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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보다는 리더를! 전쟁보다는 평화를 !- 임진록
"영웅보다는 리더를! 전쟁보다는 평화를 !- 임진록" 내용보기
소설의 주 역할이 인간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고전 소설에서는 백성들이 느꼈던 치욕을 씻어주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해주는 역할 또한 기꺼이 맡아 수행해왔다. 우리가 그 내용을 익히 알고 있는 ‘박씨전’이 병자호란으로 인한 민초들의 상처를 위로해준 작품이라면, 그 전대에 임진왜란으로 고초를 겪었던 민초들은 그 분노와 치욕을 ‘
"영웅보다는 리더를! 전쟁보다는 평화를 !- 임진록" 내용보기
 

소설의 주 역할이 인간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고전 소설에서는 백성들이 느꼈던 치욕을 씻어주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해주는 역할 또한 기꺼이 맡아 수행해왔다.

우리가 그 내용을 익히 알고 있는 ‘박씨전’이 병자호란으로 인한 민초들의 상처를 위로해준 작품이라면, 그 전대에 임진왜란으로 고초를 겪었던 민초들은 그 분노와 치욕을 ‘임진록’등의 소설을 통해 발산하고 달랬다.

 제목에 기록할 ‘錄’자를 썼지만 제목과 달리  ‘임진록(壬辰錄)’은 기록이 아니라, 허구가 첨가된 소설의 영역에 속하는데, 이것을 쉽게 풀어쓴 작품이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이다.

 

자고로 영웅은 위기에 탄생하는 법이라고, 임진왜란으로 우리 역사에는 많은 영웅들이 탄생했다.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서, 김덕령, 곽재우, 정문부 같은 의병장은 물론이고, 이여송과 진린, 조승훈 등 명나라 장군들의 활약상까지 담고 있다. 모두 실존인물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이들 영웅들의 행적은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허구가 많이 덧붙여졌다. 고전 소설의 특징인 전기성을 발휘하거나, 허구적 사건으로 특정 인물을 부각하고 있다.

이때만 해도 소설은 예술로서보다는 그 서사성으로 인한 오락거리로 더 민초들에게 다가갔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백성들은 자신들의 원망(怨望)을 투사했던 것이다.

 피난을 떠나는 임금에게 백성들이 읍소하는 대목에선, 눈물겹기조차 했다. 백성들의 눈에 임금과 사대부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전쟁 앞에서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며, 무기력하게 도망치는 집권층들을 목도한 백성들, 그때 흘린 백성들의 눈물은 피맺힌 눈물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고전소설답게 전기적 요소도 빠지지 않고 있는데, 사명대사와 김덕령 부분에 특히 그랬다. 바닥이 철철 끓는 방에 가둬 놓아도 사방 벽에 고드름이 달리게 하는 사명대사의 신통력이나, 사명대사가 손으로 물방울을 튕기자 일본에서 물난리가 난다는 설정은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얘기였는데, 임진록에 있던 얘기였다.

백성들은 사명대사의 뛰어난 신통력 얘기를 통해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당해야 했던 쓰라린 심정을 위안 받았을 것이고, 민족적 자존감을 회복하려 한 것이다. 난을 일으켰던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모함을 받고 옥사한 의병장 김덕령에게는 그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이야기로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동시에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에는 영웅 주의적, 사대주의적 가치관 또한 담겨져 있다는 것 또한 눈에 들어온다. 봉건시대가 갖는 한계 또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임진왜란 때 그다지 활약하지 않은 이여송 같은 명나라 장수를 영웅으로 부각하는 대목이 곳곳에 표현돼 있다. 광해군 시절 명나라를 도와 후금을 치게 됐지만, 후금과 맞서지 않은 강홍립을 사실과 다르게  일본에 굴복하는 장군으로 묘사한 것도 명나라를 섬겼던 조선의 사대주의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명이 파병한 것을 두고, 명을 재조지은(再造之恩)이라 여기게 된 경위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김응서는 적진에 들어와 왜장의 목을 벤 인물이다. 이때 도움을 준 기생이 탈출에 방해가 되자 다른 부하가 그 기생을 죽이는 것을 보면, 비정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자 없으니’의 원문인 경판본에는 그 기생의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판본에 따라 기생 이름이 전해지는 작품도 있다고 하지만,) 영웅의 탄생 뒤에는 이렇게 무수한 이름 없는 개인들의 희생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희생에 대한 언급은 드물고, 모든 영광은 영웅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기에 이제는 영웅보다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었다. 출중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조직의 구성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그 조직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시대 말이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아무리 천하의 영웅이라 할지라도, 전쟁으로 영웅이 탄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는 남북한관계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전쟁 없는 시대, 평화를 원한다. No War!





e****0 2010.05.30. 신고 공감 7 댓글 24
리뷰 총점 종이책
[장경남]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
"[장경남]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 내용보기
이 책은 나라말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고전 읽기 시리즈 중에 소설 부분의 열여섯 번째 책이다. 고전소설 '임진록'을 장경남 교수가 여러 판본을 종합하여 풀어쓰면서 붙인 제목이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이다. 고전읽기 시리즈는 소설 18권, 야담 2권, 신화 3건의 23권으로 되어 있는데 나로서는 마지막으로 읽는 책이다. 방학 동안에 고전시리즈를 완독했으니 개인적으
"[장경남]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 내용보기

이 책은 나라말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고전 읽기 시리즈 중에 소설 부분의 열여섯 번째 책이다. 고전소설 '임진록'을 장경남 교수가 여러 판본을 종합하여 풀어쓰면서 붙인 제목이 '조선의 영웅들 천하에 당할 자 없으니'이다. 고전읽기 시리즈는 소설 18권, 야담 2권, 신화 3건의 23권으로 되어 있는데 나로서는 마지막으로 읽는 책이다. 방학 동안에 고전시리즈를 완독했으니 개인적으로 뜻 깊게 생각한다.

 

23권 중에 이 책을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 책을 처음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청소년문고로 요약한 것을 접한 이래, 그 뒤로도 한두 번은 더 읽은 듯하다.

 

중학시절에 이 책을 처음으로 읽을 때는 몹시 흥미진진하게 느꼈었다. 이순신, 권율, 김응서, 신립, 이일, 사명당, 서산대사 등의 조선의 장수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가등청정과 중국의 이여송, 진린 등 내가 아는 실존인물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내용들의 대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인명이나 지명 등을 암기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역사와는 동떨어진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을 알고 실망스러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사명당이 일본에 가서 일본왕의 항복을 받아온 것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역사를 왜곡했다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인지 이 책을 읽기가 꺼려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미루게 된 듯하다.

 

그러나 어차피 소설은 역사가 아니라 허구다. 역사적인 확실한 사실까지 왜곡할 수 없다는 것은 현대 소설에나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중국 4대기서 중에 하나인 수호지에도 송나라 휘종과 양산박의 두령 송강을 비롯한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서유기는 임진록보다 더 많은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 송강은 그렇게 출중한 도둑이 아니었고, 양산박의 영웅들 대부분이 실존인물이 아니다. 또한 당시 임금인 송나라 휘종은 소설처럼 주위의 오랑캐를 정복한 뛰어난 임금이 아니라 나라를 망친 무능한 왕이었다. 서유기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당나라 태종과 삼장법사는 실존 인물이지만, 그들의 행적은 소설과는 관련이 없다. 수호지와 서유기 등은 재미있게 읽었으면서 임진록에 대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임진왜란의 전개과정을 어느 정도 따르는 등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적인 내용을 적절히 배열하며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사실과 허구를 뛰어넘는 구성은 절묘하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에 나타난 내용의 역사적인 사실을 비교하여 보여주는 등 풍부한 각종 자료들은 독자들의 상식을 도우면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나라말 출판사의 고전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은 기존에 읽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색다른 흥미와 함께 고전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 시리즈의 작품들을 중·고교의 학생들이 보다 많이 읽게 되기를 바란다.



y******3 2012.02.22.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