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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정신의 힘/ 프레드 베랑스 /정진국/ 글항아리/2008 이 책은 라파엘로의 전기 작품이고 그의 작품들에 대한 소상한 해석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 이탈리아 역사를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다. 1부는 라파엘로의 수학기?로 제목은 명상생활. 라파엘로는 우르비노 출신인 만큼 우르비노의 공작가문 이야기로 시작하며 역시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아버지와 그 집안의 이야기가 이어서 등장한다. 라파엘로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인척과 유력 가문의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이어갔으며 고향인 우르비노와 페루자를 거쳐 피렌체에 입성?하는데 그 과정을 다루면서 초기 작품에 대해 다채로운 설명을 이어간다. 2부는 활력에 넘치는 나날들로 라파엘로의 전성기와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룬다. 교황의 서재는 알렉산드르 6세의 서재로 유명한 아테나 학당이 그려져 있는 그 서재를 말한다. 그리고 교황에 다른 방에 그려진 볼세나의 미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알렉산드르 6세가 사망하고 여차저차 하여 메디치 가의 레오 10세가 등장하는데 조카인 로시 추기경, 사촌인 줄리오 데 메디치와 함께 등장하는 유명한 초상화이야기도 당연히 빠질 수 없고 레오 10세가 라파엘로에게 맡긴 산 피에트로 도시 계획 이야기도 살짝 언급된다. 라파엘로는 약혼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 자신도 갑자기 사망하는데, 과로가 원인이기도 했겠지만 일종의 급성 열병에 걸려서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이중부정, 반어법, 의문형 등이 등장하여 설명문이나 르포르타쥬 스타일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가독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며 소설을 주로 읽는 분들이라고 해도 르네상스 시대 역사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당대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가 라파엘로 이야기보다 더 많기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미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가 활동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야기 물론이고 그 당시 그의 스승이나 동료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 보다는 교황 엘렉산드르 6세와 레오 10세, 프랑스 국왕 샤를 8세와 루이 12세 그리고 마지막에는 프랑수아 1세까지 등장하고 유병한 체자레 보르자와 메디치 가문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레오 10세도 그 집안 사람). 거기에 아마도 모티브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단테와 신곡의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체자레 보르자 하면 떠오르는 마키아벨리 이야기도 나오며 당대 신플라톤주의가 유행했던 만큼 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라파엘로에게 심취했던 후대의 괴테이야기도 나온다. 뭐 여튼 라파엘로에 관한 이야기라면 라파엘로의 작품이나 그의 편지들, 그리고 조루즈 바사리의 책(물론, 뻥이 많다고 쓰긴 했지만)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조사 연구해서 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구나 작은 도시국가가 가득했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역사를 제대로 알기란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사람으로서는 역부족이기도 하다. 광범위한 조사 연구가 있긴 했을 것이지만 개인적인 자료는 부족한지라 르네상스 예술 예찬자인 저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서 '일지도 모른다' 라는 식의 말이 많고 라파엘로 자신의 천재성을 많이 부각하고 있는 편이다. 또 라파엘로 이후 시대의 예술에 대해서는 아주 솔직하게 폄하를 하고 있다. 하긴, 그게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이렇게 당대의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쓴 이유는 저자 본인이 체코 출신이라 이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하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는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에 대한 전기도 써서 3부작을 완성했다고 한다. 라파엘로는 처신을 잘 했기에 그다지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고관대작들과 잘 지낸 화가이다. 그래서 다른 두 화가들같은 재밌는 에피소드가 없긴 하지만 이 책 안에저서는 이들의 에피소드도 담고 있긴하다. 일부는 뻥이고, 일부는 사실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재밌게도 이 이야기들은 라파엘로가 얼마나 우아한 인간인지 보여주는 스토리로 등장하게 된다. 그게 또 좀 불편하긴 하다. 저자는 이렇게 전쟁이 많고 서약과 배신이 난무했던 시대에 어쩌면 그렇게 화려한 르네상스 문명이 꽃 필수 있었는지 감탄하며 글을 썼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게 1939년이다. 저자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은 현대미술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올 때였다. 아마 그는 르네상스시대에 꽂혀서 당대의 엄청난 변혁을 보고도 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세계 대전 사이에 등장했던 새로운 미술 사조들을 말이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 약간 불만족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라파엘로 전기를 쓴다는 것은 한계가 많은 작업이다. 일단 자료가 너무 없으니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공부를 해서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추론해 보는 것을 전기에 담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얻은 것이 있다면 역시 이 당시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충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답지만 먼 당신 같다고나 할까. 역시 우리가 아무리 이해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구나 절감한 책이었다. 뭐 좀 덜 이해하면 어떤가. 그냥 봐도 라파엘로의 성모자 그림은 참 아름답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