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에게 선물을 책을 고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왕과 나>. 율 브린너와 데코라 카의 주옥 같은 장면들이 제목만 들어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대머리의 왕과 정말 넓직한 빅토리아 식의 치마폭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춤을 추던 그 장면들. 하지만, 어쩐지 아이들에게 선물하기엔 진부할 수도 있는 옛날 이야기가 아닐까? 혹은 머릿속에 되살아나는 추억의 명장면을 지금의 영상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이 책을 펼쳤다. 나는 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다른 책들과 다른 차별점을 발견했다. 바로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영화 이야기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부모와 함께 읽는 시리즈 책들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한데, 첫째, 기초적인 학습에 매달리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감성을 키워줄 동화책은 많지 않고 더구나 부모가 추억을 곁들이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본문도 부모가 함께 읽어주면서 말해주는 형식을 띠고 있어 아이가 혼자 읽는 것보다는 첫 만남에 부모님의 육성은 아이의 감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자녀와 함께 부모가 잠자리에서 읽어 줄 수 있는 부모와 자녀만의 하나뿐인 동화도 될 수 있다. 둘째, 사실적인 삽화는 영화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 요새 아이들의 감성에 들어맞는 영상미가 느껴지는 그림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영상에 대한 흥미와 여러 가지 문화적 코드를 느끼게 할 수 있으며, 아울러 책이라는 물성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그림과 큼직하고 시원한 본문에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렸는데, 읽는 동안 내심 막내 공주의 죽음에 대한 영화 장면이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끝내 막내 공주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어 기대를 저버린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문화과학사의 새로운 시도를 반가워 하면서 일단 조카를 위해 구입했다. 생각해보니 올 연말 아이들에 대한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근한 겨울 잠자리에 언니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워 할 조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