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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
[ 울고 들어온 너에게 ]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어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 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 아버지의 강가 ]
내가 산 오늘을 생각하였다.
해 넘어간 물가에 천천히 무거워지는 바위들처럼 오늘은 나도 쉽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루가 길고 무겁다.
[ 처음 ]
새 길 없 다. 생각해보면 어제도 갔던 길이다. 다만, 이 생각이 처음이다 말하자면, 피해가던 진실을 만났을 뿐이다.
[ 가지 않은 봄 ]
나는 두려웠다 네 눈이, 사랑하게 될까봐 사랑하게 되어서 나는 두려웠다. 네 눈이, 이별하게 될까봐 이별하게 되어서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눈, 나는 두려웠다. 내게 남기고 간 가장 슬픈 눈 나를 찾아 헤매던 슬픈 그눈
[ 새벽 ]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아버지는 밀짚모자 쓰고 도롱이 입고 삽 찾아 들고 번갯불로 길을 찾으며 논에 물 여의러 갔다. 나는 퍼뜩 일어나 새로 쓴 시 몇줄을 얼른 지웠다.
[ 도착 ]
도착했다. 몇해를 걸었어도 도로 여기다. 아버지는 지게 밑에 앉아 담뱃진 밴 손가락 끝까지 담뱃불을 빨아들이며 내가 죽으면 여기 묻어라, 하셨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기다. 일어나 문을 열면 물이고 누우면 산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해가 떴다가 졌다. 아버지와 아버지 그 아버지들, 실은 오래된 것이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물을 건넜다. 모든 것이 어제였고 오늘이였으며 어느 순간이 되었다. 비로소 나는 아버지의 빈손을 보았다. 흘러가는 물에서는 달빛 말고 건져올 것이 없구나. 아버지가 창살에 비친 새벽빛을 맞으러 물가에 이르렀듯 또다른 생인 것처럼 나는 오늘 아버지의 물가에 도착하였다.
... 소/라/향/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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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이라는 작가의 시를 읽고 있으면 마치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시들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글들입니다. 하지만 결코 그의 시들은 가볍지 않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섬뜩하기 까지 한 성찰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어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이번에 읽은 그의 신작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를 보면서 역시 그의 시는 쉽고 아름다운 말들로 쓰여 있어 독자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쉬운 것만으로 그의 시들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시들의 행간 속에서 작가는 치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무의식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자연스럽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김용택이라는 시인의 시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렵게 쓰여진 시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겉멋으로 쓴 시들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한마디가 있는 시, 그런 시들이 좋다고 생각하며 김용택의 시는 그런 느낌을 주는 시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울고 들어온 너에게는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나약함과 그것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힘을 보여주는 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집을 읽으며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무척 안식을 주는 느낌을 받았으며 마음을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시어들과 함께 거친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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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제목에 반해 시집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매일 매일 지친 하루를 끝내고 현관에 들어설 때, 불꺼진 방안에 들어왔을 때, 가족들이 집 안에 있어도 각자의 아픔만 호소할 때, 내 마음 하나 어디 털어놓을 때 없을 때 내 옆에 있었던 것은 한권의 책들이었다.
나이가 들어 글귀 한 줄 외울 수 없어짐에도 마음에 드는 제목 하나로 가슴이 뛸 수 있다는건.. 정망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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