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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의 꿈, 그리고 <화가의 우연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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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저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중학교 2학년까지 저의 꿈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2부제로 돌아가는 서울 변두리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지식보다 먼저 가난과 소외를 익히던 그때, 어른들의 무관심에 방치돼 있던 어느 무지랭이가 남몰래 호사스런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게서 화가를 꿈꾸었던 소년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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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저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중학교 2학년까지 저의 꿈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2부제로 돌아가는 서울 변두리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지식보다 먼저 가난과 소외를 익히던 그때, 어른들의 무관심에 방치돼 있던 어느 무지랭이가 남몰래 호사스런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게서 화가를 꿈꾸었던 소년의 감성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꿈을 잃고 사는 지금, 어린 시절이 한없이 그립습니다. 문득 기형도의 싯귀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릅니다. 상실감과 허허로움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은 하필이면 높디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발가벗겨진 채 더없는 부끄러움에 몸서리치고 있습니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 [ 기형도 詩, ‘10월’ 中 ] 어린 시절 화가가 되고자 했던 저의 꿈은 당시 제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꿈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물며 저 자신조차 그런 꿈을 꾸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감성을 잃고, 영감을 상실한 채 허우적대고 있을 뿐입니다. 사춘기에 이르러 저의 꿈은 글쟁이가 되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딱히 시인, 소설가 할 것 없이 그냥 아무래도 좋을 글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노점 좌판에서 길어 올린 문고판 소설집 한 권이 인생의 진로를 틀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놈의 글쟁이 꿈이 마치 미련한 미련처럼 제 몸 어딘가에 붙어 자꾸만 간지럼을 유발합니다. 요사이 그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꿈들이 난데없이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 문득 미술관련 책들을 부지런히 사 모으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좁은 아파트의 거실을 가득 메운 책장 여기저기,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미술관련 책들이 꽤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개중 더러는 읽었고, 더러는 사기만 했을 뿐 아직 펼쳐보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만. 근래 읽은 미술사 한 권이 새삼 어릴 저의 적 꿈을 환기시킵니다.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이라는 부재가 붙은 <화가의 우연한 시선>이 그것입니다. 책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실토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은 뒤 한동안 배앓이를 해야 만했습니다. 저자의 예리한 감성과 수려한 문체에 그만 질투심을 느끼고 말았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몹시 배가 아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지금 어릴 적 꿈만 잊고 사는 게 아닙니다. 꿈, 그것보다 더 소중한 예술적 감성과 문학적 상상력마저 상실한 채 무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화가의 우연한 시선>에는 서양의 회화에 대한 뚜렷한 시선이 있습니다. 두개의 시선 말입니다. 하나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시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인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저자의 시선입니다. 그중 저를 매혹시킨 건 단연 저자의 시선입니다. 이 말은 자칫 화가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작품보다 훌륭한 감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라면, 저의 이런 말투는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허나 어쩝니까, 생소하기만 한 서양의 회화들 보다는, 최영미의 아름다운 문체만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책의 표지를 장식한 '모네(Monet)의 <수련 연못, 저녁>과 뒷표지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회화의 알레고리로써 자화상>’의 대비가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작품에 대한 두 시선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즉 표지작인 ‘모네의 수련연못’이 화가의 시선을 표상하고 있다면, ‘젠틸레스키의 회화의 알레고리로써 자화상’은 그간 서양미술사에서 소외돼 왔던 여성화가에 새롭게 천착하려는 저자의 세밀한 시선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최상의 여인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여인이라고 일찍이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중략) 스페인 왕비의 시녀 겸 전속화가였던 앙귀솔라가 귀족 못지않게 높은 자신의 교양과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옆에 하녀를 대동하고 피아노를 치는 양갓집 규수로 분장한 반면, 젠틸레스키는 붓과 팔레트를 들고 있지요. '나는 화가다' '나는 여자이기 전에 화가다'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그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66p, 76~77p) 또한 저자의 시선은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향하고, 화려한 그림보다 소박한 그림들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여성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로코코시대를 관류하는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화려한 살롱의 분위기 대신 투박하지만 삶의 냄새가 베인 부엌의 소박함을 찾습니다. 특히, 저는 '마리 루아르의 <샤틀레 후작부인의 초상>’과 '라 투르의 <퐁파두르 부인>’을 비교하고 있는 저자의 필치에서 그와 같은 소박함을 읽습니다. “요란한 무늬 속에 파묻힌 퐁파두르 부인보다 파란색의 단색 드레스를 받쳐 입은 샤틀레 부인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요. 화가는 이 박학한 재녀(才女)를 진정으로 돋보이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지요. 옷이 아니라 인격을... 이지적으로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와 핑크빛으로 물든 뺨은 그녀가 속했던 두 세계,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정열을 대변합니다. ” (101p) 풍경화를 감상하는 저자의 시선을 보면 이제 더 이상 저자의 세계관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예술가의 감각과 정확함을 무기로 하는 세밀화보다는 비록 투박하지만 현실을 직시 하거나 실존에 대한 번뇌가 담긴 그림들에 저자는 기꺼이 찬사를 바칩니다. 저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책을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시종 치열한 삶의 자세를 견지하려는 저자의 자세가 저를 좌절시키는 주범인데도 말입니다. “유럽미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독창적인 풍경화가로 알려진 터너와 컨스터블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우리의 눈이 아니라 그들의 눈으로 작품을 봐야 무엇이 진정으로 새로운 것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중략) 컨스터블의 풍경은 한가롭고 평화로운 반면 커너의 풍경은 세련된 도시풍이지요. 작품 제목도 대조적이지요. <비, 증기, 그리고 속도 - 위대한 서부철도>에 비해 <건초마차>는 촌스럽게도 여겨집니다. ” (118p) “서양미술사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풍경화다. 대학원에 다닐 땐 엘 그레코(El Greco)의 <톨레도 풍경>처럼 으스스한 풍경을 선호했다. 아직 세상살이에 지치지 않았던 때라, 인생의 쓴맛을 덜 봤던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다.”(200p) 그로부터 4년후 저자의 시선은 변해 있습니다. “내 집이 생기면, 어머니의 방을 따로 마련해 드릴만큼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면 거실에 컨스터블의 <건초마차>를 걸고 싶다. 함께 유럽여행을 갔을 때 미술관 옆의 상점에서 어머니가 고르신 포스터가 <건초마차> 였다. 그때는 왜 이런 싱거운 그림을 고르시나, 참 어머니도 할 수 없군, 따분해했는데, 그게 불과 4년 전일인데... 당신의 건초마차가 어디 쳐박혀 있는지 찾아야겠다. ” (208p, 덧붙이는 글 中) <화가의 우연한 시선>이라는 제목을 이끌어낸 작품은 베르메르의 <연애편지>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화가의 시선에 매료됐다는 저자의 말에서 다소의 작위성을 엿봅니다. 물론 제 무지와 더딘 감성의 소치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저자는 베르메르의 <연애편지>를 보며 화가의 아주 우연한 시선이 포착해낸 일상의 나른함과 처연함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사라져버린 어릴 적 꿈을 떠올리며 한없는 그리움에 휩싸이는 것처럼. “그림을 보는 지금 나를 숨 막히게 하는 건 바로 그 시선입니다. 누군가, 언젠가 그녀를 쳐다보았겠지. 그토록 사랑스럽게 그토록 뜨겁게... 그런 애틋한 시선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과 허망함이 내 안에서 교차됩니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순간이지요. 이 그림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도 죽고 그도 죽고... 오로지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시선만이 남아 있습니다. ” (88p)

[인상깊은구절]
“요란한 무늬 속에 파묻힌 퐁파두르 부인보다 파란색의 단색 드레스를 받쳐 입은 샤틀레 부인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요. 화가는 이 박학한 재녀(才女)를 진정으로 돋보이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지요. 옷이 아니라 인격을... 이지적으로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와 핑크빛으로 물든 뺨은 그녀가 속했던 두 세계,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정열을 대변합니다. ” (101p)
y****y 2004.12.05. 신고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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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상이 부담스럽다면....
"미술감상이 부담스럽다면...." 내용보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최영미작가가 쓴 두번째 서양미술 에세이다. 책의 겉장은 앞뒤가 모두 딱딱한 하드지로 되어있고 두점의 그림이 크게 인쇄되어있다. 그래서 인지 책을 처음 손에 쥔순간...하나의 그림액자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책에 코를 대고 물감향을 맡으려 할 정도 였으니... 책의 속은...중학교 미술교과서를 보는기분이다. 반질반
"미술감상이 부담스럽다면...." 내용보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최영미작가가 쓴 두번째 서양미술 에세이다. 책의 겉장은 앞뒤가 모두 딱딱한 하드지로 되어있고 두점의 그림이 크게 인쇄되어있다. 그래서 인지 책을 처음 손에 쥔순간...하나의 그림액자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책에 코를 대고 물감향을 맡으려 할 정도 였으니... 책의 속은...중학교 미술교과서를 보는기분이다. 반질반질한 종이에 한페이지 가득 선명한 그림들이 있고.. 설명...아니...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쩜...모든 예술의 주체는 예술을 창조했던 예술가가 아닌 그걸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대중이 아닐까...라는 생각... 보는이로 하여금 또다른 의미가 생기고 깊이가 생겨 본래의 예술가도 생각치 못한 철학이 덧붙여 작품의 재창조가 된다..라는 생각... 예술중...특히 대중문화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볼수 있는 그림은...서양화든 동양화든...감상함에 있어...다소 부담스럽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를 알아내야만이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할줄 안다고 느꼈던 나는 이책을 읽고 아주 큰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 어쩜 감상함의 진리를 깨달은 것일지도... 최영미작가는 21점의 서양화를 시대별로 아주 쉽고 재밌게 설명해준다. 마치 모두 최영미작가가 그린게 아닌가 싶은생각이 들정도로 다른 미술서적에서는 읽을수 없는 또다른 시각을 소곤소곤 이야기해준다. 알고 있던 그림도 다시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대의 대표적인 그림들이라 대부분 눈에는 익숙하지만 화가와 작품명을 모르고 있던것이 대부분인데 이번기회에 반복되는 화가와 작품의 제목을 되새김으로써..... 또, 그에 얽힌 화가나 그림의 사연을 알게 됨으로써 손쉽게 친구를 얻은 느낌이다... 외우기 어렵던 이름도 친구가 되면 금방 외워지는것처럼...그림의 이야기를 알게되니..제목이 저절로 외워졌다.. 갑자기 내가 모든 서양화의 숨겨진 비밀을 최영미작가와 단둘이 나누어 가진 기분이다..내심..뿌듯하다... 화랑에 가서 그림을 감상한다는것이... 부담스럽기만 했던 내게...지금 당장...화랑으로 달려가 모든그림을 나의눈에 아니...나의 가슴에... 담게 만들고 싶어지는 에세이 집이였다... 이제 나는... 화가의 우연한 그...시선을....찾는 재미를.. 알게 된거 같아..화랑가는 일이 즐거울거 같다.
p*****9 2004.04.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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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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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미술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씩 뜨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을 한다. 도미에의 세탁부는 지금도 쉬지 않고 아픔을 감추며 일하시는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고,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 이세상의 수많은 어려움과 부딪치며 일하는 여성근로자를 떠오르게 하며, 모네의 바람은 열어논 베란다문 사이로 살랑살랑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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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장을 덮으면서 <한젬마는 화가지만 최영미는 확실히 작가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미술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씩 뜨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을 한다. 도미에의 세탁부는 지금도 쉬지 않고 아픔을 감추며 일하시는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고,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 이세상의 수많은 어려움과 부딪치며 일하는 여성근로자를 떠오르게 하며, 모네의 바람은 열어논 베란다문 사이로 살랑살랑 들어온다. 여러가지 신경쓴 점이 많겠지만 그 중에도 그림의 크기를 적당히 조절해 양쪽페이지로 그림이 쪼개지지 않도록 한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특별한 말이 필요없는 책, 그저 옆에 끼고 보면 좋을 책.
o***t 2004.04.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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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흰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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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흰 구름보들레르처럼 저도 구름을 사랑했지요.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구름은 내게 와서 나의 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다음에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내가 보고 싶은 건 바로 너,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최영미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중에서 -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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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흰 구름


보들레르처럼 저도 구름을 사랑했지요.
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구름은 내게 와서 나의 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다음에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내가 보고 싶은 건 바로 너,
파란 하늘과 흰 구름.


- 최영미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중에서 -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눈물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여전히 파란 하늘, 군데군데 흰구름이 떠 있습니다.
"힘을 내, 친구야! 변함없는 너의 벗이 되어줄게!"
흰구름이 친구가 되어 말을 합니다.
다시 두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더이상 친구의 얼굴도,
흰구름도 보이지 않습니다.  
(2004년 6월28일자 앙코르 메일)
i******1 2010.08.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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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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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쉬운 말로 풀이해서 몇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 읽어버렸다. 많이 봐온 그림들과 조각상이지만 사실 그 의미는 모른채 지나간 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화가는 이런 뜻을 전하려고 했구나라는 것을 알게됐고 어떤 의미를 전해주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됐다. 책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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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쉬운 말로 풀이해서 몇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 읽어버렸다. 많이 봐온 그림들과 조각상이지만 사실 그 의미는 모른채 지나간 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화가는 이런 뜻을 전하려고 했구나라는 것을 알게됐고 어떤 의미를 전해주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됐다. 책을 보면서만 끝낼것이 아니라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술작품이라고 해서 고상하다는 편견 보다는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대중적인 책을 만든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으로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는 미술관련 서적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p****2 2005.0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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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한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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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잘 모른다. 그러나 난 그림이 그냥 좋다. 이건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림을 보면 빨려드러가는 것 같다. 빛의 향연,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으나 그저 느껴지는 것들을 화가들은 어떻게 그렇게 화폭에 담아낼 수 있는지... 최영미의 시선이 내맘을 잡아 끄는 건 이런 느낌들을 글로 표현해 내는 힘을 가져서 인거 같다. 그녀의 시선은 그림에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 같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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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잘 모른다. 그러나 난 그림이 그냥 좋다. 이건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림을 보면 빨려드러가는 것 같다. 빛의 향연,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으나 그저 느껴지는 것들을 화가들은 어떻게 그렇게 화폭에 담아낼 수 있는지... 최영미의 시선이 내맘을 잡아 끄는 건 이런 느낌들을 글로 표현해 내는 힘을 가져서 인거 같다. 그녀의 시선은 그림에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 같다. 그녀의 시선과 더불어 그림은 새로운 모습을 하고 내게 다가왔다. 또한 그녀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상식은 그림을 해석하는 데 힘을 더하고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특별히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언어들을 사랑한다. 어쩌면 이 책이 정녕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그녀의 언어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보며 풀리지 않은 느낌만을 가지고 있는 모든 분께 이책을 추천한다. 책의 마지막장을 더듬으며 넘길때 아마 여러분도 나와같이 어렴풋한 동참정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인상깊은구절]
그 여자의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만큼 대기와 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긴 적이 있었던가? 이 농염한 구름만큼 그녀를 속속들이 알았던 사람이 있었던가?
w****m 2003.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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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시선을 잡아낸 작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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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다룬 책이 예전 보다 훨씬 많아 졌다.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그 중 단연 돋보인다. 한 작가의 그림만을 각각의 장에 담은 것도 아니고 시대별로 죽 훓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제목에 걸맞게 찾아낸 그림들, 그냥 바라본 그림이 아니라 작가가 발굴한 작품들이 나를 응시한다. 그림을 바라 보며 느끼는 감정의 굴곡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영미의 해설은 공감이 간다. 깊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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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다룬 책이 예전 보다 훨씬 많아 졌다.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그 중 단연 돋보인다. 한 작가의 그림만을 각각의 장에 담은 것도 아니고 시대별로 죽 훓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제목에 걸맞게 찾아낸 그림들, 그냥 바라본 그림이 아니라 작가가 발굴한 작품들이 나를 응시한다. 그림을 바라 보며 느끼는 감정의 굴곡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영미의 해설은 공감이 간다. 깊은 감동을 준 작품을 불러 보고 싶다.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알트도르퍼의 성 조지와 용. 처음 만난 그림도 많았지만 작가의 깊이 있는 지식으로 인해 의도되거나 너무 주관적이지 않은 작품의 진가를 맛볼 수 있었다. 작품 하나 하나 정말 미술관에 가서 만나 보고프다. 그 만남에서 나도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잡을 수 있을지..

[인상깊은구절]
도미에의 <세탁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못지않게 19세기 유럽 노동계급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자본론은 잊어도 <세탁부>는 쉽게 잊을 수 없지요.
y****g 2002.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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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우연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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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제의 한계로 한 편의 글을 여러편으로 나누어 싣습니다. 주욱 이어서 읽어주세요>>    -‘화가의 우연한 시선’과 필자의 의도적인 시선 사이 이름을 걸고 연재를 기획하면서 맨 처음 의도하였던 것은 논의되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나 정치적 이슈들이 필자의 일방적 관점이나 주장을 벗어나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논의되고 인식되기를 바라는 욕심에서였다. 그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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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제의 한계로 한 편의 글을 여러편으로 나누어 싣습니다. 주욱 이어서 읽어주세요>> 

 

-‘화가의 우연한 시선’과 필자의 의도적인 시선 사이


이름을 걸고 연재를 기획하면서 맨 처음 의도하였던 것은 논의되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나 정치적 이슈들이 필자의 일방적 관점이나 주장을 벗어나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논의되고 인식되기를 바라는 욕심에서였다. 그 최초의 글이 <모던의 유혹 눈물 그리고 KTX>였고 필자는 그 글에서 고속철의 개통에 즈음하여 철도가 가지는 ‘근대성의 의미’에 대하여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 우리에게 근대성이란 무엇이며 우리 역사의 굴곡으로 인한 강제되고 강요된 <식민지 근대>를 들여다보면서, 그 절실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한 번 근대의 의미를 되새겨보지 못한 이유로 우리가 지금의 현실에서 겪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혼돈과 혼잡의 현상들을 음미해보고자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실린 공간이 <책동네>코너 이다보니 결과적으로 책소개에 그치고 말았고 애초 의도하였던 근대성에 대한 성찰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 필자가 글의 소재로 차용하거나 소개하는 책 혹은 글은 다만 서두에서 밝혔듯이 어떤 주제에 대한 다른 이의 시선이 존재함을 뜻할 뿐이고 그 필자의 시선은 나의 시선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부딪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다만 그런 책과 작가들의 시선을 훔쳐보면서 둔하고 흐릿한 나의 초점을 대상에 적확하게 맞추는 방법을 배우고 사물을 의미 있는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을 한다.


오늘 이 글의 중심에 초대된 손님은 ‘최영미의 서양미술감상’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화가의 우연한 시선/돌베게 간>이다. 기왕에 쓴 'BOOK世通' 1편의 글의 말미에 소개된 바로 그 책이다. 서평이나 책소개가 아닌 것은 이미 밝혔음으로 필자는 이 글에서 소개되고 있는 몇몇 그림들을 통해 총선이 끝나고 의회권력의 교체로 비롯된 새로운 정국현실에서, 이제 새로운 세상의 그림들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필자는 위 책의 그림 중에서 필자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위한 그림들만을 차용할 것이며 간혹 논지의 비약이 있을 수 있음도 밝혀야 할 것 같다. 필자가 부제를 필자의 ‘의도적인 시선’이라 붙인 것도 이런 이유다. 곧바로 들어가서, 최영미는 서문 맨 처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림은 우리네 삶의 정직한 거울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여기에 ‘사는 만큼(살아온 만큼) 보인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건 무엇보다도 감수성의 문제이며,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결코 진정으로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일지라도 우리를 건드릴 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자연과학이나 철학의 명제와는 다른 그림과 조각의 영역이라 저는 믿습니다.”


필자는 오래 전 썼던 글에서 문학이나 예술은 그것이 다루고 있는 당대의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그 주제나 주인공은 늘 ‘문제적’이거나 ‘문제적 개인’임을 강조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문학에 국한시키면 문학사회학적 관점쯤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는 문학을 비롯한 예술이 곧 당대의 전형을 그 안에 갈무리하고 있고 그 당대의 전형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제시함으로 그 존재의 궁극에 이를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화랑이라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필자가 뒤늦게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혹은 그 작품을 다루며 진한 울림을 전해주는 에세이에 푹 빠진 사정이기도 하다.


그처럼 진정한 고통을 아는 권력이라면 기꺼이 그 앞에 머리 숙이리라


 

소개된 책의 첫 장은 고대이집트의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에 대한 에세이로 시작됩니다.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은 4천년 전 이집트왕의 초상입니다. 책의 필자가 이 작품의 도판을 접했을 때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했습니다. 뭉개진 코와 윤기 없는 표면은 필자의 시선을 끌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느 변방에 살았던 촌장쯤 되려니... 하였던 것입니다.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산우스레트 3세(기원전 1836~1818 재위)는 용감한 왕이었고 이집트 황금시대 12왕조의 네 번째 왕으로 나일강의 제2폭포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킨 왕이었습니다.


그 초상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운 파라오들과는 달리, 두꺼운 눈두덩, 축 처진 눈초리, 찌푸린 미간, 두드러진 광대뼈,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초라한 얼굴입니다. 이전 혹은 다른 파라오들의 초상은 굳은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웃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성공적인 통치자라면 대중 앞에서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데, 그 불문율을 어긴 이 철없는 왕은 젊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영웅적이지도 않습니다. 파라오, 하면 흔히 연상되는 모습대신 그늘이 드리운 얼굴은 감수성 예민한 예술가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는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압도하려 눈을 부릅뜨지도 않습니다.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연출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더 아름답지요. 그처럼 진정한 고통을 아는 투명한 권력이라면 기꺼이 그 앞에 머리 숙일 겁니다.


탄핵으로 유배되어 있는 우리의 대통령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가 그에게 집중되던 국민경선과 대선 당시의 포장마차에서는 언뜻 그 얼굴을 본 적이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탄핵표결을 앞에 두고 행하던 회견장의 얼굴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국민을 향해 사죄의 수사를 동원하였으나 그 얼굴 어디에서도 겸손한 권력의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e******1 2007.05.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오랜 기억, 인문주의적 관심이 흥미롭다.
"오랜 기억, 인문주의적 관심이 흥미롭다. " 내용보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대학 5학년 시절이 생각났다. 4학년 2학기 전공 필수 과목에서 F를 먹고는 졸업을 미뤄야 했던 때. 물론 그 때는 그게 아무렇치 않았다. 물론 지금도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더욱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졸업이 이미 미뤄졌으니 1학기 휴학을 할까 하다가 국립대에 기성회비인가 수업료인가가 면제라는 나 다닌 대학의 좋은 조건으로 계속 학교를 다
"오랜 기억, 인문주의적 관심이 흥미롭다. " 내용보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대학 5학년 시절이 생각났다. 4학년 2학기 전공 필수 과목에서 F를 먹고는 졸업을 미뤄야 했던 때. 물론 그 때는 그게 아무렇치 않았다. 물론 지금도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더욱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졸업이 이미 미뤄졌으니 1학기 휴학을 할까 하다가 국립대에 기성회비인가 수업료인가가 면제라는 나 다닌 대학의 좋은 조건으로 계속 학교를 다녀 10학기를 꾹꾹 눌러 채우기로 했다. 수강 신청을 해야겠는데, 듣고 싶은 강의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수강신청을 놓고 고민하다가 미술과 전공 강의인 "서양미술사" 강의 제목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수강 신청을 하고 얼마 있지 않아 미술과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미술과 사무실로 와보라는 것이었다. 서양미술사를 맡은 교수가 연구실로 오란다기에 갔더니 내게 이렇게 물었다. "이 강의는 미술과 학생들 전공 강의이다. 학점이 잘 안 나올텐데 왠만하면 바꾸지 않겠느냐?" 학점을 이미 초월했으니 상관 없다고 하고 수강을 했다. 처음의 생각 만큼 성실히 수업에 임하지 못 했다. 나의 게으름도 있지만 우선 강의가 어려웠다. 미술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었던데다가 서양미술이라니,, 게다가 史라니. 애초에 가당치 않은 수강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서양미술에 대한 잡다한 얘기들은 제법 들었던 것 같다. 물론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 그 기억이 날리는 없다. 다만 제법 호기롭던 시절만을 기억할 뿐이다.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읽으면서 내내 대학 시절을 생각했다. 어쩜 그렇게 호기로울 수 있었을까 하는 자만심 가득한 마음과 미술에 대한 새록새록한 관심과 인문주의적인 호기심 등등 내내 흥미로웠다. 처음 듣는 화가의 이야기와 그림들, 일찍이 듣기만 했던 화가들의 그림과 이야기들이 또 대학을 간다면 서양미술사 강의를 정성껏 수강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참고로 나는 대학 시절 그 강의에서 아주 좋은 학점을 받았다.
n***g 2004.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두 개의 이름을 새로이 발견하다
"두 개의 이름을 새로이 발견하다" 내용보기
미술에 관심은 많지만, 정식으로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인지 화가들의 이름과 작품은 언제나 내 머리 속에서 따로 국밥이다. 그런데 에 실린 작품들은 그린이의 시선과 완벽하게 묶여, 이제 왠만하면 기억 속에서 분리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낯설던 이름 두 개와 친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도나텔로'와 '젠틸레스키'. 예언자를 조각하면서 "어이, 어서 말해. 말하지
"두 개의 이름을 새로이 발견하다" 내용보기
미술에 관심은 많지만, 정식으로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인지 화가들의 이름과 작품은 언제나 내 머리 속에서 따로 국밥이다. 그런데 <화가의 우연한 시선>에 실린 작품들은 그린이의 시선과 완벽하게 묶여, 이제 왠만하면 기억 속에서 분리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낯설던 이름 두 개와 친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도나텔로'와 '젠틸레스키'. 예언자를 조각하면서 "어이, 어서 말해. 말하지 않으면 흑사병에 걸린다."라고 귀여운 협박을 했다는 선량한 조각가 도나텔로. 그가 말년에 쌓아온 모든 것을 엎고 깎아 냈다는 막달라 마리아는 무심히 책장을 넘겼던 첫 느낌과는 달리 볼수록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나는 여성이기 이전에 화가다!'라는 외침이 배인 듯한 자화상을 그린 젠틸레스키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의 자존심이 당당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지기 이전에 안스럽고 안타깝다. 여성이 인격을 지닌 객체로 대접받기도 어려웠을 시기에 그린 자화상, 굳이 붓을 높이 치켜들고 입을 앙다물고 있는 그녀의 그림에서 애처롭기까지 한 오기가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팔뚝이 살아 있는 강인한 유디트의 그림도 <클림트의 유디트>와 더불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에피소드와 재미 위주의 그림 해설이 아닌 공들인 감상이 반갑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지요."하는 어투는 책을 덮을 때까지도 익숙해지지 않고 머리속을 간지럽혔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의 작가와 느낌이 달라서 였을까? 하긴, 냉철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작가에게 그런 감정 과잉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그림'이라는 것의 힘이겠지.
0********y 2003.11.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