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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카메라를 샀다하면 곧바로(길어야 열흘 안에) 잃어버리거나 부숴먹으니 나는 카메라와는 별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그때 사둔 이 책도 14년 동안 나와 인연을 맺지 못한채 집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이 책을 찾아내선 부랴부랴 읽었다. 지난 주에 14년만에 카메라를 다시 한 대 샀는데 이번에는 열흘이 지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14년만에 읽은 "사진입문"은....'필름'카메라 입문서였다...ㅡㅡ; 최신 (필름)카메라의 종류, 각종 필름의 특성, 인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부분이라고는 얼리 어댑터들을 위한 몇몇 제품소개 정도다. 저자는 디지털 카메라가 앞으로 유행할 것이 분명하다고 하면서도 디지털은 필름만이 가진 감수성을 끝내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카메라의 부분적인 영역정도만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언했다. 영역이 통일되고 새로운 질서가 들어선 지금은 그 예언 대목이 디지털 신기술이라는 외침에 맞서 홀로 필름 카메라를 고수하는 사진 장인의 결연함으로 읽혀진다. "나에겐 아직 12롤의 필름이 있나이다." 실용서적을 읽으면서 인문서적의 감수성을 접하는 경험. 오래된 책이라고 하나 참고서처럼 찍어대기만 하는 요즘의 사진실용서에 비하면 교과서같은 품격을 갖추고 있다. '사진 잘 찍기 속성 비법'을 앞세워 독자들 주머니를 쉽게 털어가는 요즘 책들과 달리 이 책에는 카메라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하드웨어의 원리 등에 비중을 많이 둔 진중함도 있다. 알찬 내용, 세련된 구성, 군더더기 없는 편집, 꼭 필요할 때만 쓰는 컬러까지, (말장난 같지만) 책이 책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요즘은 인문서들도 책이 아니라 참고서같은 책이 많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거나 기술적인 맥락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괜찮은 참고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분들에게는 아마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겠다. (오래전에 절판된 책이지만, 제가 읽자마자 알라딘 중고 종로점에 팔았어요.ㅎ 거기 재고 한 권 있을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