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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렬해서 장르문학, 혹은 오타쿠식 개그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에선 오타쿠가 나오지 않는다. 국내판에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역할이 뒤바뀐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을 벌어오는 아내, 집에서 소일하는 남편. 하지만 이 책의 화자인 남편은 사고만은 남자의 그것이라, 왜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돼 라는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거기다 아무리 악당이라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듯이 그런 불만이 공감되기까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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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스릴 넘치는 결혼 이야기는 없다!
두사람이 결혼을 한다.. 33살의 '오바야시 리카코'와 30살의 '기시다 신이치' 그는 연수입 200만 엔에 불과한 안 팔리는 3저(저학력, 저수입, 저신장)프리랜서 번역가 겸 라이터이며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오타쿠라 놀림 받기도 하는 변변찮은 남자이다.. 반면 그의 피앙새 '리카코'는 신이치보다 4배나 연봉이 많고 도쿄대에 MBA까지 수료한, 게다가 후광이 날 지경인, 재색을 겸비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신이치 주변 사람들은 그런 결혼에 대해 놀라움이 가득한 반응이고 '그런 여자'를 잡은 신이치 자체를 달리보는 내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사회적 편견으로 보면 그야말로 신이치에게 그녀는 과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여자가 자기 아내가 되었다는 행복감은 얼마 가지못하고 여지없이 깨져 버린다.. 밖에서 다정하고 아름답고 완벽한 여자였던 그녀는 하나씩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신이치는 이 결혼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이까지 생기게 되고,, 격무에 시달리는 아내 덕분에 가사 일을 다 떠맏더니 이제는 아기까지 돌봐야하는 답답함이 신이치를 짖누르게 되고......
이 책은 남자 '신이치'쪽 시선에서 쓰여졌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감정 이입되는 상대가 확연해질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솔직히 나는 당하는 쪽으로 묘사된 '신이치'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사회적 편견에 따라 여성성을 강요받는 '리카코'의 입장이 되곤 했었다.. 사실 책 속에서 '신이치'가 했던 모든 희생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해왔던 그것이었지 않았는가? 극단적으로 돈을 벌어온다는 입장에서 당당한 '남성들'은 그야말로 책 속 '리카코'처럼 행동했었음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에서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달라졌을 뿐인데 이 책을 읽는 남성중에는 바보같은? 신이치에게 혀를 차며 남자 망신이라고 비난의 말을 던질지도 모를 일이다.. 페미니스트니 남녀 평등이니 하는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한 가정이라는 소중한 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함께 해 나간다는 기본'만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민주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직장 생활하시는 엄마를 도와 아빠나 나, 여동생, 남동생 구분없이 필요에 의해 집안 일을 분담했다.. 고등학생이 된 내가 집안 일에서 제외되면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아빠의 몫이 늘어났고, 내가 대학생이 되면 여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또 그에 맞는 일에 분담이 생기곤 했다.. 여기에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란 구분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였던듯 하다.. 그리고 이렇게 분담하였음에도 가정에서의 엄마의 역할을 가장 힘들고 많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한쪽의 희생만을 강요하여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이 책의 '신이치'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뭐랄까.. 조금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다.. 책의 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머리를 스친, 그 줄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몇번이나 웃음을 터트렸고, 또한 책의 중간쯔음 나온 출산 장면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약간은 가벼워보이는 듯한, 책의 표지에 비해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는 소재였다.. 하지만 시종일관 이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신이치의 내면과 행동에 웃음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결혼에 따른 실질적인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환상에서 일찌감치 깨어난 나이기에, 내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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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 조금은 독하고 표독스러워보이는 여성과 주눅들어 있는 듯한 남성, 퀸카와 결혼하려면 단단히 각오하라는 문구.. 뭔가 심상찮은 결혼이야기가 기대되는 책이다. 조금씩 결혼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나이, 일찍 결혼한 친구들도 한두명씩 생기면서 결혼은 이상보다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남편의 불륜이나 시집살이, 일과 살림을 함께 하면서 받을 스트레스가 더 눈에 들어오면서 여성으로서 결혼은 행복감도 있겠지만 해야하고 견뎌야 하는 일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은 완벽한 여자가 아닌, 여자보다 키가 작고, 수입도 성적도 떨어지는 3저(저학력, 저수입, 저신장) 를 가지고 있는 프리랜서 번역가 겸 라이터 신이치라는 남성이다. 애당초 기자도 인터뷰어도 아닌 신이치가 마쓰이 선배의 볼거리를 대신해 동방신탁은행의 실력있는 파워 엘리트 여성인 리카코를 인터뷰하면서 둘의 만남은 시작된다.
연봉이라고 해봤자 200만엔 불과하고, 내세울 것 없고, 똑부러 질 것 없는 남자와 미국에서 MBA를 취득하고 800만엔이라는 연봉을 자랑하며 말도 잘하고 친절하며 아름다운 여성 리카코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며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신이치를 무시하던 주변사람들도 그의 결혼 상대가 능력있는 리카코임을 알고 신이치를 인정하며 축복해준다.
그러나 이 완벽한 듯 보이는 리카코에게도 비밀이 있었으니, 직장에서 맡은 일은 똑부러지게 잘하면서도 집안에서는 정리정돈이랑 거리가 멀며 칠칠맞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더러워진 속옷을 그대로 벗어놓고, 빨래하고 널지도 않은 채 그대로 세탁기에 두고, 먹은 그릇이나 찾잔은 치우지 않아 곰팡이가 쓸 정도였다. 그리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이치의 어머니, 친정엄마의 전화가 오는 날에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집안 물건을 던지며 거친 모습을 표출했다. 처음 연애를 하면서도 그녀의 집안에는 한발짝도 들어갈 수 없었던 비밀이 지저분한 모습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줄 만 알았던 리카코와의 결혼 생활은 신이치에게는 힘듬 그 자체였다. 그녀의 기분을 맞추고, 어지러진 집안을 채우고 그리고 결혼한지 2개월인데 임신 4개월에 든 아내를 보면서 앞으로 더 늘어날 집안일에 걱정하게 된다. 보통 결혼 생활은 여성을 더 힘들게 하는데 이 책에서는 남성이 더 힘들어진다. 글을 읽으면서 이 남자 불쌍하군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니야 이건 여자들이 겪는 문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해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얼마나 될까? 똑같이 일을 하고도 남자는 피곤하다며 양말을 뒤집어서 던져놓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자는 어떻게든 집안살림까지 떠맡아야한다. 리카코의 모습은 많은 남성들이 하는 행동과 다를게 없다. 여성이라고 해서 지저분하지 않아야하고, 집안사림까지 다 해야할 필요는 없는데, 여성이니까 당연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임신을 하고서도 하이힐과 잠기지 않는 치마를 입으며, 일에 있어서 완벽함을 보이려는 리카코에게 사람들은 여자가, 엄마가 될 사람이라는 의미만 부과했다. 어쩌면 리카코는 여자니까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라는 과정을 통해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처음에는 신이치를 동정하게 하지만 점점 리카코와 보통 남성들의 모습을 겹치게 하면서 리카코의 모습에 왜 여성은 안되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남성들이 읽으면 이런 여자랑 어떻게 살지 직장에서는 완벽하고 집에서는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여자. 그러나 그게 많은 남성들의 모습이라는 것. 집안일에 엉망인 리카코의 모습과 결혼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코믹하게 그려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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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다 세쓰코의 두번째 책을 만났다. 처음 도피행을 읽고 주부로서 많이 공감하는 내용이었기에 한동안 주인공의 도피행이 이유있는 반란으로 다가왔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이 쓸쓸해 보였는데 이번에 읽게된 '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에게선 또다른 가정의 문제가 불거진다. 결혼의 조건이 뭔가를 생각하게 되고 여자와 남자와의 차이가 뭔가도 생각하게한다.
정말 환상적인 커플이 있는가하면 왠지 짝이 안맞는 젓가락처럼 비교가 되는 커플이 있다. 신이치처럼. 대타로 나간 인터뷰에서 만난 세살위의 리카코는 엘리트에 빼어난 외모, 큰 키, 신이치보다 많은 연봉, 거기에다 상냥한 말투. 그에 비해 어눌하고 일정치않은 수입, 작은키, 주위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입밖으로 불평을 내지 못하는 신이치. 이 두사람의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연인은 초스피드로 결혼에 골인한다.
리카코의 출장으로 짐을 풀게 된 신이치는 속옷과 잡지등 잡동사니가 뒤섞인 박스를 열게 되고, 그동안 품어왔던 여자의 환상을 깨어가기 시작한다. 밖에서는 상냥하고 일 잘하는 완벽한 여자이지만 집에 오면 돌변하는 히스테리에 신이치는 움츠려 들기 시작한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와서 풀려는 리카코의 그런 행동을 수입이 적은 신이치는 이해하려하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가면서 이혼을 결심한다. 일주일간의 출장을 다녀와서 입을 열려고 하는 신이치 앞에 리카코는 임신 사실을 알린다.
역할이 자꾸만 바뀌어가는 신이치. 집에서 손도 까딱하지 않는 리카코를 큰소리 내어 잔소리도 못하는 신이치는 점점 주부가 되어간다. 리카코의 신경질에 묻혀버리는 불평 불만은 강도를 더해가고 차츰 3저(키작고, 수입이 적고, 출신 대학 수준도 낮은)남자가 되어간다.
일단 해버리면 내 손에 들어온다는 말보다는 차츰 당해버린 쪽이 아닐까 생각하는 신이치의 못말리는 어수룩함. 거기에 집안일은 나몰라라 하면서 밖에서는 최고의 엘리트인 리카코의 결혼생활은 위태위태하다. 리카코가 가진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일 거라고 생각하는 신이치는 아이가 태어나면 에일리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아이가 태어난다.
에일리언도 아니고 분만실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탄생을 지켜본 신이치는 자신과 꼭 닮은 딸을 보면서 그동안의 의심과 불만이 꼬리를 내린다.
주변머리 없는 남자와 혼자 힘으로는 자기 신변조차 정리하지 못하는 여자, 둘 다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인간이다. 그런 사람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졌다고 해서 뭐가 나쁜가. 그래서 결혼하는 거 아닌가. p292
예전과 달리 요즘은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부부가 가사부담을 같이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주변에 슈퍼우먼을 기대하는 남자들이 있을게다. 거기에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감까지. 남자들은 도와준다면서 생색을 내기 일쑤지만 매일매일 전쟁통을 치르는 맞벌이 주부의 일상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사는지 묻고 싶다.
독특한 소재처럼 보이는 가정의 문제를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풀어나간 작가의 재치와 코믹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도피행이 전형적인 전업주부였다면 이 책은 역할이 바뀐 주부아닌 주부가 되어가는 한 남자를 통해서 가사와 육아에 대한 솔직함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재미났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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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상큼발랄, 유쾌통쾌한 책을 읽었다. 앞서 작가의 다른 작품인 '도피행' 이란 책을 읽었는데 다소 심오한 주제에 마음이 건조했던 차였다. 그런데 '이번엔 왠 오타쿠?'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는데 몇장 넘겨보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표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내용이 유치할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니 육아문제, 남녀평등, 결혼문제 등등 나름 생각하게끔 하는 문제들이 숨어있다.
신이치의 직업은 해외 sf 번역가. 하지만 그것은 번듯한 직업이라 할 순 없다. 일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편이 아니어서 근근이 벌어먹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 일본 현대 여성들이 바라는 남성상인 '3고' 에 철저히 맞서는 '3저'. 낮은 연봉에 작은 키에 학력도 그리 좋지 않다. 이런 그가 완벽한 그녀를 만났다. 그 이름은 바로 리카코. 그녀는 도쿄대를 좋업해 동방신탁은행에 입사했고 또한 미국에서 MBA를 취득한 바 있다. 거기다 신이치보다 키까지 크다. 정말 안어울리는 한쌍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 완벽한 여자는 신이치와의 인터뷰끝에 몇번의 만남을 가지고 바로 결혼을 승낙해버린다. 이쯤되면 뭔가를 의심하게끔 된다. '도대체 왜지?' 라는 숱한 의문이 듬과 동시에 혹시 리카코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신이치가 어딘가 하자있는 사람이라거나 결혼엔 어울리지 않다라는 건 아니다. 그냥 왠지 그런 완벽한 여자는 눈까지 머리 위에 붙어서 최고의 남자를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신이치는 빨리 눈치를 챘어야 했다. 처음 그녀의 집에 갔을때 그를 문앞에 세워놓고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인데도 문까지 잠그는 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물론 그도 이상하게는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철저한 자기관리(?)로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난 이때쯤 같은 여자여서 그런지 하나의 생각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순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과연 리카코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렇게 리카코의 좋은 면만을 보던 신이치는 결혼을 하자 180도로 변하게 된다. 성격도 얼굴도 몸매도 완벽한 그녀의 실체를 알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한번 물어보자. 세상에 완벽한 여자, 혹은 남자가 있을까? 리카코도 인간인데 완벽할 수만은 없지. 내 예상은 확실히 들어맞았다. 그녀의 실체는 히스테릭한 성격에, 절대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 집을 온통 먼지구석으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신이치는 그런 그녀 모습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여자가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 하며 끝내는 그녀를 인간으로 둔갑한 에일리언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정말 한 장면 한 장면이 어찌나 재밌는지 읽는 내내 웃었다. 특히 에일리언이라는 말에. 사랑하는 여자가 한순간 에일리언으로 돌변해버린다니 리카코가 좀 심한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신이치가 한없이 불쌍해지기도 하고.
그는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기에 확고한 결심을 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리카코의 입에서 청천벽락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임.신. 이젠 헤어질 수도 없다. 아이를 너무도 싫어하는 신이치이기에 자신에게 아이가 생긴다는 상상은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의 생활은 꼬일대로 꼬여 아내를 향한 의심스런 마음까지 품게 된다. 물론 그것은 사랑스런 아이가 태어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이치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토록 싫어했건만 자신의 클론과도 같은 아이를 보자마자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역시 자식이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아이가 태어나 리카코는 출산휴가를 받지만 신이치의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언제쯤 두 다리 쭉 펴고 지낼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리카코의 모습 또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성있는 여자들의 모습이랄까. 내가 여자여서 그런건지 리카코가 좀 심하다 싶은 면도 있긴 하지만 신이치가 조금만 그녀를 이해해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나도 처음엔 같은 여자이지만 너무한다 싶었지만 그녀에 대한 불평을 쏟는 그에게 아키야마가 한 따끔한 충고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타쿠에게 뿐만이 아니라 세상 그 어느누구에게도 완벽한 여자란 없다.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사람인 경우 오히려 빈틈이 더 많을 수 있다. 남들에게 강하고 완벽하게 보이려 할수록 그 빈틈은 겹겹의 가면으로 쌓아가기 때문이다. 100프로 신이치에게 모든 역할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그런 빈틈을 좀 불평없이 감싸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반응은 이러한데 과연 이 책을 읽은 남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 왠지 당장 이혼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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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일본 작가이다. 시노다 세쓰코 씨. 하지만 그가 낸 또 다른 한권의 책 <도피행>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기 전이긴 하다. 기대된다. <도피행>은 또 얼마만큼의 읽는 기쁨을 줄것인지..^^
일본 작가 중. 온다리쿠 작가의 소설들은 읽고 있노라면 미스테리와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고. 오쿠다 히데오 의 소설들은 내내 유쾌하고 즐겁다. 하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그 두명의 작가를 겹쳐 놓은 듯한 기분이다. 표지를 보면 웃음만 날것 같은데 말이다. ^^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시노다 세쓰코 씨의 코믹 로맨스 소설이다.
신이치 씨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키는 작고, 수입이 적고, 출신대학 수준도 낮은 책에서 말하는 '3저'인 남자다. 심지어 외모까지도 별로인- 하지만 어느 날, 대타로 나간 인터뷰에서 한 여성과 만나게 되는데, 리카코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도쿄대를 나왔고. 신탁은행 개발부에서 일하며 연봉은 신이치씨의 4배를 받는다. 게다가 대단한 미모의 여성. 그녀와 만난것을 계기(그녀가 신이치씨의 비행기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인데..)로 급속도로 만남이 이루어졌고, 급속도로 결혼에까지 골인한다.
멋진 직장과 외모. 경제적 여건. 이 모든것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도 단점이 있었으니. 정리 정돈을 안한다는 것과 혼자 힘으로는 신변 정리조차 못 하는 여자였다. 그녀의 방은 켜켜히 먼지가 쌓였고. 옷장속에는 입다 벗어 놓은 속옷과 땀에 절은 와이셔츠가 난무했다. 그리고 곧 이은 그녀의 고백. 임신이었다.
하지만 신이치는 깔끔한 남자였으니 그는 바쁜 그녀 대신 주부처럼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그녀의 말에. 무언가 의심이 들었다. 빠른 결혼과 임신- 그리고 그녀의 집안생활에 대한 성격- 그리고 그녀가 대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오카모토(유부남)라는 녀석이 의심스러웠다. 오카모토의 아이를 임신해놓고서 나와 결혼해 모든것을 덮어 쒸우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임신을 했고. 임산부에게 이것저것을 따져물어볼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신이치였다. 출산준비를 하고.. 리카코와 이런 저런 다툼속에서도(임산부가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거나. 야근을 하며 늦게 들어오는 등등) 의심과 출산의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출판부에서는 육아아빠의 일기를 써보라고 권한다. 드디어 출산날- 신이치 씨는 자신과 똑 닮은. 다른 누구의 아이라고 한점 말할 수 없는 자신의 딸과 대면하게 된다.. 감동--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육아- 아내는 출근을 한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단순한 결혼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쓴 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고 애잔한 어떤 느낌을 준다.
아내가 집안 살림에는 영 젬병인데도. 눈물 뚝뚝 흘리며 돌변하는 아내에게 어쩔 수 없어 하는 신이치.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사랑한다. 그리고 매일 그녀대신 집안일을 하는 신이치이지만. 또 속으로는 불평을 해대지만, 한켠의 다른 마음으로는 그런 그녀를 받아들인다. 아이를 싫어한다는 한 남자가 자신과 똑 닮은 자신의 아이를 마주하고 그 아이가 자신의 눈을 쳐다볼때 느꼈다는 황홀감-
너무도 유쾌한 소설이었는데도 애잔한 찡한 마음이 느껴졌다. 중간 중간. 신이치 씨의 육아일기도 가미되어 있어서 좋았던- 남편들이 읽어도 괜찮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사들고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데코 타일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변기 파편을 그러모아 지그소퍼즐처럼 조립하며 본체에 붙여나갔다.
새삼스레 느끼는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갓난아기가 사회의 보호를 받는다는 실감이다. 나는 서른한 살의 남성이므로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보호를 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시장을 보러 가면 물건을 각자 알아서 담는 슈퍼에서도 계산대 아주머니가 "내가 도와드릴께요"라며 도와준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거대한 혹이 몸 앞에 붙어 있는 상태이므로 - 게다가 그것은 자주 이쪽 의사와는 상관없이 손을 뻗기도 한다. - 그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아기만 안고 있으면 은행 강도를 해도 청원경찰까지 하하 웃으며 못 본척해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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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고른 소설인데 대단히 재미있었다. 시노다 세츠코란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서 검색해 보았지만 이 소설말고는 번역본이 없었다. 이 소설은 결혼생활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신이치는 오타쿠에 가까운 남자다. SF동호회 회원이고 SF소설을 주로 번역하고 있다. 본업은 별로 신통치 않아서 잡지사의 인터뷰를 대행하는 일을 한다. 고향은 시골이다. 30대 초반인데 결혼도 못하고 있다. SF동호회 회원중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었으나 소심한 그는 고백을 하지 못한다. 그 사이 그 여자는 다른 회원과 결혼해버리고 만다. 그는 처음보는 사람에게는 말도 잘 못한다. 연수입도 200만엔, 우리돈으로 보면 2,500만원 정도다. 싸구려 월세방에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캐리어우먼 인터뷰를 하게 된다. 여성금융경제인 특집을 위해서 잡지사로 부터 청탁을 받고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만나게된 여자가 리카코다. 그녀는 외교관인 부모님,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이며, 키가 작은 신이치보다 키도 훨씬 크다. 늘씬한 몸매에 미모도 빼어난 한마디로 킹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이다. 연봉도 800만엔이다. 거의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이다. 거기다가 그녀는 신이치보다 3살이나 연상이다. 그런 그녀와 인터뷰를 하다가 비행기 얘기로 두사람은 공동의 화제가 생긴다. 신이치는 비행기 마니아다. 그는 경비행기 면허증을 하와이에 가서 취득했다.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리카코가 경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한다. 신이치는 하와이에서 경비행기 교육중에 만났던 돈많은 개인병원 원장의 비행기를 빌려서 리카코와 경비행기를 타게된다. 자연스럽게 데이트가 이어지고 급기야 리카코와 make love단계까지 가게된다. 거기다가 빠른 속도로 결혼을 하게된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신이치는 리카코의 진면목을 보게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그녀는 해외출장이다. 짐정리를 신이치가 다했다. 하면서 보니 가관이다. 내의나 옷을 빨지 않아서 곰팡이가 쓴 것들도 많다. 일중독자인 그녀는 귀가도 늦는다. 아침도 신이치가 준비한다. 저녁도 주로 집에서 일하는 신이치가 준비하고 기다린다. 그녀는 빨래도 잘하지 않는다. 팬티고 뭐고 벗어서 자기방에 쳐박아 둘 뿐이다. 결혼하기 전에 리카코는 신이치를 그녀의 맨션으로 한번도 초대하지 않았다. 결혼전에 신혼집도 리카코의 해외출장으로 신이치가 다 준비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극도로 화가 나지만 일이 힘들다고 우는 그녀에게 마음이 약해진다. 심지어 그녀는 직장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화장실 변기도 깨버린다. 그 뒷처리는 다 신이치의 몫이다. 집들이를 하면서 신이치는 리카코와 그녀의 학교때 절친했던 남자친구인 잘나가는 변호사가 깊은 관계였음을 알게된다. 그녀와 그 변호사 남자친구의 그런 모습을 몇번 보고 신이치는 그녀가 결혼을 서두르게 된 것이 남자친구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어쨌든 그녀의 히스테리와 지저분함을 견딜 수 없어서 신이치는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같이 인터뷰하는 사진작가에게 자신의 결혼생활을 하소연했던 것이다. 그 사진작가는 그런 여자와는 당장 이혼하라고 말한다. 리카코에게 이혼얘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그녀는 아기를 임신했다고 한다. 신이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기를 낳고나면 그녀가 달라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리카코의 극도의 히스테리를 다 받아주면서 참고 참았던 신이치는 리카코와 그녀의 변호사 남자친구의 친밀한 모습을 다시 보게된다. 신이치와 싸우고 나갔던 그녀가 그 변호사를 만나고 있고 그는 리카코의 임신한 배를 자연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신이치는 극도로 화가 난다. 그는 리카코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그 남자의 아기라고 생각한다. 그 변호사와 리카코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집안의 사정으로 결혼하지 못했다. 그런데 리카코가 임신을 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이를 키워줄 남자로 자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리카코가 출산을 할때까지만 참기로 한다. 그런데 리카코가 어렵게 딸을 출산한다. 딸의 얼굴이 외할머니를 꼭 빼닮았다. 신이치의 아이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자신인 것이다. 리카코의 어머니가 친정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리카코는 절대로 싫다고 한다. 리카코는 그것도 싫다고 한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리카코의 친정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뒷자리에 있던 난리를 친다.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신이치는 다시 차를 돌려서 집으로 오게된다. 자신은 어머니처럼 살기 싫었다고 한다. 애기도 자기 식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한다. 뒷처리는 여전히 신이치의 몫이다. 유아를 받아주는 시설은 없다. 인터뷰 일을 줄이고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통쾌하다.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재미있게 깨부시고 있다. 신이치는 리카코가 퇴원하기 전에 애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준비를 바쁘게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잡지사에서 일을 의뢰한다. 못한다고 한다. 그러자 편집자가 와서 도와준다. 쇼핑서부터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리카코의 방을 정리하는 것까지 그녀가 도와준다. 그런 와중에 신이치가 자기 결혼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 하소연한다. 그러자 편집자가 말한다. 아내의 지저분한 팬티를 남편이 빨래하는게 무슨 문제냐? 그 동안 여자들이 남자들의 온갖 시중을 들어주지 않았느냐? 너는 아내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다. 그러면 그 동안 여자들이 전담했던 가사일을 남자가 한다고 무슨 문제냐?는 요지의 말을 한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고 있는 현대의 가정에서 남자들이 깊이 새겨보아야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원래 육아일기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신이치가 애기를 키우면서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육아일기를 쓰게된다. 그는 원래 SF평론을 출판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어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육아일기를 모아서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 애기로 인해서 자신을 꿈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결혼은 없는 것 같다. 완벽한 결혼이라는 말 자체가 뭔가 기성의 관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남편이 돈을 잘벌고 아내는 가사를 잘하고 애기도 잘 키운다. 이런 생각 자체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여자는 없는 것 같다.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이치는 보통의 남성과는 틀리다. 아내의 히스테리를 감당해준다. 가사일도 전담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있었던 것 같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편에게는 이래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그가 리카코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시대정신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독신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결혼을 해도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한단다. 많은 책임이 남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면 여자는 가사일도 전담해야 한다. 육아도 전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도 해야한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개발도 해야한다. 새로운 결혼생활, 새로운 남녀관계(가정에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유쾌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진지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소설 자체가 주는 재미가 참으로 크다. 몇번이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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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 문구는 이렇다. 퀸카와 결혼하려면…… 단단히 각오하라!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노다 세쓰코의 코믹 로맨스 주변머리 없는 남자와 혼자 힘으로는 신변 정리조차 못 하는 여자 이 환상적 커플의 수상하고 기묘한 결혼이야기 왜 코믹 로맨스지 흥미롭기는 하지만 웃기지는 않고, 연애와 결혼 이야기지만 로맨스다운 느낌이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여서 누군가의 실제 삶을 엿본 것 같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의 띠지 문구는 이렇다. 리카코는 33세의 엘리트 은행원. 재색을 겸비한 그녀가 어느 날 연수입 200만 엔인 오타쿠 풍의 라이터 신이치와 어쩐 일인지 사랑에 빠지는데……. 결혼, 출산, 육아. 소자고령화 시대의 남녀가 펼쳐 보이는 야단법석 결혼 이야기! (* 오타쿠: 마니아보다 한 분야에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작품 해설에서도 나오는 얘기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엄연히 신이치다. 그런데 왜 띠지에서는 리카코가 주인공 같을까? 일단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회적 조건으로 볼 때 유능한 아내를 둔 신이치는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다. 물론 그에게도 글 쓰는 직업이 있지만 해외출장이 잦은 아내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할 수 밖에 없다. 함께 살기 전까지는 완벽한 여자였던 아내가 결혼 후 다르게 보인다. 마치 결혼은 그는 이 모든 현실이 벗어버리고 싶은 짐처럼 느껴진다. 원래는 아내가 해야 될 일들을 자신이 억지로 떠맡았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대부분 신이치를 불쌍하게 여길 것이다. 괜히 독한 아내를 만나 고생하는 남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왜 제목이 ‘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 겠는가? 신이치는 오타쿠 성향이 있는 남자다. 어떤 분야에 오타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타쿠는 어찌 보면 유아기적 면이 느껴진다.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빠져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질 않는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이야기가 처음에는 신이치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내 리카코가 매우 이기적인 여자로 비쳐진다. 회사 일을 할 때는 프로답지만 집안 일은 엉망진창인데다 대수롭게 여기질 않으니 말이다. 신이치는 어쩔 수 없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늘 불만스럽다. 차라리 집안 일 잘하는 여자와 결혼할 걸 하는 후회뿐이다. 결혼 후 콩깍지가 벗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지극히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치약 뚜껑을 번번히 안 닫는다거나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놓는 일 등.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군가는 열심히 하는데 누군가는 무신경할 때 서로에 대한 애정지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아내들이 집안일에 무신경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나마 둘이 살 때는 괜찮지만 아이가 생기면 그 때부터 치열한 삶이 시작된다. 신이치가 불만인 것은 가사와 육아가 아내의 몫인데 자신이 해야 된다는 억울함에 있다. 왜 나만 이 고생을 하느냐고 하지만 실은 아내가 회사에서 고생하는 것은 알 지 못한다. 이것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제목을 ‘이기적인 사람에게 완벽한 결혼은 없다’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세상에 이기적인 대다수의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뜻이다. 요즘은 전업주부인 남편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전업주부 10년 차라는 애 아빠를 보면, 영락없는 아줌마다. 저녁 반찬거리 걱정하고 아이 뒷바라지에 정신 없다. 바깥 일하는 부인은 전형적인 남편의 모습이다. 이 부부를 보면서 사람은 역할에 따라 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흔히 아내와 남편의 모습이라 여겼던 것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아니라 역할의 차이였다. 신이치와 리카코의 결혼 생활을 보면 확실히 달콤한 환상을 깨준다. 누군가를 위해 기쁘게 희생할 마음이 없다면 결혼은 불행의 시작이다. 어설프게 여자와 남자의 몫을 나누기 보다는 함께 더불어 사는 부부의 모습이 행복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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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신이치는 서른 나이를 먹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어리버리 쑥맥이다. 외모, 경력, 집안, 학벌... 어느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그는 SF 공상 소설의 번역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간다. 생활이 빠듯하다보니 여러 잡지사를 전전하며 닥치는대로 라이터일을 맡기도 하는데 리카코를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선배를 대신해서 인터뷰를 나갔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말주변 없는 신이치는 본사 건물을 들어서면서부터 주눅이 들어 인터뷰를 시작하려는 순간 말까지 더듬는다. 게다가 질문이란 것이 거의 심문 수준이니... 신이치 자신도 그런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동방은행 국제영업개발부 영업개발 프로젝트 매니저' 이것이 리카코의 직책이다. 화려한 학벌과 경력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그녀는 지금까지 신이치가 커리어우먼에 대해 가져왔던 편견을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성격도 상냥했다. 당황하는 신이치를 오히려 안심시키고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도록 도와준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이치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두 사람의 짧은 연애, 초스피드 결혼까지 리카코와의 결혼은 신이치를 아는 많은 사람들(평소 신이치를 놀려대던 사무실 여직원들까지 포함해서)로 하여금 그를 재평가(?)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키 작고 뚱뚱한 별볼일 없는 남자와 성공한 연상의 직장녀 커플, 솔직히 이런 커플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어쨌거나 현실에서 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에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설정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집밖에서는 '완벽' 그 자체인 아내가 집 안에만 들어오면 완전 어린아이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다는 것. 음식 만들기는 꽝이고, 청소나 세탁과 같은 의식주를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들까지 내팽게치고 신이치에게 미룬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신이치가 대화를 시도할려고 하면 물건을 부수는등 히스테리를 부리기까지...;;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사들고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데코 타일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변기 파편을 그러모아 지그소퍼즐처럼 조립하며 본체에 붙여나갔다. 대체 이 결혼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자신은 어떤 여자와 결혼한 걸까. 자기는 분명 유능하고 미인이며 게다가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여자에게 매료된 남자였다. 어떤 여자든 '일단 해버리면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자신은 오히려 '당해버린' 쪽이 아닐까. p.72-73"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장면도 있다.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신이치가 찌질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는 것은 물론 리카코같은 악녀도 없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ㅎㅎ 아무생각 없이 큭큭 거리면서 읽다가 책 소개를 힐끗보니 정말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리카코의 모습이야말로 전형적인 우리 시대 남성상이며, 신이치는 여성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주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집안일을 외면하던 남편들이 맞벌이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캐릭터들의 행동이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내용에 좀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이치는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고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경우 리카코와의 결혼으로 인해 신분 상승된(?) 자신의 입지가 다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생활고에 힘들어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서글픔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때마침 아내의 임신 소식까지... ;; 이 부분에서도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약자로서의 여성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혼녀라는 꼬리표와 경제적 어려움, 자녀문제등 이 커플이 특별한 한 쌍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부부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래 연애한 연인들이 막상 결혼을 한 후 서로에게 실망할 확율이 더 높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연애 기간동안은 서로에게만 최선을 다하면 되고 항상 포장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결혼은 현실이다.('결혼은 현실이다'라는 이 말이 참으로 차갑게 들린다. 하지만 사실이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 배우자의 형제, 친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서로의 꾸미지 않은 모습에도 익숙해져야만 한다. 남자든 여자든 엄마가 챙겨주던 밥 먹고 직장다니면서 내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첨엔 답답하고 힘들다. 연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배려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신이치, 리카코 커플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결국 이런 것들 아닐까. 이런저런 핑계 대지말고 입장 바꿔 생각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