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S24에서 책을 고를 때 누구나 그렇듯이 독자 리뷰를 꼼꼼이 보고 고르기도 하지만, 편집자 추천도서들 중 소개글이 마음에 들 때 구입하기도 하는 편입니다. [탁자 위의 세계]도 그렇게 골랐다가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 듯한 감동을 받은 책입니다. 커피, 유리, 목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반은 소설처럼 반은 에세이처럼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있는 이 책은, 어느 카페의 탁자에서 시작해서 철야의 유리공장으로, 새벽의 벌목장으로, 산마루의 커피농장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우리가 흔하게 보고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의 뒤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소설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하다고 말했지만 참 특이한 책인 것 같습니다. 저는 머리 속이 어지럽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면 이 책을 꺼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리공장 부분을 펼쳐들곤 합니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그 부분을 읽어내려가노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구입한 책들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겠네요. 요즘에 많이 쓰이는 재생용지를 사용한 책입니다. 미끈한 재질의 종이보다 도리어 책 내용과도 어울리는 듯한 까칠한 책장이 마음에 듭니다. 감히 한번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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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의 세계 / 리아 코헨 / 하유진 역 / 지호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 책이었다. 연결고리가 없는 이야기들이 따로 전개되면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지막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카페 <어떤 날>에 앉아 있다. 이렇게 시작한 첫 구절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캐나다 뉴브런즈윅의 플럼워십에서 벌목을 하고 있는 그는 자신을 벌목꾼이라고 하지 않고 “나는 숲에서 일한다”라고 말하며
미국 오하이오 주 랭카스터의 앵커호킹 유리회사의 선별포장실에서 일하는, 평생을 이 유리공장에서 일해 왔지만
커피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종자와 토지와 비와 태양이 커피를 키우는 땅에서
그들의 삶이 실타래처럼 사물들에 뒤엉켜 달라붙어 있다.
이런 상상과 전개를 해 낼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이 만만치 않다. 이 작은 소재를 가지고 319페이지에 이르는 글이 나오려면
저자는 우리에게 일상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당신의 눈길이 머무는 곳이면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피어난다고. 한번쯤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도 있을지도 모른다. |
| 책 겉 표지에는 탁자위에 신문, 커피, 그리고 유리잔이 있다.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탁자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신문, 커피, 유리잔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난 멍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로 책을 빨리 읽는 편이다. 한줄한줄 음미하면서 생각하면서 읽기보단 대충대충, 건성건성 읽는다. 내용만 대충 이해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나에게 탁자위의 세계는 읽기가 참 어려웠던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읽긴 읽었는데 머릿속은 온통 산만하고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주의를 끌만한 사건도 없거니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없었고 독특한 소재도 아니였다. 솔직히 '책이 머 이래' 하면서 짜증을 내며 덮었다. 그러다 머그컵에 커피를 한잔 가득 따르고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한문장한문장 천천히 읽어나갔다. 자꾸 건성건성 읽어나가려고 하는 내 의지를 꼭꼭 누른채 말이다. 결국, 커피한잔의 시간동안, 장작 두시간에 걸쳐 이책을 읽었다. 커피한잔의 시간이 약간은 두꺼운, 이 책을 의미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낼 그 순간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표현했다. 몇분에 걸쳐 마실 커피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습관에 적지 않게 놀랐다. 책을 눈으로만 읽었지 한번도 마음으로는 읽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그것보단 그것에 익숙해졌나보다. 작가는 그것을 말해주고 싶었나보다. 우리가 그냥 스치는 신문, 커피, 유리잔에도 수많은 시간들이, 조잘거리는 얘기거리, 그리고 그것에 스며들은 손의 흔적들이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밤은, 머그컵 한가득 커피와 탁자위의 조그마한 우주를 음미해 보는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