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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담론에 날개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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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다. 그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그러니까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 인간이란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의 떡은 항상 커 보인다. 그리하여 혼자 살 때에는 같이 사는 것을 꿈꾸고, 누군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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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다. 그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그러니까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 인간이란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의 떡은 항상 커 보인다. 그리하여 혼자 살 때에는 같이 사는 것을 꿈꾸고, 누군가와 같이 지낼 때에는 혼자 있고 싶어한다.

 

결혼을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면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낫다. 어짜피 순수한 만족, 온전한 기쁨이란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옆에 두고 혼자를 꿈꾸는게 그 반대보다 낫다. 결핍의 상태에서 잉여를 원하는 것보다는 잉여의 상태에서 결핍의 시절을 그리워하는게 나을 테니까. 그건 곧 신포와도 같은 거다.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저 포도는 틀림없이 신포도일 거라고 힘없이 중얼거리는 것과 포도를 다 먹은 뒤에 포도를 향해 뛰어오르던 열정을 그리워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나아 보이는가..

 

-단편 <생명의 전화> 중 88쪽-

 

 

생각해보니 내가 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의 화술과 문법이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과 (비록 격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가 무엇보다 중요한 두 글의 평가지표일지라도..) 감히 비슷하기 때문인 것이 아닌지.. 싶다. 물론 내가 작가 박현욱을 대단한 존재로 인식, 존경을 하거나 닮고 싶다거나, 심지어난 부러워하고 배아파하는 것도 아니기에 '감히'라는 표현은 적어도 주관적인 판단 하에, 내겐 적절하지 않다. 그 단어를 넣은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 떠오를 '주제 파악도 못하는게..'로 시작하는 나를 주어로 한 문장에 대한 일종의 보험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 아무 생각(걱정) 없이 살수 있다는데.. 동어반복이지만, 그게 정답이라는데, 난 도통 그게 잘 안된다.

 

그의 장편은 이미 두 권을 읽었다. 읽다보면 한 없이 가벼워 정말 새처럼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의 작품 「새는」 과, 도발적 소재 때문에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아내가 결혼했다」 가 그 두 권. 나중에 읽은 「새는」 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는 다시는 이 작가의 책은 안보겠다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집 책꽂이에 꽂혀있는 이 책을 보고 생각을 약간 바꾸었다. '이 책이 마지막이야..' 라고. 그리고, 이 책을 읽어가면서 이 작가의 다른 책들 역시 무척 궁금해졌다.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어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기회가 닿으면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라고 결국 또 생각을 바꿨다. 박현욱은 그런 작가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해지는.. 물론 양파같이 그 안에 텅 빈 공허만 남을지도 모르지만.

 

「그 여자의 침대」 라는 표제의 이 책에 실린 여덟편의 단편은 비슷한 시기를 또래로 살았던 이들 모두의 이야기다. 그의 글은 내가 그의 장편 「새는」 에서 느꼈던 것과 다르지 않게 여전히 가볍고 또 가볍지만, 그 가벼움 안에는 삶에 대한 불편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있다. 그는 누구나 살며 불현 듯, 그리고 종종 느끼는 상념이지만, 꺼내어 남에게 표현하고 보여주어봤자 본전도 못차린 채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 여겨지는, 지극히 세속적이며 딱히 답도 없는 메타 담론(Metadiscourse)에 자신만의 날개를 달아 가볍고 그래서 익살스러움마저 느껴지게 만드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가진 인물이다. 특히 남의 일, 남의 글 같지 않게 읽히는 문장이 아주 매력적이다. 삶이 무료한 그대에게 강.력.추.천..!



p***i 2012.01.02. 신고 공감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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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엔 구두가 아니라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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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에 다달았다. 아내가 결혼했다, 새는, 동정없는 세상에 이어 그가 등단 8년만에 처음 펴낸 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를 끝으로 박현욱 작가를 따라가는 여행이 일단락됐다. 쉽고, 가벼운 듯 보이지만 실상 묵직한 울림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소설읽기의 재미를 만끽했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 속엔 '내'가 있었다. 대부분의 성장담이 어찌나 중첩되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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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에 다달았다. 아내가 결혼했다, 새는, 동정없는 세상에 이어 그가 등단 8년만에 처음 펴낸 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를 끝으로 박현욱 작가를 따라가는 여행이 일단락됐다. 쉽고, 가벼운 듯 보이지만 실상 묵직한 울림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소설읽기의 재미를 만끽했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 속엔 '내'가 있었다. 대부분의 성장담이 어찌나 중첩되고, 비슷하게 윤색되었는지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그렇다. 난 이 소설을 통해 과거의 나를 만났고, 아련한 추억에 젖기보다 옛날 유년의 뜰에서 홀로 놀고 있는, 한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총 8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박현욱의 소설에는 늘 강한 여성과 약간은 어리숙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 남성은 한없이 바라보거나, 때론 집요하게 조르거나, 아니면 버려진다. '연체', '그 사이'에서 남성은 내팽겨쳐진다. 그만큼 연애의 주도권을 여자가 잡고 있으며, 복잡다단한 상황을 참기보단 과감하게 해결하고자 행동한다. '링 마이 벨'에서처럼 여자는 남편에게 이사를 줄곧 주장한다. 아파트 바로 윗층에 사는 시어머니의 방문이 불편하고, 20평의 좁은 아파트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부부 관계에서 일정 부분 희생과 인내를 해오던 종래의 여성들과는 분명 괘를 달리한다. 한편으로 그녀들은 오정희 선생의 우화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선생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서른 후반,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기엔 너무 늦고, 포기하기엔 지금의 삶이 너무나 갑갑하다. 줄곧 남편과 아이들, 시부모를 위해 온전히 자신을 희생시켰다.

 

'그 여자의 침대'는 말그대로 자신만의 싱글 침대가 더블 침대로 바뀌면서 느끼게 되는 불안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녀의 자동차나 비디오는 남자 친구를 위해 참고 넘어갈 수 있으나, 침대만은 365일 그녀의 몸을 지탱하는 가구다. 낡아서, 또한 남자 친구의 요구에 사이즈가 큰 더블 침대를 들여놓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누군가가 침범한 듯한 불편함에 결국 침대를 싱글로 바꾼다. 그녀에게 주어진, 딱 싱글 침대만큼의 세상은 그녀의 것이기에.

 

이 소설집에서 특히나 인상깊게 읽은 소설은 '이무기'다. 19살 소년 강은 프로 바둑 기사 지망생이다. 3년에 걸쳐 혹독한 연수생 세월을 견뎌 마침내 인생의 한판 대국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으려 한다. 흑과 백이 어우러지며, 선혈이 낭자하게 벽을 쌓고, 죽고 죽이는 모진 싸움을 소년은 힘겹게 견뎌낸다. 하지만 천상의 바둑을 두고자 했던 강은 결국 패배하고, 꿈을 접는다. 개인적으로 바둑을 잘두진 못하지만 대국을 통한 심리묘사, 빠른 전개 등이 마치 영화 '사생결단'에서 류승범과 최민식의 권투시합을 보는 듯 박진감 넘친다.

 

이밖에 '해피버스데이'는 유년 시절(초등학교) 남자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추억들이 방울방울 피어오른다. '남자답게, 어른답게'를 열망하는 마음만큼 늘 여자애들과 갈등(실상은 관심)을 일으키고, 조숙한 척 어른 잡지를 훔쳐보기도 한다. 당시에도 정신 연령은 훨씬 앞서있는 여자애들에게 늘 당했던 생각이 난다. 내 어린시절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같은 착각에,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8년만의 첫 소설집이라니. 일년에 한편씩 단편을 썼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소설집은 다른 3편의 장편을 이해하는 열쇠를 간직하고 있다. 박현욱 작가가 쓰고 싶은 얘기, 잘 쓸 수 있는 얘기가 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쉽게 쓰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그러면서도 흡입력 있게,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소설 한편에 많은 이들을 과거로, 자신 안으로 여행할 수 있게끔 인도하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지금의 박현욱을 빛나게 하는 건 아닐까? 아직까지 4권의 책밖에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다음 소설은 어떤 이야기로 나를 흥분시킬까? 혹여나 동성애가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t******2 2010.03.03. 신고 공감 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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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과잉 사이, 슬픔과 아름다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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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살림'이라고 할 만한 것을 산 적이 없다. 학위 마치고 교수가 돼서 타주로 가거나 한국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의 물건들을 물려받거나, 교환교수나 방문교수로 나왔다 들어가시는 선생님들의 물건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썼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일례로 우리집 밥솥은 최소 17년 이상 됐다. 접시며 유리잔 등등도 대개 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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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살림'이라고 할 만한 것을 산 적이 없다. 학위 마치고 교수가 돼서 타주로 가거나 한국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의 물건들을 물려받거나, 교환교수나 방문교수로 나왔다 들어가시는 선생님들의 물건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썼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일례로 우리집 밥솥은 최소 17년 이상 됐다. 접시며 유리잔 등등도 대개 다 그렇고, 선풍기며 진공청소기 등등도 그런 식으로 최소 15년 이상 된 '골동품'들이다. 좋게 말하면 '앤틱'. 그런데 유일하게 큰 돈 들여서 산 게 바로 침대다. 나에게 있어 침대는 일종의 동굴 같은 곳이다. 깊이 침잠할 수 있고, 모든 생각들로부터 단절될 수 있고, 모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공간. '사회적 동물'이 아니어도 되는 유일한 시간을 제공하는 곳 말이다. 그래서 침대만은 정말 좋은 것, 새 것으로 갖고 싶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 뭐...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지 오래긴 하지만, 어차피 여러 채의 집을 갖지 않는 이상 집이란 곳은 주거 공간이다. 쉴 수 있는. 그러니깐 명목상 이유가 재테크인 경우라 할지라도 깊이 따지고 보면 집에 대한 그 욕망은 '쉼'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박현욱은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동정 없는 세상』으로 완전 반했다가 『아내가 결혼했다』로 급실망하고 돌아선 걸 보면 나는 충성도 높은 독자는 아니었던 듯 싶다. 『그 여자의 침대』가 신간으로 나왔을 당시에도 그다지 읽고 싶다는 마음이 일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왜 그랬을까? 아마 그 즈음에 정혜윤 등등이 '침대'를 모티브로 비슷한 제목의 책들을 많이 양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작용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암튼, 오랜만에 찾아 읽은 박현욱은... 여전히 재기발랄하면서도 쓸쓸했다. 한없이 가벼운 듯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무겁다. 뭐랄까? 결핍과 과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 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슬펐다. 봄과 겨울이 교차한다.

사실 이 작품집의 리뷰는 이 한 문장으로 족할 듯하다. 이 문장을 읽고 '뭔지 알 것 같아.'라고 하는 독자라면 정말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느낀 감정이 뭔지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깐. 그리고 그런 독자들이라면 쓸쓸하게, 슬프게, 아름답게 이 작품집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굳이 연령대를 들어 추천하자면 적어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그러니깐... 80년대 학번과 90년대 초반 학번까지. 비슷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 현재 마흔 언저리의 나이인 사람들. 이걸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미 이십 대와 삼십 대를 건너온 사람들. 그래서 결핍도 과잉도 모두 다 경험한 사람들. 남들이 보기엔 한없이 과잉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핍된 게 아닐까, 지금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 사람들. 그런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박현욱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스물두 평. 서른 살 여자의 공간이다(「그 여자의 침대」, p. 9).

 

저기 크루프스카야의 『레닌의 추억』처럼  (「벽」, p. 58)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어반복이지만 그게 정답이다(「생명의 전화」, p. 89).

 

우리는 아름다움 속에서 슬픔을 느낀다. 아름다움의 이유가 완전함이라면 슬픔의 까닭은 결핍이다. 결핍이 없는, 슬픔이 없는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시간 속에서 이내 그 빛을 잃게 된다(「이무기」, p. 102).

 

내가 불편하게 여기는 일들을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일 말고도 내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내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겼다.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현실적인 것들은 내게 비현실적인 것들이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대학시절을 생각해보자면, 그녀에게는 프루스트가 현실적인 것이고 마르크스가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내게 있어서는 그 반대였다. 예전의 프루스트가 십 년간의 결혼생활을 거치면서 고지서, 2세에 대한 계획으로, 청약예금으 따위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무엇으로 바뀌었을까(「연체」, p. 139-140). 

 

적절한 수준의 자기합리화는 필요 불가결한 일이다. 자기합리화의 과잉은 자기기만으로 이어지고 결여는 자기비하로 귀결된다(「연체」, p. 150).

 

제발, , 어서, 길이라도 뻥 뚫려라. 이런 건, 정체된 도로는 더이상 길이 아니다(「연체」, p. 152).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은 반복된다고 했던가. 첫번째는 비극으로, 두번째는 소극으로.

개인사적으로 중요한 일 역시 반복된다. 첫번째는 비극으로, 두번째도 역시 비극으로(

「그 사이」, p. 229).



YES마니아 : 로얄 c*****g 2012.01.28. 신고 공감 4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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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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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있는 성음 테이프 스트레오에다가 최신 돌비 시스템으로 녹음된 그 시리즈의 테이프 커버를 기억한다. 하얀 바탕에 그림이 들어 있는 액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노란색의 도이치 그라모폰과 파란색의 데가 레이블.(P.51~52)   “나도 성음 테이프 많이 샀는데, 나란히 세워놓으면 참 예뻤죠.(P.52)”       박현욱의 첫 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를 읽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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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있는 성음 테이프

스트레오에다가 최신 돌비 시스템으로 녹음된 그 시리즈의 테이프 커버를 기억한다. 하얀 바탕에 그림이 들어 있는 액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노란색의 도이치 그라모폰과 파란색의 데가 레이블.(P.51~52)


  “나도 성음 테이프 많이 샀는데, 나란히 세워놓으면 참 예뻤죠.(P.52)”

 

 


  박현욱의 첫 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를 읽다. 2001년, 《동정 없는 세상》에서 준호를 만난 후 박현욱이란 이름은 머릿속 하드에 저장되었다. 우리에게 너무도 발랄했던 소년을 탄생시킨 사람이라면 언젠가, 뭔가를 터뜨릴 게 분명했다.

 

  《동정 없는 세상》 순수판처럼 보였던 《새는》 이후인, 2006년 3월 드디어 터뜨렸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출간된 것이다! 난 저자 이름만 보고 바로 구입했다. 역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틀에 박힌 우리의 가치관을 살짝 비틀어 주었던 작품이다. 어쩌면 관념에 사로잡힌 우리가 망각한, 부권의 이름으로 지워버린 일면을 보여 준, 이슈가 되지 않을 일이 이슈가 되어버린 소설이지 않을까.

 

  여하튼 《그 여자의 침대》를 덮었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이 다 기억나느냐고? 오, 아니지. 바둑에 문외한이라 재독하여도 난해하여 바둑 세계도 빡세구나, 희열과 절망을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이 어쩌면 삶이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던 <이무기>는 읽기조차 빡세서 기억한다. 평탄하지 못한 결혼과 그 뒤에 이어지는 이혼 생활의 씁쓸함이 가끔은 싱겁게도 또 가끔은 짭짜름하게도 다가왔다. 침대가 넓어진 만큼 내 안의 타인의 공간을 인정해야 하는데, 불편하다. 그 불편함을 침대 크기로 전이시킨 이혼녀의 이야기 <그 여자의 침대>와 다이어트로 뺀 살만큼 아내와 소원해지는 남자 이야기 <그 사이> 정도까진 기억한다.

 

  한 권의 책에 한 가지만 제대로 건지거나 재밌거나 했다면 훌륭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는 제대로 건졌다. 전율했던 한때를.

 

  작년 10월쯤에 개봉한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초연하는 장면은 러닝타임의 1할이다. 신을 연주한 베토벤과 베토벤을 연주한 안나. 관람후 성음 테이프 합창을 지겹도록 들었다. 단편 <벽>을 읽으면서 다시 그 증세가 나타났다. 물론 테이프를 처음 구입했을 무렵인 15여 년 전의 감응과 기억을 다소나마 되찾았다. 오래전 떼인 돈을 받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팀파니로 짐작되는 타악기가 울리고 현악기가 격정을 일으키며 이어지는 테너의 음성이 들리는 부분을 나도 좋아한다. 최초로 교향곡에 성악이 가미된 실러의 장시 <환희의 노래>는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에서도 베토벤의 합창이 삽입되었다. 4악장 성악 하이라이트. 고전주의의 완성이라 낭만주의 문을 여는 작품이라 평가받는 합창을 들을 때마다 영화에서처럼 ‘카르페 디엠’이라고 외치고 싶다.

 

  그래서일까. 결혼생활이 불행하든, 이혼생활이 쓸쓸하든, 아니면 솔로의 찬란한 고독을 선택하든, 그리고 베토벤의 합창을 더 이상 테이프가 닳도록 듣지 않게 되든, 언젠가 다시 감격의 물결에 철썩철썩거리든…… 카르페 디엠하시오!

 

 


  <그 여자의 챔대>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YES마니아 : 골드 a*****4 2008.12.0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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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 '잊고 살기 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단편들.
"[그 여자의 침대] '잊고 살기 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단편들." 내용보기
# 내가 생각했던 박현욱 소설의 특징들..       '아내가 결혼했다'로 그를 만난 후, '새는'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동정 없는 세상'을 읽게되었다. 그의 작품 출품 순서와 반대의 순서로, 그의 작품들을 만난 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파격적인 이부일처제를 통해 결혼제도의 틀을 구조적으로 깨는 시도를 하였고, '새는'에서는 80년대 고등학생이었던 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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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했던 박현욱 소설의 특징들..

 

 

  '아내가 결혼했다'로 그를 만난 후, '새는'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동정 없는 세상'을 읽게되었다. 그의 작품 출품 순서와 반대의 순서로, 그의 작품들을 만난 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파격적인 이부일처제를 통해 결혼제도의 틀을 구조적으로 깨는 시도를 하였고, '새는'에서는 80년대 고등학생이었던 은호가 은수를 동경하는 이야기를 통해, 첫사랑의 열병과 아련한 청년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는 수능이 끝난 후, 여자친구와 한 번 자보고 싶어서 안달하는 고등학생의 첫경험도 전기를 소개하며, 어른의 생활을 동경하던, 수능 후 입시전까지의 무료한 공백의 시기를 보여주었다. 소설보다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게 했던 '아내가 결혼했다', 최동원이란 투수를 기억하게 하고,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 듣기시작해서 종료하는 과정까지의 형식이 독특했던 '새는', 성을 갈구했던 고딩의 심리묘사가 섬세했던 '동정 없는 세상'까지 각 작품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둘, 셋 사이에서 관계가 다 이루어진다고 할까.

 

  등장인물을 많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소수의 인물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작가의  필력의 힘이라 생각한다. '결혼'과 같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제도를 뒤집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박현욱소설의 매력이 느껴진다. 등단이후 8년의 시간동안 8편의 단편들이 모여, <그 여자의 침대>가 출간되었다. 2002년부터 2008년 봄까지 쉬면서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짧은 호흡속에 장편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색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느낌, 첫 단편을 읽고 난 후 가슴을 떠돌던 감정이다.


# '잊고 살기 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단편들.

 

 

  그의 단편들을 보면, '잊고 살기 쉬운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르게 된다. 남자아이들의 세계에서 지고 싶지 않아, 화해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결국 모진 말고 평소 다투던 학급 친구 혜정의 생일초대를 거부하고 집에서 홀로 그애에게 사주고 싶었던 꽃무늬 샤프펜슬을 보며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는 <해피버스데이>에서는 박정희 서거 직후, 새헌법투표를 하던 당시의 풍경과 어른들의 좌절, 그것을 따라하며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있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사회적 관계에 눌려 본능적 마음을 표현하기 꺼려했던 어린 아이의 마음을 읽는 재미가 잔잔하지만 쏠쏠하다.

 

  매 순간 치열한 경쟁의 순간, 합격하게 되면 탄탄한 인생이 보장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법고시처럼,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지고 마는 강의 프로도전기를 통해 치열한 인생의 순간들과 그것을 놓았을 때의 묘한 후련함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전부를 걸었던 열정과 다 쏟았지만 결국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한 아쉬움, 특별한 스타 몇명은 큰 부를 차지하지만, 많은 이들은 바닥에서 괴로움을 견뎌야 하기에,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는 그런 추억들이 남아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대한 발칙한 상상으로 <아내가 결혼했다>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많은 걸 기대하지 않고 행복이 아닌 사랑없는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모습을 <연체>,<그사이>,<생명의 전화>통해, 결혼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첫번째 이혼을 경험하며 담배를 끊고, 두번째 이혼의 상황에 직면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지만, 결국 이혼을 하게 되자, 다시 담배를 찾아 무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에서 잔잔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행복해지려는 마음' 없이 결혼을 하였더라도, 결국 결혼에 실패하게 되는 모습, 결혼은 혼자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랑의 마음을 지닌 채 결혼하더라도, 결혼에 회의를 느낄 수 있고, '사랑 없이 결혼'하더라도 결혼의 위기 상황은 계속된다.

 

  연립주택에서 시어머니와 가까이 사는 것을 반대하며, 이사를 가자고 주장하는 아내와 돈이 없어 이사를 못한다는 남편은 서로 싸운다. 하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 못하더라도 '그냥 나를 위해 이사해 달라는' 아내의 요구, 그냥 큰 느낌 없이 잔잔한 감동이 느껴져 결혼을 했던 남편은 아내의 측은한 모습과 비좁은 집안을 보고 새집을 사는 것이 아닌 전세로 이사로 가는 것으로 타협에 성공한다. 하지만 다시 이사했을 때 사야할 품목으로 한밤중 아내와 다투고 뛰쳐나오는 남편의 모습이 등장하는 <링 마이 벨>에서도 결혼이란 제도 속에, 서로 치열하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결혼은 행복한 연애의 연장이자, 인생의 큰 목표가 아니라, 치열하게 의사를 극복해야 하는 전쟁터이자, 행복이 아니다라는 것을 작품을 읽다 보며 느끼게 된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내 마음 만으로 다 이루기 힘들다고 할까. 결혼의 여러 풍경들을 단면적으로 잘 드러나 있고, 그 풍경을 보며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장편소설의 주제와 겹쳐보이는 단편소설도 있었다. 어렸을 때 감화받았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테너 솔로를 찾지만 결국 찾지못하는 <벽>은 지나버린 시절들의 소중한 추억들, 하지만 다시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편소설 <새는>의 주제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해피버스데이>을 읽은 후에는 <동정 없는 세상>이 떠올랐다.

 

  20cm의 작은 공간, 하지만 초싱글 침대에서 더블베드 침대로 바꾸었다가 다시 초싱글 침대를 선택했던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그 여자의 침대>에서는 삼십년의 세월 중 일 년 간 생활했던 결혼의 생활, 그 순간을 몸이 기억하고, 거부하는 모습을 통해, 결혼제도보다 혼자 사는 일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준다. 사랑으로 다른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잊어갈 수 있지만, 혼자에 익숙해진 자기만의 공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고 할까. 남친과의 큰 갈등은 보이지 않지만, 작은 미묘한 선택 하나로, 서로간의 갈등의 폭을 보여주기에, 작가가 관계를 보는 시각과 그 예리함을 느낄 수 있다. 어긋나고, 행복하지 않은 단편속의 주인공들의 삶을 보다, 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의 싹을 보았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박현욱은 총잡이나 신봉자가 아닌 아이러니스트라는 문학평론가의 평론의 글귀에 공감하게 된다.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그의 재미있는 묘사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다음 장면을 읽게 하는 가독성은 충분한 책이다. 재미있는 대사보다 좀 더 주변의 상황과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특별한 때 먹는 스페셜 고급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김치를 놓고 먹는 식사를 한 느낌이다. 큰 마음의 감동은 없지만,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보게 한다. 읽었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책을 선택해 읽었던 걸 후회하지 않는다.

7******e 2008.12.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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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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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물로 받은 거다. 2009 예스24 문학캠프 첫째날 버스안에서 깜짝선물로 준 3권의 책중에 하나이다. 너무 갑작스럽고 기쁘고 휴가내고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팍팍 주었던 선물이었다.   나는 이 책을 전에 읽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문학캠프내내 읽지 않았다. 박현욱 작가에 대해서도 문학캠프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다. 둘째날 '작가와의 만남'시간에서 박현욱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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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물로 받은 거다.

2009 예스24 문학캠프 첫째날 버스안에서 깜짝선물로 준 3권의 책중에 하나이다.

너무 갑작스럽고 기쁘고 휴가내고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팍팍 주었던 선물이었다.

 

나는 이 책을 전에 읽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문학캠프내내 읽지 않았다. 박현욱 작가에 대해서도 문학캠프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다.

둘째날 '작가와의 만남'시간에서 박현욱작가의 얘기를 들은 후에 캠프끝나고 읽었다.

 

이 책을 읽었다면 '작가와의 만남'시간에 박현욱 작가님에 대하여 더 공감할 수 있었으리라.

 

처음에 나는 이 책이 하나의 줄거리인 줄로 예상하고 읽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박현욱 작가가 대뷔한 후에 쓴 8편의 단편을 묶은 책이었다.

 

쉽게 읽혔다. 문장이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자세하고 복잡한 묘사같은 건 없었다. 8편의 단편의 주인공은 이혼, 첫사랑의 아픔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4남매중에 둘째로 태어났다는지 1년동안 책을 연체했으면서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든지, 속으로는 아니었지만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서 겉으로 그렇게 행동했다든지. 그리고 주인공들은 대부분 결혼한 남자인데 행복해지지 않는다. 결혼했는데 이혼을 하고 아내가 집을 나갔는데 결국 이혼하고 프로 바둑기사 시험에서 아깝게 떨어진다. 그런데 그냥 편하게 읽다가 나는 계속 빠져들었다. 나도 모르게. 이건 내가 예전에 느낀 것과 비슷한 게 있는 거다. 공감, 공명 비슷한 게 느껴졌다. 80년대 젊은이들의 일상이 많아서 30~40대 분이 보면 예전 기억이 많이 날 것이다. 8편의 단편들의 주인공과 상황설정이 다르지만 8편의 단편은 공통적으로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승자가 아니지만 주인공들은 그런대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놀란 것은 작가의 기발한 생각이었다. 오후에 운동장에서 놀다가 국기계양식 노래가 울리면 모두 태극기를 향해 있는 것을 시간이 멈춘 사람들 사이로 지나간다는 상황도 멋있었고 바둑에 대한 묘사도 뛰어났다. 나는 바둑판이 정사각형인 줄만 알았다. 박현욱 작가는 바둑을 잘 두는 분 같다.

 

2009 예스24 문학캠프에서 박현욱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교정하려고 한다. 이런 말을 하셨다. 8편의 단편에서의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틀린 인생일까?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것을 감싸주고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실패한 인생으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박현욱 작가가 2009 문학캠프에서 얘기했듯이 책에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도 섞여있다고 했다. 이 책안에 주인공들은 박현욱 작가의 단면들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k***5 2009.09.1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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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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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읽은 모든 책을 리뷰로 남겨두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그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간혹 리뷰하기가 귀찮고 쓸데없이 느껴질 때가 있고, 책들이 주는 감정과 생각이 다 다른데 내 언어능력 혹은 문장능력이 딸려서 비슷비슷한 리뷰가 되는 것이 싫을 때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 것 같다.    <그 여자의 침대>는 후자다.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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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읽은 모든 책을 리뷰로 남겨두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그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간혹 리뷰하기가 귀찮고 쓸데없이 느껴질 때가 있고, 책들이 주는 감정과 생각이 다 다른데 내 언어능력 혹은 문장능력이 딸려서 비슷비슷한 리뷰가 되는 것이 싫을 때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 것 같다.

 

 <그 여자의 침대>는 후자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는 다른 감성, 쓸쓸한 것도 고독한 것도 허무한 것도 아닌 어떤 것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그걸 글로 전달하는게 너무 어렵다. 책 마지막에 있는 평론가의 글을 보면 "Loser의 감성" 혹은 "권태"라는 표현이 보이는데, 그 말도 맞긴 하지만 그 말만으론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어떤 감성이 있다.

 

 전작 <아내가 결혼했다>부터 느꼈던 거지만, 작가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보인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서로 죽고 못 살게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떠밀려', '남들 다 하니까', '특별히 안 할 이유도 없어서' 결혼하고, 또 이혼한다. 그러니 남는 것은 어쩌다 내 삶이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하는 회한뿐이다.

 

 찾지 못한다 해도 뭐 어쩌겠는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내 손으로 버린 것이 어디 낡은 테이프 하나뿐이던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는 어떻게든 되찾아보려고 애쓰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것들이, 그리하여 그것이야말로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곱씹게 되는 것들이 어디 옛날옛적의 9번 교향곡 하나뿐이겠는가.

- 벽 中

 

 현실적이긴 한데, 아니 주변을 보면 분명 그러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을 테지만, 모든 것을 달관해버린 채 "나쁘지만은 않은" 인생을 사는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고 돌아봤자 자기합리화나 변명밖에 더 되겠는가. 인간은 지 잘못은 죽어도 인정 안 하려 드는 동물인데... 그래서 결국 회한이나 후회밖에 안 남는 것을.

 

 그러면서도 이런 것이 40대의 감성인가.. 싶기도 하다. 되돌려 생각해보면 참 별 거 없지만 참 별거인 인생사에 대한 회의? 혹은 깨달음? 같은 것. 사람은 나이만큼 성숙해진다는데, 20대인 내가 보기에 (심하게 말하면) 넋두리처럼 들리는 이 부분부분들이 40대가 보면 인생의 진리처럼 보이기도 할까?

 

 하지만 이런 인생을 살고 싶진 않다. 훌륭하고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인생 정도는 살고 싶단 말이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아." 혹은 "내 인생도 나쁘지는 않지." 하며 자기를 위안하며 산다는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부러워한다는 것 아닐까? Loser라고까지 말하기에는 너무하겠지만.

 

 아아, 역시 리뷰를 시작한 게 후회되고 있다. 나에게도 글로 벌어먹는 재주가 있었다면 좋으련만... 작가의 생각에 온전히 동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각과 감성을 느끼게 해 준 것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s******8 2009.03.01.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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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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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아내가 결혼했다'였다. 발칙한 제목 만큼이나 발칙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스포츠를 매체로 한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야구를 매체로 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를 매체로 했을 뿐 두 작품은 닮은 적이 참 많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스포츠를 통해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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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아내가 결혼했다'였다.

발칙한 제목 만큼이나 발칙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스포츠를 매체로 한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야구를 매체로 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를 매체로 했을 뿐 두 작품은 닮은 적이 참 많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스포츠를 통해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고 이야기 또한 쉽게 풀어나간다. 무겁고 느리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한국문학에 대한 내 고정관념을 박살내준 작품들이기도 하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장편인 반면 '그 여자의 침대'는 단편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색깔이 더 짙게 드러난다. 여전한 발칙한 상상력과 블랙유머에 더해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많이 드러나지 않은 작가의 시대정신까지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발칙한 상상력과 사물을 보는 독특한 눈. 정말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이 빨리 안 나온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기다리다 지친 독자들을 생각해서 빨리 다음 작품을 내줬으면 한다.

뭐 협박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사실이니까 ^^

 

a*****0 2010.05.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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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지극히 사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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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끔은 부담스럽다. 누군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이제 좀 알겠다 싶을 때 단번에 잘라버리는 관계는 멍하게 만든다. 지금껏 알아왔던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야 하나 하고 고민한다. 열린 결말은 내게 그런 의미이다. 작가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한참 몰입해서 지켜보고 있던 일이 갑자기 증발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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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끔은 부담스럽다. 누군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이제 좀 알겠다 싶을 때 단번에 잘라버리는 관계는 멍하게 만든다. 지금껏 알아왔던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야 하나 하고 고민한다. 열린 결말은 내게 그런 의미이다. 작가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한참 몰입해서 지켜보고 있던 일이 갑자기 증발되는 기분이다.

 

 다행히 이 소설은 모호하게 끝나지 않는다. 물론 동화책처럼 그 후로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결말은 아니고, 적어도 이야기를 꺼내고 잘라먹지는 않는다.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 더 마음에 든 것은 자기 내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그로 인해 생각하고 느끼고 갈등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남들 눈엔 사사로울 수 있는 사소한 부분,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들을 보여준다.

 

 단편의 주인공은 자신의 목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금씩 핀트가 어긋나 있다. 이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어떨 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순간도 찾아온다. 해결하고 싶은데 답이 없다는 건 모호함이 더해져 괴로움을 더 크게 만든다. 실상 늘 즐거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고 감사함을 느끼더라도 티끌 하나 없는 삶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행복과 반대되는 일을 많이 겪었기에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더 절실히 알 것이다. 그렇기에 평범함을 더 엿볼 수 있었다. 누구라도 고민하고 겪을 법한 일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들은 참 매력적이었다.

 

인상적인 구절은

 

솔직함을 가장해 상대에게 주지 않아도 될 상처를 주는 것도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다. 하나마나한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도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걸 연구랍시고, 학문이라고 붙들고 있는 게 다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다.

- 박현욱, <그 여자의 침대연체> 151p

 

왜 언제부터 솔직하면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될 거라 생각하게 되었을까? 남을 속이는 건 나쁘지만, 속고 싶지 않지만, 솔직하단 이유로 버젓이 상처 주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s****7 2009.08.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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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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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 첫 소설집요즘 이 영화로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유명 인사 이기도 하다..셋만 모여도 서로들 의견에 설전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참 매력적인 분의 첫 소설집이라 책을 보자마자 약간의 설렘이 있었다..사실 난 박현욱이란 분을 그리 세세하게 알진 못했다..영화로 알게 되면서 관심이 다른 책들로 옮겨 온 상황이라 해야 더 정확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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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 첫 소설집
요즘 이 영화로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유명 인사 이기도 하다..
셋만 모여도 서로들 의견에 설전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참 매력적인 분의 첫 소설집이라 책을 보자마자 약간의 설렘이 있었다..
사실 난 박현욱이란 분을 그리 세세하게 알진 못했다..
영화로 알게 되면서 관심이 다른 책들로 옮겨 온 상황이라 해야 더 정확할듯하다..
등단한지 8년이 지나 그동안 짬짬이 써온 단편들을 모아 선보인다는 이 책..
그게 첫 단편집인 이 그여자의 침대 이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단편집 답게 간단 간단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특징이 있었다...
극히 소수의 인물의 등장 만으로도 읽는 이들에게 확실히 어필 한다는 점..
그 무언가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이게 그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진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책 제목이기도 한
[그여자의 침대]
한번의 이혼의 아픔이 있는 학원 강사이며 솔로인 그녀는 굳이 싱글 침대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오래써서 다 꺼져버린 철제 침대 대신에 남자 친구의 권유대로 
넓은 침대로 바꾸지만 불편하기만 하다... 혼자만의 공간에 익숙해져버린 탓인지 
그녀만의 공간을 포기할수가 없다..

[해피선데이]
같은반 혜정이와의 앙금이 쌓인 소년은 혜정이의 생일날 화해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오히려 툴툴댄다.. 청소년기의 남자 아이들의 풋풋한 생활상이 진솔하게
그려져있는 이야기다.. 역사속의 박정희 서거 직후 혼란스러운 사회상에 견주어
소년들의 행동들로 대신 암울했던 분위기를 효현한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치만 아이들의 생활상이 그리 어둡기만 하지 않아 읽는 내내 그림이 그려지기도
해서 재미도 쏠쏠했다...

[벽]
어린시절 들었던베토벤 교향곡 9번을 다시 찾아 보지만 그어디에서도 찾지를 못
한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묘사된 추억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 밖에도 생명의 전화,이무기,연체,링 마이벨,그사이 등이 있다...
유독 결혼과 이혼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다는게 특징인것 같다..

처음으로 접해본 책이었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첫 단편집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리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나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도 느낄수 있었고
박현욱이란 작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것 같다는 이 느낌이 제일 좋은것 같다..

마지막으로 박현욱님이 한 말을 소개한다...
[그럴싸하게 말해 보자면 이 책은 열정의 부재가 내게 준 선물이다..
정말이지 나는 복도 많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이야 말로 정말이지 행복한 복 받은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진다...

b********2 2008.1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