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의학 관련 만화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화에서 표현되는 의사는 대개 엄청난 천재에다 성인군자같은 성격으로 그려진다. 능력은 말할 수도 없이 뛰어나고 환자의 고통에 지나칠(?) 정도로 이입이 되어서 꺼뜻하면 눈물을 흘리고, 세상의 고민은 혼자 다 갖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한 의사, 그래서 혼자서 개폼 똥폼 다잡는 의사들을 보게 된다. 게다가 이런 의사들은 슬픈 과거사 하나 둘은 옵션으로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비뇨기과다컴은 굉장히 산뜻하고 유쾌하다. 병에 걸린 사람을 다루는 병원과 의사를 그리는 만화가 빠질 수 있는 '우울과 고통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비뇨기과라는 진료 과목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각 자체가 유쾌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자가 말기암으로 죽는 순간에도 여타 의료만화에 익숙해진 나의 눈에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생각해보면 의사들이 항상 환자들의 고통에 감정 이입되어서 세상을 우울하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이 의사의 의무이지만, 의사가 매일 그런 식으로 살아간다면 신경 쇠약으로 제 명에 죽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쾌해야만 하지 않을까? 죄다 고민에 찌들어 무뚝뚝해진 것만 같은 우리 나라의 의사들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보면서 내 주변의 병원도 이 만화처럼 유쾌하고 재밌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