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이나 약속시간을 어기고 있는 친구를 기다리다 길거리에서 서성이는 것이 머쓱해져 근처 서점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신간코너에는 요즘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금새 느끼게 해줄만큼 새 책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그 중에 유독 진한 바닷빛깔의 책이 나를 유혹했다. 겨울바다처럼 살얼음이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책에 눈길이 고정되고 말았다.『바다와 술잔』은 영화 ‘이재수의 난’의 원작인 『변방에 우짓는 새』의 작가인 소설가 현기영의 작품이다. 제주도의 근․현대사를 통해 늘 민중의 삶을 형상화해서 깊은 감동을 주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들은 조금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지만 이 산문집은 가볍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글읽기에 싫증이 나던 차에 차분하고 깊은 내용을 담은 글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뭐랄까 60년 넘는 세월을 진지하게 살아온 소설가의 살내음이 풍긴다고나 할까. 모주가인 소설가가 술 한잔 권해주며 이야기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든다. 뒷부분 쯤에 신경림 시인과 여러 문인에 대한 글을 읽으면 꼭 그 분들을 만나 본 것 같다. 이상스럽게도 나는 여름의 바다를 싫어한다. 후덥지근하고 와글와글한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보는 바다는 인간들의 몸내음에 절어 있다. 하지만 날이 추워가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바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런 바다에 가면 얼마나 시원하고 향그러운 내음이 밀려오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올해는 아직 겨울바다에 가 보지 못했다. 태고의 모습처럼 푸른 물결로 고요히 때로는 성내며 출렁이고 있는 그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 아직 가 볼 여유가 없는 내게 청량한 바다와 함께 다가온 수필집이 있어 글읽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
| 요산문학제 일환으로 실시되는 영광도서 독서토론회에서 선정된 도서이다. 기자 생활을 하였다고하는 작가, 많은 기대를 하고 금정도서관에서 대출하였다. 그러나 크게 당황하면서 얼마 읽지 못하였다. 편중된 책읽기를 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초로의 작가가 자기 속에 깊이 담겨 있는 생각들을 고백하듯 쏟아 놓은 그것은 왠지 남의 잠자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당황되기까지 하였다. 수필을 쓰기 쉬운 글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수필을 만나기란 힘들뿐 아니라 쓰는 이 또한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야 폭발하는 감정을 담고, 소설이라 그런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자만, 수필을 진실된 마음을 쏟아내듯 담아야 하는 것이기에 젊은 내게는 아무래도 쉬운 글이 아는 듯하다. 누군가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듯, 내 일상의 모습도 남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기조가 아루래도 수필을 쓰기 것에 발목을 잡는 것인가 보다. 내 머리가 희긋희긋해져 넉넉한 웃음을 지을 때, 그때 제대로 된 수필을 다시 써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