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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러 목적이 있었지만 아직 영세를 받지 않은 예비자로서 적합한 세례명을 찾는 것 또한 한 가지 이유였다. 그래서 막연히 '아시시'로 향했다.
아시시에서 마주한 '프란체스코'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강렬하게 날아와 박혔다. 그렇게 프란체스코는 내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부끄럽게도 그 삶을 온전히 따라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감미로운 삶. 그것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권두사)
'진짜 아버지는 자신의 말로 길을 트는 자이며, 자식을 원한의 그물 속에 가두는 자가 아니다.'
장사꾼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는 날. 소송과 비난으로 점철된 생물학적 인연을 뒤로 하고 프란체스코는 훌훌 떠나 비로소 신을 따라 나선다. 그 길은 말로 트인 길이며 노래로 가득한 여정이다. 가난한 자의 곁으로, 자연 그대로의 축복을 따라 나선 프란체스코의 선택은 단순한 기쁨에 대한 열정일 따름이며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로의 발걸음이다.
보뱅이 그리는 프란체스코의 삶은 시적이고 경쾌하다. 연대기처럼 거창하게 나열하는 대신 삶의 중요한 사건들에 눈을 맞추고 가볍지만 성스러운 단어들로 음율을 씌워나간다. 그래서일까. 비유와 감성으로 가득찬 그 읊조림을 완전히 해석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굳이 해석하며 읽어야할 의무는 없다. 삶의 빛나는 어느 한 장면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을 앞에 두고 굳이 해석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무언가를 놓쳐가면서 읽기보다는 함께 흥얼거리며 감상하듯이 읽으면 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