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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기쁨이 되는 좋은 작가들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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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우리 구면이죠? 그런가요? 몇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 네. 암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두요.   행동 반경이 비슷하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꾸 보다 보면 얼굴이 익숙해져서 딱히 말 한 번 나눈 사이가 아닌 데도 친밀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래서 직접 맞닥뜨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예를 들어 친구 블로그에서 자주 사진으로 얼굴을 대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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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구면이죠?

그런가요?

몇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 . 암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두요.

 

행동 반경이 비슷하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꾸 보다 보면 얼굴이 익숙해져서 딱히 말 한 번 나눈 사이가 아닌 데도 친밀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래서 직접 맞닥뜨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예를 들어 친구 블로그에서 자주 사진으로 얼굴을 대한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나, 오랜 친구에게서 자주 이야기를 들었던 친구의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익숙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최근에 읽은 작품들 중에 특정 작가의 것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우연이 반갑다. 한 뼘은 더 가까워진 기분.

개인적으로는 2010 이효석 문학상 수상집에서 만난 이기호보다 이 소설집에서 만난 이기호가 더 반갑다. 뭐랄까?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그 사람의 분위기나 전반적인 이미지 등을 좌우할 수 있는데, 이기호는 여기 모인 작가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잘 어울리고 돋보인다. 암튼 조합으로만 보자면 이 소설집이 베스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만 모아놓아서 몰입도도 높고 만족도도 높다.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 같은. 시의적절한 위로의 선물.

 

하성란, 알파의 시간

 

이렇게 말하면 작가가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하성란은 단편에서 빛나는 듯.

견고하고 탄탄하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좀 급하게 서둘러 맺은 느낌이라 탁 맥이 빠진다. 뭐랄까? 아름다운 귀걸이가 영롱하게 반짝이나 귀 뒤에서 침을 단단하게 고정해주지 못해서 헐렁한 느낌. 귀걸이가 예쁘긴 한데 언제 빠질지 몰라서 불안한,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아쉽다.

나는 풍경을 응시했다. 이제 간판의 계집아이가 나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세잔의 생트빅투아르 산이 세잔을 보듯 나의 간판이 나를 보고 있었다. 허만하 시인은 한 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잔이 그 풍경을 받아들일 눈을 가지는 데에는 그때까지의 유럽 미술사의 모든 시간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다고. 그 알파란 세잔이 시대보다도 앞질러 달렸던 바로 그만큼의 시간이 아니겠냐고.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간판을 볼 수 있기까지 나에게도 나만의 알파의 시간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돌고 돌아 그 간판 앞에 서기까지 그 알파의 시간이 좀 길었다는 것분이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응시했다(35).

 

하성란, 그 여름의 수사

 

전보로 보낼 수 있게 열 자로 줄이기. 모든 상황을, 이야기를 열 자로 압축한다면? 재미있고 기발한 발상이다. 열 몇 살의 아이다운.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작품인데, 다시 읽어도 재밌다.

아버지가 바라던 삶은 뽀얀 하지감자를 삶을 때의 고요함인지도 모른다. 감자의 아린 맛과 섞인 정백당을 맛보는 아주 짧은 시간의 단맛인지도 모른다. 흙투성이가 되어 뭉개진 감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는 깨졌다(47).

 

두 작품은 연작소설처럼도 읽힌다. 교편을 잡다 그만두고 사업을 하지만 꼬이고 꼬여 잘 안 풀리는 아버지와 아버지 대신 가정을 건사해야 하는 어머니. 나이가 들어 그 때의 부모의 나이가 되었으나(혹은 지나) 아직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자식. 언젠간 부모의 생을 이해할 날도 오겠지. 두 작품모두 전반적으로 쓸쓸하다.

 

김숨, 모일, 저녁

 

김숨의 작품에서는 일관되게 김숨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 작품을 읽든. 그게 불편하거나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이 작가만의 고유한 색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어딘가에서 이런 스산한 가정이 재생되고 있을 듯한. 구운 전어 냄새는 고소하지도 그렇다고 비린내가 나지도 않는다. 김숨이 그려내는 풍경은 언제나 조금은 진공 상태인 듯한, 건조하고 메마른 가을의 낙엽 같은 이미지다.


아버지가 내가 지난번에 다니러 왔을 때보다 몸집이 더 줄어든 것 같았다
. 베란다 쪽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만 해도 아버지의 몸집이 줄어든 것이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었다. 나는 아버지가 저렇게 작은 몸으로 저녁마다 뱀장어를 잡는다는 사실이, 그것도 백 마리에 가까운 뱀장어를 잡는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생각되었다. 기적이란 그런 게 아닐까. 삼십여 년째 신탄진에 살고 있는 예순세 살의 남자가 밤마다 백 마리의 뱀장어를 잡는 것이(93).

 

박민규, 근처

 

함정임이 김소진의 마지막을 쓴 소설이 있는데, 김소진을 좋아했던 나는 가슴이 너무 아려서 그 작품을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한참이 지나 나이가 좀더 들어서 그 작품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읽는 사람도 그러니 쓰는 사람은 오죽했을까.

박민규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떠나보내는 마음도 아프지만, 떠나는 마음도 그러하겠다. 지붕에 올라가 초혼을 하는 것 같은. 애도하며 떠나보내기.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세상에서 암이 가장 무섭다. 싫은 게 아니라 무서운 거다. 특히 간암.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그 병에 안 걸리면 좋겠다. 제발. 나 역시. 세상의 암이란 암은 모두 사라지면 좋겠다.

스물일곱 되던 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에 한 번 이직을 하고 줄곧 지금까지 일해왔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건조하다 싶을 만큼 성실한 편이었다. 그리고 아직결혼을 하지 않았다. 피한 것도, 여자를 싫어한 것도 아니었다. 이상한 변명이긴 해도 결혼을 할 시간이 없었다. 기획부서란 게 늘 그렇듯 끝없이 끝없이 중요한 업무가 이어져왔다. 접촉 사고로 라이트 한쪽이 함몰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수리를 미루다 새 차를 산 적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었다. 오피스텔과 직장을 오가고, 밤을 새고, 회의를 하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돌아와 빨래를 하고, 간단한 요리를 만들거나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로,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오디오를 바꾸고, 외국으로 현지답사를 떠나고, 돌아오고, 그때 그때 트랜드에 맞는 옷을 구입하고, 승진을 위해 노력하고, 연봉 협상에 임하고, 미용실을 바꾸고, 회식을 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했을 뿌인데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있었다(109).

간암 말기란 얘기를 들은 것은 3월이었다. 우선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의사가 물었고 뜨거운 물속에 티백을 담그듯 너무 늦었습니다, 라고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삶이, 더는 한 잔의 물이라 말하 수 없는 다른 것으로 변해버렸다. 담담하지만 단호한 변화였다(111).

 

몇 차례 상의 끝에 결국 나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담담할 수 없는데도, 담담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111-112).

 

이기호, 김 박사는 누구인가?

 

작품 자체로는 이기호의 베스트라고 할 수 없으나, 작품집 전반의, 다른 작품들과의 어울림이 좋다. 재미있게 읽은 다음 김 박사가 누구인지 빈칸을 채우면 된다. 일종의 시험이니 미리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길…!

 

이장욱, 고백의 제왕

 

역시 이장욱! 사놓고 계속 묵혀 두었던 이장욱을 이제는 개봉할 시기가 됐나 보다. ‘고백의 제왕은 생각보다 썩 마음에 들었다. 오래 전 사두었던고백의 제왕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를 읽어야겠다. 이 둘을 읽고 마음에 들면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봐야지.

 

최수철갓길에서의 짧은 잠쉽게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닌 듯. 직접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읽고 최수철 작가의 신작인침대를 구입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 후로 미루도록 하자.

당신은 고속도로를 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밤의 과로로 당신은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좀체 속도를 줄일 수 없다. 피로감에 쫓기어, 당신은 그 피로감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제한 속도를 웃도는 빠르기로 계속하여 달리고 있다.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어질수록 이 세상에 홀로 버려져 있다는 느낌이 점점 더 커진다. (중략) 당신은 지금 이 피로감과 외로움이 자동차의 빠른 속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속도를 줄일 수 없으니, 당신은 당장이라도 자동차를 멈춰야 한다(195).

 

황정은야행은 창비에 실린 걸 예전에 읽었었다. 이 작품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백의 그림자가 가장 인상적인 듯.

 

김경욱러닝맨역시 그의 작품 중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 SBS런닝맨제작진 여러분, ‘런닝맨이 아니라 러닝맨이라구요. 바람이라면 런닝맨제작진이 이 작품을 보고 제발 프로그램 타이틀 좀 제대로 고치길.

 

윤대녕대설주의보성석제해설자들은 그 자체로 좋긴 하지만, 뭐랄까? 중견작가들의 역량이나 힘을 보여줄 만큼, ‘우리가 이 정도는 하지.’라고 할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한때 성석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찾아 읽을 만큼 작가를 아꼈던 사람으로서, 작가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전작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1.07.08. 신고 공감 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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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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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하성란의 '그 여름의 수사'가 수상했다. 내가 좋아했던 작가 박민규의 '근처'도 실렸다. 박민규는 요즘은 작품 발표를 안 하고 뭐하는 지 모르겠다. 하는 데 내가 모르는 건지.    나는 이장욱의 '고백의 제왕', 황정은의 '야행' 그리고 역대 수장작가 최근작으로 실린 윤대녕의 '대설주의보', 김경욱의 '러닝맨'이 좋았다. 공통적으로 이야기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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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하성란의 '그 여름의 수사'가 수상했다. 내가 좋아했던 작가 박민규의 '근처'도 실렸다. 박민규는 요즘은 작품 발표를 안 하고 뭐하는 지 모르겠다. 하는 데 내가 모르는 건지. 

 

나는 이장욱의 '고백의 제왕', 황정은의 '야행' 그리고 역대 수장작가 최근작으로 실린 윤대녕의 '대설주의보', 김경욱의 '러닝맨'이 좋았다. 공통적으로 이야기의 재미가 보장된다. 작품이 전하는 의미를 알듯 모를 듯 하면서, '에이 모르겠다'하고 덮기에는 뭔가 애매한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작품들이다. 

 

윤대녕의 작품도 실려 깜짝 놀랐는데, 생각해 보니 2009년이면 10년도 훨씬 전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단편이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남녀 주인공은 헤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은 채 지리하게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관계가 한심해 보이지 않는 나는 무엇일까. 

 

김경욱의 '런닝맨'을 읽고는 쫒기는 현대인을 생각했다. 누가 칼을 들이대는 것도 아닌 데 우리는 항상 그 무엇인가에 쫒긴다. 그것은 네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이야, 라고 얘기하기에는 매일매일 우리 삶이 들이대는 무게는 만만치 않다. 그 무게가 실재하느냐 그렇지 않는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그 무게에 넘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무게가 100%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라 실재라는 얘기다. 그래서, 단지 생각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음에는 어떤 단편소설을 읽을 지 기대된다. 하루에 한 편 정도는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한다. 

 

g********m 2021.06.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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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시작하는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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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연말에서 새해까지 한 해를 마감한다는 취지로 발간되는 각종 수상집을 읽게 된다. 읽다 보면 의의를 얻게 되기도 한다. 올 한 해, 이런 정서가 우리 사회를 감돌았구나 하고.   이 책 2009 현대문학상 수상집을 읽으니 많이 우울해진다. 이 우울함의 원천이 바로 2009년이었던 것 같다. 도무지 신나는 게 없었던 한 해, 갈등조차도 발전을 위한 계기의 것으로보다는 침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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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연말에서 새해까지 한 해를 마감한다는 취지로 발간되는 각종 수상집을 읽게 된다. 읽다 보면 의의를 얻게 되기도 한다. 올 한 해, 이런 정서가 우리 사회를 감돌았구나 하고.

 

이 책 2009 현대문학상 수상집을 읽으니 많이 우울해진다. 이 우울함의 원천이 바로 2009년이었던 것 같다. 도무지 신나는 게 없었던 한 해, 갈등조차도 발전을 위한 계기의 것으로보다는 침통하기만 한 절망.

 

무언가 음식이라는 것을 먹는 일,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들을 많이 하고 사는 모양이다. 그리고 외로움. 돈이 있든 없든, 점점 더 외로워지는 관계들. 무관심이 아니면 폭력과 같은 쓸쓸한 관계들.

 

한 해의 특징을 알아보는 쉬운 방법으로 유행한 노래나 영화나 드라마를 들추어 볼 수도 있겠는데, 소설을 읽다 보면 좀 더 암담한 기분에 젖게 된다. 바닥으로 오래오래 꺼져가는 기분이라고 할까, 좀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고, 순간의 거짓된 희열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한 처연한 느낌만 남는다. 그래서 어떤 소설을 읽고 나면 드라마나 영화보다 오래 아프다.

 

윤대녕의 글, 하성란의 글, 김숨의 글, 박민규의 글에 마음잡혔다. 2008년은 기억하기에 유쾌한 해는 아니었다. 왜 해마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거꾸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까.

YES마니아 : 로얄 j***6 2009.01.11.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