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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수학 및 자연과학 교양서를 주로 읽을 때 구해서 책꽂이에 두었다가 지난번 이 책의 저자인 장회익 교수의 <물질, 생명, 인간>을 읽은 후 찾아보았다. <공부의 즐거움>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철학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가끔 궁금했다. 특히, 학문간의 통섭이나 '온생명' 이론에 대한 저자의 완성된 생각이나 결론이 아니라 저자의 초기 문제의식을 짚어보고 싶었다. 우리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자신이 아무리 수학, 화학, 물리학, 핵물리학, 컴퓨터공학, 생명공학, 건축토목학, 전기전자공학, 재료공학 등을 수 십년 공부했다 하더라도, 또 인문사회과학 각 분야에서 특정 학문을 오랫동안 전공했다 하더라도 학문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시야나 역사적, 문화적 시각을 보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에 대해, 다른 이들의 시각에 대해, 사회의 진화흐름에 대해, 사람들의 삶과 고통에 대해서 꾸준히 알려고 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자신의 전공과 학문과 직업의 정당성과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조금 더 그 분야에 종사하였다고 하여 다른 분야의 관계자나 일반인들보다 더 많이 알고있고 자신만이 옳다고, 틀리자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이자 교만이고 결국 스스로를 망치게 될 것임을 분명하다. 저자는 과거 인류가 자연이라는 위력적인 존재 앞에 공포와 굴종의 수동적 생존을 지속하면서 그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힘든 투쟁을 겪어 왔다면, 지금은 자연의 공포와 굴종에서 벗어난 대신 또다시 과학기술 문명이라는 정체불명의 새로운 지배세력 앞에 예속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음을 우려한다. 따라서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이라는 새로운 지배세력으로부터 벗어나 시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 거대한 새로운 문명의 정체부터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이 '자연과 사회 그리고 그 안에 속하는 일차적 실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졔적 지식'이라 한다면 다시 과학과 이것이 빚어낸 문명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종류의 지식을 저자는 '메타과학'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적 도약은 바로 과학을 발판으로 하여 메타과학으로 올라서는 도약을 의미하며, 이는 "인류가 과학기술 문명의 노예가 되지 않고 문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불가피한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과학의 논리구조와 연구방법을, 정합적이고 사실적인 하나의 이론체계가 구성되는 과정을 '양태'와 '실태'라는 구분과 '의미기반'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의미기반'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과 칼 포퍼의 '체계변형에 대한 입장차이'를 비교하면서 제시,검토한다. 의미기반은 "시간 공간 내에 존재하는 어떤 임의로운 대상에 대하여 그것의 물리적 ‘특성’을 표상하고 그것의 ‘상태’를 서술할 어떤 일반적 방식들"로 정의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서술공간, 서술모형, 서술양식에 따라서 다른 의미기반을 가진 과학이 존재한다. 의미기반이 다른 과학은 서로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대표적으로 고전역학의 의미기반으로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어서 그런 과학의 연구방법론을 토대로 '온생명'에 대해 설명한다. '온생명'은 '생명체가 온전하게 자기의 삶을 보존하며 영위할 수 있는 독립된 단위'를 말하는데, 태양과 지구를 포함한 물질계가 하나의 온생명임을 의미한다. 즉 우주 속 어디에 있더라도 태양과 지구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지구의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온생명은 하나, 또는 생물체의 군집인 개체생명과 그것을 제외한 보생명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호작용이 온생명을 구성하고 있다.
* 인상깊은 문단 : "이처럼 '선'과 '악'의 관념에 비추어 흔히 '우리편'과 '상대편'이라고 나누어 생각하는 구획관념은 더 깊숙히 인간의 본능 속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듯하다. [ 2012년 3월 21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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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물리학과 과학철학 방면에서 장회익 선생은 유명하다. 특히 과학의 학문적 구조와 인식적 성격 및 그 안에서의 생명과 인간을 규명한 '과학과 메타과학'은 그의 대표적인 저술이다. 정합적이고 사실적인 하나의 이론체계가 구성되는 과정을 그는 '양태'와 '실태'라는 구분을 통해, 한편으로는 체계 내 발견으로서의 정상과학과 체계 외 발견으로서의 과학혁명(28p)이라는 토마스 쿤의 입장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쿤과 포퍼의 체계변형에 대한 입장차이(29p)를 통해 검토한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고찰하여 규범적 방법론을 비판하고(38p),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을 시도한다. 더 나아가 III장 '지식진화와 학문간의 상호영향'에서는 구성요소와 집합체를 중심으로 물리과학과 자연과학의 상호관계를 규정하고, 더 나아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의 지식진화와 그 학제성을 논구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진술적 관점과 구조적 관점에 따른 과학이론의 구조 이해(66p)를 통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물리학에서의 인과관계를 고찰함으로서(125ff) 이루어졌다.
이런 충분한 이론과학의 논의를 바탕으로 그는 2부에서 '우주와 인간'을 다루었는데, 그 주요한 골자는 우주진화의 복잡성(148p)과, 생명체의 경계조건과 협동현상(154p), 그리고 자체증식계 조성환경의 문제(182p) 등이다. 특히, 환경을 규명함에서 있어서 유기체를 우주라는 거시적인 환경과의 작용자/보작용자 관계로 설정함으로서, 공진화co-evolution의 큰 틀을 엮어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개체가 이 보작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상동성homology의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그러한 '내부적 상태'(221p)가 발현해가는 역사적 진화과정이, 과학과 그 과학의 의미규정을 '과학 밖에서' 그러니까 메타과학으로써 규정하려는 과정과도 매끄럽게 조응되어 오래 기억될 자연과학의 교양서로 기억되었다. [인상깊은구절] 환경은 흔히 여러 개체들이 공유하는 외적 배경을 의미하는 데 비하여, 보생명 개념은 한 주어진 개체에 대해 우주적 생명의 나머지 부분을 나타내는 특정된 상대적 개념이다. 또한 환경이 흔히 생태계내의 비생물적 요인들을 주로 함축한다면, 보생명은 한 특정 개체에 대해 나머지 모든 부분을 함께 삶을 이루는 동반자의 입장에서 지칭하는 개념이다. |
| 서울대 교수인 저자의 논문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은 과학의 논리구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책이다. 한번 다음의 아인시타인이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우주가 인간에게 이처럼 잘 이해된다고 하는 사실이 우주에 관하여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여기서 자연과학에서의 양태 (樣態)와 실태(實態)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자연 현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그것의 보편적 존재 양상 즉 양태와, 그것의 현실적 존재 상황 즉 실태로 구분된다. 특히 이론체계로 표현된 양태를 활용하여 실질적인 설명 또는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실태에 대한 독립된 정보가 추가되어야 한다.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이 자연과학의 지식도 완성된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변화되고 발전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자연 현상 자체도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지만 이는 대체로 고정된 양태 안에서 그 구체적 실체적 변화라고 파악될 수 있다. 토마스 쿤의 저서들과 함깨 읽으면 과학에 대한 이해가 한층더 깊어지리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