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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대전의 참화는 많은 프랑스인들을 다치게 하거나 불구로 만들었지만, 더 큰 손실이라고 하면 씻을 수 없는 상흔이 남은 그들의 내적 자존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차대전이 남기고 간 유산이 그러했을진대 그 이십 년 후에 이어진 대재앙이야 어느 정도였을까. 흔히 과거사 청산은 프랑스를 본받아야 하느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천 년에 걸쳐 유럽 대륙 상의 최첨단 문명을 누리고 살아온 GRAND NATION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과, 국외자에게 물으면 '(그 고려라는 게) 청의 속방인가, 아님 곧 일본인가?'의 질문1)만 듣고 다닌 '주변인' 민족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참 정말정말 큰 차이가 있다. 다른 데서 강변하는 건 몰라도, 이걸 프랑스인 앞에서 크게 떠벌이는 건 그 상대자가 여간한 똘레랑스로 가득한 인사가 아닌 다음에야 극력 자제하는 게 상책이다. 그 둘은 본래 동렬에 놓고 이야기할 계제가 아닌 데다, 꼴통에 심사가 비뚤어진, 생각이 모자란, 당장 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갑갑하단 이유만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실 왜곡을 일삼는, 나이를 x구멍으로 먹은, 전세계를 두고 오로지 반도 남쪽에 genuine한, 얼치기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헛소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몰락 귀족, 혹은... 삼대를 잘살다 제 대에 와서 몰락한 부호의 자제가 흔히 갖기 쉬운 트라우마로서, '어디서 턱도 아닌 것이 감히 자기를 나에 견준다'는 생각에 울컥하여 더 부당한 대접을 받기가 일쑤이겠기 때문이다. 요약: 제발 프랑스 가서 과거사 청산 어쩌구 레퍼토리 읊지 말자. 본래 그거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고(촌종배가 널리 유행시킨 말처럼 어디까지나 '국내용'), 현장에서는 니 망신, 그리고 작게 뜨는 한 삽으로나마 나라 망신이니까. 1) 열하일기에도 나옴. 아 머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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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뤼팽이 <813의 비밀>의 마지막에 용병이 되어 전쟁에 참가하면서 이어지는 작품의 한 편으로 볼 수도 있다. <포탄 파편>에서 잠시 등장한 뤼팽은 <황금 삼각형>에서 돈 루이스 페레스라는 인물로 등장하고 뒤이어 이 작품까지 연장선상으로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뤼팽의 괴도로서의 활약이 아닌 탐정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또한 이제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민중을 위하는 인물, 영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모습 또한 무척 잘 어울리고 뤼팽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기암성>이 보물섬이었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서른 개의 관>은 공포의 섬이다. 무차별적 살인과 미신이 난무하고 정말 포악한 악마적 인물이 중세 시대에나 있을 법한 마녀 사냥 같은 일을 벌인다. 물론 보물을, 그것도 불로불사의 보물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같은 문구가 작품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뤼팽 시리즈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엽기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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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지방의 켈트족의 이동과 드루이드교, 그리고 흡사 노스트라다무스를 연상시키는 15세기 토마 수사의 예언이 배경이 된 사레크섬, 일명 '서른 개의 관'. 그 속에서 사랑하는 아들 프랑수아를 되찾기 위한 베로니카의 눈물겨운 사연이 있었으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들을, 그것도 도움을 요청하는 가엾은 사람들을 게임하듯 죽여버리는 슈퍼 악당과 프랑수와가 순수하게 고대하던 히어로, 돈 루이스 페레나 - 누구라도 어떤 아름답고 순수한 소년이 자신이 나타나 구해주기를 기다린다면 그 기분을 어떨까? - 가 대결한다. 신비주의와 악당, 영웅은 어쩌면 예전부터 우리의 선조, 우리의 부모들이 그 윗대로부터 입에서 전해 듣고 피 속에 흐르는, 즉 우리의 내재적 본능을 자극시키는 이야기가 아닐까? 게다가 뤼팽의 분장과 연기는 정말 그러한 개성이 아니고서는 정말 불가능할 것이다. 읽는 내내 정말 흥겨웠으며 (물론, 이미 다 사람들을 구해낸 이후라 마음을 놓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은 소설이다.
읽다 보니 일본 드라마 <<트릭>>이 생각났다. 매 에피소드마다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거나 공포로 몰아넣는 예언이 결국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그리고 무의식 중에 믿어버리고 복종해버린 무기력한 인간들의 작품으로 들어난다.
모리스 르블랑은 이 소설을 구상함에 있어, 다른 시리즈물 - <<황금삼각형>>과 <<코끼리 이빨="">> - 과의 연결도 생각해 놓았으니, 매번 마치 살아있는 한 인물의 활약상을 영웅담 격으로 듣는 셈이다. 그래서 결국 그의 자른 연작을 손에 들게 되니, 아마도 그는 일찍이 마케팅 능력을 가진 작가가 아니면, 매번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아르센 뤼팽의 분신이 아니었을까.... [인상깊은구절] 사레크 섬, 14하고도 3년/조난과 애도와 살인이 있으리라/화살과 독, 공포와 신음이 판을 치리니/서른 명의 희생자에게 서른 개의 관이 주어리지//제 어미 앞에서 아벨은 카인을 죽이리라/그떄 알라마니아 태생의 아비가 나타나리니/운명이 점지한 잔인한 왕자/숱한 죽음과 서서히 깊어가는 고통으로 6월의 어느 밤 제 아내를 처단하리라/불꽃과 파편이 땅에서 솟구치면/엄청난 보물이 있는 은밀한 장소가 드러나리니/드디더 인간이 돌을 발견하히하/그 엤날 북방 야만족이 잃어버린 독/삶아니면 죽음을 부여하는 신의 돌코끼리>황금삼각형>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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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개의 관' 에서 고대의 전설과 당시 유행했다던 예언의 음울한 분위기를 결합시킨 르블랑의 시도는 성공적이다. 사레크 섬에서 내려져오는 전설 - 서른 개의 관을 채울 서른 명의 희생자, 십자가 형에 처해질 네 명의 여인들, 삶이나 죽음을 부여하는 신의 돌 -이 하나 둘 현실화 되면서 이야기는 긴박하게 진행된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베로니크는 사건의 중심에 휘말린다. 괴기스러운 일이 차례차례 진행되는 공포의 섬에서도 베로니크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 아들의 목숨을 미끼로 협박당해도 굴복하지 않는 모습은 경탄스럽다. 그런 그녀의 용기마저도 절망으로 뒤덮일 때, 돈 루이스 페레나가 일대의 반전과 함께 등장한다.
이 책에서 뤼팽은 실로 막강하다. 지극히 짧은 시간동안 모든 것을 파악하고 보르스키를 철저하게 농락하는 그의 모습은 역자의 표현대로 '구원자'의 모습이다. 거기에다 삽시간에 희극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머까지도 지니고 있다. 보르스키는 능력의 측면에서는 뤼팽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허황된 목적을 위해 손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그 사악함만은 능히 악당으로 모자람이 없다. '수정마개'처럼 호적수와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대결에 숨졸이는 맛은 없지만 음산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뤼팽의 능력과 매력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아이는 여자의 손바닥이 환히 드러나도록 뒤집어서 손가락을 쫙 펴게 만들고는. 더듬더듬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흉터가......흉터가 있어!......하얀색 흉터가 있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