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우 장편 소설로, 로크미디어-노블레스 클럽 제 08, 09번으로 출간된 상하로 구성된 소설이다. 내용은 대체로 서사무가인 바리데기의 서사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약간, 보는 견해의 차이에 따라서는 상당히 다르다. 알다시피 바리데기의 이야기는 간단히 말해서, 버려진 일곱째 공주 바리데기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서 부모도 살리고 나라도 살리고 세상도 살려서 하늘과 땅을 잇는 무당이 되는 이야기이다. 알다시피 이런 이야기지만, '피리새'는? 그 차이는 뭘까.
하지만 원작을 보았다한들 피리새도 본 느낌이 들까? 전혀 아니다. 이건 새로운 소설이다. 왜냐하면 우선 주인공의 이름도 다를 뿐더러 내용 자체도 대충 뼈대만 그대로 살아 있을 뿐, 누구 손에서 살아남았네, 누구때문에 살 수 있었네, 이런 원작 속 이야기는 거의 빠지고 새로 들어간 내용이 상당하다. 일단 '화랑'이라는 것 그 자체, 그리고 살아 숨쉬는 피리새 속의 고유한 세계들.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는 한국적 소재들. 상당히 재미있다. 필자 역시 바리데기 원작을 읽었지만 비교해보아도 공통점이 거의 없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피리새는 바리데기를 새로 각색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바리데기 공주의 서사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다. 생각나지도, 생각나지도 않는 원작을 각색한 혹은 재구성한 피리새. 한국 구비문학 바리데기의 바탕을 두고 내려온 피리새. 무당이 신내림을 받는 순간의 느낌을 알고 싶다면 한 번 권해보겠다, 김근우의 피리새. |
|
이 책의 시작은 두 명의 관리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둘은 바오 가람을 만나게 되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 사건은 시작은 한 무당이 나무를 신단수라고 섬기며 그나무가 신단수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무에서 굿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신단수란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신성한 나무를 말합니다. 그렇지만 무당이 굿을 하자 하늘에서 나무를 타고 어떤 것이 내려오는데, 무당은 그것을 신이라고 여기며 섬기려 합니다. 그렇지만 나타난 것은 이무기이고, 이무기는 무당을 먹어 버리고는 다른사람들도 해치려 다가옵니다. 그때, 바오 가람이 나서서 화랑신검으로 이무기와 맞서고 두 관리들 중 하나인 사다함이 가람을 도와주게 됩니다. 바오 가람은 사다람의 실력이 괜찮은 것을 보고 사다람에게 이무기를 맡기고는 자신은 나무를 베러 갑니다. 이 책에서 나무, 신목은 신단수가 나오지 않아 생긴 가짜 신단수입니다. 바오 가람은 그러한 나무를 베어야 하는 바오가문에서 태어나 신목을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두 관리는 가람을 도와줘서 바오 가람을 따라 바오 가람의 짐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피리새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두 관리는 수도관리국에서 나온 게 아니라 바오 가람을 파악하려고 보낸 관리들 이었는데, 둘은 총관에게 가서 보고를 하게 됩니다. 이 때 바오 가람도 짐에서 돌아와 화항들에게 가는데 왕비가 가람을 불러 비녀 반쪽을 가람에게 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냘, 달이장공주가 정권을 차치하려 별이장공주를 가두고, 왕과 왕비를 모셔갑니다. 그러자 뜻밖에도 막내고 어린줄만 알았던 미루가 달이장공주를 막아 냅니다. 그 다음날 일곱번째 공주라는 피리새가 등장하고 피리새와 알고 지내던 가람은 그 사실을 듣고 놀라게 됩니다. 가람은 왕과 왕비를 살리고 사리온의 무당이 되기 위해 피리새를 사리온으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만, 피리새의 결정을 듣고는 마음을 바꿔 피리새를 따라 사리운으로 가기로 합니다. 이 소설은 한국형 판타지라는 말 답게 무당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잘 짜여진 구성과 새로운 소재는 읽으면서 감탄사가 나오게 만듭니다. |
|
한국형 판타지의 세계로... |
|
황석영 작가님의 <바리데기>를 읽은 지 얼마 뒤에 만난 책이다. 이 책 역시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바로 판타지가 그것이다. 읽는 내내 두툼한 책이 술술 넘겨져서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제목 <피리새>는 한 소녀의 이름이다. 바리데기 공주로 밝혀질 소녀. 그러나 이 이야기는 판타지답게 뻔한 바리데기 설화와는 다른 비밀이 감춰져 있다. 상권에서는 피리새보다는 화랑 가람의 이야기에 비중을 두었다. 안하무인, 요즘 속된 말로는 돌+아이 같은 면을 가진 이 남자는 피리새에게만은 상냥하다.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지켜봤지만 워낙 나이 차가 나는 두 사람인지라 특별한 로맨스는 없다. <피리새>는 나무귀신, 이무기, 무당 등이 등장하여 기묘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두 명의 관리가 있다. 마휼과 서다함. 상관인 마휼은 다혈질에 과격한 스타일인데 부하인 서다함은 늘 차분하게 예리한 판단을 한다. 이들이 가람을 만나러 온 이유는 무엇일까? 판타지 소설에서 궁금한 내용을 미리 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줄거리는 생략한다. 여하튼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똑같은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를 가지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놀랍기만 하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황석영 작가님의 <바리데기>는 정통 코스 요리같다.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서 바리데기가 겪는 시련을 보면서 눈물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반면 김근우 작가님의 <피리새>는 최첨단 퓨젼 요리같다. 난생 처음 맛보는 소스를 곁들여서 원래 재료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다. 판타지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신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강하다. 피리새는 신비로운 소녀로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이다. 일상이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날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재미로 읽다보면 어느 순간 현실과 맞닿는 부분이 생긴다. 가람이 운명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저돌적이다. 순응한다기 보다는 찾아나서는 느낌이다. 원래 자신의 운명대로 가는 것이겠지만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돈키호테같은 존재, 그렇게 살고 싶다. 또한 가람과 피리새의 관계는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는 거의 운명적인 관계로 묘사되지만 현실 속의 우리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귀신이 등장하고 무당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가람이 나선 것이다. 투철한 소명의식을 지닌 가람의 모습이 점점 매력적이다. 역시 주인공답다. 만약 이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다면 가람 역은 누가 맡을지 내 마음대로 캐스팅해본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상상 놀이를 즐겨본다.
|
![]() 진정한 한국형 판타지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참 좋아했다. 학창시절 늦은 밤시간까지 판타지소설 부여잡고 눈 빨개질때까지 읽어내려가며 다음날 또 책을 빌려와서 읽을 정도로 흠뻑 빠졌을정도로 무척이나 즐겼다. 이 취미는 직장생활할때도 버릴수 없어서 회사에 일이 바쁘지 않는 날은 출근해서 하루 3권씩 읽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던 판타지 소설이 지금와서 뜸해진건 아무래도 결국은 비슷한 구조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란걸 깨달은 순간 급흥미가 떨어져서이다. 언제나 초특급 영웅이 등장해 결국 천하통일이나 세상을 구하는 그냥 그런 이야기들은 이제 내게는 식상하다.
하지만 이 피리새는 다르다. 틀에 박힌 판타지속 세계가 아닌 한국형 판타지라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내가 읽은 판타지들에서는 만나볼수 없었던 신화속 전설들과 우리나라의 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을 느꼈다. 처용이 등장하며, 무당이 나오고, 오구신이 등장하기도하며 죽음의 강이 등장하기도하는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구수한 한국적 느낌의 판타지. 이 판타지를 읽는내내 나는 앞으로는 또 어떤 전설들이 등장할지 무척이나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피리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작은 소녀의 이야기다. 그녀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특별한 것을 보고 들을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런 능력때문에 그녀는 원하지 않지만 타국의 국무(나라의 무당)으로 살아가야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피리새를 끝까지 지켜주기 위해 칼을 들었던 남자이기도한 화랑 가람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한편의 거대한 모험담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듯하다. 피리새가 본국을 떠나 타국의 무당으로 떠나는 길과 떠나기 전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물론 여기서 좀 더 스펙타클하게 대전쟁을 한다던가 혹은 치열한 두뇌싸움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줬으면 더 내취향이었겠지만...(;;)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든다. 자고로 소설이란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제맛인법!! 판타지소설이라고 예외일순없다. 판타지소설일수록 더더욱 캐릭터가 강하고 생생해야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힘있게 끌어갈수 있는 법이다.
피리새- 타인을 배려하고 작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하늘을 따르기위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작은 소녀, 가람- 타인에겐 무관심하지만 자신의 사람에겐 철저하게 목숨 걸고 위하는 용맹하고 멋진 화랑, 박사-피리새를 머나먼 타국에 무당으로 데려가려는 사신으로 등장해서 미움받지만 어딘지 미워할수없는 늘 유쾌하고 웃음기 넘쳐나지만 언제나 검정 옷을 입고 다니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신비주의에 쌓인 남자, 이 세사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스토리를 풀어나갈 강한 캐릭터는 잡혀있지만 그 외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하나같이 버릴사람이 없었다. 캐릭터마저도 매력적인 소설!
이 책의 큰 매력중에 하나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점점 개성이 뚜렷해지는 캐릭터들과 함께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모습들이기도 하다. 거기에 각종 설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까지!!!. 아마도 내가 이 책을 마음에 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전설과 우리나라 화랑이 등장하는 점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하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책읽기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즐거워 할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기도 하다. 제목만 보면 대체 이건 무슨 이야긴지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피리새, 한번 쯤은 읽어볼만한 판타지 소설이다. 물론 초반에 아직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 지기전에 살짝 헤매기도하고, 결론으로 다가가 급마무리되는 경향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이거저거 빼면, 두루두루 읽을만 했던것같다. (마무리가 마음에 안든다. 그런 결론보다 좀 더 강렬하게 마무리 지을순 없었을까. 나는 좀 더 격한 마무리를 원했는데..!!!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패스! )
뭐 어찌되었던, 피리새! 재밌었다~ 역사의 흔적들인 전설과 설화들을 바탕으로 판타지로 승화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 |
|
참으로 오랫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한동안 일반소설에 빠져살다 오랫만에 읽은 판타지 소설 피리새는 읽는 내내 날 참 가슴 떨리게도 하고, 가슴 아프게도 하고.. 모처럼 참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살짝 로맨스를 기대했던 가람과 피리새. 가리박사와 가람의 대화에서는 심각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작가 특유의 유쾌함이 베어 나와 무겁게 가라앉을 법한 소설을 참 재미있게 만들어주셨다. 나 또한 가람과 같이 운명은 만들어가는 거라 늘 생각했지만 어쩌면 정말 운명은 태어날때부터 딱 정해져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무를 죽이는 운명을 타고난 가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피리새. 피리새는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神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을 가졌다.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고 자신조차도 자신의 운명을 단정지을수 없는 삶에서 가람은 피리새에게 신단수와 같은 존재이다. 가람 역시 집안의 숙명과 피리새를 지켜주기 위해 화랑이 된다. 그녀가 있는곳엔 늘 귀신이 떠돌지만 가람이 옆에서 지켜주면 피리새는 늘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뜻하지않게 일곱번째 공주가 되어 내림굿을 받으러 가는 와중에 피리새는 그녀 자신이 신단수라는걸 깨닫게 된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늘을 믿고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슬피 떠도는 귀신들의 상처를 보담아 주고 살아있는 많은 이들을 구하게 되고 그녀 또한 진정한 신단수가 된다. 그녀의 혼란했던 어린시절을 가람이 돌봐주었다면 그녀가 신단수가 되는 길을 터준건 아마 가리 박사가 아닐까 한다.
'내 역할은 너라는 신단수를 지키는 것이었어' p487
|
|
판타지 소설하면 외국작가만 생각했었고, 그동안 읽었던 책들도 모두 외국작가의 작품이었기에 우리나라의 판타지 소설이 있으리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노블레스 클럽의 얼음나무 숲을 읽고 우리나라 작가의 판타지 소설 매력에 푹빠지게 되었다. 탄탄한 구조와 흥미로운 신화적 요소가 더해져 재미와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었기에 노블레스 클럽의 두번째 작품 피리새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름답고 청아한 소리나 노래를 들려줄 것 같은 피리새..저자는 이 작품을 '바리데기'의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피리새와 바리데기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버려진 바리데기를 피리새가 구해준 이야기인가? 나름대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바리데기는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바리데기의 뜻이 버려진 아이란 해석을 내렸었는데 바리데기 신화가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피리새와는 다르게 이 책의 주인공 피리새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다. 말을 내뱉으면 귀신들이 피리새 주변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벙어리 행세를 한다. 그런 피리새를 알아보는 딱 한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화랑 바오가람이다. 바오가람 또한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다. 바오가람의 조상들은 나무귀신을 죽이기 위해 신목나무를 베어버리는 숙명을 타고 났다. 귀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재능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피리새를 바오가람이 지켜준다. 주종관계이지만 바오가람이 곁에 있으면 귀신들이 사라지기에 피리새는 바오가람에게 의지하고, 바오가람은 가족처럼 피리새를 챙겨준다. 어느날 자신이 사리온의 일곱번째 공주로 태어났고,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금은 서역의 국무로 떠나야 할 운명임을 듣게 된다. 믿기지 않은 이야기에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지만 갑자기 휘몰아치는 귀신들의 소용돌이에 거역할 수 없음을 깨닫고 바오가람과 함께 서역으로 힘든 역경의 길을 떠난다.
판타지의 매력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인것 같다. 온전히 책읽는 시간만큼은 책 속에 빠져들어 피리새와 바오가람을 오가며 역할극 놀이를 하느라 두툼한 두권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버렸다. 노블레스 클럽의 <얼음나무 숲>의 전율이 <피리새>에서도 그대로 일어났다. 귀신, 무당, 신목나무와 처용, 화랑, 주몽 등의 소재가 새롭게 각색되어 판타지 요소로 재탄생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결국 자신의 운명의 길을 택하는 피리새를 보면서 '정해진 운명은 자신도 바꿀 수 없는 것일까?'란 의문점을 남기면서 피리새의 운명에 아쉬움을 담아본다. |
|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아마도 낯선 세계와의 만남일 것이다. 새로운 삶들과의 만남,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일상의 나를 잠시 잊고 무한한 신비로움 속에 나를 맡기는일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일상을 차분하게 다룬 작품들도 좋지만 전혀 새로운 미래 세계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속 시간여행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런 낯설음과의 만남을 얻기 위함인지도 모를일이다. 익숙함을 새로움으로 재탄생시킨, 낯섬과의 즐거운 만남이 그렇게 시작된다.
'피리새! 겨울 철새인데 이름 그대로 꼭 피리같은 소리로 울어. 그래서 피리새라고 하지' 얼마전부터 관심을 갖게 된 노블레스 클럽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났다. <피리새>! 이 예쁜 제목을 가진 책이 인터넷에 연재될 당시에는 [오구신 이야기]라는 이름을 가졌었다고 한다. 조금은 딱딱한 오구신...보다 피리새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는건 나 뿐일까? 특별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소녀, 그리고 가문의 숙명을 위해, 사랑하는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한 소년, 그들의 이야기가 바리데기 설화를 품에 품고 새롭게 날갯짓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날아가는 새 한마리, 피리새! 하늘과 땅의 경계에 걸쳐있는 존재, 가람! 죽은자와 산자를 이어 줄수 있는 능력,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피리새와 나무를 죽여야하는 가문의 숙명을 가진 바오 가람의 운명을 건 모험이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고대국가 한울의 유산을 물려받은 나라 서야! 건국 일천주년을 3년 남긴 서야의 54대 알지 왕조의 왕과 왕비 미리부인 사이에는 6명의 공주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알아 눕게 된 왕에게 서역 사리온에서 온 사신은 공주 한명을 자기 나라로 보내 무당이 되도록하면 병이 낫고 나랏일도 잘 풀릴거라 말한다.
'달과 별이 먼저 태어나고, 태양이 가장 늦게 태어난다.' 한편 왕비 미리부인 마저 알아 눕게 되고 차녀인 별이장 공주가 반역을 시도하게 되지만 장녀인 달이장 공주에게 진압되어 실권이 달이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피리새>는 미리부인의 동생인 경무총감 마다룬 검군의 지시로 다라벌을 찾은 마휼과 서다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다라벌에서 화랑인 가람과 말못하는 소녀 피리새를 만나게 되고 귀신붙은 나무인 신목, 이무기와 나무귀신을 가람과 함께 힘을 합쳐 쓰러뜨린다. 알지왕조를 둘러싼 어둠의 그림자는 점점더 짙어지고 미리부인의 지시에 따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7번째 공주가 나타나고 그 주인공이 피리새라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진다.
'내 막내딸 피리새는 서천서역국 사리온으로 가서 무당이 되어야하네. 가람, 그대가 내 딸을 지켜주게' 서역에서 사신으로 온 가리박사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어떤 것인지 피리새는 조금씩 깨닫게 되지만 받아들이기는 좀처럼 쉽지않다. 어린 시절부터 바오 가문에서 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피리새를 지키려는 화랑 바오 가람은 미리부인의 뜻에 따라 서역 사리온으로 7번째 공주 피리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이끌기로 약속한다. 7번째 공주임을 누구도 믿어주려 하지 않는 피리새, 자신의 운명이 어떤것인지 찾아나선 피리새와 바오 가람의 운명을 건 모험은 그렇게 시작된다.
![]()
'새가 나는법을 알듯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법을 알듯이, 공주님은 운명을 알고 계십니다.' 피리새 일행은 서야의 주변국인 '울지'와 '두려'를 거쳐 서역 사리온으로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울지왕 하륜의 요청으로 울지에 나타난 도깨비 문제를 해결하고, 두려의 주몽의 부탁으로 역귀를 물리치게 된다. 험난한 여정속에서 피리새는 자신이 타고난 운명의 실체를 깨닫게 되고, 갑작스럽게 그녀가 7번째 공주로 나타나야 했던 미스터리가 풀리게 된다.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실체 또한 놀라운 반전을 선물한다.
이 책의 저자 김근우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낯설었다. 과거 통신에 연재되었던 그의 작품 [바람의 마도사]가 [퇴마록] 과 함께 쌍벽을 이루던 작품이었고 한국 판타지 문학 1세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노블레스 클럽의 작가라는 점에 끌려 단숨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수목신앙, 이무기와 도깨비, 처용과 황천강, 바리데기 등 민간 무속신앙과 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몰라도 다른 외국 판타지 작품을 만날때 느껴지던 생경함이 조금은 덜하다. 거기에 화랑과 화랑신검, 주몽과 천궁 같은 역사속 캐릭터들이 등장함으로써 오히려 친근감을 더해주는 듯하다.
'우리에게는 진실을 밝혀주고 가짜 나무를 물리치고 소통이 끊어진 하늘과 땅을 새롭게 연결해줄 진정한 나무가 필요합니다.' [오구신 이야기]로 연재되었다는 <피리새>의 옛 제목은 제목 그대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진정한 나무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가리박사의 말이 왠지 가슴속에 남는다. 우리 시대에도 끊어진 소통을 이어줄 진정한 나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를 받아들게 된다. 사람과 사람을, 남과 북을, 국민과 정부를, 진보와 보수를, 동과 서를 이어줄 진정한 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문득 떠오르는 한사람이 있다. 하지만 눈물이 난다. 진정한 나무를 알아보지 못한 우매했던 우리를 반성하게 된다. ㅠ.ㅠ
'운명은 때때로 가혹하지만 사람이 그것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피리새>에서는 유독 개인의 운명과 가문의 숙명을 강조한다. 운명을 받아들인 자만이 운명 너머의 것을 보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주제가 피리새와 가람의 모험속에서 계속적으로 강조된다.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새롭게 개척해나가는 것이 바로 운명인 것이리라. <피리새>는 한국형 판타지라는 특별함과 우리만이 가진 독특함에 깊이있는 가르침까지 담아낸 멋진 작품이다. 익숙함을 새로움으로 재탄생시킨, 낯설움과의 이 즐거운 판타지 여행을 마음속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다. |
|
수학여행에서 도착하게 방에 오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건 성적표와 피리새! 성적표를 보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름 만족했던 점수였고, 등수도 조금 잘 나온 편이였기 때문에.^^ 또한 피리새가 왔기 때문이다!!! 상.하로 이루어진 피리새는 당첨되어 집에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를 두근두근 거리게 해준 책이었다. 두근두근// 피리새책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뜨헉 할만한 두께가 눈에 띤다. 아..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을수는있을까 ㅡ,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상(上)은 450여쪽, 하(下)는 500여쪽으로 내가 전에 읽었던 황금나침반1.2.3과 비슷한, 그렇지만 조금은 덜한 두께이다. 그.렇.지.만. 황금나침반은 재미있어, 두꺼워도 끝까지 다 읽을수 있었지만 과연 피리새도 다 읽을 수 있을까? 읽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다 못읽고, 계속 부담이 되지 않을까?ㅡ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열어보자마자 눈에 뜨이는 줄과 줄사이의 좁게 느껴지는 간격. 내가 부담이 커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간격이 좁게 느껴져서 빽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 나중에 가서는 이 사실이 엄청 다행으로 여겨졌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더 재미있고, 흥미있게 읽게되었고 그렇게 되면서 끝이 빨리 안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빽빽한게 행복하게 느껴졌다 ; 얼른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계속 줄어만가는 두께의 현실! 큭, 읽으면서 슬퍼졌다.
이 책은 상-나무를죽이는화랑, 하-이승과저승을잇는새ㅡ로 이루어져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귀신을부르는 목소리, 이승과 저승을 잇는, 하늘이 내려준 무당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말할수없어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가엾은 피리새(15살女)와, 귀신을 쫓는 능력을 가진, 8명의 화랑 중 한명으로, 화랑신검(용의 몸으로 만들었다고한다. 검에 처용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귀신을 벨수있다. 8화랑모두에게있다)으로 피리새와 함께 귀신들을 처치하는 바오가람.(25男-안하무인이다. 안하무인의 뜻이 아니라, 안하무인 그 자체이다. 눈 밑에 사람이 없는. 즉,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눈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것이다. 피리새와는 친하다 엄청), 첫째공주 달이장, 둘째공주 별이장, 여섯번째이나 막내 미루공주. 사리온의 사신으로 온 신비로운 가리박사(끝에 존재가 드러나는데 멋있다ㅡ죽었을때 너무 슬펐다. 유쾌한 인물로, 피리새에게 가끔 충고를 해주는인물), 사리온의 왕 차차웅은 피리새를 자신의 나라 서역으로 오게 한다. 알고보니 신목에 홀렸다지. 그래도 결과적으로 피리새는 잘 되었다. 전설의 바리데기 공주이자, 오구신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하늘과 지상을 잇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신단수가 되었기에.
처음에는 은근히 바오 가람과 피리새의 러브를 기대하기도 했으니 피리새가, 바오가람을 흠모해서 피리새를 처음에 싫어했던 미루공주의 "바오가람은 너에게 어떤존재이냐"는 질문에 답한 말을 보고, 접었다. "바오 가람은 저와 세상을 잇게 해준 신단수 같은 존재"이라는 피리새의 말. 피리새는 귀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 말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말을 하면 귀신이 꼬여들고, 그렇다고 또 그 귀신을 쫓을 힘이 없기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바오 가람. 바오가람이 자신의 곁으로 오자마자 도망가는 귀신을 보고, (바오가람이 피리새가 귀신을 본다는것을 믿지않고 -------- 하다가, 나무귀신과 싸울때 피리새의 모습을 보고 믿게됨), 둘이 친하게 됐다. 바오가람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바오 가문은 나무를 베는게 숙명이라고..
여기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바오 가람, 피리새는 기본이고, 가리박사!!!!이다. 가리박사의 정체는 처용. 피리를 잘불고, 피리새의 모습에 충고도 해주고, 피리새를 위해 목숨을 내주기도 한 멋있는 인물이다. 바오가람에게 멱살을 잡혀도, 맞아도 웃는 유쾌한 인물. 가리박사와의 대화는 항상 웃음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