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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Eleanor of Aquitain)의 인생은 흔히 이렇게 압축된다. '두 왕의 아내. 두 왕의 어머니'...여자를 사고 팔 수 있는 가재도구쯤으로 봤던 시기에, 왕의 아내가 됐건 어머니가 됐건 무어가 대수랴...하고 묻는 분이 계실지? 어쩌면 그런 의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의 그 '아내'와 '어머니'가 엘레노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매우 매우 많이. 아퀴테인의 엘레노어는 1122년에 태어나 1204년에 죽을 때까지(참 오래도 살았다!) 서양 중세의 정치적 격변의 중심을 그야말로 온몸으로,극적으로 아주 화려하게 그리고 아주 바쁘게 살았던 사람이다. 만약 남자였고 좀더 후대에 태어났더라면 무수한 '소년소녀 세계 위인전집' 따위에 실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엘레노어는 여자이고 더 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위인 전집에 실릴 일도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기회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대신 코닉스버그가 엘레노어에 대한 근사한 이야기 한 편을 써냈으니 차라리 위인전집보다야 백배는 잘됐다.
이 근사하고 맵시나는 작품 "A Proud Taste..."를 얘기하기 위해선 독특한 형식에 대해 꼭 언급해야 할 것같다. 말인즉, 코닉스버그는 언제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라는 얘기.엉뚱하게도 '현재'의 천국을 배경으로, 그동안 지옥에서 죄값을 치루던 헨리2세의 천국행 여부가 결정되는 동안, 세 사람의 천국 거주자들이 순서대로 엘레노어를 회고한다는 게 기둥 줄거리다. 수백년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천국이 교차되는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캐릭터 그리고 은근한 위트와 유머로 가득차 있다. 매끈하게 이어붙인 역사와 허구는 또 어떻고! 작가의 또 다른 역사소설,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The Second Mrs.Giaconda"의 재미와 감동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이책은 훌륭한 잠언집이기도 해서, "don't mistake simplicity for simple mindedness"나 "self-righteous people never looked beyond themselves for the reasons that things happen"과 같은 의미심장한 문장들을 실컷 맛볼 수 있기도 하다.
코닉스버그가 그려낸 엘레노어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이다. 이책을 통해 독자는 담비 모피(miniver)를 덧댄 진홍빛(scarlet) 가운으로 아름답고 사치스럽게 치장하길 좋아했던, 경박스러울 정도로 활발하고 감탄스러울 정도로 총명한 여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 수완과 권력욕이 대단했던 여왕을, 그 어떤 치욕과 고통 앞에서도 당당했던,아니 고통마저도 사랑했던 사람을, 나이를 먹을 수록 멋이 났던 여성을, 그리고 무엇보다 주체못할 생명력으로 세상을 온갖 화려한 색채로 가득 채웠던 한 인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이 책을 권한다. 아마존에 따르면 추천 연령이 9-12세지만 그보다는 나이가 위인 청소년들,특히 여학생이 이 책을 더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내 평소 주장이기도 한데,이렇게 멋진 작품을 '아이들'만 본다는 건 어른에게 심히 불공평한 일이 된다. 생각있는 어른들은 귀기울여 들을지어다! [인상깊은구절] My life was marked by good happenings,bad happening and sad ones,too. There were times when the bad and the sad could have weighed me down. But to drink life from only the good is to taste only half of it.When I died in that year 1204,I smiled,knowing that I had drunk fully of both flavors.I had wasted noth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