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풍자문학의 상징적인 작가인 아지즈 네신 Aziz Nesin (1915 ~ 1995)은 그가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로서 투철한 삶을 살았기에, 관료제의 무책임함과 무식한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일품이다. 즉 위의 도서 『개가 남긴 한마디』는 작가 Nesin의 장기인 풍자가 잘 담겨진 작품이다. ![]() 총 15개의 단편우화, 단편소설이 있는데, 「왕과 빈대」, 「아주 무서운 농담」을 보면서 어떠한 풍자도 견디지 못하고 탄압에만 열중했던 지난 야만의 정권의 비루함과 치졸한 공작의 진실이 밝혀지는 요즘의 뉴스가 연상되기도 했고, https://youtu.be/o8PJDI2tXpA '007작전'같은 특활비 상납법 - JTBC
http://bit.ly/2AVdrby '007작전'같은 특활비 상납법 - JTBC https://youtu.be/Bq-vdDWecZQ '최초 폭로자에게 듣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https://youtu.be/jikFF6VMWM8 '언론장악' - 뉴스타파
![]() ![]() 「당신을 선출한 죄」, 「내 잘못이 아니야」, 「삐뚜룸한 모델」 을 보면서 권위만 내세우고 불평만 할뿐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함과 그에 따른 비극을 마주할 수 있었다. ![]() ![]() 그리고 「늑대가 된 아기 양」 도 인상적이었는데, 아기 양의 애원, 외침을 외면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차별받는 소수가 떠올랐다. 나 또한 다수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의견에 공감하지 않고 그저 손쉽게 다수의 논리로 강압했던 것이 아닌지 돌이켜 보기도 했고, 좀더 다양한 시각과 이해 그리고 공감이 필요함을 생각했다. ![]() p.s. 추천 위의 도서를 읽고 그의 작품을 좀더 맛보고 싶다면,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수는 없다』를 추천한다. 작가의 자신으로 추측되는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로써 그의 장끼인 노련한 풍자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Nesin을 좀더 가까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절판되었지만 『생사불명 야샤르』도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작품이기에 중고로 구할 수 있다면 구해서 읽어보길 추천하며, 『일단 웃고나서 혁명』은 위의 도서 『개가 남긴 한마디』처럼 짧은 단편들이 모여 있기에 비슷한 느낌으로 작가의 풍자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http://blog.naver.com/jesse_ed/220172929472
============================== "혼자서 뭘 그리 중얼거리고 있나? 꼭 신에게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사람 같군." 남자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활활 타오르고 있는지 침을 튀겨 가며 설명했다. 흰 수염 노인은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 왔네. 자네 같은 사람들 말이야. 좋은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다면, 좋은 일을 하겠다고 이렇듯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겠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남자는 노인의 충고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저는 그 사람들과 달라요. 제가 번듯한 자리에 올라 힘을 얻게 된다면, 이 세상의 악이란 악은 모조리 뿌리 뽑을 거예요. 두고 보세요.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고요. 악다구니를 쓰며 치고받는 일도 없도록 하겠어요. 그러면 분명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노인이 대꾸했다. "자네는 진심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은가 보군. 하지만 정작 그 방법은 모르고 있어.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네. 자네처럼 무작정 좋은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지. 그런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네." "좋은 일을 하는 것만큼 쉬운 게 어디 있다고요!" "그렇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이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게나. 쉬지 않고 방방곡곡을 누비다 보면 언젠가는 자네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걸세." 남자는 노인의 마지막 말만을 마음에 새겼다. 그는 곧장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한참 동안 떠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좋은 일을 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충만한지 입이 닳도록 떠들어 대었다. p 008, 009 까마귀가 뽑은 파디샤 ============================== 헤사피아누스, 내 아들이 시에다 '로마로 가는 길이 막혔다' 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당했다네. 이건 부당한 일이 아닌가?" "그렇지. 몹시 부당하지." "이 부당한 일을 한 자가 누구인지 물었더니, 모두들 체포 명령이 씌어진 수많은 종잇조각만 보여 주더군. 말 좀 해 보게나. 내가 이 종잇조각들을 찢어 발겨야 하나? 이 부당한 일을 저지른 자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헤사피아누스가 되묻더군요. "그자를 잡아서 뭘 어찌하려고?" "주피터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놈을 죽여 까마귀 밥으로 만들어 줄 걸세." 헤사피아누스는 철학자 솜페이우스처럼 말하더군요. "죄인을 찾는다 해도 자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걸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두고 보게. 난 맹세를 했어. 난 지금 이 종잇조각이 처음 발부되었던 곳을 찾고 있어."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원로원이지." "맞아, 원로원이야." "원로원의 의원들이 누구지?" "우리 정당의 위원들이지." "그들을 누가 선출했지?" "내가 선출했지!" "그런데 죄인을 어디서 찾고 있나?" 저는 단검을 빼들어 제 심장에 꽂았습니다. 저의 하얀색 토가는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습니다. 저는 바야흐로 죄인을 찾아 죽였습니다. p 045 ~ 047 당신을 선출한 죄 ============================== "철창 안에 있는 사람이 어디 저뿐인가요? 어떤 사람은 결혼을 해서 가정이라는 철창 속으로 들어가 있고, 어떤 사람은 돈이라는 철창 속으로 들어가 있잖아요. 당신은 감옥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으세요?" "나는 풍자 작가요. 그래서 가끔 '사자는 철창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그 안으로 집어넣긴 하지요." p 049 스타를 닮고 싶은 원숭이 ============================== 위기에 몰린 카슴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덧붙였다. "물론 재판관님께서는 그 개가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았는지 가늠하시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그 개가 죽기 전에 저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재판관은 인내심을 잃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놈아! 너는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머리가 돌았다고 생각하느냐? 어떻게 개가 유언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재판관님, 제발 믿어 주십시오. 정말로 유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라고 했습니다." 카슴은 주춤주춤하더니 허리춤에서 쌈지를 꺼냈다. "그리고 이 금화 오백 냥을 재판관님께 드리라고 부탁했습니다." 카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판관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신의 이름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겠네. 카슴 선생! 좀 더 말해 보시오. 고인이 무슨 말을 더 남겼나요? 제발 하나하나 다읊어 주시오. 고인의 유언을 모조리 실행합시다. 그건 종교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선행 중의 선행이지 않습니까?" p 084 개가 남긴 한 마디 ============================== 양치기 개는 귀를 쫑긋 세운 채 꼬리를 치켜들고 달리면서 컹컹 소리 내어 짖기 시작했다. "자신 있으면 도망치지 말고 멈춰 서 봐!" 기차는 무심하게 철로 위를 내달렸다. "도망치지 말라고!" 기차와 양치기 개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졌다. 양치기 개는 자꾸만 숨이 찼다. 가슴이 풀무처럼 오르락내리락했다. 있는 힘껏 뛰면서 짖느라 무척 힘이 들었지만 절대로 멈추지는 않았다. "멍멍멍!" 기차는 갈수록 멀어졌다. 멀어질수록 기차는 작아졌다. 기차가 작아질수록 양치기 개의 기쁨은 커졌다. "점점 작아지고 있네.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저렇게 줄어드는 거야." 양치기 개는 새처럼 가볍고 날쌔게 움직였다. 기차는 개도, 개가 짖는 소리도 보고 듣지 못했다. 그저 정해진 시각에 역에 닿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양치기 개는 계속해서 기차를 쫓았다. 하지만 둘 사이는 갈수록 먹어졌다. 기차는 손가락만 해졌다가 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얼마 후 기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양치기 개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내가 물리쳤어. 그 거대한 기차가 겁에 질려 꽁무니를 뺐다고." 양치기 개의 귀가 축 늘어졌다.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힘겹게 걸음을 내딛으며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 와중에도 자신을 추어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거대한 기차를 쫓아내 버렸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보란 듯이 양 떼를 지켜 냈어. 기차는 나를 피해 비겁하게 도망가 버린 거야. 흔적도 없이!" 양치기 개는 자신의 행동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는 힘겹게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소리 내어 짖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윽고 가까스로 언덕에 다다랐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초원에는 새끼 양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뼈와 핏덩어리, 뜯겨진 털 따위가 보일 뿐. 그랬다. 늑대 떼가 습격한 것이었다! 여기저기 양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양치기 개는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기차가 사라진 곳을 내려다보며 스스로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내가 엄청난 위험을 제거했어. 내가 그 거대한 기차를 없앴잖아. 기차가 나를 두려워했던 거야." 양치기 개는 바닥에 엎드려 양들의 시체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p 108 ~ 110 기차를 물리친 개 ============================== 네신의 풍자는 우리의 삶을 평화롭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불빛이다. 그 불빛이 우리의 행복을 좀 더 여럿으로 나누고, 그래서 더욱더 많은 우리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득 네신이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고, 어떤 말을 건넬지 상상해 본다. 또 내가, 그리고 여러분이 꿈꾸고 소망하는 삶이 지금의 현실과 얼마나 닿아 있는지 비교해 본다. 마음 한켠이 알싸하게 아파오지만, 희망만큼은 절대로 버리지 말자. 네신이 우리 곁으로 다시 와서 "이야, 드디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되었군. 이제는 내가 빈정댈 거리가 없겠는걸. 모든 게 아름답고 행복해 보여. 모든 게 제대로 굴러가는데? 나는 이제 좀 쉬어도 되겠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자. 또박또박 편지를 쓰다, 어느덧 푸른 새벽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네신의 글들을 옮겼다. 내 온 마음을 담은 이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닿아 어떻게 뿌리내리고 어떻게 열매 맺을지 무척 기대된다. 하나의 단어를 고르고, 한 줄의 문장의 뜻을 맞추고, 드디어 생명을 얻어 태어난 이야기를 쓰다듬고 보듬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슴 뻐근한 감동을 느꼈듯, 여러분도 네신의 이야기에 담긴 뜨거운 진심과 여전히 살아 숨쉬는 풍자의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2008 년 10 월 이난아 p 142 살갑고도 무거운 웃음, 앙지즈 네신의 풍자 문학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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