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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동양사 어느 분야건 우리 나라 역사학계는 1980년대 이후 지역사 연구가 상당히 활기차게 이루어져 왔다. 1990년대 신라사 연구 분야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지방사 연구가 두드러진 경향으로 나타난다. 사실 지역사나 지방사는 그 개념상 서로 중복되기도 하면서 다소 모호한 실정이다. 둘 다 한 국가의 어느 일부분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지방사는 중앙 정치와의 관계 속에서 역사서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앙과 지방은 다소 대비되는 개념이 된다. 하지만 지역사는 전체와 지역으로 구분할 때의 지역을 일컬으며 중앙정치 권력과의 관계보다는 해당 지역의 독립적인 역사 서술이 주 목적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다년간 중국 사천사회의 연구에 몰두해 온 '사천지역사 연구'의 전문가로 본서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사천 지역은 스키너의 대구역 구분에 의하면 양자강 상류지역에 해당된다. 사천지역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분지이며 쌀, 소금이 풍부하여 경제적으로도 자립도가 매우 높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독자적이며 폐쇄적인 특징을 지닌 사천사회가 명말청초의 동란을 거치면서 황폐화되었다가 청초에 회복되는 과정을 1편에서 다루고 있다. 청조는 사천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대대적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자 토지를 장량하여 대민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2편에서는 청대의 중후기에 인구 증가와 농업발전의 측면, 백련교난 시기의 은유통을 통해 사천사회가 발전해나가는 양상을 고찰하였다. 3편에서는 청 중후기 사천사회의 관민질서를 다루었다. 저자는 사천지역의 질서를 관과 민의 지배, 충돌, 협력으로 구분하여 분석을 시도하였다. 청조의 입장에서 보면 백련교의 반란이 국력의 약화를 가져온 대사건이지만 사천지역의 입장에서는 도리어 은이 대량 유입되고 유통되어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연구결과는 지역사 연구가 아니면 도출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우리 역사는 지리적인 범위가 협소한 까닭에 중앙의 정치권력과의 관련성을 줄인 상태에서 특정 지역의 역사를 주로 다룬 연구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지방사의 개념보다 지역사 개념에 의한 연구가 더욱 필요해져 가는 요즘 상황에서 본서는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