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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밌는 페낙이 우리나라에서는 왜 반응이 미지근한지? 프랑스에서는 초베스트셀러라는데... 페낙은 우리나라에서는 에세이 <소설처럼>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그의 대표작은 이 '말로센 시리즈'이다. 말로센 가(家)-책에서는 말로센 부족이라고 표현된다-일곱 식구들의 좌충우돌 천방지축 모험을 그린 이 가족 코미디는 배를 잡고 웃게 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의 시선을 견지한다. <기병총 요정>에서는 권력형 비리를 소재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인종들이 모여사는 일종의 빈민촌을 무대로 하여 프랑스 내의 인종차별을 은근히 빗대어 까고 있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꼬집지 않고 은근히 에둘러 웃기면서도 뜨끔하게 하는 폼이, 해학과 풍자의 달인이라고나 할까. 페낙은 오랫동안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빈민촌(벨빌)에서 살면서 중학교 국어선생(이지, 아마?)을 한 사람이며, 소설을 쓸 때는 완벽하게 정교한 플롯을 먼저 짜놓고, 그 다음 쓰는 내내 문장을 다듬는 데만 전력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복잡한 범죄가 얽힌 추리소설이면서도 구성에 허술한 틈이 없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연속과 완벽한 구성, 그리고 듣보잡의 캐릭터들과 사정없이 유발하는 웃음, 이 네 가지 조건이면 독자들에게 그야말로 딱!인 소설이 아닌가.
하지만 왜? 아직은 덜 무르익은 자유로운 성적 분위기? -즉, 말로센가의 여왕인 엄마가 남자와 정분이 났다가 임신해서 애를 낳자마자 다시 가출하여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나고... (이렇게 산 결과 지금 말로센가의 여섯 남매는 모두 아빠가 다르다)... 이런 유럽식 사고방식이 아직은 가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에는 안 맞는다?
'희생양' 뱅자맹? -말로센가 맏형이자 이 시리즈의 주인공 뱅자맹 말로센의 직업은 '희생양'. 회사에서 고객들의 불만을 받아내는 일종의 총알받이다. 불만이 폭주하는 고객 앞에서 희생양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고객이 누그러진다는 발상에서 만든 직책(?). 이거 상당히 재미나고 웃긴 캐릭터인데, 너무 피학적인가? 너무 안티 히어로적인가?
음... 다른 시리즈를 계속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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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처음부터 하드보일드하게 시작한다. 벨빌 한복판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폭력 경찰인 바니니가 한 겨울 얼음판 길을 가던 할머니를 도와주려다가 순식간에 할머니가 쏜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목격자는 개 쥘리우스까지 합치면 네명, 하지만 그들은 경찰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푸티는 집에 돌아와 이야기하지만 남자가 꽃이 됐다는 소리에 모두 흘려 듣는다. 말로센 집안은 그거말고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뱅자맹의 연인인 기자 쥘리는 무시무시한 취재를 하러 어디론가 떠나서 소식도 없고 엄마는 또 임신중인데 벌써 나와야 할 아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쥘리가 사라지기전 보호를 요청한 네명의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말로센 집에서 살게 된 할아버지들이 마약을 하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뱅자맹은 휴가를 냈는데 자보 여왕께서 다시 일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여기에 벨빌가에서는 노인들을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어 반 티안 형사는 호 부인으로 변장을 해서 미끼 역할을 하는 중이다. 그러던 파스토르 형사는 한 여인이 고문당한 후 버려진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여인의 신분을 알아내려 애를 쓴다. 또한 뱅자맹은 스멜 할아버지가 명예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어떤 여자가 마약을 주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클라라의 사진속에서 발견하고 쥘리에게 알리려고 아파트로 찾아가지만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어 있어 그를 절망하게 만든다.
문제는 타고난 희생양 뱅자맹에게 뱅자맹도 모르는 사이 모든 사건이 그에게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 살인 사건, 노인에게 마약을 하게 하고 더 빨리 죽게 만드는 사건, 바니니 살인사건까지 뱅자맹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른채 뱅자맹은 엄마가 드디어 나은 아기를 이제 막 숨을 거둔 베르뒹를 돌보는 일만으로도 벅차서 서서히 자신에게 조여오는 올가미를 느낄 새가 없다는 것이다.
작품은 이렇게 희생양 뱅자맹이 직접적인 희생양 노릇을 할 사이도 없이 진짜 하드보일드하게 시작하고 끝이 난다. 물론 말로센 일가의 활약은 언제나 왁자지껄하지만 중심이 말로센 일가가 아닌 것같이 느껴진다. 한 편의 경찰 소설을 본 느낌이다. 나이 들었지만 명사수인 반 티안 형사와 취조의 달인 파스토르 형사의 이야기. 그리고 늘 존재하는 나쁜 형사와 좋은 형사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야기.
말로센 시리즈 가운데 누군가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그 인물로 인해 뱅자맹이 희생양이 되니까.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뱅자맹의 애인 쥘리가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태어난 베르뒹이 주인공도 아니고 말로센 일가에 합류하게 되는 반 티안 형사와 파스토르 형사가 주인공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이 작품은 말로센 부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추리소설로서 하드보일드가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쥘리의 상태만 봐도 너무 하드보일드하니까 말이다. 두번째 작품으로서 작가는 말로센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엄마에 대한 사랑은 여신에 대한 동경처럼 느껴지지만 역시나 베르뒹을 낳은 엄마는 또 사랑에 빠져 떠난다.
제목인 <기병총 요정>은 맨 처음 사건을 본 프티가 "저 요정을 봤어요."라고 한 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기병총을 든 나이든 요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말로는 전달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할머니들이 총을 들고 다니지도 않고, 요정 자체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질적인 느낌보다는 작품 안에 더 많은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다른 점은 인정하며 어울리는 점이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작품에는 아랍계, 베트남계로 다른 인종들이 등장하고 역사와 지리학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 다른 이념에 의해 충돌했던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또한 텍스트적으로 볼때 소설 안에 희곡적 요소를 포함시켜 그 이질적인 두 가지가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작품은 노인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노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노인이 살해당하고, 노인에게 마약을 팔아 중독자를 만들어 돈을 갈취하고, 점점 독거노인들이 혼자 사는 아파트는 비어만 간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늙음을 추함과 동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그것만으로도 쉽게 폐기처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늙지 않으면, 아니 어떤 사람은 늙는다 해도 모를지 모르겠다. 그래서 말로센 부족이 나이 든 사람들만이 가진 장점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 반 티아보다 더 쉽게 베르뒹을 조용히 만들 수 있겠냐고 말이다. 우리도 늙는다. 그건 자연이 만들어낸 생명의 이치다. 거스르지 마라. 존중만이 우리의 노후를 대비하는 길이다.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늘 말로센 시리즈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동화를 아직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은 따뜻한 가정을 품고 있는 것과 같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곳, 누구나 받아들이고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기위해 눈물, 콧물 다 짜낼 각오를 하고 있는 뱅자맹이 지키고 있는 말로센 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할아버지들의 수면을 위해 이층 침대의 할아버지 위에 아이들을 자게 하는 가족이라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평생 살고 싶지 않을까. 꿈 같은. 정말 환상적인 동화같은 이야기다. 전개는 하드보일드할지라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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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 전권을 손에 넣은 기념으로 차례차례 다시 읽어가기로 했다. 첫 번째 작품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가 말로센 시리즈로의 초대였다면 제2권 [기병총 요정]은 한결 장르적인 형태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뒤죽박죽 읽는 바람에 정리가 안 되고 있던 인물들이 속속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이야기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쁨을 맛보았다. 역시 이번 편을 읽고 다음 작품인 [산문팔이 소녀]를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일단 다음 편에 큰 활약을 하는 티안과 뱅자맹 남매의 엄마와 밀월여행을 떠났다는 파스토르, 이 두 형사가 이야기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마르티와 베르톨드의 의견 대립도 이미 시작되었고, 스토질이 어째서 감옥에 갔는지도, 쥘리가 마음깊이 간직한 아픔도, 막내의 이름이 베르됭이 된 이유도 모두 알게 된다. 요는 [산문팔이 소녀]가 시리즈의 절정이라면 [기병총 요정]은 이야기의 전개상 매우 중요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거다. 이 작품은 1989년 출간되었는데, 그동안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과 문명의 놀라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과 그로 인한 사회의 병폐는 오늘날에 와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공허만이 남은 인간의 약한 부분을 공략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챙기려는 자들에 의해 벨빌은 또다시 암울한 공기를 자아내고 늘 그렇듯이 뱅자맹은 자신도 모르는 새 사건의 중심인물이 되어 있다. 노인들이 목이 잘려 살해되는 연쇄사건에 투입된 경찰이 죽는다. 어떤 사건을 쫓던 쥘리는 납치와 폭력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구청 직원을 사칭해 노인들에게 마약을 건네는 아가씨가 있다. 각기 다른 사건이지만 묘하게 맞물리며 용의자를 좁혀가는 방향에 서 있는 인물은 바로 ‘희생양’ 뱅자맹이다. 이제 사건은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한편 말로센가에는 입주자가 늘어났다. 뱅자맹 남매들의 엄마는 또다시 출산이 임박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있고, 쥘리가 마약의 위험에서 구출해 데려다놓은 네 명의 노인이 있다. 푸주한이던 로뇽, 전직 이발사 메를랑,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베르됭, 은퇴한 백화점 서적상 리송. 옆집의 구둣방 영감 스멜과 버스 기사 스토질까지, 가족 같은 친구도 많아졌지만 뱅자맹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역시 늘어나 있는 상태다. 그녀는 젊음에는 아무리 빈약한 가능성이라도 젊음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감옥에서 깨달았다. 하지만 양로원 정문 앞은? 경로당은? 방마다 늙은이들이 틀어박혀 있는 아파트 복도는? 젊음의 가능성은 꿈도 꿀 수 없는 이들이 이미 차가워진 몸으로 외롭게 살고 있는 건물 현관은? 노인들 말이다...... p.274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빛을 잃은 여생을 살고 있는 고독한 사람들, 그들에게서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자체가 이미 죄악이다. 하지만 과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를 심판한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누가 누구를 함부로 단죄해도 되는 것일까.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사회라는 규범 속에 존재하는 모순의 고리들. 그럼에도 말로센 부족은 사랑을 바탕으로 세상에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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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을 읽으며 좀 산만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어쩌면 그저 내 마음이 산만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런 가운데서도 즐겁고 재미나게 책을 읽었다. 그게 다니엘 페낙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참 마음에 드는 문장도 만났다.
"기억이란 건 말이야......한 가지가 생각나면 또 다른 게 생각나지......역방향의 상상력이랄까......그만큼 미친 일이긴 하지만." <기병총 요정> P.290
맞아, 기억은- 때때로 사람을 미치게 한다. 상상력 자체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경우가 더러 있긴 한데, 역방향의 상상력의 문제는 일어났던 일을 뒤집을 수는 결코 없다는 점. 그래서 희망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 이 행위를 건조하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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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시끌벅적한 말로센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무료해보이기만하는 일상 속에 감춰진 스릴이 궁금하지 않은가,
그런 당신에게-
<기병총 요정>을 추천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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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빌어먹을 é 덕분에 나는 이 글을 UTF-8 환경에서 써야 하고, 그건 사실 내 능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저 좀 더 전문적인 헛소리를 지껄여 나의 허세적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며, 굳이 이런 말을 쓰는 이유는 이상해도 솔직한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줘 볼까, 하고 어제 잠들기 전에 머리를 좀 긁적거리다가 생각해봤던 것 같기 때문이다 |
| 다니엘 페낙... 그렇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 예전에 그의 작품인 독재자와 해먹을 읽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80년대 중반 발표한 이 작품은 일명 '말로센' 시리즈라고 한다... 항상 희생양의 역할을 맡는 말로센이 주인공이 되는 시리즈물... 아쉽게도 그 첫 작품은 읽지 못하고 이번 두번째 책을 읽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는 것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 듯.... 파리의 한 지역을 배경으로 살인, 마약 등의 범죄와 그를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지함보다는 블랙 유머가 가득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