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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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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옥에서 보낸 세월    끼니 거르기를 밥먹 듯 했던, 끽해야 물국수나 수제비로 대충 끼니를 때우던 어린 시절, 우리에게 있어 라면은 최상의 호사였다. 단지 그 호사스러운 음식이 종종 한봉지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라면을 끓일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는 치열한 신경전이 형제 사이에서 벌어졌는데, 라면 몇가닥에 목숨을 거는(?) 이런 상황은 불교에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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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옥에서 보낸 세월

 

 끼니 거르기를 밥먹 듯 했던, 끽해야 물국수나 수제비로 대충 끼니를 때우던 어린 시절, 우리에게 있어 라면은 최상의 호사였다. 단지 그 호사스러운 음식이 종종 한봉지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라면을 끓일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는 치열한 신경전이 형제 사이에서 벌어졌는데, 라면 몇가닥에 목숨을 거는(?) 이런 상황은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도(餓鬼途)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언제나 형이 젓가락을 놓고  슬그머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부끄럽게도 내가 양보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쇳덩어리라도 먹기만 하면 능히 소화시킬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 형제는 항상 배가 고팠고, 형은 동생인 내가 있음으로 해서 더 배가 고팠다.

 

2. 뛰는 놈 위에 나는 형

 

 이소룡(李小龍)의 영화를 보고 오는 날, 형은 항상 나의 만만한 상대였다. 정무문(精武門)을 보고 왔을 때도 그랬고, 당산대형(唐山大兄)을 보고 나서도 그랬으며, 그의 최고의 걸작인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보고온 날은 바닥에 넘어져 있는 형을 내가 아예 타고 앉아 이소룡 특유의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사춘기 때의 사내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역시 싸움이나 무기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 대상은 항상 순하디 순한 우리 형이었다. 어깨 너머로 익힌 이소룡의 절권도(截拳道), 주먹질과 발길질은 툭하면 형에게 가해졌고 형은 짐짓 아픈 척하면서 다 맞아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골목대장의 자리를 넘보는 어떤 덩치 큰놈과 맞장 붙었다가 그야말로 무참하게 깨진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형은 처절한 응징으로 되갚아 주었고 반쯤 죽을 정도로 얻어 터진 녀석은 나에게 무릎 꿇어야 했다. 그제서야 나는 `무림(武林)의 세계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참 어처구니없게도 그때까지 난 내가 형을 능히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철봉과 평행봉으로 단련된 그 강인한 고수를 말이다.


 


 


 3. 충정로 미동국민학교


 `엄마없는 하늘아래` 라는 영화를 학교 강당에서 보여 주었다.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린 아이들이 견디기 힘든 어려움 속에서도, 눈물겨운 형제애를 보여 주던 영화였는데, 어찌나 슬펐던지 온 강당이 울음 바다로 변해 버렸다. 교장 선생님도 우셨고, 정말 무서웠던 교무주임 선생님도 우셨으며, 너무나 예뻤던 우리 담임 선생님도 우셨다. 우리집의 불우했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던 영화속 상황에 거의 숨도 못 쉴 정도로 울고 있었던 나에게 특별한 영화 속 한 장면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많은 동생들을 부양할 수 없었던 큰 형이 동생들을 다른 집으로 입양시키면서, 한사코 헤어지지 않으려는 동생들을 억지로 떼어 놓으려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왠지 그 장면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것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송창식의 노래 `가위바위보`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있던 그 장면은 몹시 슬프기도 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것 같은 생이별에 대한 예감으로 나를 충분히 공포스럽게 했다.(지금도 나는 송창식의 이 노래만 들으면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난다)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형과 나는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는 밑의 동생 둘을 친척집으로 보내야 했고, 그날밤 나는 죽어도 형과 헤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형을 꼭 끌어 안고 자면서도, 그 형과 헤어지기 위하여 가위바위보를 하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4. 어느 겨울, 예장동 드라마 센터


...내일이 오고, 오늘이 가고, 그리하여 하루하루가 작은 발걸음으로 시간의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 세상의 종말에 도달할 때까지... 꺼져라,꺼져라, 잠시동안의 밝음!  사람의 생애는 흔들리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자기가 나가는 짧은 시간만은 무대 위에서 장한듯이 떠들어대지만, 그것이 지나면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가련한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맥베드 5막5장>

 

 맥베드가 처절한 독백을 하고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던 위험한 충동, 그리고 그 맹목적인 충동으로 틀어 쥐었던 욕망의 끝은 어떤 것이었던가. 분명한 악의(惡意)를 갖고 접근했던 마녀들의 예언에, 또 공명심에 가득차 있던 아내의 부추김에 국왕 당컨을 시해(弑害)하고 정권을 손에 넣었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된 맥베드가 유일한 자기 편이었던 아내의 죽음 앞에서 회한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진정한 악인이 되지 못했던, 그래서 진정한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이 불쌍한 사내가 내면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에 미칠듯이 괴로워하고 있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라면 소리치겠어! 울부짖으라면 차라리 낫겠어...!"

 

 못견디게 괴로워하는 내면의 모습을 단 한번의 오버없이 차분한 연기로 관객들한테 전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야. 음, 그런데 저기 서있는 맥베드는 진짜 탁월하군. 내면의 아픔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쳐다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저 배우가 누구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말이야...


 `춘향전`에서는 해학이 넘치는 이몽룡을,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에서는 고뇌에 젖어있는 톰을, 유진 오닐의 `고래`에서는 냉혹한 키이니 선장을 맡아 열연했던 그 배우는 항상 발군이었고, 졸업할 때도 유일하게 `예술의 빛`을 수상했다. 스타니슬라브스키(Stanislavsky)의 사실주의 연기를 신봉했으며, 브레히트(Brecht)의 서사극을 좋아했던, 그리고 유난히 형형한 눈빛을 가졌던 그 배우는 우리 형이었다.


 형이 울고 있다. 아버지의 사정없는 구타에 온몸으로 맞서던 형이 짐승처럼 울고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형이 연극을 시작한 이후로 아버지와의 다툼은 늘상 있어왔지만 좀전의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아버지는 절대로 장남을 딴따라로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장남은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밑에 매달려 있는 동생들 때문에라도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도 죽으면 죽었지, 절대 연극을 버릴 수 없노라고 버티던 형은, 결국 이 날 꿈을 접었다. 아버지의 구타가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했으며, 장남인 형이 그 배고픈 연극을 마음놓고 하기에는 딸린 동생들이 너무 많았다. 


 

5.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라이언 일병구하기` 에서 익히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진정성까지 훼손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강제규는 강우석과는 좀 다르다. 너무나 세속적인 강우석에 비추어 강제규는 아직도 우직함을 갖고 있으므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울었다. 왜그렇게 설움이 북받쳤었는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는 옆에 있는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꺽꺽대며 울어댔으니 말이다. 그것은 비참하기 짝이 없는 그 광기어린 전장(戰場)의 모습 때문도 아니었고, 이미 박제화되어 버린 분단의 아픔 때문도 아니었다. 그 빌어먹을 놈의 이데올로기 때문도 물론 아니었다.

 

 

  그것은 형 때문이었다. 아우를 위하여 자신을 버렸던, 그 장동건처럼 눈이 아주 컸던 잘생긴 우리 형 때문이었다.


 


 






z*****g 2012.10.30.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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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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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산 블루레이로서의 자존심을 멋지게 지켜낸 대작입니다. 선명한 화질, 깜짝놀랄 정도의 음향, 그리고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 미 모든 것이 앙상블을 이룹니다. 서플먼트까지 알차게 들어있었다면 라따뚜이에 견줄만한 마스터피스가 되었을텐데 이 부분이 옥의 티로 남네요. 그래도 소장가치가 100점 만점인 작품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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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산 블루레이로서의 자존심을 멋지게 지켜낸 대작입니다.

선명한 화질, 깜짝놀랄 정도의 음향, 그리고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 미 모든 것이 앙상블을 이룹니다. 서플먼트까지 알차게 들어있었다면 라따뚜이에 견줄만한 마스터피스가 되었을텐데 이 부분이 옥의 티로 남네요.

그래도 소장가치가 100점 만점인 작품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5 2012.01.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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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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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보고, 또 봐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네요~ 시작하면 끝을 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우리나라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블루레이로 발매가 많이 되었으면 합니다.   태극기에는 DTS-HD의 음향이 담겨있어, 포탄소리 총소리가 매우 인상깊게 무섭게 들려옵니다. 한국영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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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보고, 또 봐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네요~

시작하면 끝을 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우리나라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블루레이로 발매가 많이 되었으면 합니다.

 

태극기에는 DTS-HD의 음향이 담겨있어, 포탄소리 총소리가 매우 인상깊게 무섭게 들려옵니다.

한국영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작!!!

 


 



c******g 2009.03.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