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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무렵, 예스24에서 내가 사고 싶은 책이나 음반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3일간의 번개 이벤트’가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나 네트렙코의 음반을 소장하고 말겠다고 별렀으나, 안타깝게 꽝. 어쩌겠는가, 공짜에 눈이 먼 마음을 접고 돈 주고 구입할 도리밖에. 다소 진부한 전설을 만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그를 <불멸의 목소리> 저자 유형종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비올레타로 분한 안나와 알프레도(테너 롤란도 비야손 분)가 마주한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알프레도를 사랑하지만, 사랑하고 싶지만 남작을 사랑한다고 거짓말하는 비올레타. 배신당했다고 판단한 알프레도는 사랑하는 이에게 모욕을 주고 마는데…… 둘 사이에 놓인 커다란 시계와, 그 시계에 눕혀진 비올레타와, 비올레타의 가슴팍에 쑤셔진 돈다발과, 비올레타의 붉은 원피스를 잊을 수 없다. 삶과 죽음과 그 사이를 오가며 위태로운 사랑을 노래하는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이중창 ‘초대된 손님 그대와 함께’또한 잊을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지금 한 장의 음반이 재생되고 있는 거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르디티의 ‘입맞춤’까지 들은 후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매혹적인 음성은 그가 무대에 오른 모습을, 표정을, 입술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손길이, 그의 눈빛이 어디에 있을까, 상상하게 한다. 상상은 성악곡에 알맞은 드레스를 골라주기까지 하다니! 내겐 친숙하지 않은 첫 곡 칼만의‘에혜야, 내 집은 산중에’가 익숙해질 때까지 30여 번의 감상이 필요했다. 그러자 친숙한 곡에 속하는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나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노래’등이 한층 귓속을 파고든다. 처연함과 힘참의 균형을 잃지 않는 소프라노의 음성이 실내를 가을로 물들인다. 웨버의 ‘피에 예수’는 노란 국화의 꽃물을 순식간에 빼내어 하얗게 만들기도. 무엇보다 안나 네트렙코를 돋보이게 하는 레하르의 ‘내 입술은 격렬하게 키스하고’는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가슴에 품었던 사랑의 불꽃을 발견하게 한다. 이미 한참 전에 소진되었다고 여겼던 감정이 실은 우물물처럼 고이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오스트리아에서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성악가 반열에 오른 안나의 첫 번째 음반으로 무엇이 좋을지 망설이는 이나 추억할 거리가 많은 늦가을을 울긋불긋하게 보내고 싶은 이에게 더없이 좋은 음반이다. 단, 아이돌 가수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십대가 될지도 모르니 주의하도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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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만, 호이베르거, 메사제, 한, 구아스타비노, 히메네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들의 노래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친숙함 보다는 낯선 느낌이 앞선다.
첫번째 곡을 걸었을 때, 제목의 Souvenirs 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축제와 같은 느낌의 곡.
두번째 곡... 드디어 음반 제목과 같은 느낌이 든다. 제목이 비밀의 방이어서 그런지 야릇한 느낌이 들면서도 편안한 느낌도 든다. 테너와의 2중창인데 첫번째 곡보다 훨씬 더 네트렙코의 매력이 반영된 곡 같다. 아무래도 네트렙코는 남자 가수와 노래를 같이 불러야 그 빛이 발하는 것 같다.
레하르의 쥬디타에 나오는 곡인 "내 입술, 그 입맞춤은 뜨겁고"는 좀더 가볍게 노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샤르팡티에 루이즈의 그날 이후 역시 레하르의 음악에서와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비버리 실즈가 부르던 이 곡에 대한 잔영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네트렙코의 음성이 더더욱 두껍게 느껴진다. 하지만, 곡에 대한 느낌은 잘 살린 느낌이 든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노래하는 분위기를 잘 살렸다.
오펜바흐의 "오 사랑의 밤이여" ... 가장 몽환적이며 메조와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곡인데, 괜찮다는 느낌이다. 전에 홍혜경과 제니퍼 라모어가 듀엣으로 노래한 음반과 비교 감상하였는데, 조금 더 무겁다는 느낌이었지만, 이것이 밤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네트렙코의 음성은 무게감이 있다. ㅋㅋㅋ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네트렙코가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켓 사진이나 속 내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켓 2면의 사진을 보면 마치 소녀처럼 나오고 있는 네트렙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겠지만, 너무 과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자연스러운 사진을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마지막으로 라이센스반의 장점에 대하여... 음질에 있어 수입반과 라이센스반의 차이가 있다는 논란을 뒤로 하고, 이 음반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해설이 훌륭한 편이다. 톰슨의 원래 글을 싣고, 이를 번역해주고, 그리고 가사가 모두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다. 이 음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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