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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 하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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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왜, 예전에 우리 학교 다닐때, 현진건의 <빈처>, <운수좋은 날>, 김동인의 <감자> 뭐, 이런 걸 배웠더랬습니다. 배웠으니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땐, 저도 잠을 자지 않기 위해서 꽤나 노력했으니 선생님이나 저나 각자 나름대로 노력은 한 것이지요. 우리 땐 그 뭐지? 서한샘 선생님의 밑줄 쫙, 뭐, 그런 게 꽤나 유행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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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을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왜, 예전에 우리 학교 다닐때, 현진건의 <빈처>, <운수좋은 날>, 김동인의 <감자> 뭐, 이런 걸 배웠더랬습니다. 배웠으니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땐, 저도 잠을 자지 않기 위해서 꽤나 노력했으니 선생님이나 저나 각자 나름대로 노력은 한 것이지요. 우리 땐 그 뭐지? 서한샘 선생님의 밑줄 쫙, 뭐, 그런 게 꽤나 유행했었는데 어쨌거나 그 시절은 소설도 밑줄 쫙, 이래가매 읽었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까지는 아니었어도 어쨌거나 좀 암울한 시대였으니까요. 밑줄만 그으면 안 암울했을텐데 그걸 외워야하니 암울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못 외우면 맞았으니 이 어찌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이 아니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요즘 애들은 지들이 선생을 팹디다만. (갑자기 뭐가 디스토피아적인 건지 헷갈리는 군요.)

      아무튼 그래 그땐, 빈처고 나발이고 아우, 존재 자체가 짜증나는 단편들이었는데 그러고서 한 십 수년이 지난 후에 다시 그 소설들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었죠. 아아, 그런데 이거 왠걸, 감동 한 사발이더군요. 현진건의 <빈처>와 <운수좋은 날>은 정말이지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여러 면에서의 작품 완성도도 높고 말이죠. 그러니 참 이 소설이란 게, 어떤 심정에서 어떤 각도로 보느냐도 참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삶의 경험도 좀 쌓여 인생이란 걸 조금씩 더 이해해나가는 상황에서 읽는 문학은 확실히 뭔가 좀 달라요.

 

      이 작품은 말이죠, 1981년도에 박범신 선생님이 발표하신 작품인데 앞서 말씀드렸던 우리 문학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감자>라든가, <운수좋은 날>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음, 그게 그러니까 뭐랄까 이런 겁니다. 조금 가난한 느낌과 그러나 따뜻한 느낌이 함께 공존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도시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느낌보다는 마을에서 풍기는 느낌이 훨씬 지배적인 소설이었어요.

      좋더만요.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아주 좋았습니다. 요즘 내가 클래식이 좀 땡기나?

      그런데 내용은 그리 따뜻하지 않습니다. 제목처럼 겨울강의 북풍이 떠오르는 싸늘한 분위기였죠. 요만 말씀드리면 한 편의 복수극이에요. 복수극이라고는 해도 뭐, <죽음보다 깊은 잠>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통속적인 느낌의 내용은 아니고요, 이번엔 문학적인 느낌에 가까운 복수극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운수좋은 날>이나 <감자> 냄새가 나는. 동네 사람들이 우루루 몽둥이와 횃불을 들고 점순네 그년부터 잡아 족쳐야 혀, 뭐, 그런 분위기 말이죠.

 

      역시나 묘사가 도드라지는 <은교> 라인의 수려한 문장을 자랑해주십니다. 당연히 읽는 호흡도 좋고 입에 짝짝 달라붙지요. 특히나 이번에는 풍경 묘사가 많아 참 좋더군요. 이야기는 살벌한 내용임에도 작품이 가지는 분위기는 어쩐지 조금 달랐습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습니다만 그 왜, 저녁 시간에 밥짓는 냄새가 온 동네의 골목골목을 휘돌아 돌던 시절이 있었잖습니까? 방송용으로는 철수야, 밥 먹어라, 가 되겠고 리얼 다큐로는 이 새끼야 밥 때되면 딱, 딱, 알아서 기어들어오라고 했냐, 안 했냐, 가 될 터인 그런 풍경 말이죠. 이 작품은 그런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일단 저는 그렇게 느꼈단 말입니다.

      이야기의 전개와 내용은 확실히 구시대적인 면이 물씬 풍겨나지만 무려 삼십 년전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그땐 이게 세련된 내용이었을는지도 몰라요. 박범신 선생님은 이 이야기에서 어떤 80년대의 암울한 시대적 알레고리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한 면도 없진 않습니다. 박복한 인간사에 관한 점 뿐만 아니라 천민자본주의로부터 비롯되는 아둔한 군상들의 꼭두각시 놀음 같은 분위기 말이죠. 하여 그런 측면에서 작품을 이해해보면 과연, 현대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은 은유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작품은 내용 면에서도 통속보다는 순문학 쪽의 성향이 훨씬 강하고,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재림 같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역시나 황진이처럼 화려한 문체였습니다. 

 

http://blog.naver.com/vitojung



b******k 2010.12.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