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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우리에게 잘알려져 있는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최우수 언론인에 수여되는 '퓰리처상'을 만든 장본인 조지프 퓰리처, 전세계 금융가의 대부인 J.P. 모건, 뉴욕 마피아계의 대부 폴 켈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19세말 뉴욕 경찰청장을 역임하면서 희대의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일종의 팩션을 가미한 스릴러 소설으로 볼 수 도 있지만 19세기말 미국 뉴욕의 시대상을 반영해 주는 역사소설 겸 사회고발소설의 역활도 동시에 하고 있는 작품이다. 경찰청장과 하버드대학 동기인 가상의 인물인 타임스지 기자 존 무어와 법의학자 클라이즐러가 루스벨트의 장례식장에서 해후하여 지난 25년전 뉴욕을 강타한 희대의 살인마 존 비첨의 살인행각을 추척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인 살인자을 통해서 단순한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그리는 소설은 아니다. 살인자가 사이코패스로 돌변하게 되는 여러가지 원인들을 제시하고 그 원인제공이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극중 주인공인 클라이즐러박사의 견해로는 인간은 유녀시절의 강력한 메세지로 인해 그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지 탄생에서부터 그 선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년시설 부모로부터의 학대나 외면과 육체적인 경험등을 통해 피폐해진 사고는 결국 육체적인 어른으로 성장은 하였으나 그 정신세계는 유년시절의 고통으로 해방되지 못하고 또 다른 분출구를 찾아 해매게 된다. 그 분출구가 급기야 살인이라는 극단의 표현으로 표출된다는 것이 우리 주인공의 논지이다.
소설이 이런 희대의 살인마를 추척하는 수사팀의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의 압력(대표적으로 대주교와 J.P.모건등의 가진자)과 수사팀 구성원들간의 이견을 거치면서 최종적인 살인범 검거에 이르게 된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로 치부될 수 밖에는 없는 구도이다.
하지만 필자의 또 다른 의도는 다른곳에 있다. 신대륙의 발견과 그리고 미합중국이라는 신생국의 탄생과정에서 미국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도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당시 19세기의 미국은 열광의 도가니를 방불케했다. 골드러쉬와 산업, 금융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미개척 식민지였던 국가가 짧은 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전의 이면에 정말 눈뜨고 볼 수 없는 피해가 많이 있다. 인디언들의 희생, 흑인노예들의 희생, 그리고 이민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의 어두운면을 소설의 요소요소에 뿌려놓고 있다. 아니 어쩌면 존 비첨이라는 살인자와 그의 희생양인 된 매음굴의 어린소년들과 이들의 매개로 업을 삼고 있는 마피아들을 통해서 사회고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전하는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했던 이들을 통해서 정작 발전이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대두시킨다. 그러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가슴 아픈 부분들이 많다. 지금의 잣대로 19세기말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 당시만 해도 왠만한 유력집안에서는 하녀를 부리고 있던 시절이었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던 시절임은 틀림없다. 그런 시절에 이들 소외계층의 문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반문할 수 도 있지만 결국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희생이다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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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3월의 추운 밤, 뉴욕타임즈의 기자인 존 무어는 친구인 정신과 의사 크라이즐러가 보낸 심부름꾼을 따라 어디론가 향한다. 불려 간 곳은 한 매춘소년이 특이한 방식으로 처참하게 살해된채 발견된 살인현장. 곧바로 이와 같은 수법의 범행이 이전에도 몇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다. 때는 1896년. 뉴욕 경찰총장으로 막 임명된 시어도어 루스벨트(훗날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여기에 등장하고 있다.)는 이 연쇄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획기적인 특별 수사팀을 결성한다. 모든 인간의 행동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는 혁신적인 이론을 주창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크라이즐러를 수장으로, 뉴욕타임즈 기자인 존 무어, 뉴욕 최초의 여경 새러, 과학수사팀의 아이잭슨 형사형제등의 멤버가 모였다. 살인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던 당시로서는 이단이라고 불릴만한 획기적인 방법들, 심리학을 범죄에 응용하는 현재의 프로파일링 기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이들은 범인의 성향과 내력을 추리해 살인자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해간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정체를 알 수없는 어떤 세력이 그들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손을 뻗쳐오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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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파일>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이 책은 19세기가 배경이다. 그것도 영국의 잭더리퍼가 화이트채플에서 광란의 살육을 벌인 지 8년이 지난 뒤인, 1896년 뉴욕이 배경이다. 그리고 실존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봤자 내가 아는 인물이라고는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J.P. 모건 뿐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그 당시 루즈벨트는 뉴욕의 경찰청장으로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이었다고 한다. 경찰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혁신을 진행했고 그 결과 수 많은 경찰들이 옷을 벗게 되었다. 여하튼, 이야기의 시작은 루즈벨트의 장례식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참석한 루즈벨트의 친구 존 쉴러 무어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1896년의 음침한 뉴욕거리로 돌아간다. 그 당시 뉴욕은 어지러웠다. 경찰은 부패했고, 정치도 마찬가지였고, 거리는 마피아들이 경찰과 결탁한 채 주름잡고 있었고, 꿈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이민자들은 거의 대부분 밑바닥을 헤엄쳐야 했으며 그 때문에 가장 희생당한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재롱부릴 나이에 돈을 벌러 돌아다녀야 했고, 또 많은 수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탐욕을 위해 몸을 팔았다. 여자아이도 있었겠지만 주로 어린 소년들(책에서는 주로 소년들이 등장한다)이 여자처럼 화장한 채 매춘부 생활로 생활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그런 비참한 소년들에게 더한 비극이 찾아온다. 소년매춘부가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벌거벗겨진 채 결박되고, 손목 하나는 잘려나가고, 두 눈은 파헤쳐졌으며, 성기는 잘려나가 입속에 틀어박힌 채로 말이다. 화자이자, <타임즈>기자인 무어는 친구인 정신과의사 크라이즐러에게 이끌려 그 현장에 가게 된다. 그리고 무어는 이 잔혹한 살인범을 잡을 수사단에 참여하게 된다. 잔혹한 살인범을 잡고싶은 한편 무능한 경찰에 대한 불신과 개혁에 대한 열망은 루즈벨트의 열렬한 지원을 업게 되고, 크라이즐러는 학자적 호기심과 사적인 호기심으로 인해 사건에 흥분한다. 크라이즐러는 사건해결 방법으로 범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프로파일링이라 불리우는 것과 똑같다. 수사단에는 경찰청의 몇 안되는 여경인 새러 하워드과 유쾌하고 명석한 형사 루시어드, 마커스 형제(그들은 법의학적 지식도 있다)와 크라이즐러의 심복인 사이러스, 스티비가 추가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은 복잡하거나 혹은 반전이 대단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만,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순식간에 프로파일링 해버리는 그들의 1시간도 안되는 활약을 2권의 책을 통해 진지하게 따라가게 하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에서 범인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거의 후반부이고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마지막 장을 불과 몇 장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일 정도다. 그렇지만, 범인의 흔적을 찾아 쫓아가고 점점 그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과학수사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던 19세기인만큼, 그들은 꽤 많은 일들을 발로 뛰고 조사한다. 그러나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중간에 인용하는 많은 심리학 책의 인용들도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물론 뭔 말인가 뚫어져라 몇번 읽어야했던 것도 있다만, 내 머리 문제라고 본다) 더불어, 책속 인물 중 크라이슬러와 루시어스형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신분석이나 법의학적 분석에 거리가 멀어서 친절한 설명이 잇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의 절대적으로 화자인 무어가 제일 그 쪽에서 무지하기 때문에(그렇다고 해도 그는 경찰출입기자였기 때문에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가 이해해하는 과정이 독자와 같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인상에 대해 꽤나 방대하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책이자, 한 인간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의 추적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차갑고 음침한 사건 속에 알듯말듯한 로맨스가 양념으로 쳐져 있지만 과하지 않아서 좋다. 홍일점처럼 등장하는 새러 하워드가 로맨스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범인이 못다 한 말이 참 궁금했다. ..난.. 그들이.. .. 그리고 뭐였을까.
아참, 덤으로 뉴욕의 19세기를 훑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칼렙 카, 왠지 오래된 사람 같았는데 1955년생이고, 이 책은 94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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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뉴욕은 패션과 예술과 금융의 도시다. 그 휘황찬란한 불빛과 높게 치솟은 마천루들은 세계의 수도로 불리며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으로 돌아가면 그 도시는 참혹한 광경으로 가득하다. 물론 현대도 그런 모습이 밝은 빛 아래 그림자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만나는 뉴욕은 암흑과 어둠이 빛을 삼킬 정도다. 살인과 강간과 부패와 가난과 마약으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 남자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그는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장례식장에서 1896년에 있었던 한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린다. 그 사건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처참하다. 10대의 소년이 눈이 파헤쳐지고 성기가 잘린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이를 본 당시 뉴욕 경찰청장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자신과 친분이 있던 정신과의사 크라이즐러와 존 무어에게 은밀하게 사건을 수사할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 직원 세 명을 지원한다. 최초의 여자경찰인 새러와 유태인 경찰 아이잭슨 형제다. 이들은 당시 범죄자와 결탁한 부패한 경찰들과 다른 존재들이다. 새러는 최초의 여경이란 점도 있지만 독립심이 강하고, 남성 위주의 팀에서 여성의 시각을 가진 유일한 존재다. 가끔 그녀의 의견을 듣다보면 남자들이 보지 못한 현실적인 부분이 잘 드러난다. 사건 해결을 위한 단서를 발견하는데 많은 공헌을 한다. 그 시대에 여성의 참정권도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아이잭슨 형제는 소설 속에서 과학수사를 펼치는 인물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그 시대에 지문이 법적 증거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불과 십 수 년 전 DNA 검사가 떠오른다. 이 형제가 지문으로 동일범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나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장면을 보면 드라마 CSI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이들은 주먹구구식 수사를 한 단계 높이고, 추론이 아닌 증거에 의한 확신으로 인도하는 존재다. 이 팀을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크라이즐러는 탁월한 정신과 의사다. 정신과 의사로는 탁월하지만 법의학자로서 그는 아직 초보단계다. 자신이 가진 심리학 지식과 풍부한 경험은 현장에서 나온 증거와 상황을 분류하고, 조합하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가끔 자신의 과거 때문에 벽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발군이다. 그리고 화자인 존 무어는 뉴욕 타임즈 신문기자다. 그의 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지만 팀의 기둥이다. 함께 발로 뛰고, 팀 각자에게 영감을 주고, 단서를 좇는 능력은 현장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그 동안 쌓은 기자의 경험은 막힌 곳을 뚫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가장 인간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 다섯 명은 현재라도 멋진 과학수사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19세기 말이다. 현재라면 법이나 다른 경찰들의 충분한 도움으로 수사에만 몰두할 수 있을 테지만 그 당시엔 그것이 쉽지 않다. 경찰청장 루스벨트가 그들을 고용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정치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또 그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 반감을 품은 조직도 존재한다. 우연히 드러난 참혹한 사건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연속적인 연쇄살인임이 밝혀지지만 몇몇을 제외한 그 누구도 진실을 좇길 바라지 않는다. 부패한 경찰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무능이나 부정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고, 종교 지도자는 이 사건으로 자신들의 권위가 약해질 것을 겁낸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그들은 단서를 찾고, 단서를 따라가서, 증거를 찾고, 증거에서 범인을 찾아낸다. 모아진 자료로 범인상을 찾는 수법은 굉장히 현대적이다. 물론 빠른 속도로 정보가 교환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더디고 지루한 과정이지만 그 시대를 생각하면 재미난 광경이기도 하다. 사실 이 소설은 다른 추리소설처럼 단숨에 읽히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분량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19세기 말 뉴욕의 풍경이 세밀하게 그려지면서 머릿속으로 그 시대를 재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화려함보다 어두움이, 세련되고 멋진 사람들보다 삶의 저 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현재의 환상에서 만들어진 뉴욕의 이미지가 산산조각난다. 하지만 그 당시 정신의학에 대한 수준을 알아보는 재미도 있다. 그 시대의 풍경과 삶은 고증에 의한 사실로 다가오지만 수사팀의 놀라운 수사능력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의문이 조금 생긴다. 그래도 이 한 권의 책으로 19세기 말 뉴욕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여행이 결코 밝고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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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해 그가 그런 사건을 벌이게 된 동기와 그의 행동을 분석해서 범인의 윤곽을 그려내는 역할을 하는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였다. 물론,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꽤 많아서 즐거이 볼 수는 없었지만, 그 과정과 접근방법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들은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프로파일링이라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현대를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 또한 흥미롭겠지만,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 시대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빈민가의 어린아이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범인을 쫒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부패한 경찰 내부를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던 시어도어 청장, 정신과 의사인 크라이즐러, 이들의 친구이자 기자인 무어, 또한 이들을 돕고 있는 마커스, 루시어스 형사, 그리고 최초의 여성 경찰이 되고자 노력중인 경찰청장의 비서 새러 등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은 빈민가의 아이들이기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는 여러 사건들을 파헤치며 범인의 윤곽을 그려 나가고 있다. 또한 이들은 그 시대의 상황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데, 현재에는 당연한 듯 사용되고 있는 방법들이 그 당시에는 새로운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으며, 그들이 조금씩 사건의 동기와 범인의 살해 방법을 통해 사건의 원인을 혹은 범인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는 요소를 밝혀내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물론,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정 중에 조금은 느슨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시대적인 배경과 범인의 범행 과정보다는 사건을 해결하고 파헤쳐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어서 조금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뉴욕이라는 공간과 19세기 말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확연히 들어나는 빛과 어둠 그리고 지나친 빛 속에 가려진 깊은 어둠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시대의 그리고 그 시간의 어둠을 보다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바라보게 되는 그리고 찾게 되는 그 어둠은 깊기도 하지만 그 깊이만큼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그만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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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뉴욕의 뒷골목은 지금의 그곳만큼이나 더럽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정장을 갖춰입은 신사 숙녀들, 까맣게 칠된 멋진 마차들이 서로 부딧힐 듯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번화한 뉴욕의 뒷골목에는 차마 앞에서는 대놓고 해소할 수 없는 도시의 배설물들로 넘쳐났다. 매일같이 뉴욕항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 밑바닥 인생들이 고된 현실과 노동을 잊기위해 찾아가는 각종 환각제, 그리고 창녀들.. 아마도 현대의 뉴욕 뒷골목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나 밑바닥인생들에게 처참했던 뉴욕에서 범죄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애띤 얼굴을 가리기 위해 두껍게 분칠을 하고 아직 채 성숙해지지 않은 몸을 무기로 남자들에게 몸을 팔며 생활하던 어린 남자아이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지만, 사회 지도부에서는 범인을 찾아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이 사건이 언론의 외면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사람들마저 각종 압력을 마주하게 된다.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는 이렇게나 답답한 19세기의 뉴욕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스트 사이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간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J.P 모건, 폴 캘리등, 역사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라도 너무나 잘 아는 인물들을 주요 인물들로 등장시켜 이야기의 사실성을 더함과 동시에 여타 다른 작품과는 다른 '범죄심리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좀 더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힌다. 때문에 우리는 칼렙 카가 창조한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를 읽으며 사실과 꾸며진 이야기들의 경계를 혼동하며 좀 더 깊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처음에는 19세기 말의, 나와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끌렸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이야기에 점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요인물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덕분이었다. 얼핏보기에 심리학에 별로 조예가 없는 나에게있어 그는 프로이트의 학설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는 크라이즐러의 이론과 탐구를 따라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쫓아나간다.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가보다는 과연 어떤 사람이 무슨 이유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되었는가 에 초점을 맞추는 크라이즐러와 나의 공통점 때문에 이야기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장르소설이라는 작품의 특성 뿐 아니라 좀더 깊은 범죄심리학을 다룬 소설을 읽고싶은 사람에게 제격인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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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매우 지적인 서스펜스 범죄소설이다. 코오. 작가 칼렙 카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이다. 그리고 읽고 난 소감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살펴보자. 이야기는 간단하다. 연쇄 살인마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기본사양이 매우 기본적이다. 그러나 내용물의 격이 다르다. 일단 여느 추리소설이나 서스펜스와는 달리 이 소설은 팩션이다.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훨씬 이전인 1896년 경찰청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뉴욕에서 벌어진 아동 연쇄 살인을 소재로 삼고 있다. 상당 부분 실존인물이 등장한다는 얘기이다. 내용은 됐고. 전체적인 부분을 따지고 들어가 보자.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접한 바에 의하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나중에 더 많은 소설을 접하게 되면 몇 가지 더 생길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재로써는 그렇다. 첫째, 속도가 매우 빠른 소설. 리 차일드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구사하는 방식의 소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데 이런 소설의 특징은 굉장히 동적이다. 그러니까 생각의 영역에 머무는 묘사가 거의 없이 사건 위주의 행동적인 측면에 치중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건을 벌어진다고 보면된다. 영화로 치자면 액션 영화라고나 할까? 그러므로 가독성과 긴박감, 기타 빠른 속도감으로 이야기의 풍미를 살려주는 류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문장을 음미하거나 지적인 사고를 여유있게 즐기는 독자에게는 잘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둘째, 앞서 말한 특징과는 반대에 선 소설이고, 이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쇄 살인범과 그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기는 했으나 동적인 측면에 치중하지 않는다. 즉, 사건과 사건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 뒤에 그에 따른 노련한 분석 그리고 다시 하나의 사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는 얘기이다. 당연히 속도가 느려진다. 이는 사건의 전개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 가에 치중하기 때문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양들의 침묵]과 같은 범죄 영화가 이에 속한다.
사실,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에서는 첫째에 해당되는 소설이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독자가 보기에도 실패 확률이 후자에 비해 적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뭐랄까, 소설의 격이 한 등급 높은 작품을 접하고 싶다면 당연히 후자쪽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위험성이 있다. 작가의 공력이 높아야 한다. 둘째에 해당하는 소설은 의학, 범죄, 심리, 볍률 등, 총제적이고 '실제'적인 인문학적 지식의 깊이가 깊어야 하며 그 전문 지식을 얼마나 '쉽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점, 지루하지 않게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를 겨냥하는 소설 중에 작가의 공력이 미치지 못하는 소설을 접하게 되면 대부분이 지루하다. 그리고 그런 소설이 더 많다.
이 소설은 앞서 말했듯 후자에 속하며 완성도가 매우 높다. 일단 저자의 내공이 다른 여타 작가에 비해 높은 수준에 있다. 상위급 작가라고 여겨진다. 이 조건에는 물론, 작가 혼자 즐기는 지식을 나열하는 행위 따위는 절대 포함될 수 없다. 독자에게 쉽게 풀어내야 하고 그것이 독자로 하여금 지적 충족감을 채워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대체적으로 인문학적 공력이 높은 작가들은 소설이 아니라 강의나 하고 앉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극화의 능력이 뛰어나다. 인간 내면의 심리적인 고찰을 작가의 지식을 뽐내듯 주르륵 늘어놓은 게 아니라 극으로 구성되어 그 속에서 독자가 판단하게 만드는 수준 높은 경지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문장의 묘사면에서도 그렇다. 미천한 지식으로 인간 문제를 고찰한답시고 뻔한 개똥관념이나 늘어놓아 지루하기 짝이 없게 만드는 일부 풋내기 순문학 소설가보다 백만팔천배는 낫다.
자, 이런 면에서 보자면 이 소설을 읽고 환호할 부류의 독자와 그렇지 않을 독자의 층이 분명하게 갈릴 것 같고 이것이 이 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즉, 평소 심리학을 흥미로워하는 독자, 인간의 행동을 정적으로 풀이하되 허술하지 않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지적 즐거움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안성맞춤일 것이라 생각한다. 곱씹어 볼만한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이 대작가들의 그것에 근접해있지는 않다. 대작가들은 칼렙카 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올라서 분석 자체가 설명적이지 않고 묘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칼렙 카는 다소 친절한 편이랄까? 이 친절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독자에게는 친절함이 약간 군더더기 같이 느껴질 것이고(독자가 생각할 여지가 더 줄어드니까) 지적 유희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에게는 친절함이 말 그대로 친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의 범죄 분석이 묘사보다는 설명에 가깝다고 보면된다. 어쨌든 그 설명적인 내용이 우리가 흔히 접할수 없는 인간 심리에 대한 부분을 섬세하고 다룬다는 점에서는 대단하다. 연쇄 살인범의 살해 동기가 성장기 정신적 트라우마에 기초한다는 전형적인 범죄 심리학에 기초한다는 얘기도 짚고 넘어가야 겠다. 그 전형적인 툴 속에서 흥미를 이끌어 냈다는 걸 나는 높이 사지만, 그 점을 식상하다고 여길 독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하며 분석적인 특성상, 스토리의 전개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느린 전개를 싫어하는 독자는 지루할 수 있으며 또한 심리학적인 분석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도 그럴 수 있다. 어떤 챕터는 아무 사건없이 오로지 범죄분석으로만 50쪽에 가까운 지면을 할애하기 때문에 그런 걸 싫어하는 독자는 읽다가 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지적인 접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나는 이런 지적인 접근이 허술하면 오히려 역반응을 보이는 편인데 이 소설은 훌륭하다. 칼렙 카가 굉장히 꼼꼼한 작가라는 것을 느낄수 있다. 리뷰에서 이 부분을 많이 할애한 것은 이 소설을 결정짓는 특장점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외에도 장점은 많다. 띠지에 쓰여있듯이 19세기 말 뉴욕의 풍경이 치밀한 고증을 통해 재현되었다. 물론 내가 그때를 보진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다른 책이나 영화들을 통해 접한 경험에 의하면 갱과 관리의 부패와 미국 이민자들의 실상이 손에 잡힐만큼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풍경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 보이는 분석 내용을 곱씹으면서 어떤 지적 매력이 배가되는 이 소설을 단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지적이고 매혹적인 서스펜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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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을 만나면 흥분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흘러나오는 완벽함. 첫인상은 내게 호의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책을 펼친지 얼마되지 않아 범상치 않음을 예감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은 초반부터 흘러넘쳤고, 험란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과정을 겪게 될거라는 짐작도 어렴풋이 생겨났다. 그 과정은 흥미로울 것이며 독자에게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 줄거라는 추측까지 하게 되자, 이 책의 설명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해둔 시간이 무색할 정도였다. 책장을 속도감 있게 넘긴다기 보다 지루할 틈이 없어 꼼꼼히 읽었다. 추리소설을 이렇게 읽어본 적도 없지만, 책에 빠져 있는 시간 동안은 어느 것에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 그만큼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는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가지 사건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된 일이었다. 그 용의자로 인해 밝혀진 사실들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고, 속속들이 드러나는 사실 앞에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이코패스의 형태를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용의자 앞에 두려움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 용의자와 이 책의 용의자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제이핏이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는 존 비첨은 비슷한 조건의 사람만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함으로 피해자의 처참한 모습을 공개했다. 용의자의 어떠한 흔적도 없어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고 있었고, 피해자는 늘어가기만 했다. 지금처럼 첨단화된 수사가 이뤄지는 시기도 아닌 19세기말의 뉴욕 맨해튼에서 이 살인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시 뉴욕 경찰청장으로 있던 시어도르 루스벨트(미국의 26대 대통령)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독특한 팀을 비밀리에 구성한다. 대학시절의 친구인 뉴욕 타임스 기자 존 무어, 정신과의사 크라이즐러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책의 또다른 묘미는 당시의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루스벨트 경찰청장부터 J.P. 모건, 조지프 퓰리처, 폴 켈리등 잘짜여진 구성에 부합하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19세기 말 뉴욕의 모습은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생기가 넘치거나 밝은 분위기보다 세상의 온갖 악이 밀집해 있는 모습이었다. 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의 비참한 삶과 빈민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뉴욕은 현재의 화려함을 떠올릴 수 없었다.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는 19세기의 뉴욕에 맞닿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용의자는 매음굴에서 몸을 파는 어린 남자아이들을 납치해 처참하게 죽였다. 피해자들의 비슷한 또래와 조건의 남자아이들이라는 것 밖에 증거가 없었고, 왜 죽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루스벨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부탁해 사건을 의뢰했지만, 크라이즐러가 요구한 것들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후에 루스벨트의 위치를 고려해 사건을 약간 은폐하긴 했지만), 전적으로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무어와 크라이즐러로는 인원이 부족했으므로 루스베트를 통해 소개받은 과학수사팀의 아이잭슨 형사 형제, 뉴욕 최초의 여경이자 무어의 친구인 새러가 사건해결의 중심부에 선다.
그들의 수사는 더뎠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크라이즐러의 통찰력과 리더심은 사건에 조금씩 다가가게 했고, 아이잭슨 형사의 출현으로 미궁에 빠져 있던 사건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용의자를 중심으로 다가간다기 보다 미세한 발견으로부터 조금씩 좁혀가는 양상을 띠었기에 여전히 더딜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9세기 말이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들의 수사는 파격적이었고, 독특했다. 정신과 의사인 크라이즐러의 고견과 여경인 새러, 아이잭슨 형제, 범죄자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크라이즐러의 하인들은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은 루스벨트가 마련해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의견을 모아 하나의 또 다른 가상을 설계해 가면서 조금씩 전진해 갔다. 처음엔 그 방법이 무모해 보이고, 바위에 계란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의견은 너무 추상적이었고, 이제 막 싹을 틔운 범죄 심리를 이용한 수사관의 등장도 실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추리와 결과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웠고 눈을 뗄 수 없었다. 많은 방법이 실험적이긴 했지만, 훌륭하게 드러맞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에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 앞에서 용의자를 놓쳐 버리고, 다른 도시에 가서 정보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무엇보다 이 사건 해결을 원치 않는 갱단의 훼방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고,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크라이즐러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 버렸다. 그 상실감으로 수사에서 빠진 그를 대신해 수사를 해야 했던 어려움도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용의자의 실체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요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동료들 덕분에 용의자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남겨놓은 시체는 용의자의 내면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이어서 정신세계를 추측해가고,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한 오라기의 실로 용의자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해 간다. 한꺼번에 두세개의 계단을 밟는 것이 아닌, 한 단계씩 밟고 올라서 정상에 오르는 것처럼 과정 속에 모든 것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용의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의 실체가 밝혀져도 덤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용의자 존 비첨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그들처럼 독자인 나도 낱낱이 알게 되었고, 그의 성장과정과 내면 세계에 깊은 동정을 느꼈다. '범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말을 처절하게 드러낸 인물이 존 비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인은 멈춰져야 했다. 더이상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 나가지 않게 해야 했고, 내면이 뒤틀릴대로 뒤틀려버린 살인자를 더이상 간과할 수 없었다. 수사의 꼭대기 단계에서 존 비첨은 모습을 드러냈고, 크라이즐러는 다시 돌아와 그 현장에서 살인자를 지켜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마음(그가 모습을 드러내도 덤덤할거라는)은 정확했고, 그의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면을 지닌 괴물이었다. 그의 최후가 허무하고 씁쓸했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냐는 분노보다 인간이기에 파괴돌 수 있다는 사실을 수긍하게 만들었다. 존 비첨과 비슷한 어린시절을 보낸 크라이즐러와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인간의 내면은 어떠한 환경에 처했냐에 따라 '성격을 형성하고 강화시켜 행동으로 발현된다는 심리학적 결정론'을 뚜렷이 보여준 예였다. 그러므로 존 비첨이 특별하게 뒤틀려버린 인간이 아니라, 보통 사람도 그러한 환경에 처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심리를 통한 수사가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를 찔러댔다는 것으로 겁에 질려 있었고, 충분한 고통을 맛보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 내면에 숨어있는 깊은 아픔들이 치유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고통이 뒤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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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라하면 나는 CSI의 스핀오프 시리즈 <CSI: 뉴욕>이 생각난다. 본래 화창하고 밝은 날씨만큼이나 명랑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나이를 먹어 성향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인지 요즘에는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는 것들에 마음이 자꾸 끌린다. CSI 뉴욕에 매혹당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직접 가보지 않아서 뉴욕이 어떤 이미지일지 실제로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뉴욕은 '음울한 회색 도시'다. 더불어 한우울 하시는 '나의' 맥 타일러 반장님. 우후훗이란 기괴한 웃음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뉴욕. 언젠가는 한 번 꼭 가보리라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도시다.
그런 뉴욕의 1896년 모습을 엿볼 수 있다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게다가 장르는 심리스릴러. 19세기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과 함께 향락적이고 음울한 뉴욕의 모습을 한껏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실존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덕분에 현실감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빠르게 발전해나가던 뉴욕. 화려하고 향락적인 도시지만 그 이면을 장식하는 어둠 또한 깊다. 지배세력의 무자비한 노동 착취로 이민자들은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어린 소년들은 술과 마약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몸을 팔기에 이른다. 어느 날 일어난 살인사건. 잔인한 모습으로 발견된 시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뉴욕 시경의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그의 친구 존 무어, 크라이즐러가 움직이고 상상을 뛰어넘는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음울하다'는 것이 내가 뉴욕에 가진 최초의 이미지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책 또한 그 음울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모습들만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찾으려고 하면 오페라를 즐기고 편안하게 앉아 커피와 토스트를 즐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어나는 사건들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은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세기말'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시대상이라고 할까. 그런 시대에 벌어진 사건이라 그런지 마음을 내리누르는 무게감 또한 남다르다. 더구나 대상은 어린아이. 비록 거리에서 몸을 팔고 천한 대우를 받던 그들이더라도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들을 거리로 내몬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괜히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성질은 '세밀함'이다. 묘사의 세밀함, 인간감정 묘사의 세밀함, 사건묘사의 세밀함, 구성의 세밀함. 어떤 책이든 이야기를 너무 세밀하게 진행시키면 지루해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지루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아깝다. 약간은 도가 지나친 듯한 세밀함이 우리를 19세기 뉴욕으로 인도하는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 세상을 잊고 말 그대로 책 속 세상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간직한 '새로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어디서나 새로운 방법은 초기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여태까지와는 다른 과학기법을 중요시하는 아이잭슨 형제, 정신이론에 대해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크라이즐러까지.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뉴욕의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이 책에는 나무랄 점이 별로 없다. 아쉬운 점은 오타가 약간 있다는 것과 범인의 마지막 모습 정도랄까. 풍선에서 바람빠지는 듯한 시시함이 느껴졌지만 범인의 마지막 모습에서 느끼는 연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독자들을 열광시킨 광기와 구원의 모던 클래식'이라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 문구에는 동감한다. 늘 그렇듯 훌륭한 작품은 영화로도 느껴보고 싶다. 19세기 말의 음울한 회색빛 뉴욕. 영상으로 본다면 더 멋질 것 같다. 물론 몇몇 잔인한 장면은 제외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