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쳐도 포터 씨의 선택은 미련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이런 포터 씨의 '소신'이 있었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다는 식으로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거겠다. 감동적이긴 한데 결론만 놓고 보면 미욱하기 짝이 없는 개고생에 불과하다.
처음에 한 일 년 반 살고 나오면 다 풀릴 것으로 보았으나 앞에서 말했듯 죄수 살인 사건의 종범으로 누명(누명도 아님. 그토록 오래 진실을 감췄으니 처음엔 몰라도 이 시점에서는 종범 되는 것임)을 쓴 후 형량은 7년이나 가중되고, 현재 그 와이프는 아들과 함께 친정에 얹혀 사는 중인데 그 모친(포터 씨의 장모 될 사람) 하는 말이 '너 7년 후면 몇 살인지 아니? 나처럼 되지 말고 니 살 길 찾아!'라고 하는데 당연한 말이겠으나 오직 예비 와이프(아직 식을 안 올림. 자리 잡고 나서 하려고)와 아들이 인생에서 전부인 포터 씨는 죽기 직전의 절망에 빠져 든다. 여기서 장모 역으로 나오는 분이, 내가 리뷰들 중에서 여러 차례 '정숙하면서도 강단 있는 아내, 젊어서는 모험을 불사하는 매력적인 활동파 캐릭터(그러다가 좋지 않은 일도 당함) 역을 자주 맡았다고 했던 앤 아처이다. 너무 늙어서 처음에는 못 알아 봤다.
감옥에서 썩느니 차라리 뭐라도 하라면서 비급(?) 하나를 알려 주어 결국 이 지옥에서 탈출하게 돕는 '감옥의 철학자' 존 스미스(몰몬교 창시자 아님) 역에, 왕년의 청춘 스타 발 킬머가 역시 그 뚱뚱해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온다(이거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살 안 빼는 듯).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동적이긴 한데 냉정하게 처음부터 보면 개연성이 허술하므로 별점이 그리 높지 않은 듯.
처음에 포터 씨가 애매하게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 건, 자기 집에 침입한 도둑(중요한 인물 아님) 하나를 죽인 살인 혐의로 그리 된 것임. 흔히 미국에서는 주거침입 하나만으로 정당 방위에 총격까지 다 포함되는 줄 알지만, 이 영화가 교과서처럼 잘 가르쳐 주듯 일단 직접 위험이 종료된 상태에서는 과잉 방어를 해서는 안 되며 이 포터 씨처럼 그저 살인죄로 기소될 운명을 피할 수 없음. 미국도 사정이 이런데 하물며 우리나라야 더 말해서 뭐하겠는가? '아니 그럼 야밤에 내 집을 침입한 강도한테 뭘 어쩌란 건가요? 날 찌를 때까지 기다려요?' '일단 놈이 집을 나간 후이니 911에 신고를 하셨어야죠.' 감독 역시, 웬 쓰레기 같은 범죄자 때문에 한 성실한 가장의 인생이 파탄난다는 게 될 말이냐는 어조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법은 법이고 저 경찰 말이 틀린 것도 하나 없다.
포터 씨처럼 사회에서 성실히 경제 활동도 하고 감옥 체질(?)인 양반도 그처럼 개고생을 하는데, 하물며 사회에서도 부적응자인 명예훼손범들이 감옥에라도 가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머저리 같은 녀석에게 같이 놀아준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극을 해 준 결과가 '음, 역시 말귀를 못 알아먹는 등신이군' 같은 재확인이라 할 때, 사실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지 않겠는가. 인생 날것의 뜨거운 맛을 보여 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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