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약 작가가 된다면 가장 써보고 싶은 책이 바로 이 것이다. 곰팡내 나는 책벌레답게 책을 읽고 이 느낌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이가 근질거릴 때가 많은데 내 주위엔 책에는 관심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읽고 난 감상을 나 혼자 되씹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내멋대로 살다 내멋대로 죽고싶다라는 제목이 심하게 자극적이어서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소설 속 한구절이어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는 이 사람은 이런 느낌을 가지고 읽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깜짝할 사이에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심심치 않게 발간되는 작가들의 독서일기가 나같이 문학 초년병이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을 책을 볼 수 있는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권유하는 책이라면 아무리 하품나는 책이라도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하니 말이다. 특히 평소 시원시원하고 씩씩한 문체와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박정애님의 이 책은 자전적 에세이 성격도 띄고 있어 소설로 유추해야 했던 작가의 내밀한 사생활도 함께 볼 수 있는 기쁨이 함께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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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정애씨가 소설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내려온 박정애씨의 삶이 묻어나는 책이라는 것은 "내 인생의 고비에 만난 12편의 소설"이라는 부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인상깊었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소설가가 소설로 자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교적 짧게 쓰여진 책이라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그만큼 쉬이 읽혀지는 것이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이랄까. 예의 그 맛깔스런 글로 채워져 있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그녀의 소설을 슬몃슬몃 느껴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중간중간 인용되어 있는 소설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박정애씨의 언어를 통해 새로 쓰여진 12편의 소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지. [인상깊은구절] 처녀를 앞머리에 붙여 만드는 모든 말들에는, 처녀막의 신화와 처녀성의 교환가치에 대한 남성 지배 사회의 음험한 합의가 내포되어 있다. 고로 그 모든 말들은, 처녀가 아니거나 혹은 아니라고 의심받는 여자들에 대해 남성 지배 사회가 저지르는 살인 혹은 그에 버금가는 온갖 위해의 은밀한 공모지다. '나'라는 주체를 구성하며 '나'라는 주체를 표현하는 언어는, 이 하나의 예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바, 결코 젠더 중립적이지 않다.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초래하는 차별이 아니기 때문에, 또 보편적이고 공리적이며 자명한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언어상의 성차별은 더더욱 검질긴 힘으로 가부장제 사회를 저 밑바닥에서 떠받친다. 수많은 할머니들과 어머니들과 딸들의 내면에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각인시키는, 보이지 않는 끌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끌이 바로 언어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