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경제소설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하강국면으로 내려않은 지난 10년간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극적반전이나 다소 부풀어져 있는 구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경제를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하는 소설이다. 책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벌처펀드, M&A, 기업사냥꾼이라하는 골든이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세계2차대전의 패전으로 일본은 그야말로 아사일보직전의 단계까지 갔지만 한국전쟁이라는 호재를 밑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세계경제계에 얼굴을 내밀면서 결국 미국이라는 세계패권국가의 지위를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 과정에서 부는 기업의 R&D보다는 현실적이고 눈앞에서 바로 성과가 보이는 부동산쪽으로 투자가 감행되었고 일본열도를 부동산광풍으로 몰고갔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가치를 자랑하던 일본이 그 거품이 빠지면서 그야말로 끝도 없는 추락의 길로 내몰렸던 것이고 지금도 그 여파는 진행중이다.
소설은 그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때에 한 의류업체 사장의 활복자살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장의 아들이 벌처펀드의 대가로 나오면서 일본의 은행 및 알짜기업을 매수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소 싱겁고 뻔한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그 내막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마치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일본경제 불황의 주범인 부동산과잉 투자로 인한 피해가 지금 대한민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치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일것이다.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과도한 P/F로 인해 그 손실규모를 정부나 금융기관이나 건설업체 어느곳 하나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동산에 대한 거품이 현실로 들어나기 시작하면 이 소설의 배경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경우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매스컴등을 통해서 익히 들어왔고 그리고 IMF를 겪으면서 외자펀드, 바이아웃, 적대적M&A등의 용어를 익히 알고 있지만 그 내막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을 비록 소설이지만 그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충분할 것 같다. 내용이 이러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자체가 반감되기는 하지만 기업경영과정과 인수과정속에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정치권의 개입등 기업소설이라는 컨셉자체는 그대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신자유주의하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비록 자본의 색깔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는 발상자체가 난세스이겠지만 외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결국 그동안 방만한 경영과 불합리한 제도속에서 우물안의 개구리같은 방식을 고집했던 일본이나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대한민국을 노렸던 골든이글의 눈이 다시금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
|
진실과 복수를 향한 검독수리의 날개짓
사회라는 거대밀림 속에서 각자가 가지는 이해관계로 인해 아귀다툼을 벌이며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치는 엘리트들의 총성 없는 전쟁을 다룬 소설 <하게타카>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기업의 냉혹한 현실이 담긴 흥미로운 소설이다. 기업소설이라는 범주 안에 있기에 여러모로 이미 읽었던 <그린메일>이라는 소설과 비교되는 이 소설은 생존과 도태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암울한 현실을 그리며 결국 도산의 버튼을 누르는 무능한 경영진과 이들을 부추긴 방만한 은행, 그리고 이들을 제어하지 못한 한심한 금융당국이 콘돌 혹은 검독수리로 불리는 벌처펀드에게 호되게 당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먹잇감을 향해 쾌속질주를 하는 벌처펀드 앞에 부채의 늪에 빠진 기업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산과 폐업 직전에까지 몰린 기업들의 대부분은 경영자의 무능과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결국 대출해줄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부채상환을 요구하는 은행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력하게 벌처펀드들의 손쉬운 먹이가 된다. 소설은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벌처펀드의 용의주도한 행보를 묘사하며 그들의 치밀한 전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망하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많은 차익을 남긴 뒤 되파는 그들의 약삭빠른 행동이 오로지 그 결과만을 따져 지탄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인공 와시즈의 입을 빌어 말한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펀드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정 기업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와이즈는 재즈피아니스트였지만 상당한 수완을 자랑하는 기업사냥꾼이기도 했다. 그는 거품 붕괴 후 침체된 고국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 도탄에 빠진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공력을 쌓아간다. 그는 단순히 매매차익을 노리고 덤비는 벌처펀드의 하수인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원칙과 계획으로 인수한 기업의 회생을 도우며 수익과 더불어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전념한다. 당연하게도 와이즈가 벌이는 일에는 상당한 걸림돌이 등장한다. 적대적 M&A를 하는 펀드나 경쟁구도에 있는 벌처펀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자계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로 일관하는 여론과 타락한 경영진의 꼼수가 그를 방해한다. 하지만 원칙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 그의 계획에 이들 모두는 두 손을 들게 된다.
허약한 기업을 인수해 체질개선을 시키는 와이즈의 행보는 닛코라는 곳에서의 획기적인 사업구상으로까지 이어지지만 와이즈의 계획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며 사업추진의 무모함을 외치는 호텔 여사장 다카코에 의해 그는 자신의 사업추진 계획을 철회한다. 동료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계획의 백지화를 선언한 와이즈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동료들 몰래 진행시켰던 ’그 일’에 전념한다. 자신에게 정의를 일깨워준 사람과 관련된 ’그 일’. 마침내 와이즈는 ’그 일’과 관련된 모든 실타래를 풀어냄과 동시에 숙원 했던 자신의 진짜 계획에 마침표를 찍는다.
와이즈라는 유능하고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이가 펼치는 생동감 있는 기업소설 <하게타카>는 존폐 위기에서 허우적대는 기업과 이를 노리는 벌처펀드의 불꽃 튀기는 대결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기업과 은행 그리고 투자회사 등 기업소설 특유의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이야기들은 좀처럼 맛보기 힘든 지적인 만족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 와이즈를 둘러싼 미궁 같은 또 하나의 이야기는 반전의 묘미와 외줄타기의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놓치기 아까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사회, 경제와 관련된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과 함께 극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는 <하게타카>는 경제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에 거울이 될 만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
|
와시즈가 시바노와 다카코가 있는 닛코 미카도 호텔 그룹을 노리게 됨으로서 이제 모든 등장 인물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다. 팽팽한 긴장감이 있고,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던 손길이 2권에서는 어느 정도 느려진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반복되고, 그럼으로써 긴장감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와시즈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 찾기도 그리 충실한 전개를 보이지 않고. 골든 패러슈트, 논뱅크, 바이아웃, 체리 피킹, 페이퍼 컴퍼니 등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대로 이해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제 위기를 오게 한 사람들이 책임도 지게 하라! 라는 것. 앞서 1권에서 말했듯이 책임질 사람이 죽음까지 생각하면서 책임을 져야 그 다음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간과했기 때문에 일본은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으니, 상황을 제대로 보고 반성하자는 말일 터이다. 우리에게는 IMF 라는 경제 위기가 있었고, 지금의 상황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일본을 기업 모델로 하는 곳이 많다고 하는 한국의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우리에게도 반성해야하고, 책임을 질 사람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뭔가 급히 마무리되는 느낌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두고두고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
|
2권 리뷰는 음... 나는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좀 먹먹했다. 내 과거 어느 한때의 기억들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보여주는 듯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고 보니 그또한 지나가리라, 에 해당되긴 했지만 분명 내 가치관 어떤 부분에 큰 작용을 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아주 주관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참 가슴 아프다. 이는 각자가 살아온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소설이란 게 그렇다. 루이스 레안테의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 까]라는 소설의 경우, 절망에 휩싸인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고, 조디 피콜트의 [쌍둥이 별]은 가족 중에 누군가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지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가슴 먹먹함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글을 통해 병원의 약품냄새까지 기억이 되살아 나니까. 개인적인 경험은 절대 공감의 큰 요소임에 분명하다. 이 소설도 그렇다. 97년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내게 벌어진 일들 모두를 떠오르게 했다. 아무리 높은 탑도 그 짧은 기간 동안 단 한 방에 가루가 될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진실도 그때 깨달았고, 삶에 대한 회의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김언수의 [캐비닛]이었던가? 거기서 그런 말이 나오지. 불행은 할부가 없다고 항상 일시불로 다가온다고. 맞나? 어쨌든. 당시 사업을 하던 사람 중에 그런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은 드물겠지만 내 나이가 20대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참 견디기 힘든 시절을 용케도 잘 버텼다. 아직도 기억하는 누군가의 말 중에, 중소기업이 망하면 임원들을 비롯해 기타 전문직 직원들이야 다른 회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지만 대체로 사장의 경우 선택하는 단 하나의 길이 자살이라고 했었는데, 글쎄 그런 심정은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경지의 감정이랄까? 그러니 이따위 기업소설을 읽으며 눈물이 흐르는 까닭은 단순히 내가 나약해졌다거나, 감성적으로 변했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장담하건데 동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모든 사업주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 모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거로 여겨진다. 아련하고 북받치는 감정이다.
그만큼 잘 쓰여진 소설이다. 정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경제경영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한 사업주의 마음가짐을 돌이켜보게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야기 중에 등장하는 무너져 가는 기업인들에 대한 논평이 종종 나오는데 정말 순간 순간 가슴이 쓰릴만큼 적확하고 쓰린 얘기들이다. 다시 말해 아직도 현직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 이 소설을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사업주들의 신념과 마음가짐이라는 결론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이게 오페라였다면 나는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쳤을 것이다.
소설적 요소로써도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이야기의 구성이 치밀하고 섬세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 세계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과 이해력이 돋보인다. 그런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소설을 써냈다면 현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으리라.
소설의 특성상 단 한 명의 히어로가 등장할 수 밖에 없고 그가 상상하기 어려운 커다란 일들을 치뤄가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집단 형태로 실제 이뤄지는 일들이다. 앞서 말했듯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은 별개로 보더라도 이 소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참 많다.
이런 소설이 탄생할 수 있는 일본의 문화적 토양이 부러울 따름이다. 전범국가 주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