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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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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드라마 매니아이다 보니... 정말 교양. 시사류의 프로그램은 보질 않는 편인데 결혼하고 나서 다큐나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채널권을 갖고 계신)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억지로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 때가 있다.      1월,우연찮게 심야시간에 '낭독의 발견'이란 TV프로그램을 보게 됐는데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나와서 그의 가사로 엮어진 시집을 읽어주며 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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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드라마 매니아이다 보니... 정말 교양. 시사류의 프로그램은 보질 않는 편인데

결혼하고 나서 다큐나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채널권을 갖고 계신)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억지로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 때가 있다.   

 

1월,우연찮게 심야시간에 '낭독의 발견'이란 TV프로그램을 보게 됐는데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나와서 그의 가사로 엮어진 시집을 읽어주며

시에 대한 깊고 깊은 사랑은 이야기 해주었다. 

 

원래 루시드폴은 정연언니의 Favorite 가수인데

나는 한참전 '버스정류장'이란 김민정 주연의 영화 OST에서 그의 음악을 처음 접했었다.

뭔지 모를 낯설면서 세련된 그리고 뿌연 듯 서정적인 느낌이 전해오는 그의 음악을

플래닛 배경음악으로 깔고는 종종 즐겨듣곤 했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그는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더라...역시)

그의 선율이 좋아서 미처 가사는 한번도 음미해보지 못했는데...

많은 이들은 그의 가사를 더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사실 시를 시적 감성으로 읽지 못하고 활자로만 받아들이는 밑줄 쫙~ 세대의 전형으로

고등학교 이후로 단 한번도 시를 본 적이 없는 나.  

그의 시집 낭독을 들으며 아무 떨림도 없는 내 가슴의 강팍함이 못내 부끄러워졌었다.

 

루시드폴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는 두 시인의 시집 중

마종기 시인의 '2009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 파타고니아의 왕'을 어제 사서 음미해보고자 

눈으로 읽기도 하고 큰 소리로 낭독해보고...용을 썼다.

 

그가 받은 그 감동과 정열을 나도 느끼고 픈데...전혀 이해도 안되고 무의 상태다.

비평가들도 알고, 독자들도 알고 그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많은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미술 작품을 보고도 그 아름다움을 헤아리지 못하는 때와 똑같은 너무 불쌍한 형이하학의 상태.

 

앞으로 시는 읽고 또 읽고 그 음율을, 그 의미를 느껴봐야겠다.

16년 굳었던 마음이 쉬이 말랑말랑해지지는 않을 테니까.

 

난 시에 다가가고 있다.

이제 사랑만 시작하면 된다.

 

 

 

 

파타고니아의 양

 

마종기

 

거친 들판에 흐린 하늘 몇 개만 떠 있었어.

내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믿어보라고 했지?

그래도 굶주린 콘도르는 칼바람같이

살이 있는 양들의 눈을 빼먹고, 나는

장님이 된 양을 통째로 구워 며칠째 먹었다.

 

어금니 두 개뿐, 양들은 아예 윗니가 없다.

열 살이 넘으면 아랫니마저 차츰 닳아 없어지고

가시보다 드센 파타고니아 들풀을 먹을 수 없어

잇몸으로 피 흘리다 먹기를 포기하고 죽는 양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면, 혹시

파타고니아의 하늘은 하루쯤 환한 몸을 열어줄까?

짐승 타는 냄새로 추운 벌판은 침묵보다 살벌해지고

올려다볼 별 하나 없이 아픈 상처만 덧나고 있다.

남미의 남쪽 변경에서 만난 양들은 계속 죽기만 해서

나는 아직도 숨겨온 내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했다.

v****4 2009.0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