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재발간되었나보군요? 저는 옛날 판으로 읽었었답니다. 처음 책을 집어들고, 뒷표지 내용 소개를 읽다 얼어버렸던 작품. '...남주인공이... 서커스 단원?!' 저...정말로 재미있을까... 삐질삐질...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간만에 제 취향 만족이었습니다. 전직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의 사생아인 여주인공은 어머니를 잃고, 마음 아파 하는 도중, 그만 왕~창 사치를 해 버립니다. 결국 빚에 몰려 아버지에게 매달리죠. 그러자 아버지는...빚을 갚아 주는 조건으로, 생판 모르는 남자와 여주인공을 결혼시킵니다. 6개월간 그 남자와 결혼해서 살아야 한다는 거죠. (작품 첫 시작이 결혼식 장면인데, 여주인공은 심지어 남편 될 사람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나서 버벅거리는 거예요.) 여주인공은 이 남자가 뭐하는 사람인지조차 모릅니다. 결혼식 후,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서커스! 그는 서커스 매니저이자 공연자였던 거예요... (채찍과 기마술 전문이죠.) 당연히 그런 환경에 익숙치 않은 여주인공에게 힘든 생활일 수밖에요. 게다가, 돈을 훔쳤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써서 모두 그녀를 경멸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들조차 그녀가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걸 눈치채고 그녀를 괴롭힙니다. 한편, 그녀의 남편인 남주인공은 잘생기고 매력적이지만 엄청 무뚝뚝하고 굉장히 비밀스런 사람으로, 그녀를 버릇없고 머리에 든 것 없는 부잣집 아가씨로만 여깁니다. 그러나, 마침내 힘들게 노력해서 모두에게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되고, 동물들과도 친해지지요. 그리고...조금씩 남주인공과의 사이도 진전되어 나갑니다. 하지만 남주인공은 사랑이란 것의 존재는 믿으면서도, 자신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삼촌에게 학대당하며 자란 경험이 그를 그렇게 만든 거지요. 그래서,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를 만들지 않으려고 결혼도, 아이도 거부하는 사람입니다. (여주인공 아버지에게 과거에 신세를 졌기 때문에, 그걸 갚기 위해 '말괄량이 길들이기'쯤으로 이 결혼을 받아들인 거죠.) 하지만, 자신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남주인공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은 그를 사랑해 버립니다. 그에게 마음을 모두 열어 주는 그녀에게 그도 점차 변화하지만... 중반 정도까지 남주인공의 비중이 좀 약합니다. 이 부분도 재밌긴 하지만요. 여주인공이 서커스 동물들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라던가 등등. (남주인공보다 호랑이가 더 멋지고... 남주인공보다 아기 코끼리가 더 귀여워... 하면서 중반까지 읽어 나갔더랬죠.) 그리고, 여주인공의 마음 고생이 상당하지요. 그걸 보면서... '여주인공이 불쌍해~ 여주인공 눈에서 눈물이 났으니... 남주인공 눈에서 피눈물이 나는 걸 보고 말테다!'라고 결의를 다져가며 읽어 나갔답니다... 하지만 후반 들어가면, 무뚝뚝하고 심각하던 과거의 모습을 벗고 밝고 잘 웃게 된 남주인공이 무지 귀엽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나서야 자기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남주인공이 그녀의 사랑을 다시 얻기 위해 분투하는 게 상당히 눈물겹답니다. 정말 피눈물 흘리죠... 남주인공.. 주변 인물들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로맨스 읽다 보면 악역도 평면적이고 악의에 찬 사람은 별로더군요. 이 작품은 그 점에서도 괜찮았어요.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셈이 되는 여자들이 다 그렇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