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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의 여느 다른 작품처럼 <네개의 기호>도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자는 앞부분에서 안개속을 걷듯 오리 무중을 헤매다가 뒷부분에 가서야 이야기의 실마리를 더듬어 내고, '아하..그렇게 된 것이구나'하며 스스로 뒤통수를 치는 식이다. 좋게 말해 뒷부분에서 실마리를 푼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말로 하면 '짜맞추기 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코난 도일의 전형적인 추리 기법인줄은 모르지만, 시작 부분에서 독자로 하여금 안개 속을 걷듯 헷갈리게 하는 것은 그렇게 친절한 처사는 아니다. 독자도 어느 정도 추리에 간접적으로 관계할 수 있어야 하고, 나름대로 골똘히 생각해 범인을 추적하는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 것이 추리 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건의 전모는 조나단 스몰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메리 모스턴의 이야기와 살인 사건 현장에서 드러난 몇가지 단서들만 가지고 독자가 인도에서 범인(여기서는 일차적으로 조나단 스몰)이 겪은 그 엄청난 사건들을 추리해 내기는 너무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추리 소설치고는 친절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않지만 독자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나름대로 미궁 속을 헤매게 하는 재미도 있고, 뒷부분에 가서 펼쳐지는 세포이 반란과 관계된 조나단 스몰의 숨가쁜 이야기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 줌과 동시에 약간은 지루한 맛이 있었던 앞부분에 대한 섭섭함을 말끔히 씻어주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상깊은구절]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게. 자네 발자국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면 안되니까. 자 이제 일을 시작해 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