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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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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길버트 그레이프의 마음은 초조하다. 답답하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지적장애자인 남동생, 남편의 자살이후 폭식을 거듭하다 마치 고래와 같이 살이 쪄버린 엄마, 화장하기 바쁘고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을 쏟는 사춘기 여동생,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큰누나, 일년에 집에 한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형과 누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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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길버트 그레이프의 마음은 초조하다. 답답하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지적장애자인 남동생, 남편의 자살이후 폭식을 거듭하다 마치 고래와 같이 살이 쪄버린 엄마, 화장하기 바쁘고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을 쏟는 사춘기 여동생,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큰누나, 일년에 집에 한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형과 누나. 길버트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작은 마을에서 필사적으로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있다. 동년배인 친구들은 오래전에 마을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길버트는 그것을 할 수가 없다. 도망치는 것 조차.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네가 나에 대해 뭘알아. 길버트는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와 이제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런 때 한명의 소녀가 나타난다. 소녀의 이름은 베키. 그는 베키의 아름다움에 끌리고 있지만, 베키는 외모뿐만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길버트의 눈에 담긴 증오를 본다.

베키가 아니였다면, 길버트는 어느 순간 가족을 버리고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꼬박 하루동안 차가운 욕조속에 들어가 있었던 기억으로 물을 피하던 어니 그레이프의 더러워진 몸을, 베키가 씻게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길버트가의 묵은 앙금들도 서서히 씻기워져 내려간다. 소원했던 가족의 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진다. 길버트의 눈물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종반부의 진행은 가슴이 뭉클하다. 슬픔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공존하는 안도감. 다만 거기까지 오는동안, 어쩐지 지루한 청년 길버트에게 지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길버트와 같은 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의외로 꽤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동명의 영화의 원작소설. 영화에서는 조니 뎁이 길버트 그레이프 역할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적장애자인 동생 어니 그레이프 역할을 연기했다. 원작자인 피터 헤지스가 각본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 이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가장 좋아하는 작품중에 하나. 원작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렇게 읽게 되고 보니 이 영화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했던가를 잘 알수 있었다. 다만 영화는 원작을 조금 샤프하게 가다듬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원작에 충실한다고 해도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소설과 영화를 완전히 동일하게 표현할수는 없을테니까. 그래서, 소설에는 영화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깊이가 있다. 특히 개개인의 인물을 더 잘 이해하고 그 생각을 더 깊숙히까지 들여다볼수 있는건 역시 소설쪽이다. 소설을 읽고난 지금 다시 영화를 꺼내 본다면, 그때는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던 장면 하나 하나가 담고 있는 감정들을 남김없이 발견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족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기 때문에 고뇌하는 길버트의 초조함이나 슬픔은 어떤 소설보다도 가까이 와 닿았다. 영화도 좋은 작품이지만, 이런 훌륭한 원작이 있기 때문에 명작이 나올수 있었던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남동생의 부모역할을 해야하는,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는 남매의 고뇌가 잘 그려져 있다. 다만, 그들의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 고뇌룰 읽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족쇄가 되어버린 가족과 자기 자신의 장래. 좀 더 자유롭고 좋았어야 할 하루하루. 그래도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작가의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이들과 비교하면, 지적 장애자나 그 가족에 대해서 이 나라가 아직도 얼마나 많은 편견과 차별로 가득 차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p********a 2011.03.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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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당신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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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만나게 됬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잘 모르는 두 젊은 배우들을 보며 참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가 내내 우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홀연히 나타난 여자애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영화를 보며 이해한 것이고 마지막 장면을 통해 뭔가 모르지만 허무했다. 이게 10여년 전 길버트 그레이프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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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만나게 됬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잘 모르는 두 젊은 배우들을 보며 참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가 내내 우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홀연히 나타난 여자애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영화를 보며 이해한 것이고 마지막 장면을 통해 뭔가 모르지만 허무했다. 이게 10여년 전 길버트 그레이프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다.

 

주인공의 이미지를 알고 전반적인 영화와 스토리의 분위기를 알고 읽는 소설은 색다르다.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장면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소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우울했다. 그레이프의 가족은 소도시의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살을 하고 죽음을 목격한 형, 그리고 남편의 죽음에 상처받아 더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뚱뚱해진 엄마, 저능아 동생과 엄마를 돌보느라 희생하는 누나, 이런 가족을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어하는 주인공 길버트, 가족에게 관심없는 철부지 막내 여동생, 더 이상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사실 이게 일반적인 평범한 가족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단순히 조그만 마을의 청년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거지만 또한 현실속에서 헤메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은 것 같기도 하다.

직장인으로서 길버트처럼 어느덧 한창 청년기를 맞은 사람으로서 우리는 매일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자신을 성장시키려 기대했었다. 하지만 길버트처럼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현실속의 자신은 덜떨어진 동생을 보살펴야만 하고, 점점 뚱뚱해지는 엄마의 기분을 맞춰줘야하고 짜증나는 동생과도 함께 살아야 한다. 늘 자유를 갈구하지만 만약 떠난다면 갈데도 없고, 두렵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점점 감정이 없어지며 자신의 정체성도 점점 희미해져간다.

 

이러한 길버트의 삶은 나의 삶, 당신의 삶과 같다. 직장을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그 자유가 이끄는 길을 모른다. 가족을 위해 의무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식구들을 부양하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어느순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젠 충분한 자유를 줘도 뭘해야할지 모른다.

 

그러다 베키라는 의문의 소녀를 통해 길버트는 세상에 대한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다. 베키라는 소녀가 주는 의미는 삶의 안내자이자 멘토이기도 하고, 열정의 불씨가 되는 메게체이다. 우리의 삶에도 베키라는 인물 또는 사건이 새로운 삶을 위해 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왠지 심오하게 느껴졌던 소설과 영화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영화가 소설보다는 덜 극단적이라고나 할까? 똑같은 일상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길버트의 모습이나 저능아를 완벽하게 재현한 어니의 모습은 소설속의 인물과 유사하다. 하지만 길버트의 모습은 현실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시골 청년의 모습으로 그리고 베키는 새로운 삶을 위한 매개체긴 하지만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는 그림으로 그려진 듯 하다. 끝부분에 엄마의 움직임은 왠지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그것은 과거의 종말을 보여주는 움직임이었던 것 같다.

 

영화와 소설의 이미지가 뒤죽박죽되어 각각의 이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너무도 소설속의 이미지를 영화속에 잘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r*****1 2008.12.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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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로 다시 만나는 감동, <길버트 그레이프>
"원작소설로 다시 만나는 감동, <길버트 그레이프>" 내용보기
문을 통과하기도 힘든 거대한 몸집의 엄마,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저능아 동생 어니,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저당잡힌 삶으로부터 탈출을 꿈꾸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길버트의 허한 눈빛, 그리고 치솟는 불길과 그것을 바라보던 남매의 모습..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한창 영화에 심취해 비디오 가게에 꽂혀있던 영화들을 샅샅이 훑어대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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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통과하기도 힘든 거대한 몸집의 엄마,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저능아 동생 어니,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저당잡힌 삶으로부터 탈출을 꿈꾸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길버트의 허한 눈빛, 그리고 치솟는 불길과 그것을 바라보던 남매의 모습..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한창 영화에 심취해 비디오 가게에 꽂혀있던 영화들을 샅샅이 훑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추천영화 목록에서 『길버트 그레이프』 를 만났고, 당시 연기 잘하는 꽃미남 배우로 인기 절정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에서 정신박약아 연기를 훌륭히 해내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기사에 동해 비디오 테이프를 집어들었다. 어니 그 자체로 보이던 애띤 얼굴의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답답한 현실에 청춘을 저당잡힌 길버트의 허한 눈빛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길버트를 연기한 배우가 그 유명한 조니 뎁이라는 사실을 안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견딜 수 없는 답답함 속에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작이 출간됐다. 영화의 원작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지만, 원작 소설을 쓴 작가 피터 헤지스가 영화 『어바웃 어 보이』를 각색하고 『댄 인 러브』를 연출했다는 것도 조금은 의외였다. 그러나 원작소설 또한 작가가 학생들에게 극작을 가르치던 중 단막극 시범을 보이느라 하룻밤 만에 완성한 단편 「길버트 그레이프를 따라」에서 시작되었다니 이책은 처음부터 영화로의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없이 춤추는 것과 마찬가지인' 작고 조용하며 심심하고 무료한 마을 엔도라에 길버트의 가족이 산다. 한때 마을 최고의 미인으로 남자들의 눈길을 한몸에 받았던 그의 엄마는 아버지의 자살 이후 계속된 폭식으로 거대한 살덩어리로 변했고, '열 살까지만 살아도 기적'이라고 했던 저능아 동생 어니는 곧 열여덟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서른이 넘도록 집안일을 돌보고 있는 큰누나 에이미는 점점 엄마를 닮아가고, 엄마의 미모를 닮아 예쁘지만 철이 없는 막내 엘렌은 제멋대로다. 마을을 떠난 래리와 제니스는 수표를 보내는 걸로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스물세 명의 졸업생 중 마을에 남은 네 명 중 한 명이자 이제껏 아이오와 주 밖으로는 한 번 밖에 나가보지 못한 스물네 살의 길버트는 손님의 발길이 뜸한 식료품점 점원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이어간다. 들끓는 청춘의 열망을 불태우기엔 그가 사는 마을은 너무 따분하고, 모든 것을 떠나 자유로워지는 꿈을 꾸지만 현실에서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족의 무게는 너무 크다. 가족에게 청춘을 저당잡힌 채 답답한 삶을 살고 있는 길버트에게 어느날 아름다운 소녀 베키가 다가오고, 베키를 통해 길버트는 무료했던 삶에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소설은 길버트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길버트를 옭아매는 답답한 현실을 담담히 보여주며 마지막 감동과 여운을 효과적으로 증폭시켰던 영화와 달리 소설은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길버트를 감싸고 있는 무료한 현실과 부담스러운 가족들은 여전했지만, 묵묵히 모든 것을 참아내던 영화속 과묵한 청년 길버트와 달리 그런 지난한 현실을 견디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면속에서 꿈틀거리는 냉소적인 말들을 독자들에게 내보이는 소설속 길버트가 한결 인간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마냥 골칫거리로 보였던 가족들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기도 했고. 디테일한 느낌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소설이나 영화나 다를 바 없었다.

온가족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니의 열여덟 번째 생일날, 축하하기 위해 다함께 모인 가족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사건은 깊은 슬픔과 함께 그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활활 타오르며 과거의 기억을 소진하는 불길은 새롭게 시작되는 삶의 불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로만 기억되었던 가족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답답하고 지루한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곧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책이 전해주는 감동이 깊이가 적지 않은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t****9 2008.11.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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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그리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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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본 기억이 난다.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시골 동네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길버트의 삶은 지루해 보였다. 그 당시에 나는 길버트를 불행한 가정의 희생자로 여겼다.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춘을 낭비한다고 말이다. 만약 멋진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가 주연이 아니었다면 그냥 잊었을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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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본 기억이 난다.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시골 동네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길버트의 삶은 지루해 보였다.

그 당시에 나는 길버트를 불행한 가정의 희생자로 여겼다.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춘을 낭비한다고 말이다.

만약 멋진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가 주연이 아니었다면 그냥 잊었을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왠지 이 원작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를 봤던 시절을 추억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알게 됐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을 담고 있다는 것을.

영화와는 다른 <길버트 그레이프>를 새롭게 만난 것이다.

길버트 그레이프 자신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멋진 인생을 꿈꾼다. 그 속에는 훌륭한 부모님과 가족들, 풍요로운 일상, 사회적인 성공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버트에게 주어진 삶은 자살한 아빠, 폭식으로 거대한 뚱보가 된 엄마, 엄마를 대신하는 나이 든 누나, 지적 장애아 남동생, 철부지 여동생이 차지하고 있다.

길버트는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워한다. 지적 장애아 남동생 어니를 돌보는 일은 길버트 몫이다. 어니는 의사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엄마의 소원은 그저 어니의 18세 생일을 보는 것뿐이다.

이들의 지루한 일상에서 유일한 사건은 경찰서에 잡혀간 어니를 찾기 위해 엄마를 비롯한 온 가족이 출동하는 장면일 것이다. 아빠의 죽음 이후에 절대로 집밖에 나가본 적 없는 엄마가 어니를 위해 외출한 것이다.

엄마의 존재는 집과 같다. 엄마는 늘 ‘여기는 내 집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는 집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일 줄 모른다. 자살한 아빠처럼 무책임하게 떠나지 않으려는 엄마만의 노력인 것이다.

아마도 <길버트 그레이프>의 진정한 주인공은 엄마가 아닐까 싶다.

엄마라는 집, 그 안에 가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한 지붕 아래 가족으로 살 수 있던 것은 바로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먹기만 하는 뚱보 엄마지만 그레이프 집안에서 엄마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다.

보니 그레이프, 이것이 엄마의 이름이다.

젊은 시절에는 동네 남자들을 설레게 할 만큼 아름답던 여자였다. 앨버트 그레이프와 결혼하여 그들의 엄마가 되면서 그녀의 이름은 잊혀졌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아빠가 직접 지은 것이다. 왜 아빠는 막내 여동생 엘렌을 임신한 그 때 자살을 한 걸까?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어차피 이유는 필요 없다. 아빠는 떠났고 그들은 남겨졌다.

엄마의 충격은 지금 그녀의 거대한 몸처럼 엄청났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먹기만 하는 엄마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그녀 때문에 서른네 살 에이미 누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집안일을 하고, 길버트는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엄마, 그리고 가족의 의미가 떠올랐다.

길버트를 따분한 마을 엔도라에 머물게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책임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마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온 가족이 어니의 18세 생일 파티를 위해 준비하는 마음처럼, 부족한 동생을 감싸주는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길버트 그레이프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지루한 일상에 투덜대고, 가족들이 마음에 안 들고, 성공한 친구가 부럽고.......

이 책을 읽고 다시 영화를 안 볼 수 없었다.

소설이 지닌 감동을 전부 표현해낼 수는 없지만 인물들이 보여주는 생생한 느낌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베키라는 인물이 소설처럼 신비롭고 강렬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로는 기억 속에 남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직 <길버트 그레이프>를 만나지 못한 분들은 부디 책을 먼저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원작소설을 각색한 또 다른 세상이다.

 

 

“사람에겐 깜짝 놀랄 멋진 일들이 일어나게 되어 있단다, 길버트.” -램슨씨

“중요한 건 속에 있는 거야.” -베키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싶다고.” -베키

 "뭘?"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a*****7 2008.11.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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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렇게, 살아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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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쯤 전에 본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책으로 다시 만났다. 말썽쟁이 어니와 어마어마한 체구로 쇼파를 짖누르듯 앉아만 있는 엄마,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는 길버트, 영화 속 인물 중 마음속에 남는 건 이 셋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발 길버트를 내버려둬 줘!' 하며 분통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가족에게 젊음을 저당 잡힌 길버트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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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쯤 전에 본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책으로 다시 만났다.

말썽쟁이 어니와 어마어마한 체구로 쇼파를 짖누르듯 앉아만 있는 엄마,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는 길버트, 영화 속 인물 중 마음속에 남는 건 이 셋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발 길버트를 내버려둬 줘!' 하며 분통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가족에게 젊음을 저당 잡힌 길버트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서였다. 그만큼 영호 속 길버트는 불행해보였고, 착한 마음을 무표정한 얼굴로 감추고 희생을 감내하는 걸로 보였다. 그래도 '길버트 그레이프'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볼 때마다 마음속에 강한 울림이 전해지는 영화다.

 

원작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영화와 같은 내용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먼저 일인칭 길버트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영화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길버트의 본마음이 드러나 한층 그에게 몰입하기가 쉬웠다.

영화에서는 길버트 가족이 사는 모습을 풍경화처럼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면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 속사정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느낌이랄지.

그리고 길버트뿐 아니라 그의 가족 하나하나, 그리고 이웃과 친구, 길버트의 마음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베티 등 주변 사람들의 사연도 저마다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길버트의 엄마 보니는 남편인 알버트 그레이프 가 자살한 후 계속 먹어대기 시작해 급기야 자식들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거대한 살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알버트가 지하실에서 목을 매단 자리 바로 위에 쇼파를 놓고 거기 앉아 거의 꼼짝 않고 지낸다. 먹어대는 것만이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도 삶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아들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보고 싶다'는 게 그녀가 위태롭게나마 삶을 지탱한 이유 아니었을까.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팬이자 서른넷이 되도록 제 짝을 찾지 못한 채 집안 일에 매달리는 큰누나 에이미, 아버지가 자살했을 때 엄마 뱃속에 있었던 막내 엘렌, 그리고 지적 장애아이지만 누구보다도 철든 청년 어니, 집을 떠나 각자 삶을 누리며 한 달에 한 번씩 수표를 보내는 걸로 책임을 다하는 레리와 제니스. 그레이프 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자기 상처를 핥고 있다. 그중 가장 깊은 상처와 자괴감을 안고도 가장 내색 않고 사는 사람은 길버트다. 공통의 비극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아주는 데 능숙할 것 같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서로에게 아픈 부분, 외면하고 싶은 상처를 상기시키는 흔적이요 환부 그 자체다. 이들은 늘 아웅다웅 다투고 꼬집는 것 외에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 집안 곳곳에 사랑을 사랑으로 표현하던 시절의 흔적이 베어 있고 또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진 흔적도 함께 존재한다.

지적으로 모자라서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어니와 엄마의 식탐으로 인해 늘어만 가는 식비를 동시에 감당하는 건 길버트의 몫이다.

아버지 알버트가 해야 했던 가장 역할을 도맡아 하는 길버트야말로, 누구보다도 위로가 필요한 청춘이라는 걸 소설 읽는 내내 가슴 아프게 느꼈다.

 

구차해 보일 수 있는 생활과 웃을 수만은 없는 에피소드들이지만, 읽는 내내 우울하진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웃음 나물과 눈물 고추장을 넣고 비빈 비빔밥을 먹는 듯, 게눈 감추듯 읽었다.

느닷없이 인생 역전을 경험한다든지 한순간 깨달음의 경지를 얻는 반전은 없지만, 어차피 인생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는 것이기에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뭉클한 현실감이 있다.

찬란한 시절을 한순간에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나지만, 울면서 시간을 흘려보낼 만한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감정적으로도 생활에 있어서도 견디기 고된 일들투성이어서 비록 우아한 삶이라곤 할 수 없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z******7 2008.11.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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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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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    영화를 본 지 10년이 넘어서야 원작 소설을 읽었다. 너무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다시 한번 영화적인 재미는 무엇이고, 문학적인 재미는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만큼 영화는 영화로서, 소설은 소설로서 훌륭한 작품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웃음은.. 뜻밖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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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


 

 영화를 본 지 10년이 넘어서야 원작 소설을 읽었다. 너무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다시 한번 영화적인 재미는 무엇이고, 문학적인 재미는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만큼 영화는 영화로서, 소설은 소설로서 훌륭한 작품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웃음은.. 뜻밖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훨씬 더 많이 웃었다.


 영화와 전체적인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주인공 길버트와, 길버트가 사랑하는 여자친구 베키의 성격이 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소설 속의 길버트는, 그러니까 원래 길버트는 조니 뎁에 비해 더 불평불만이 많고, 열등감도 있으며, 그래서 인간적이고, 섬세하고, 위트 넘치며, 그러면서도 아주 평범한 스물네 살의 남자였다. 그리고 소설 속의 베키는 영화에 비해 더 평범하고 어리고 재미있는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서 육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그래서 베키를 연기했던 줄리엣 루이스가 늘 있는 듯 없는 듯 있어도 신기하게 존재감을 남기는 멋진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조니 뎁의 얼굴, -물론 그 당시엔 지금처럼 강렬하게 찌들고 자유로운 집시 이미지가 아니었다.- 이 너무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길버트의 얼굴은 조니 뎁처럼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만약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작가 피터 헤지스 아저씨의 얼굴을 떠올릴 뻔 했다. 하하.


 피터 헤지스는 이 소설을 4년 동안이나 썼다고 한다. 이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살아 숨쉬는 듯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 4년이 얼마나 행복하고 만족스럽고, 마음 속에 보물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뿌듯한 시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너무나 생생하고 섬세하게 씌어진 나머지, 소설의 배경이 된 엔도라가 가상의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아이오와 주를 여행하게 되면, 차 안에서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이 엔도라 마을이 찾아낼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엔도라 마을을 찾아내면 꼭 길버트가 일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미국 사람들처럼 황토색 종이봉투에 식료품을 가득 사고, 길버트의 새로 지은 집으로 가서 길버트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 미래의 대통령감 상을 받은 저능아 어니, 든든한 에이미 누나, 엔도라 지역 기독교 신자로서는 유일하게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여동생 엘렌, 아쉽게도 길버트의 어머니에겐 인사할 수 없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건 다행스럽기도 하다. 왠지 길버트의 엄마 보니 그레이프에게 인사를 하면, 내 얼굴로 컵케이크나 거대한 숟가락이 날아올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버트와 그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엔도라를 떠나올 때는 몰래 터커가 일하는 버거반 햄버거에 가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밀크쉐이크를 사먹고 싶다.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별점은 당연히 5개다. 5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특별히 감상평을 남기지도 않았을 테니까..

t******7 2008.11.1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차마 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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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고도 지루한, 그야말로 희망이라는 건 아예 찾아볼 수 없을것만 같은 마을 엔도라의 식품점 점원 길버트 그레이프.  답답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는 길버트에게도 꿈은 있었다. 단지 그 꿈을 향해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뿐. 어느날 눈앞에 나타난 베키라는 소녀로 인하여 그가 다가가는 꿈의 세계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을까?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채 살아가는 길버트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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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고도 지루한, 그야말로 희망이라는 건 아예 찾아볼 수 없을것만 같은 마을 엔도라의 식품점 점원 길버트 그레이프.  답답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는 길버트에게도 꿈은 있었다. 단지 그 꿈을 향해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뿐. 어느날 눈앞에 나타난 베키라는 소녀로 인하여 그가 다가가는 꿈의 세계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을까?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채 살아가는 길버트의 가족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슴이 먼저 답답해져왔다. 책장을 찢어서라도 그들을 그곳으로부터 탈출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겨우 탈출했다고 생각했었던 길버트의 작은누나 제니스와 형 래리조차도 완벽한 탈출을 꿈꾸며 살아간다고 느꼈던 그 순간에 탈출만이 최선책이 아님을 알게 되어버렸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리고 이 책을 손에 잡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던 순간 나는 오래전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났다. 아이큐가 75라던 포레스트가 단 하나의 소질이었던 달리기로 인하여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선사해주었던 영화. 어쩌면 이 책을 쓴 사람 역시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청년을 통하여 우리에게 희망이란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곳에서, 오로지 떠나고 싶다는 느낌만을 전해주는 가족들 곁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옥같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의 깊은 아픔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들을 알아채기까지는 좀 오래 걸린듯 하다. 이런 류의 글을 읽다보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것을 어쩌지 못하는 까닭이다. 내 속을 훤히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알 수 없는 두려움마져 느끼게 된다. 떠나고 싶고, 벗어나고 싶은 게 현실일까? 도무지 만족할 수 없는 게 나의 시간들일까? 떠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무조건적인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은 아닐것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이제는 더이상 어쩌지 못할 정도로 살이 찐 길버트의 엄마. 엄마가 움직일때마다 마루가 휘어진다는 그 설정이 내게는 너무나도 잔인하게 다가왔다. 모두를 버리고 망연히 목을 메어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버렸던 것일까? 오래 살지는 못할거라던 지적장애아인 막내 어니가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싶을 뿐이라고 외쳐대던 그녀는 마음속에서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남편을 향해 쉴새없이 원망을 퍼붓고 있었지. 자신으로부터의 빚장을 내려버려 아무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린 그 엄마가 곁에 남은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안스럽게도 보였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엄청 화가 났을 것이다. 이 집구석이 너무 너무 싫다고 외쳐대던 동생 엘렌에게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너만 그런건 아니라고 말하던 길버트의 그 가슴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옷가지를 정리하던 동생에게 말없이 아버지의 사진을 건네주던 누나 에이미는 가슴속에 무엇을 품고 살아냈던 것일까?

 

베키.. 그녀는 정말 길버트의 말처럼 천사였을까? 아니 내게는 이 책을 쓰고 있는 저자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를 알아챈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의 관심과 배려가 함께하지 않고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계속 웃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아무도 네가 마지막으로 울었던 게 언젠지 기억하지 못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222쪽)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길버트 뿐일까마는  베키의 말을 통해 나는 나 스스로에게 조금씩의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길버트처럼 한걸음씩 빛을 향해 다가가고 싶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빛으로 인도해주고 싶어하는 그 순간에... 울지 못하는 사람만큼 힘겨운 사람이 있을까? 그런 의문점을 찍어본다. 그 울음으로 인하여 자신이 무너져내릴까봐 차마 울지도 못한 채 바위같은 응어리를, 자신을 향한 원망을 안고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지독하고 잔인한 일임이 분명한데도 차마 내려놓지 못하는 그 무거움이라니.

 

"너는 우울해 보였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너는 감정을 드러낼 때가 멋있거든."
"너는 스스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해. 너 자신을 좋아하질 않아. 심지어 너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지도 않아."
"너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도망치려고 애쓰는데, 나한테서는 얼마나 빨리 도망치겠니." (359쪽) 

이십대의 어느날을 기억해낸다.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물었었지. 지금 원하는게 있느냐고. 지금 가장 갖고 싶은게 무엇이냐고. 그때 나는 아마도 이런 대답을 했을 것이다. 사람이요! 내 대답에 그 사람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그럼 나를 가지면 되겠네? 그렇게 해줄수 있나요? 다시 물었더니 그 사람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텐데요..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의 눈을 통해서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나요? 내가 되물었을 때 그 사람의 웃음이 사라지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베키같은 그런 사람을 우리는 누구나 꿈꾸고 원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늘 그게 그거같은, 그날이 그날같은 밋밋한 삶속에서 자극과 동시에 도움이 되어주는 그런 손길이 있다면... 아니 어쩌면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우리는 아니 나는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내가 좋은 것만 느끼며 살아가려하는 까닭인지도 모를 일이다.

 

"너는 자신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감정. 길버트, 사람이라면 그게 있어야 해"
"넌 오래전에 감정을 느끼는 걸 그만뒀어.........."

"그래, 그건.... 왜냐하면 그건 음, 내가 살려고 기를 쓰기 때문이야. 모르겠어?"

"나도 느껴!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322쪽)

 살려고 기를 쓰기 때문이라던 길버트의 외침소리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살려고 기를 쓰기에 우리가 잃어버린 아니 포기해버린 것들이 얼만큼이나 될까? 자신마져 속이며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너무 처절할 뿐이다. 아무도 그렇게 살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이곳을 떠나 자유로워지는 꿈, 아니면 자기만 그대로 남아 있고 가족들은 전부 다른 사람들로 바뀐 그런 꿈.. 그런 꿈만이 길버트의 꿈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같이 자라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친구의 성공을 보면서 일찍 떠나버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버트는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그를 스쳐가던 모든 시간들이 그를 조롱하며 제멋대로 흘러가버렸지만 그에게는 마음속에서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그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토록 묵묵히 참아냈을 것이다. 베키는 단지 그 참아냄에 대하여 도를 넘으면 안되는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침내 그 거대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 자신의 침대로 올라가 잠이 든 엄마는 끝내 세상속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길버트는 원망하지 않았다. 잘났든 못났든 그 사람의 삶을 향하여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의 그 오랜 아픔을 타인들로부터 지켜주고 싶어했던 길버트의 그 속내를 짚어본다. 마지막에 타올랐던 그 불길은 엄마의 아픔을 보호해줌과 동시에 남겨져야 할 그들 여섯남매의 희망 또한 보호해주리라. 다시 시작될 그들의 삶에 대하여 화이팅을 외쳐본다. /아이비생각

 

i****9 2008.11.2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길버트 그레이프를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평) 길버트 그레이프를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용보기
예~전에 영화로 "길버트 그레이프"를 먼저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제법^^ 어렸을적이라 영화를 본 제 느낌을 정확히 기억하긴 힘들지만 아~주 큰 감동을 받진 않았던거 같고 그냥 뭐~ 음~ 조금은 지루하다!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그래도 주인공 길버트와 동생 어니, 육중한 체구의 엄마는 정확히 기억에 나네요.길버트역의 조니뎁은 배역에 맞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한 연기를 해
"(서평) 길버트 그레이프를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용보기
예~전에 영화로 "길버트 그레이프"를 먼저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법^^ 어렸을적이라 영화를 본 제 느낌을 정확히 기억하긴 힘들지만 아~주 큰 감동을 받진 않았던거 같고 그냥 뭐~ 음~ 조금은 지루하다!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주인공 길버트와 동생 어니, 육중한 체구의 엄마는 정확히 기억에 나네요.
길버트역의 조니뎁은 배역에 맞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한 연기를 해줬던거 같고~ 정신지체 장애인 어니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정말 저 사람 원래도 저런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멋진 연기를 해줬던거 같습니다.
그 당시엔 배역이 배역이니만큼 길버트보다는 어니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거 같습니다.

이렇게 살짝이 흐린 기억의 영화가 원작이 있었던 영화라는 사실! 이번 기회에 처음 알았다지요.
해서.. 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괜시리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답니다.
흐릿한 기억속의 영화를 책으로 다시 접해본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그 느낌이 기대되어서요.
꼬맹이들 재우고 늦은 밤에 펼친 책속에는 제 삶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길버트라는 주인공이 있더군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도 평범한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려는 길버트가 왜그리 안쓰럽던지~
그리고 길버트의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가족들의 각자의 삶은 또 왜그리 뒤죽박죽인지 누군가 구세주 같은 존재가 짠!하고 나타나서 착하디 착한 길버트를 얼른 구해주면 좋겠다!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네요.
영화보다는 책이 나을거야~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강하게 들었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조니뎁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를줄 알았는데...심리 묘사에 탁월한건 역시나 영화보다는 책이라는 점 때문에서인지 책을 읽어가면서 책 속 길버트라는 인물로에 절로 빠져들었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길버트 같지만 그의 인생도 그리 평범한건 아닌거 같습니다.
7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 관계를 맺어온 유부녀가 있다는 사실!
가히 충격적이었지요.
하지만 책 속에서의 길버트는 너무도 무덤덤하게 유부녀와의 관계를 어쩔 수 없는 사건이라는 식으로만 들려줍니다.
신기하게도 그러한 관계를 그렇게 전해주는 길버트가 절대로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길버트에 대한 애처로움이 덮어주는건지...아니면 그러한 관계가 엔도라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길버트의 조그만 발악이진 않을까?하고 애써 길버트 편에 서서 이해하고 싶어하는 나만의 입장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펼치고 엔도라라는 지극히 평범한 마을의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을 한명씩 만나고 있을줄 알았는데..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어느새 생각처럼 평범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길버트가 생활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가게주인 부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특히! 길버트네 가족들 또한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길버트가 겉과 속으로(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지도 못한 발상들을 쏟아내는걸 보면 어느새 ㅋㅋ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다.) 들려주는 그레이프네 가족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어찌나 강한지~
보고 있노라면 웃음도 나오고 눈물도 짓게 만든다.
무한대의 희생을 치르는 누나의 모습에 괜시리 맘이 짠해지고~
심하게 철없는 여동생은 길버트 대신 꿀밤이라도 한대 쥐어박고 싶고~
어니는 음...당췌 어찌해야할지 감당이 안되지만...그냥 어니니까 따스하게 한번 안아주고 싶고~
베키는 길버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준데 대해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 절로 든다.

그리고 같은 엄마라는 입장에서 길버트의 엄마가 받았을 고통이나 충격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반면 정말 저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는가! 다른 방법이 있을수도 있진 않았을까?라는 생각등등 책 속의 엄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남편을 그리 떠나 보내고~
남겨진 자식들과 살아가야 하는 그 고달프고도 감당 안되는 삶속에서도 어니를 챙기는 엄마의 마음이 짠하게 다가왔다.
특히 어니는 구출하러 가는 그 순간!
괜시리 가슴 뭉클하고 눈가엔 눈물이 금세 고이는 것이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 절로 들었다.
어니의 생일을 우여곡절끝에 끝내고 엄마와의 생각지도 못한 이별에 그레이프들은 힘들어하지만 영화와 책속의 결말에는 아직도 그 방법이 최선인가! 그리하는것이 엄마도 바라는 방법이었을까?에 대해선 의견조차 내놓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레이프들이 엄마를 그리 떠나보내면서 가족애를 느끼고 또다른 출발을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무한대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 하나!
내가 만약 길버트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레이프들의 삶중에 어느 삶과 가장 닮은 삶으로 그 상황들을 헤쳐나갔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은?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에 속하는 것일까?라는 생각 또한 해보았다.

어릴적 시골에서 자란 나의 삶이 너무도 평범한 시골 엔도라의 모습과 조금은 닮은것 같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해보니..
그럼 나는 책과 영화에서 엔도라를 벗어난 길버트?란 말인가라는 조금은 억지스런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예전에 접했던 그냥 그랬던 희미한 기억속의 영화 한편이 원작 소설을 만나 더 반갑기는 이번이 처음인거 같다.
해서 다시 영화를 구해서 보았다.

이번엔 책을 일고 난 후 보게되는 영화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심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아~무 생각없이 봤던 영화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옴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보다는 빠르게 진행되는 실감나는 영화 한장면 한장면에 미쳐 몰입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내면을 책을 읽었을때 받았던 느낌을 넣어서 보니 인물의 심리에 심하게 몰입이 절로^^ 되는걸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지 않고 영화만 봤다면 느끼지 못했으리라.
책속 인물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등장하는 영화속 인물 구성이 특이했고~
책 속에서 강렬하고 신비스럽게 느꼈던 베키는 영화에서 그리 강렬하게 와닿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우리의 연기파 배우인 조니뎁은 책 속의 길버트를 최고로 비슷하게 연기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조니뎁과 함께 영화속 어니 역할의 디카프리오는 역시나 잘~생긴 외모덕에 책 속의 어니보다는 덜 바보스러웠다.
예전에 본 영화에서는 어니가 강하게 와 닿았던 반면 책을 읽고 난 후 얼마번에 본 영화에서는 책 속 길버트와 최고로 느낌이 비슷한 조니뎁의 길버트가 너무도 사랑스럽게 와 닿는다.
그리고 책 속의 인물과 영화속 인물이 꼭 다른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인물은 특히 베키! 그리고 길버트의 누나와 여동생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꼭 서로 연관없는 인물들인거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오래전 본 영화 한편을 원작인 책으로 다시 만나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고 소설이 너무도 맘에 들어 다시 틀어본 영화는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라는 존재도 어릴적 소녀의 입장과는 다른 두 아이의 엄마라는 입장이라선지 같은 영화가 또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고 영화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나만의 고집이 역시나 맞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 시간들이었다.
길버트라는 한 인물에 대해 좀더 자세히 빠져들 수 있는 원작 소설을 만나서 너무도 반가웠고 영화와는 달리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나만의 느낌으로 해석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길버트라는 인물이 존재해서 참으로 기분이 좋다.
누구나가 길버트라는 입장이 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입장이 되었을때 책 속 그레이프중 어느 한 인물과 비슷하게 그 상황을 받아 들일 수 있으리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한 적극적인 인물과 최고로 많이 닮을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의 인생이리라.

개인적으로 헤어나오지 못할것만 같던 상황속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한 길버트와 길버트에게 새로운 인생도 있음을 알려준 베키에게 무한대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f******7 2008.12.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길버트 그레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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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어렸을 적 모습이 궁금해 보기 시작한 영화였는데 안쓰럽도록 깡마른 그가 장애인 어니 역을 훌륭히 연기하는 것도 멋졌지만 자신을 억누르는 길버트 역의 조니 뎁 연기도 참 좋았어요. 더구나 영화의 엔딩씬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지요. 영화의 여운이 남아 원작소설을 읽게 되었답니다. 소설은 영화보다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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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어렸을 적 모습이 궁금해 보기 시작한 영화였는데 안쓰럽도록 깡마른 그가 장애인 어니 역을 훌륭히 연기하는 것도 멋졌지만 자신을 억누르는 길버트 역의 조니 뎁 연기도 참 좋았어요. 더구나 영화의 엔딩씬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지요. 영화의 여운이 남아 원작소설을 읽게 되었답니다. 소설은 영화보다는 조금 덜 무거워 읽기가 훨씬 편했어요. 그러나 감동은 영화나 소설이나 모두 감동을 전해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o******e 2008.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세상이 너를 속일지라도 힘내, 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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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먼저 영화를 접하게 됐다. 사실 영화를 볼 때만 하더라도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피터 헤지스가 1991년에 발표한 책으로, 영화는 2년 뒤에 스웨덴 출신의 감독 라세 할스트롬이 메가폰을 잡고 만들어졌다. 영화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역시 영화의
"세상이 너를 속일지라도 힘내, 길버트!" 내용보기

책보다 먼저 영화를 접하게 됐다. 사실 영화를 볼 때만 하더라도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피터 헤지스가 1991년에 발표한 책으로, 영화는 2년 뒤에 스웨덴 출신의 감독 라세 할스트롬이 메가폰을 잡고 만들어졌다. 영화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역시 영화의 요소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는 현실세계의 가시성이, 책이 주는 문학적 감성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아이오와 디모인 출신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보통 처음 만나게 되는 인사인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을 때 선뜻 어디 출신이라고 말하길 꺼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시골 촌동네인 디모인보다도 훨씬 더 시골인 엔도라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올해 24살로 램슨 식품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길버트 그레이프다. 한창 세상에 대한 꿈을 꿀 좋은 시절에 길버트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철저하게 매여져 있다.

 

피터 헤지스는 길버트와 더불어 그의 17살 난 지적 장애우 동생 어니를 동시에 등장시킨다. 길버트는 진심으로 자신의 동생을 사랑하고 있지만, 대개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그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른다. 하긴 큰누나 에이미 역시 가족에 대해 최고의 사랑과 헌신을 베풀지만 그 감정들은 어느 순간에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리고 17년 전에 자살한 아버지와 그 이후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폭식과 운동부족으로 하루가 갈수록 살이 쪄만 가는 엄마 보니가 있다.

 

이미 그레이프 집안의 큰 아들 래리는 집을 떠났고,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어니의 생일에만 얼굴을 비춘다. 길버트의 또 다른 누나 제니스는 그레이프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막내 엘렌은 길버트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이 7명의 그레이프들이 빚어내는 슬프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진지한 질문들을 슬며시 내어 놓는다.

 

그리고 길버트에게 남을 사랑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미스터리한 소녀 베키가 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굴레 속에서,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그런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길버트에게 베키의 존재는 ‘천사’ 그 자체이다. 그녀의 키스 한 번에 길버트는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세상이 길버트를 속일지라도, 그는 그녀의 존재로 인해 행복해 한다.

 

영화에서는 줄리엣 루이스가 베키 역을 맡았는데, 책과 상당히 다른 이미지여서 조금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 영화에서는 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면서도, 미스터리한 점을 가진 역할로 그려지는 베키가 영화에서는 그 세부묘사에 있어서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그런 캐릭터상의 문제라면 아예 길버트의 또 다른 누나인 제니스는 삭제되어 버렸다. 그리고 길버트의 존재감 없는 삶을 더 한층 초라하게 만드는 엔도라의 유명인사 랜스 닷지 역시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나, 성인이면서도 어린 아이의 마음을 가진 길버트의 묘사는 탁월했던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 주연 배우 역할을 맡은 자니 뎁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지적 장애우 어니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연기를 위해 실제 지적 장애우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고 하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길버트의 관점에서 진행하는 이야기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신도 형 래리나 누나 제니스처럼 엔도라를 떠나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갈등을 어니의 18번째 생일 파티의 시간적 배열과 동일선상에 배치하면서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그레이프 가족이 보여 주는 문제들은 그야말로 실마리를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롯된 불행의 그림자는 엄마 보니의 비만 그리고 통제 불능의 지적 장애우 어니의 존재로 나머지 그레이프들에게 그늘을 드리운다. 가족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려고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에 염증을 내고 있다.

 

확실히 영화에서는 제한된 상영 시간 때문인지 책보다 진행의 템포가 빠르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감정묘사들은, 비주얼이 보여주는 극적 요소들로 대체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마을에 있는 워터타워에 어니가 두 번이나 올라가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보안관이 어니를 단 방에 구치소로 끌고 간다. 그리고 피터 헤지스가 지적했듯이 가장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로 꼽은 어니 일병 구출작전은 지난 3년간 외출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고래엄마 보니가 지휘한다. 사실 이 장면은 소설보다는 영화의 연출이 뛰어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푸드랜드와 버거반으로 대표되는 물질만능주의 역시 대량소비 시대에 편리와 작은 마을 엔도라 고유의 정신과 충돌한다. 길버트의 고용주인 램슨 식료품점의 사장 램슨 씨는 양심과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지역 공동체와 애환을 같이 한다. 하지만 라이벌 푸드랜드는 오로지 판매와 능률만을 추구한다. 어쩌면 그런 푸드랜드에 길버트가 출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니가 에이미 누나가 정성껏 만든 자신의 18번째 생일케이크를 망쳐 놓자 어쩔 수 없이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램슨 씨와 마주치는 장면 역시 삶의 아이러니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는 순간이었다.

 

겉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 엔도라지만, 그 안에서도 역시 요지경 같은 인간사가 펼쳐지는 것도 빼놓을 수가 없겠다. 마을에 유일한 보험회사 사자인 켄 카버는 자신의 직원 멜라니와 외도를 하고, 그의 부인 베티 카버는 7년째 길버트와 불륜 관계에 있다. 엔도라 주민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폐쇄되고 결국 소방연습으로 불타 버리게 된다. 잊혀 가고 사라져 가는 장소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꿈도 희망도 요원할 따름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길버트 그레이프>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가정이길 소망한다. 그레이프 가족은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피폐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가정들도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적 장애우 어니가 더러운 몰골로 트램펄린에서 펄쩍펄쩍 뛰며 행복해 하는 순간이야말로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길버트의 천사 베키는 길버트에게,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이들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아주 쉬운 비밀을 알려준다. 쉬운 길을 멀리 돌아온 나그네처럼 길버트는 자신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삶의 행복들을 찾아 가기 시작한다.

 

지금도 자신들이 처해 있는 수많은 고민들과 씨름하고 있을 길버트들에게 격려 한 마디.

세상이 너를 속일지라도 힘내라구 친구!

 

h******1 2008.12.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