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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전공하는 국제 정치사에 대한 논문을 모은 책으로 그 논문들은 잡지나 다른 책에 먼저 실었던 것들이다. 외교사학이 중심이었던 국제정치사가 국외 체제 간 관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흘러가면서 정치학사, 국제정치학, 비교정치학을 함께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학문 흐름의 변화에서, 국제정치사에 있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정치학의 이론을 다룬 것이, 여기에 수록된 논문이다. 그리고 각 논문은 이론을 이론 자체로만 다룬 게 아니라 이론들이 나왔던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썼다.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위주의 체제, 개발독재, 국가, 권력정치, 제국주의가 각 장의 큰 제목으로 각각 개념과 개념의 변천, 그 사례들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
1장 권위주의 체제에선 후안 린스의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정의를 이용하고 있다. 후안 린스는 민주주의체제-전체주의체제란 이분법 안에서 설명이 잘 안 되는 중간 영역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권위주의 체제라는 개념을 내놓았다고 한다. 저자는 후안 린스가 말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정의를 간결하게 설명해주는데 권위주의 체제란 1. 한정적인 다원주의, 2. 시간상에서도 한정되고, 대중에 퍼지는 면에서도 한정되어 있는 동원, 3. 지도이념 또는 엘리트 문화 특색을 가진 멘탈리티, 그리고, 4. 일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통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의는 후안 린스가 이전 조국 스페인에 대해 정치사회학의 입장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유럽 현대사에 관한 지식에 기초한 비교관점, 설득력이 있는 실증성을 통해 이룬 것이다. 후안 린스는 프랑코 체제를 분석한 후 권위주의 체제라고 생각되는 다른 많은 독재들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동원의 정도, 한정적 다원주의 양태, 이데올로기와 멘탈리티가 존재하는 정도를 가지고 독재 유형을 나눈다. 후안 린스는 프랑코 체제 이전에 자유주의 의회 정당 체제였을 때 정치가 부패했던 원인을 지역주의, 무도덕적 가족주의로 보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 우리나라처럼 지역주의가 심한 나라가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주는 듯해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지역주의, 같은 지역이면 무조건 용인하는 그 무도덕성이 바로 권위주의 체제를 불러온 게 아닐까.
전체적으로 국제정치사 이론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중요한 개념들을 정리해주는 쪽이라서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세계사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거로 보인다. 세계사 수업을 교과서 끝까지 받은 사람이라면, 세계사와 정치 개념들을 연관지어서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정치사 입문자가 읽으면 좋지 않을까. 특히 개발독재 부분은 우리나라 사례가 자세히 나와 있어 꽤 흥미롭게 읽었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게 때로는 더 정확할 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