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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을 위해서는 과거를 떨치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역사도 부정하고 전통도 부정하고, 현대 사회는 지난 날과의 단절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지으려 드는 모양이다. 한국적인 것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국적 불명의 소모성 문화. 가장 한국적인 곳 중 하나로 여겨지던 인사동도 몇 해 전부터인가 변하기 시작했으니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 허한 건 어찌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오늘날 제1 의 화두이다. 그런데 소위 우리보다 잘 산다고 여겨지는 나라들의 경우 우리보다도 더욱 자신들의 뿌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다. 보수적이라고 말하면 다소 무리일 수도 있으나, 전체 틀은 뿌리 뽑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그 나라들의 변화를 보며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런던의 모습도 그러했다. 모순덩어리.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을 좋아할 것이라고,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이 책의 타깃으로 삼은 까닭이 클 것이다. 그래도 오랜 세월 바지 주머니에 묵혀 놓았다 드디어 세상 빛을 보는 꼬질꼬질한 지폐를 만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건물들은 대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1800년대 후반부터 그 자리에서 같은 업종의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니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다. 우리네 1800년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너무 급한 걸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음을 느낀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규정짓는 핵심(!)이라면, 런던은 마치 장사하길 포기한 듯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그저 남들에게 제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듯한… 그러면서도 런던은 죽은 도시가 아니었다. 곳곳에 펼쳐지는 마켓에서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거창한 물건은 아니지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물건은 제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안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 행해지고 있는데 인위적인 움직임에 기반한 탓인지 아직은 많이 차가운 듯해 아쉽기만 하다. 물론 런던이라고 하여 무조건 긍정적일 순 없다. 그 곳도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어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런던에서도 많은 가게들이 임대료를 감당치 못해 보다 싸고 좁은 공간으로 이동하고 급기야 도산하기까지 했다. 아직까진 우리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것 같아 보였으나, 저자마저도 몇몇 장소에 대해서는 말한다. 책에의 수록을 망설여야만 할 정도로 앞으로 지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100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아무 이상 없이 버티어온 가게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더욱 큰 비극이고…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에서 런던과 같은 풍경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런던이 지닌 아기자기함이 부러웠다. 제 스스로 가꿀 공간이 서울 사람들에게도 주어졌으면 싶고, 근무를 마치고 잠시나마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늘어났으면 한다. 물론 제국주의를 옳다 말할 순 없겠지만, 런던 사람들이 지닌 어딘가 모를 자만감 혹은 꼬장꼬장함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 제가 속한 도시를 사랑한다면 삶이 더욱 즐거울 수 있을 것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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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런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세 명의 저자가 하던 일을 걷어치우고 런던으로 향했다는 공통점이 재미있습니다. <런던 산책>의 저자는 ‘그저 학생신분으로 돌아가 뒤늦은 호사를 맛보고 싶었다’는 호사스러운(?) 이유를 들었습니다. 저자는 ‘오래된 것’과 느림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숨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들이 어느 날 숨 가쁘게 돌아가는 광고 일을 접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녀의 런던 생활에는 ‘역사가 깊은 동네와 가게,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골동품, 또 그만큼 오래된 카페의 붙박이 의자와 거울을 찾아 낡은 복도와 골목을 드나드는 것’이 중심에 있었고, 그것을 이 책에 담아낸 듯합니다. 그렇게 찾아낸 ‘느리게, 런던산책을 즐기는 법’을 알려줍니다. 1. 번화한 거리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 걷기, 2. 시간과 요일을 달리하여 같은 장소 다시 들러보기, 3. 가이드북은 접고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이동하기, 4. 영국을 이해랄 만한 문화적 산물들과 함께 하기, 등입니다. 그 넓은 런던에서 이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열 곳, 그러니까 햄스테드, 소호, 치즈윅, 템즈 강변, 이스트 앤드, 윔블던과 퍼트니, 이슬링턴, 첼시와 켄싱턴I, 그리니치, 켄싱턴2 등입니다. 이런 글을 쓰다보면 일정한 형식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저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하긴 장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굳이 형식을 따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거리의 분위기를, 거리에 들어서 있는 가게들을, 거리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얼마든지 주제를 달리할 수 있습니다. 햄스테드에서는 이곳에 살던 시인 키이츠와 <서양미술사>의 저자 곰브리치가 화제에 오르기도 합니다. ‘고정된 풍경이 없다’고 햄스테드를 특징 지울 수 있는 것은 지형의 높낮이 변화가 심해서 매번 다른 느낌을 얻게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동네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좋지만, 그 동네에 있는 가게에 관하여 시시콜콜 적은 것은 조금 짜증(?)이 일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앞서서 시간과 요일을 달리하여 같은 장소 다시 들러보기가 비법의 하나라고 했습니다만, 저자가 그려낸 소호의 풍경이 딱 들어맞습니다. “소호는 화려함과 기이함, 천박함과 진보적인 스타일 등 이질적이고 상반되는 문화가 마구 뒤엉켜 있는 고이다. 오전 열 시 소호의 뒷골목은 텅 비어 을씨년스럽고, 밤 열 시에는 뭔가 수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현장처럼 보인다.(58쪽)” 하지만 스쳐가는 여행길에 같은 장소를 두 번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자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장소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과는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참맛이란 대로변의 덩치 큰 건물과 그곳을 잠시 다녀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이 아니라, 몇 겹의 블록 안으로 들어가 그 곳의 생활과 찰나를 속속들이 확인할 때야 느낄 수 있다(59쪽)’라는 작가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그대로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체러티 숍에 관한 작가의 보고에도 딴지를 약간 걸어보려고 합니다.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 속에 살아남는 법으로 채러티 숍을 소개합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잠시 생활할 때 같은 동네에 굿윌이라는 이름의 체러티 숍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쓰던 물건들을 기증받아 싸게 파는 곳입니다. 때로는 명품도 건질 수 있다고 해서 가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쓸 만한 물건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한 번 가본 뒤로는 더 이상 찾지는 않았습니다. 호사를 맛보기 위하여 런던행을 결정하신 저자께서 런던의 살인적 물가를 거론하는 것이 어째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라의 전형으로 영국을 꼽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한번 변하고자 하면 무릎을 ‘탁’하고 칠 정도로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벌이는 나라가 영국인 것 같다(112쪽)”라는 보고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정신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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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런던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소개한 곳곳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도시, 런던. 런던의 중심가에 즐비한 쇼핑몰을 정신없이 쏘다니고, 엄청난 량의 갤러리와 뮤지엄을 개념도 없이 돌아다니고, 그러다 저녁에는 뮤지컬 한 편 보는 것으로 런던 여행을 마감했던 기억. 나쁘진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이건 진짜 여행이 아닐 텐데, 진짜 영국, 런던을 경험하는 건 이게 아닐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런던의 가을을 연상시키는 갈색 톤의 <런던산책>의 표지는 내가 슬쩍 봤던 런던이 아닌, 런던의 구석구석의 색깔과 느낌을 일깨워준다. '다시 런던을 여행하고 싶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드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생각도 하고, 깊이 느껴도 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
앤티크와 마켓, 가든을 느리게 산책하는 나를 상상하며 이 가을에 아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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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 베이크에서 베이글과 따뜻한 잉글리시 티를 마시고... BIF 사우스뱅크에서 영화한편을 보고.... 이 펠리치에서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영화를 음미하고.. 키스폭스에서 헌책한권을 사고.... 더 월드 가든에서의 산책을 하고... 작가가 알려준 앤티크 시장과 꽃가게를 둘러보고... 더 조지인에서의 맥주한잔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호사스러운 상상을 해본다.....^^
책을 읽는 동안 복잡하고 단순한 나의 일상에서.. 되는계기가 되었다....
요즘 처럼 머리아픈 일들이 많을때...나만의 휴식처로..
런던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나처럼 생각만하는 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