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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왕들의 삶은 화려하게 기록된 반면에, 마지막 왕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거의 있혀졌다. 이 책은 그런 마지막 왕들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대조영이니... 이성계니... 주몽이니... 사실 이런 영웅들의 이야기에 사실 질릴대로 질렸다. TV 사극만 하면 이런 영웅들만 다룬다. <대조영> <연개소문> 이런 드라마에서 고구려의 마지막 왕인 보장왕은 정말 연개소문의 꼭두각시로만 묘사됐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보장왕이 도교를 도입하는데 적극적 역할을 하고, 고구려 부흥운동까지 시도 했다는 사실이 나온다. 의자왕도 향락과 사치에 빠지고, 온고라는 한 여인에게 홀려 나라를 망하게 한 왕이라는 기존의 이야기들을 인정은 하되, 이 책은 그런 의자왕이 사실은 유교적 사상을 활용해 왕권을 강화하고, 한때는 해동의 증자라 불린 성군이었음을 밝히는 한편, 왜? 의자왕이 삼국의 박터지는 외교전에서 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알려준다.
역사는 모두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지만, 패자의 역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현재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하는 듯하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순종 이야기 편에서)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한일합방이 되었고, 일제가 어떻게 합병문서를 날조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저 고종의 아들로 조선의 마지막 왕이 된 정도로만 알고 있는 순종, 그 나약한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 시대의 무게가 너무나도 컸다는 점은 왕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순종에게 동정이 가게 만들었다.
이 책은 또한 사진이 생생하게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이런류의 역사책을 보면, 그냥 주먹구구식의 도판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냥 박물관에 가면 다 볼 수 있는 것들을 싫어 놓거나, 관계도 별로 없는 사진을 단지 시대가 같다고 넣어져 있는...... 그런데 이 책의 사진들은 정말 내용과 관계가 깊은 현장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특히, 일제시대 남산의 통감관저 터를 예전 사진과 함께 실어놓은 사진은 그냥 역사 책이 아니라, 역사 기행의 느낌이 나는 사진이었다. 우리가 잘 몰랐고 그냥 지나쳤던 서울의 공간이 이 사진을 통해서 역사의 현장으로 생생하게 다가 왔다. 의자왕 이야기 편의 사진들도 옛날 사진이 아니라 오늘날의 풍경들이라 좋았다.
승자의 역사에 함몰된 우리 시대의 사극이나, 역사책들... 요즘 '조선이 버린 여인들'같은 책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잊혀진, 역사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도 역시 그런 경향의 맥과 같이 하는 책이다. 오늘은 잠시 <대왕 세종>이니... 무슨 '바람의 ...' 어쩌고 하는 영웅들이 설치는 화면을 잠시 끄고, 승자의 역사에 묻혀 사라져 간 우리의 왕들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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