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의 클라시커 50시리즈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 책 역시 특정한 주제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비평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새로운 통찰이나 관점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값을 충분히 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제목 그대로 "20세기 건축"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자에게 이에 관한 만만치 않은 정도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20세기의 대표적인 건축물 50개를 선정하여 그 각각의 대표적인 사진, 도해와 함께 건축의 과정, 건축사적 의의 등을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20세기 건촉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부담없이 파악할 수 있게끔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라고만 보기 어려울 만큼 일관된 시각에 따라 건축물들을 선정하고 설명을 전개해나가고 있는 것은 이 책은 단순한 백과사전식의 지루한 책이 아닐 수 있게 해주는 최대의 미덕입니다. 예컨대 전반부에 위치한 글래스고 미술학교, 바우하우스 등의 모더니즘으로서 20세기의 시작을 알렸던 건물들로부터 후반부에 이르는 AT&T빌딩,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등에 이르는 하나의 흐름은 20세기 예술사 전반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서 이러한 적절한 선택이야 말로 이 책의 장점일 것입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사진이나 도해가 '충분히' 크지 않다는 점이 다소 불만이지만, 판형이나 가격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없을 듯. 그리고, 건축에 재미가 생기셨다면, 이 책 다음에는 서현씨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나 김석철씨의 "세계건축기행"등도 읽을만 한 것 같습니다. |
| 우선 지은이인 하베를리크에 주목한다. 그녀는 대학에서 인문학과 언론학을 공부하였고 현재 다큐멘터리 극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소개해나가는 건축이야기는 어느 건축가의 글보다 소프트하다. 그리고 근현대건축을 둘러싼 사회사나 미술사와의 연결도 유연하다. 건축가의 사고와 그것을 형상화한 결과물인 건축을 설명하면서도 건축가가 말한 유명한 어귀나 비평가의 촌철살인 같은 명언들을 섞어 넣어 건축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과 건축의 의미를 깔끔이 알려준다. 또한 그가 선정한 최현대 건축 목록도 흥미롭다. 유대박물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우파 영화센터, 발스 온천장, 테이트 현대미술관, 커튼월 주택, 보르도 주택, 하노버 엑스포 네덜란드 전시관 등은, 그가 결론처럼 맺은 ‘21세기를 내다보며’ 라는 글에서 말하려 하는 주제인, 세계화, 젠더, 자연친화, 정체성, 정보화, 하이테크 등의 21세기 건축 동향을 위해 교묘히 선택한 듯하다. 각자 지은이의 안내에 따라 살펴볼 일이다. 건축의 인문학적 비평서 라 보기에는 한층 건축에 쏠리고, 건축 전문 비평서 라고 하기에는 대중적이다. 그러나 건물의 소개 외에도 건축가의 생애와 대표작품, 소개 건물의 건축자료, 건축가의 명언, 관련서적과 관련사이트 까지 소개하는 세세한 편집이 돋보인다. 다만 무척이나 매끄럽고 훌륭한 번역이지만 가끔 건축 전문용어를 너무 완벽하게(?) 완역하는 바람에 건축계에서 흔히 쓰이는 전문용어들과 생경하게 충돌하는 것이 작은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현대건축의 입문서나 교과서로 손색이 없으며 책 그대로 현대건축 기행의 포트폴리오가 될 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