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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 서울이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살면서 서울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 없고, 고민해본 적도 없다. 서울은 서울이고 내가 사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재미있으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개발 당시에 독재 정권이 아니었다면, 만약 그 당시에 일제가 보다 고민하고 개발했다면, 이후 자본에 의한 개발이 아니었다면..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은 서울이다. 사람의 인생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도시의 시간은 느리다고 느낀다. 하지만 어린 시절 서울의 모습과 지금 서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내가 기억하는 용산이나 서울 시내의 모습은.. 어린 시절엔 개발 과정이나 스토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알고 싶지 않았는데 이젠 조금씩 그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미군 용산기지에서 미군이 나가며 진행된 개발들이, 달동네 주민들이 이주하고 그곳에 자리 잡은 고층빌딩들이 결국엔 그곳에 사는 사람들 위주의 개발이 아닌 자본에 의한 논리라는 것을.
누군가는 개발로 인해 돈방석에 앉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쫓겨났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다. 2002년에 발행된 책 ‘서울 에세이.’ 지금과는 너무 많이 변해서 읽는 동안 웃음이 났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게 재미있으면서 씁쓸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자본이 위주가 아닌, 사람 중심이었다면 지금과 다른 서울 모습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대학교 3학년 때였던가? 그때 도시계획론을 배웠던 기억이 있다. 처음으로 계획도시를 만든 게 상계동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이러니 하게 내가 지금 그 동네 근처에 살고 있으니... 앞으로 도시는 어떤 식으로 개발되고 발전될지... 적어도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흉물스런 뭔가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 에세이’. 이 책은 결코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전공 서적 같은 냄새를 풍기며 글을 서술하고 있다. 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흥미를 끌 수 있게 서술했다면 좋았을 텐데 읽는 동안 딱딱해서 안타까웠다. 서울의 이야기를 무겁고 딱딱하게 서술할 게 아니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할 혹은 교훈을 줄 뭔가를 함께 이야기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도 건축을 전공했지만 전공자들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어렵고 생소한 단어를 쓰게 되는 것. 그걸 보다 편한 단어로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럼에도 책에는 이런 글이 있다. ‘신축 건물의 문제는 고사하고 역사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돌담을 가로 막고 태연하게 약 광고판을 세우는 무신경한 모습을 보면 우리가 대체 스스로의 환경 자원을 가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가 의심스럽다. 우리는 어째서 새 도시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물려받은 환경조차 제대로 가꾸지 못하는가. 못하는 것인가 생각이 없는 것인가. 도시건축의 기술이 없는가 철학이 빈곤한가. 근대화 백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제 도시 환경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50) 예전 도시계획을 공부할 때 느꼈던 생각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개발의 중심축들인 세종로, 태평로, 정동, 소공로, 남대문 시장과 명동, 회현동과 해방촌, 용산미군부지와 이태원 그리고 반포동과 서초동, 예술의 전당까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도시 이야기다. 역사를 알지 못하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 방향 역시 지난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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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장소(space and place)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서울에세이’라는 제목에 흥미를 가지면서 이 책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에세이란 한 개인이 경험한 어떤 사실에 대해 느낀 점들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쓴 글을 말한다. 따라서 제목만 보아도 이 책의 내용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지은이가 체험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고, 지은이의 장소감(sense of place)과 장소애(場所愛:topophilia)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는지 궁금증을 가지면서 이 책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는 젊은 시절에 아름다운 유럽 도시들이 부러웠으며, 우리는 왜 그러한 도시를 만들어 내지 못했는지 자괴심을 버리기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도시만의 개성과 매력을 발견하면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기간동안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로 소개된 외신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 뿌듯했다고 말한다. 광화문과 시청 광장을 가득 채운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서울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 에세이에서는 서울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도시계획 상황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기 위하여, 경험적 장소와 일상적 공간을 기행하고 오늘의 서울을 만들어낸 역사적 힘, 그리고 공간에 반영된 시간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도시경관의 텍스트를 통해 각 장소의 특성과 차별성에 주목하되, 이러한 장소들이 어우러져 보이는 서울의 총체적인 모습과 그 성장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에세이의 공간 대상지로는 광화문에서 시작하여 예술의 전당에 이르는 길로서 서울시민들에게 매우 익숙한 길인 세종로, 태평로, 소공로, 반포로를 포함한다. 서울을 남북으로 크게 종단하는 이 길에는 국가와 도시의 중추기능들이 위치하고 있어서 ‘신주작대로(新朱雀大路)’라고 이름 붙이기도 하였다. 신주작대로의 거리에는 근대 이전 조선조가 남긴 지층,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 속에서 형성된 지층, 그리고 해방 뒤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이룩된 지층 등 역사적 연원이 다른 세 지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층의 깊이는 거리의 구간마다 다르게 나타나 세종로에는 세 지층이 다 겹쳐져 있고, 태평로와 소공로에는 그보다 덜 하며, 남산 이남의 반포로에는 최근의 지층만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서울은 육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불행했던 근대화 과정과 급성장기의 개발시대를 겪으면서 도시는 훼손되고 파괴되었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서울은 근대화 백 년, 짧게는 산업화 삼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과제는 갑작스럽게 성장한 거대도시를 안전한 도시, 건강한 도시, 푸른 도시, 풍요로운 도시로 가꾸어 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애정과 오늘의 서울을 만들어낸 역사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상을 온전하게 판단하고 밝은 내일을 신뢰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진행된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리 도시를 만든 주체는 국가와 그 집행자인 관료조직이었으며, 그 결과 도시공간은 크게 왜곡되어졌다. 횡단보도 대신 육교와 지하도가 생겨났고, 아름다운 강변도시를 아파트가 성벽처럼 가로막았으며, 자동차 도로에 막힌 한강변으로 시민들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관(官) 대신 서울의 주인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논의를 통해 병든 서울의 공간을 치유하자고 지은이는 제안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의 서문에서 ‘도시는 시민이 만든다. 그래서 도시는 시민을 닮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명제에 의하면 서울의 얼굴은 곧 도시를 만들어 가는 시민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자화상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일상성을 공간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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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처음 가 본 순간을 기억하는가?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로 넘쳐나는 거리,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한 네온사인, 게다가 지하철은 어쩜 그렇게 크고 복잡한지.. "과연 우리나라 최대의 도시구나!" 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드는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복잡함'이다. 단순히 사람이 많고 건물이 많다는 점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 너무 복잡하고 무질서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러한 서울 도시공간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도시공학과 교수를 역임하기도 한 저자가 서울의 중심 가로를 답사하면서, 여러 장소를 살펴보면서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설명해 준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이 '서울 에세이'이기 때문에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제목만 보면 저자가 서울을 방랑하면서 아름답고 멋진 장소의 사진 및 감흥을 남겼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에세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어려운 이론과 실증적 데이터를 나열하면서 지루한 설명을 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행록이 대개 그렇듯, 이 글은 주관적인 인상의 기록이지 실증적 연구도 이론적 탐구도 아니다. 그런 논의는 이 글의 목적과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다. 그렇다고 문제의식조차 없을 수는 없다. 오늘의 서울이 보이는 도시적 혼란상이 과연 삶에 어떠한 실존적 의미를 던져 주는가. 오늘날 우리가 도시를 이해하고 도시문제를 진단하는 데 동원하는 '기성'방법의 틀에 근본적인 결함은 없는가. 한국의 도시화, 근대화의 세계사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서구사회, 중심부 사회의 경험에서 도출된 패러다임으로 한국의 도시를 바라보는 데에 내재한 가능성과 한계는 어디에 있는가. 이 기행에서 직접 다룰 수 없는 질문들이지만 기행 내내 사라지지 않는 질문들이었다.(p.17~18) 저자가 생각하는 서울 도시공간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최대한 가볍게 쓴 책이다. 즉, 어려운 주제를 쉽게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학자인 저자와 대중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을 바랐던거 같다. 답사코스는 일명 '신주작대로'이다. 코스는 다음과 같다. 세종로-태평로-정동-소공동-남대문시장 및 명동-회현동-해방촌-용산미군부지-이태원-강변아파트-반포동-서초동-예술의 전당 신주작대로라는 명칭은 저자가 붙인 것으로, 장소들의 상징성에 걸맞는 명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소들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각 시대의 지층이 겹겹이 깔려 있다. 물론 장소마다 시대의 정도 및 두께가 다르긴 하다. 저자는 도시계획학자의 시선으로 한양이라는 도시가 경성, 서울이 되면서 도시공간이 신주작대로의 방향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신주작대로를 따라 이러한 도시공간의 변화와 관련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을 답사를 통해 살펴보고 이야기한다. 국가의 중심이고 민족의 뿌리인 세종로에서는 공간의 부조화와 공허함을 느낀다. 태평로에서는 공론의 거리임에도 사적 영역의 침투만이 나타난다. 정동에서는 주체적이지 못한 근대화 과정에서의 외국문화 수용 흔적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소공동에서는 일제의 경제침탈, 그리고 재벌의 성장기계(growth machine)가 공간적으로 재현된 것을 주목한다. 남대문시장과 명동에서는 한국 자본주의 발달사와 도시계획의 상호관계를 읽는다. 회현동에서는 '도심 속 휴경지'가 된 연원을 찾고, 빛을 만드는 그림자 역할로서의 회현동을 읽고 있다. 해방촌에서는 비공식적인 공간인 해방촌이 외부적으로 어떻게 재현되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용산미군부지에서는 우리의 슬픈 근대사가 남긴 유산이지만 언젠가 돌려받아 세로 녹지축의 핵심구간이 될 날을 그리고 있다. 이태원에서는 세계화 과정에서 중심부도 주변부도 아니었던 것을 짚어보고 '관광특구'의 의미를 재고하고 있다. 강변아파트에서는 한강변 아파트숲을 바라보며 개발시대의 관행으로 인해 훼손된 도시경관을 짚어보고 있다. 반포동에서는 '강남'이라는 서울 안에서도 특별한 공간이 탄생하게 된 과정을 정부의 파행적 시장개입으로 보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짚고 있다. 서초동에서는 외부적으로는 윤리적인 공간이지만 그 형성과정에서 굴절되고 권위주의의 허장성세가 있었음을 읽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문화마저도 권위적으로 규정하고 정권의 정당화 수단으로 삼는 독재시대의 비극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저자는 서울에 대해 불평, 비난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불평, 비난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장소에 대해서 일관된 준거를 들어 비판적 성찰을 하고,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이란, 더 나은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는 서문에서 그 해답을 먼저 제시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지금의 서울을 만들어낸 근대화의 역정을 되돌아보고, 여기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누가 그러한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겪어온 근대화 또한 이 시대를 살아온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집단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인가. 나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애정을 가지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이제는 우리 생활의 터전으로서 환경의 질을 생각할 때다. 애정은 관심으로부터 나오고 관심은 상대를 알 때 자라고 커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 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자라났으면 한다. 현재의 도시환경이 형성된 연원을 이해할 때 현상에 대한 온전한 판단이 설 수 있고, 그런 연후에야 미래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한 진단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p.9~10) 결국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도시공간 형성과정을 이해하면 도시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것이고, 이는 도시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하여 시민이 만들어 가는 활기찬 서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도시화 과정은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권위주의적 정권에 의해 강압적으로, 한편으로는 개발주의 재벌에 의해 특정 계층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민들은 소외되어 갔다. '공간적 불평등'이 발생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의 서울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주도하는 도시가 되길 염원한다. 그리고 서울시민으로서 도시공간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공간의 형성과정 역사를 짚어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과거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이 책이 나온지 10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세종로, 태평로 등 서울의 중심거리는 2008년 쇠고기파동 등으로 인해 2002년 월드컵 때보다 더 '시민의 공간'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서울 시민들은 도시공간을 공공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하고 있다. 물론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10년이 지난 책이지만, 시민의 도시를 위한 성찰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이었다. |
| 이책을 "황금낙하산" 과 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유는 황금낙하산은 서울의 경제적 의미를, 이 책은 서울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필자의 인문학적 소양이다.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이런 책을 쓰는 분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글을 쓰는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실무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아카데미즘을 동시에 지닌 정말 훌륭한 필자라는 생각이다. 책의 디자인이 여백의 의미가 너무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사는 서울을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
|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추상적 공간으로서의 서울 보다는 경험적 장소로서의 서울에 주목한다. 세종로에서 시작된 그들의 서울 기행은 단지 공간 또는 장소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울 속에서 갖게 되는 구체적 경험과 추상적 관념의 기원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즉, 서울에 아로새겨진 시간과 공간을 모두를 향한 여행 속에서, 무심한 발걸음으로 스쳐 보냈던 서울 곳곳의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서울 기행에서 서울의 ‘길’에 주목한다. 저자의 말처럼 길은 장소와 장소를 엮고, 도시 공간의 부분과 전체를 엮는 매개이기에, 그 속에서 근대화의 힘의 작용과 그에 대한 관성적 작용까지도 함께 보이는 다성적 장소-공간인 것이다. 저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길은 조선조에서부터 서울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던 경복궁과 그 앞의 세종로에서 예술의 전당에 이르는 서울의 종단축이며, 저자들은 이를 두고 신주작대로라 명명한다. 앞서 밝혔지만, 종단축을 따라 서울-공간을 횡단한다는 것은 한국의 근대사를 횡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실제로 강북에서 강남의 이동 만큼 한국 근대화의 과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은 드물테니까 말이다. 세종로에서 회현, 해방촌, 반포로, 이태원예술의 전당 까지의 공간 이동 속에서 역사의 우연과 필연이 서로 기묘하게 교차하게 되고, 한국 근대화 과정의 치부가 부끄러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이 물론 직접적으로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비판을 겨냥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성에 근대화 과정이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를 적절히 보여준다. 끝으로 책읽기를 할 때,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경험은 참으로 드물다. <서울 에세이>를 반쯤 읽었을 때, 문득 이 책이 끝이 다가왔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짙게 느껴지는 거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런 경험을 했다... |
| 최근 조선말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다. 저 멀리 경복궁이 보이고 나머지는 모두 초가집이었다. 유교시대 궁궐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보다. 때는 2005년. 관악산에 한벌 올라 서울시내를 한번 내려다본다. 장관이다. 아파트의 바다가 넘실넘실댄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파트 천국에 하늘도 노했나? 노란 띠가 서울하늘을 맴돌고 있다. 공기오염때문이다. 그래,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이정도 먹고살만해 지는 동안 공기도 좀 오염시키고 스카이라인이니 뭐니 신경쓰지 않고 아파트부터 짓고 본 정책이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건 좀 심하다. 차리리 무질서하게 내버려두었다면 자연스럽기라도 하지, 어줍잖게 계획도시를 만든다고 무우 자르듯 도시의 축들을 뚝뚝 짤라버렸으니. 그 흐름이 어떻게 잘려나갔느니 궁금하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
|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내게 조금이나마 서울을 이해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이었다. 결과는 글쎄..내 생각과 많이 달라서 인지 솔직히 많이 실망스럽다. 우리나라 서울의 길이 다듬어질때가 솔직히 도시계획공학이라는 분야가 전문화 되어 있던 때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그저 그것들을 비판하는 데에만 중점을 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한 도시계획에 관심이 많거나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이..솔직히 예전의 시대를 잘 모르는 20대이하의 사람들이 읽기에는 많이 버겁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다녔던 학원이 떠올랐다. 서울대졸업이라고는 하는데 그 선생님이 설명한 것을 우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선생님에게는 우리 수준에 대한 고려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내보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학 순위로 서울대 보다는 못한 학교였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우리 수준에 맞게 이해시킨 선생님이 계셨다. 이 책의 저자는 전자에 해당한다. 논문도 아니고..언뜻 보면 정말 서울 도시계획에 대한 논문같다고 느껴진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단지 난 전문서적이나 교재가 아닌 이상 일반인의 수준도 고려해줬음 하는 생각이다. 또한 18000이라는 책값도 사진이 칼라라는 이유를 제외하면 정말 많이 후회함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