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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람구두를 날려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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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의 생애를 몰랐지만 그 시기 여느 시인이 그랬듯 그의 시에 놀랍도록 매료되어 이 언어의 물결 속에서라면 숨을 놓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흉내낼 수 없을 간절한 자유와 처절한 절망과 고독이 한곳에서 숨을 쉬었다. 간혹 숨을 놓치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내내 부서져 튕겨나오는 지옥불 같은 언어 속에서 헤엄치게 하는 마력 같았는데도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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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의 생애를 몰랐지만 그 시기 여느 시인이 그랬듯 그의 시에 놀랍도록 매료되어 이 언어의 물결 속에서라면 숨을 놓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흉내낼 수 없을 간절한 자유와 처절한 절망과 고독이 한곳에서 숨을 쉬었다. 간혹 숨을 놓치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내내 부서져 튕겨나오는 지옥불 같은 언어 속에서 헤엄치게 하는 마력 같았는데도 마냥 좋았다. 좋아서 누웠고 좋아서 덮었고 좋아서 앓았다. 그렇게 한 순간 랭보의 바람이 세차게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영화 [토탈 이클립스]는 랭보의 눈부신 생애를 가장 담백하고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혼마저 푸르렀던 랭보의 삶을 온몸으로 연기한다. 그는 스물둘이었지만 어린 천재시인과 열 살 많은 동료이자 스승이던 시인의 연인과 서른 아홉 숨을 놓기 직전까지 태양을 보고 싶어한 랭보를 연기하는 데에 어색함이 없다. 때론 버석거리고 때론 화창하고 때론 미치게 울고 싶은 사막과 파도 사이를 오가며, 그렇게 다시 문학과 시를, 삶을 꿈꾸었다.

 

영화는 열여섯의 랭보가 습작시를 들고 베를렌느를 찾아오는 데서 시작된다. 늘 창작의 영감에 목말라 있던 베를렌느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가득찬 싱그런 랭보의 젊음에 매료되고 그의 시를 칭송해마지 않는다. 동료문인들에게 소개되고 낭송을 요구받지만 주위의 시선이나 편견에 아랑곳없이 랭보는 자신만의 시세계를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아버지 없이 자란 랭보에게 베를렌느는 아버지이자 따뜻한 안식처였고, 이미 뱃속에 아가를 가진 아내가 있던 베를렌느의 결혼과 가정생활이 이로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베를렌느와 랭보의 두터운 애정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급기야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장인에게 반발하고 아내에게 손찌검할 정도의 상태가 된다. 랭보는 베를렌느를 원하고, 베를렌느 또한 랭보에게 애정을 갖지만 사랑의 적정선을 찾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는 건 관계의 파탄이나 주위 시선의 냉랭함 뿐이다. 랭보는 베를렌느를 통해 육체와 영혼의 샘물을 마시려 했으나 베를렌느의 육체적 결핍은 오로지 아내에 의해서만 채워진다. 랭보와 베를렌느는 자주 삐걱거리지만 서로가 서로에게서 채우는 결핍의 에너지 때문에 서로를 놓지 못한다.

 

 

랭보에게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이가 바로 베를렌느였다. 그는 바람처럼 가볍고 깃털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영혼이 그러했으니 육체 또한 그랬다. 아무 곳에나 있으며 아무 곳에도 있지 않았다. 그는 모든 곳에 있되, 모든 곳에 없었다. 내가 그 천재성에 놀랄 만큼 감탄한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에 수록된 동명의 시는 랭보의 집착과 열정에 넘어가 가정을 깰 뻔한 베를렌느가 참다못해 쏜 총에 랭보가 맞고, 그로인해 감옥에 가게 되자, 혼자 남겨진 그가 어머니와 누이가 있는 고향 로슈로 돌아가 썼다. 열아홉 살에 시를 버린 천재소년은 이후 18년을 더 살다 절단한 한쪽 다리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퍼져, 다시는 햇살 아래로 뛰어나가지 못하리란 걸 슬퍼하다 서른 일곱에 비로소 갔다. 그는 방랑가이자 보행자였다. 학창시절 성적도 우수해, 장학금으로 받은 돈을 들고 열여섯 무작정 파리로 온 이후 런던, 브뤼셀 등 유럽과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까지 유랑한다. 세상이 시끄러웠고 시국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들은 출판되고도 냉대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물론 오늘 날 프랑스 문학사의 틀을 바꾼 위인으로 꼽힌다.

 

그가 시를 버린 게 아니라 시가 그를 버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랭보의 시가 이토록 찬란한 독창성을 획득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몽상가이자 보행자. 더하여 바람구두를 신은 시인이라 불린다. 사조상 보들레르와 위고를 잇는 랭보는 보들레르를 찬양하면서도 시는 평범한 사고가 아니라 사물을 응시하는 눈과 귀를 전복시키는 데서 온다고 주장했다. 랭보는 행보와 영혼 두 가지 면 모두에서 끊임없이 튀는 존재로 프랑스 시에 대한 인식을 뒤바꿀 비범성을 잉태하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가시와 새로운 영감을 품은 그의 시에 조국 프랑스는 주목하지 않았다. 랭보가 베를렌느를 찾아갈 때 가져갔던 시는「취한 배」였고, 마지막으로 쓴 시는「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었다. 아버지이자 여인이자 연인이었던 베를렌느와의 재회는 그가 감옥에서 나온 후 한 번 뿐이었으며, 시를 놓고 베를렌느와도 이별한 후 홀로 방랑한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2년 뿐이었으며, 이 모든 것이 랭보의 10대 시절이다.

 

영화는 랭보의 누이가 베를렌느를 찾아와 랭보가 주었던 시를 되돌려달라는 데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그는 갔고, 랭보의 나머지 생애를 알지 못하는 베를렌느는 누이의 입을 빌어 나머지 조각들을 채우며 회상한다. 그의 짧은 생애는 눈부시게 찬란했고 어디든 달려나갈 정도로 젊고 자유로웠으며,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몽상하고 썼다. 그가 쓴 글 뿐 아니라 그가 보낸 모든 시간이 시 자체였다. 그런 그에게 한쪽 다리가 없다는 사실은 죽음보다 더 깊은 타락이었을 지도 모른다. Eclipse. 빛을 잃음. 가리다. 라는 영어의 뜻과 이지러짐. 소멸,쇠퇴,공백. 이란 프랑스어의 뜻. 그는 정녕 공백으로 소멸한 것인가. 이토록 빛나는 언어로 감싸인 작은 보석을 후대에 남겨놓고 간 젊디 젊은 자유의 시인이! 태양만이 자신을 낫게 해줄 거라던 젊음과 자유와 방랑으로 마음에 깊이 남은 이 시인이! 시인은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하며, 그러려면 한 인간으로 사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던, 태양을 떠날 수 없다던, 한 인간이 아니라 모든 인간으로 살고 싶다던..

 

 

p.s 지금 가진 랭보의 시집을 가장 까끌한 종이를 찾아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베껴쓰기로 맘먹는다.



s*****d 2012.11.10.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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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이클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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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예전에 이영화를 보게되었는데 내용을 감명깊게보고 dvd로도 소장하고 다시 보고 싶어서 구매하였는데특히 랭보역을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그연기가 정말뛰어나서 보면서도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거 같아요!!!!!!!!!사실 중간중간 이해가 안가기도 했지만 소재도 신선하고나온 배역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더 인상 깊었고 저는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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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예전에 이영화를 보게되었는데 내용을 감명깊게
보고 dvd로도 소장하고 다시 보고 싶어서 구매하였는데
특히 랭보역을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그연기가 정말
뛰어나서 보면서도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거 같아요!!!!!!!!!
사실 중간중간 이해가 안가기도 했지만 소재도 신선하고
나온 배역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더 인상 깊었고 저는
만족합니다.
y*******9 2017.05.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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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이클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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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 되면, 영화를 보고픈 마음이 든다. 그리곤 극장에 갈 상황이나 여유가 없다면, 간혹 곰플레이어의 영화를 보곤 하는데.. 때때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기도 하다.   '토탈 이클립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이라는 안내에 보기 시작했다. 프랑스 시인 랭보의 여정을 그려넣은 실화의 영화였다. 랭보? 간혹 어디선가 들어보고 그의 시가 인용되는 것을 본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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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 되면, 영화를 보고픈 마음이 든다.

그리곤 극장에 갈 상황이나 여유가 없다면, 간혹 곰플레이어의 영화를 보곤 하는데..

때때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기도 하다.

 

'토탈 이클립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이라는 안내에 보기 시작했다.

프랑스 시인 랭보의 여정을 그려넣은 실화의 영화였다.

랭보? 간혹 어디선가 들어보고 그의 시가 인용되는 것을 본적이 있긴 하지만, 생소한 인물!

이 영화를 통해 랭보를 배웠다.

사실 실화영화가 주는 감동이나 사실성은 늘 좋은 자극제가 된다.

또 다른 시대, 다른 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평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구두를 신은 천재시인'이란 랭보의 별명처럼, 바람 같은 삶을 살았던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폴 베를렌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하는 랭보는 마치 정신이상자(?)처럼 보이지만, 그의 독특한 시론에 대한 실천으로 보여진다. 소위 견자시론이라는 것인데,'시인이란 모든 감각의 오랜, 거대하면서도 이론적인 뒤틀림에 의해 견자가 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자신의 시론에 철저히 순응하며 살았던 천재시인인 것이다.

물론 그의 도덕적 삶, 예를 들어 동성애적 성향이라든가, 이후 무기판매상으로의 삶이라든지... 전적으로 동감하긴 힘들어도, 제도와 사회적 틀의 제한을 자유롭게 넘나들고자 했던 시적 감수성이 가득했던 것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오는 21세기를 견자적 자세로 사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토탈 이클립스라는 개기식의 의미가 이 영화를 어찌보면 잘 표현하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태양을 가리는 달, 천재시인 랭보를 폴 베를렌이 가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길을 가는 다른 성향의 태양과 달이 순간 일치점을 찾듯이, 랭보와 베를렌이라는 다른 두 사람이 짧은 일치점의 삶들을 살고 또 각자의 삶의 길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짧지만 두 사람의 인생에서는 지울 수 없는 순간일 수 있겠다. 어찌보면 태양과 달 같은 두 사람의 일치점을 비추는 영화에서 오늘을 사는 나를 그 둘 사이에 끼워넣고 맞추고픈 충동이 일기도 하는 것이... 과연 달의 힘인가, 태양의 힘인가...  

j*******1 2010.11.13. 신고 공감 0 댓글 0
지금 무삭제판이란 타이틀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언제는 그럼 삭제판(이런 말은 물론 없고 censored version 정도면 무난하겠다)이 있었던가? 나는 1996년 강남역에서 시티인지(시설 최고였음) 동아인지(동아극장 말임. 아는 사람은 다 앎)에서 이 영화를 봤었는데 그 때 본 바 역시 무삭제였다. 상황의 아스트랄함이 골을 좀 때리게 했다 뿐 딱히 잘라내어야 마땅할 장면은 없었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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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삭제판이란 타이틀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언제는 그럼 삭제판(이런 말은 물론 없고 censored version 정도면 무난하겠다)이 있었던가? 나는 1996년 강남역에서 시티인지(시설 최고였음) 동아인지(동아극장 말임. 아는 사람은 다 앎)에서 이 영화를 봤었는데 그 때 본 바 역시 무삭제였다. 상황의 아스트랄함이 골을 좀 때리게 했다 뿐 딱히 잘라내어야 마땅할 장면은 없었고, 다만 그저 아직의 극동의 주변부였던 서울에서 문화적 충격을 좀 받을 수도 있었다 뭐 그 정도였을 뿐.

이 영화를 찍은 여성 감독은 당시로 참 주목을 받았더랬는데, 내 알기로 무슨 이유인지 이후 소식이 들리지 않은 채 잊혀졌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랭보마냥 조기개화한 천재였다는 건 전혀 아니고, 영화의 첫 씬 적절한 음악과 함께 파리의 기차역에 첫발을 내딛는 랭보 역의 디카프리오 연기가 아주아주 인상적이었다는 것. 아하 과연 어린 날의 아르튀르가 저러했으려니 하는 설렘이 있었다는 것 정도고, 이 감흥을 능가하는 장면은 이후 끝까지 봐도 단 한 컷이 아쉽다. 대체로 실패작이며, 다만 이 상징주의 천재시인이 누군지 전혀 몰랐던 축에게는 아주 미약하나마 교육적효과가 있을 정도? 아님 교내 퀴어동아리에서 심심하고 만만할 때 틀어주는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뭐 그런 의의? 요란한 수박 겉핥기 이상은 아니다.





s****o 2011.12.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