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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문학책을 잡아본지 꽤 되어가던 차, 작가 이름이 눈에 띠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나랑은 뭔가 핀트가 맞지 않았다. 갈수록 더 심해졌다.
이것은 존 치버의 소설이다.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 정이현(소설가) 정이현씨를 만나서 설명 좀 해달라고 해야겠다. 나에겐 설명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여공작 :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건가? 돈과 명예가 있다고 꼭 속물은 아니고 소탈한 인간미를 보여줄 수도 있으니 사람을 재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게 누구였는지만 말해봐 : 뒷말과 소문과 망상으로 커져가는 집착을 그렸다.. 아내를 예쁜 장난감처럼 묘사하고 이웃을 못생기고 늙고 추악한 여자라는 식으로 묘사해서 불편하다.
음악 선생 : 이 책 단편들 중 미소지니가 가장 극에 달한 작품. 젖먹이 막내 포함 아이 셋을 키우는 아내가 음식을 자꾸 태우는 것이 분명 자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다고 느끼는 남자가 화자이다. 인물 소개만 봐도 미친놈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가정 생활에 큰 문제가 있다고 느낀 남자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과거 데이트 때 가던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고 아내에게 연락한다. 아내가 '애 봐 줄 사람을 구하면..'이라고 시큰둥하게 말한 것도 이 남자는 불만이다. (야!!!! 애 봐 줄 사람 검색해서 찾고 시간 어레인지하고 도착하면 인수인계하고 중간에 별 일 없나 연락하고 비용 정산하는 것도 다 가사노동이야!!! 밥 사주는 게 무슨 선심 쓰는 것인 줄 알아!!) 결국 애 봐 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애 셋을 데리고 우울한 표정으로 나타난 아내를 보고 충격을 느낀다. 왜 충격을 느꼈나? 식당에 애들을 데리고 꼴이 말씀이 아닌 상태로 나타난 것이 남편인 자신에게 식당 안의 모두 앞에서 개망신을 주기 위한 대작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에 대한 충격이 아니란 점이 진정 충격이다.
'기분이 울적해서 술 한 잔 마셨다'와 똑같은 어투로 '기분이 울적해서 사무실의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라는 식으로 서술한다. 탁현민의 자서전에서도 본 바 있는 매우 불쾌한 대상화이다. 그리고 못생기고 늙고 말 많은 여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자기 인생이 몰락해가고 비참하다는 증거라고 인식하는 태도를 보인다!! 내가 이런 글을 읽고 있으니 기분이 비참하겠어요, 안 비참하겠어요? 여성을 물건처럼 묘사하고, 여성의 고통을 단지 자신에게 거슬려서 자신의 인생이 비참해지는 소재로만 여기는 이 무심함은 어디서 올까? 권력에서 온다.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것이다.
내 삶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좋은 글을 읽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이런 작가의 글은 더 이상 읽으면 안 되겠다. 다만, 가까운 가족이 이 소설집을 꽤 괜찮게 평가했다는 점이 서글프다.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 내가 밟혔던 지점들이 그에게는 전혀 밟히지 않았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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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란 걸 읽어본게 나름 오랜만인듯 하다. 그것도 외국작가의 단편집은... 영문소설로는 커트보네커트나 르귄을 좀 읽어본 기억, 그리고 몇년전 브로크백 마운틴을 본 정도? 존 치버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기에, 어쩌다가 골랐던 이 책도 단편집일 것이란 생각은 못하고 봤는데 말이다. 억지로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라고 하면,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의 그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다양한 미국인의 삶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허위의식, 소외와 외로움, 그리고 일탈과 몰락 등을 그려냈다. 외국의 순수문학 단편은 정말 브로크백 마운틴 정도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상당히 모던하고, 그리고 그만큼 쓸쓸해지는 느낌이다. 우리의 삶이 이렇게 왜곡되어있고,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이렇게 쓸쓸한 것이다를 단편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카타르시스 비슷한 것을 생성하는 것이 존 치버라는 작가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가족과 이웃들의 사이의 문제들, 중산층의 불륜과 질투, 은폐된 폭력, 그리고 웬지 모르게 휩쓸려가는 타락... 참 읽을수록 답답해짐이 무거워지기만 하는 이야기설정들이다. 미국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이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작가가 유명한 것이겠지? 허위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이 황금시대라고 생각된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 작가가 이탈리아 어느 시골로 놀러가서, 즉흥적인 허세로 '시인'인 척을 하는데... 그것이 내내 맘에 걸려서, 양심에 찔려서 마음은 점점 불편해지는데, 순박하기만 하는 그 시골 사람들을 속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느끼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 그의 정체를 알고서 마을의 읍장이 나타나 하는 말.. "오, 우리는 선생이 그저 시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라고 존경의 말투를 옮기는데.... 순수문학을 하고자 하는 통속작가가 느끼는 가책은, 이미 그 통속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시골사람들 앞에서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참으로 씁쓸한 웃음을 던져주는 작품들이다. 나중에 한번 더 잡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