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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현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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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론가가 박완서님의 단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이 책에 수록된 을 꼽은 적이 있었다. 이 작품집의 다른 단편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박완서님의 책에 두어번씩 실렸던 작품이지만, 이 작품만은 이 책을 통해 읽게 되어 나역시 그의 상상력과 비판정신에 감동을 받으며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이제는 근대가 되어버린 7,80년대. 그러나 노작가의 눈에는 아름답던 유년의 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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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론가가 박완서님의 단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이 책에 수록된 <그 가을의="" 사흘동안="">을 꼽은 적이 있었다. 이 작품집의 다른 단편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박완서님의 책에 두어번씩 실렸던 작품이지만, 이 작품만은 이 책을 통해 읽게 되어 나역시 그의 상상력과 비판정신에 감동을 받으며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이제는 근대가 되어버린 7,80년대. 그러나 노작가의 눈에는 아름답던 유년의 끈끈함을 잃어버린 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이웃에 살면서, 그들과 똑같은 인테리어에 똑같은 요리법과 재료로 살아가더라도 결국은 다를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해 다룬 것이라든지, 착하고 선량한 시민이 어떻게 범죄자가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작가의 경험같은 것이 실랄한 문체로 살아 숨쉬고 있어 이것이 거짓말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언제나 그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꼬집는 작가의 시선은 늘 나로 하여금 긴장하게끔 한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명성을 드날리는 그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i****3 2003.05.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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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의 사흘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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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출판된 책으로 오랜만에 넘겨보는 갱지가 친숙하고 반가웠다. 오래된 듯 오래되지 않는 매력을 간직한 박완서 님의 17개의 중단편들은 하나같이 눈에 착 달라붙을만큼 재밌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박완서 님이야말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가 본인 스스로를 타고난 거짓말쟁이라고 했다던데 중간에 구멍하나 없이 촘촘하고 탄력있는 고무줄처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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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출판된 책으로 오랜만에 넘겨보는 갱지가 친숙하고 반가웠다. 오래된 듯 오래되지 않는 매력을 간직한 박완서 님의 17개의 중단편들은 하나같이 눈에 착 달라붙을만큼 재밌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박완서 님이야말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가 본인 스스로를 타고난 거짓말쟁이라고 했다던데 중간에 구멍하나 없이 촘촘하고 탄력있는 고무줄처럼 이어지는 말솜씨 어린 문장을 읽다보면 정말 맞는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주간지 일면처럼 커다란 글자로 신문 속의 내용을 예고하듯 꾸며진 책의 앞표지에는 '세파속의 생명주의'란 말이 제목 아래 세로로 찍혀있다.

생명주의란 말이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여주인공을 통해 사람사는 진정한 활기가 생명없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울음소리'와 '그 가을의 사흘동안'을 읽고나서 쉽게 이해가 갔다.

 

울음소리는 7년전 뇌성마비로 태어난 아기가 죽은 뒤로 피임을 하며 임신을 두려워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적막한 거실에 간간히 들려오는 유일한 소음은 앞집 부부의 싸움소리, 아이의 울음소리다. 앞집 부부의 무식함에 짜증스러워하는 그녀의 본심은 부러움이다.

남편과의 싸움없는 조용한 관계가 오히려 그녀를 숨막히고 무시당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부부싸움의 여파로 쫓겨난 앞집 아이를 품에 안고 전과 다른 생명력과 애정을 경험한다. 또 한밤중 집을 잘못 찾은 남자가 자신을 안으려한 불쾌한 경험을 한다.

남자가 자신을 만졌던 촉감에서 이물감을 느끼며 남편에게 위로받고 싶어한다. 이야기는 여자가 정욕이 아닌 생명에 대한 갈구를 느끼며 남편과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울음소리 같이 그 가을의 사흘동안의 여주인공의 삶은 칙칙한 회색빛이다. 생명에 대한 갈망을 얻기 전까지.

 

수십년간 낙태수술로 벌어먹고 산 50대 여의사는 병원 건물의 신축을 핑계삼아 의사짓을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일을 그만두길 사흘을 앞두고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산모의 아이를 받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이 커진다.

애초에 낙태시술 전용으로 개조한 병원에서 그녀는 우연히 첫 손님으로 산모의 아이를 받았던 것처럼 마무리도 그렇게 하고 싶은 거였다. 죽인 아이만 500명 정원의 초등학교 하나 정도는 될 만큼의 일을 한 그녀의 속에 알게 모르게 쌓여온 죄책감과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안낳은 여성의 메마름이 마지막 사흘간의 카운트다운을 미칠듯 초조하게 그녀를 만드는 것이다.

삼일,이틀이 지나고 마지막 날이 되어 체념할 무렵 배가 불룩한 스무살 여자가 찾아온다. 어릴 적 자신과 똑같은 상처로 아이를 밴 여성이 낙태를 원하자 결국 그녀는 마지막 시술을 한다. 조산으로 꺼낸 살아있는 아이를 보자 여의사는 인큐베이터가 있는 병원을 향해 아기를 들고 미친듯이 뛰지만 이미 죽어있다. 그녀는 아기를 한번도 가져보지 않는 여자보다 아기의 무덤이라도 갖은 여자가 아름답다며 죽은 아기를 자신의 집 뜨락에 묻는다.

'홀로 사는 여자보다 더불어 사는 여자가 아름답다고, 둘만 낳는답시고 소파를 열두 번도 넘어 햇으되 그래도 자식이 서넛은 되는 여자가 훨씬 더 아름답다고' 에서 작가의 생명찬미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책에서 70,80년대의 개인의 삶들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었다. 그 중 전쟁의 원한이 중심에 있다. 이때만해도 전쟁의 여파가 생생히 살아있을 시절이었다.

삼촌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연좌제처럼 직장에서 탈락된 아들, 여권자격에 탈락해 파혼당한 딸의 이야기인 '더위먹은 버스' 여든이 된 노모를 괴롭히는 전쟁의 상처를 보여준 '엄마의 말뚝' 양갈보란 소리를 들어야했던 미군 PX의 여자의 삶 이야기를 생생히 묘사한 '공항에서 만난 사람' 등.

특히 '어느 이야기 꾼의 수렁은' 분단의 아픔이 가장 심각하게 다가왔다.

풍선타고 전세계를 여행하며 친구를 사귀는 또마를 창조한 동화작가인 그는 6.25 기념의 드라마를 써달라는 지인 PD의 부탁을 받지만 끝내 불발된다. 남한의 아이와 북한의 아이와 만나는 설정이 그에겐 도무지 불가능한 상상인 것이다. 아프리카로 날아가 흑인 친구나 ET를 만나는 상상이 쉽사리 이루어지는 반면 북한아이와의 대화 한마디를 떼기가 어려워하는 그를 보면서 그 당시 38선이 얼마나 무겁고 질긴 철책 그 이상이었는지 실감이 갔다.

 

 

박완서님이 본 70,80년대와 지금과 달라진 게 있다면 전쟁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거의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전쟁의 충격으로 연실 도리질만하는 노파도 북으로 간 친척때문에 직장이나 시험에서 떨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연좌제도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의식주의 외형이 서양식을 향하지만 '재수굿'의 이야기처럼 정신만은 우리 풍속의 미신인 무당에 매여있거나, 똑같이 네모난 아파트에서 저마다 비슷한 삶에 지쳐가지만 남 따라하기를 멈출 수 없는 '닮은 방들'의 이야기는 현대에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뚫는 날카롭지만 구성진 이야기에 푹 빠져보는 시간이었다.

d****7 2014.09.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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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려지는 잔잔하면서도 중요한 생각들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려지는 잔잔하면서도 중요한 생각들" 내용보기
박완서씨의 단편집을 처음 보는 것 같다. 거의 30년 전에 출판된 책인데 말이다. 싱아, 그남자.. 이러 저러한 장편들만 보다가 이 대작가의 단편을 보니, 정말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80년대 초중반의 작품부터 70년대 초반의 작품까지, 시기적으로 거꾸로 배치된 편집을 따라가다보면 이 분도 살아오면서 글 쓰는 스타일이 적지않게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초반, 그러니까 책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려지는 잔잔하면서도 중요한 생각들" 내용보기

박완서씨의 단편집을 처음 보는 것 같다. 거의 30년 전에 출판된 책인데 말이다.


싱아, 그남자.. 이러 저러한 장편들만 보다가 이 대작가의 단편을 보니, 정말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80년대 초중반의 작품부터 70년대 초반의 작품까지, 시기적으로 거꾸로 배치된 편집을 따라가다보면 이 분도 살아오면서 글 쓰는 스타일이 적지않게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초반, 그러니까 책의 후반부에 있는 소설들은 약간 피상적인 이야기 구조, 그러면서도 사회문제를 조금은 더 직접 건드려보자는 뜻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야기는 주인공/화자를 중심으로 매우 구체적인 고민들로 다듬어져 가고, 사회문제도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식으로 발전하더라. 분명, 이걸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말미에 붙어있는 평론을 보진 않았다. 30년쯤 전에 작가의 소설을 '생명주의'니 '비판의식'이니 평하는 글에 대해서 별달리 기대가 되지 않아서다. 제목을 그럴 듯 했고, 동의도 된다. 하지만, 그런 모든 평가보다 앞서서 이 작가의 글쓰기 방식, 이야기 전개방식, 그리고 작품속 인물들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너무도 살갑고 애틋하며, 그렇기에 정말 우리네의 삶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그리고 나의 부모가 이런 식으로 살지는 못했다 할 지라도 말이다.

e****s 2012.04.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