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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명품 배우가 되어버렸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그녀는 오히려 ‘청순’과 ‘순수’의 아이콘이었다. (최초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영화가 그 이미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낡은 곰인형, 바늘 튀는 LP판, 조개탄을 때는 교실 난로, 우그러진 양은 도시락…… 정말이지 지금은 오히려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지는 60~70년대의 소품들이 화면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따스한 영화였다. <내 마음의 풍금>의 영어 제목인 The Harmonium in My Memory는 <마이 빈티지 로망스>에 부제로 붙여도 근사하게 어울린다. (읽어보고 나면 아마 이해가 갈 것이다.) <마이 빈티지 로망스>는 그렇게, 얼핏 보기엔 너무나 평범하기에 수많은 스피드 여행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사이에 놓쳐버린, 그러나 가을밤 한 잔의 커피와 황금색 호롱불을 앞에 두고 살며시 꺼내볼 때 왠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정겨운 물건들과 그에 얽힌 추억을 담고 있다.
희미하게 결이 진 모래색 본문 용지나, 늦가을 분위기가 나는 클래식 밤색 표지, 타자기 폰트로 박아넣은 금박 제목이 모두 그런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누군가에게 격조 있는 선물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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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거리나, 신사동 가로수길을 다니다보면 '빈티지'라는 느낌의 아기자기한 카페를 만나거나, 옛스런 물건들에 마음을 뺏기곤 한다. 누군가의 체취가 묻어 있을 법한, 그래서 더욱 특별한 기억을 담고 있을 법한 그런 빈티지스러운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시간'의 흔적을 느끼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런 나에게 <마이 빈티지 로망스>는 전 세계의 거리와 골목을 쏘다니며 특이한 취향과 남다른 정성이 느껴지는 골동품을 수집해온 저자의 지난 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더더욱 와 닿았은 책이었다. 옛 지도와 시간의 때가 켜켜이 묻어 있는 나침반 이미지가 마음 한 구석을 툭 하고 건드린 표지부터, 마치 헌 책방에서 건진 듯한 정감 넘치는 책을 떠올리게 하는 본문까지 이 책은 빈티지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낭만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런던, 파리, 벨기에는 물론 나폴리, 부다페스트, 페즈, 탕헤르, 아스완, 상하이 등 지구촌 곳곳을 직접 발로 누비며 찾아낸 저자만의 '골동품 이야기'들을 보는 재미는 '빈티지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의 방식을 발견한 기쁨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주말, 나는 이 책을 들고 한동안 찾지 않았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다시 찾았다. 어제는 홍대 앞 헌책방에서 몇 권의 헌 책을 구입하는 수고를 자청했다. 비록 저자처럼 파리나 런던의 멋진 벼룩시장은 아니지만, '골동품 사이를 여행'하는 내 모습을 본다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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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저자가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접했던 벼룩시장들, 그리고 물건들에 대한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내용과 어울리게 빈티지스러운 편집은 마음에 든다. 또한 곳곳에서 보이는 사진들과 오래된 서류의 향기도 상당히 포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내용 자체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것이 원서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알수 없지만, 그다지 재미없는 글이 담긴 예쁜 책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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