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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을 관통하는 커다란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한 사회의 지배층은 피지배층이 스스로의 위치에 만족하고 현재의 체제에 영원히 순종하며 살아가길 바라지만, 피지배층은 자신들의 열악한 위치에 만족할 수 없어 체제의 변화를 요구한다. 정약전의 생각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사대부로 태어나 선진적인 학문을 갈구했던 그에게 조선의 백성들과 흑산도의 생물들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던 것일까?(14쪽)
주희와 성리학, 이기론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아울러 조선 사회 전반에 대한 사유와 탐구(조선학과 실학에 대한 설명과 비교 분석 포함), 동양의 자연과학에 대한 사유(서양과의 비교)를 하면서 이에 기반하여 정약전과 『현산어보』를 평가하고 있다.
정약용에게는 사람에 대한 학문과 자연에 대한 학문이 전혀 다른 것이었고, 이는 종교적 신념과 자연 현상을 분리시켜 생각하기 시작한 베이컨이나 근대 과학자들의 태도와도 일치하는 바였다. 정약전은 이런 관념에 더욱 철저했던 것 같다. 정약용의 우화시에서 나타나는 교훈적인 동물들에 비해 『현산어보』에 나타나는 동물들은 철저히 대상적이고 객체적이다. 정약전은 홍어의 예를 제외하고는 어떤 동물에도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약전에게 과학은 단지 과학이고, 철학은 단지 철학일 뿐이었다. 생물들은 중요한 탐구 대상이었지만 숨겨진 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직접적인 관심이 대상이었다. 그리고 생물의 특징들은 모두 문학의 재료가 되거나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람들의 실생활과 연관된다는 점에서만 가치를 가졌다. 『현산어보』는 이러한 관점 아래서 씌어졌기에 자연과학적인 속성이 농후한 특별한 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27-28).
아울러 조선 사회에서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고 그런 사회를 살아야했던 정약전과 기타 이름 없이 죽어간 천재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생각한다. 정약전과 같은 실학자들뿐만 아니라 장창대와 같은 인재들이 신분제 사회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연과학자로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약전과 정약용, 그밖에 천주교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언급 이외에도 남계우, 석주명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준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 하겠다. (예스24에서 '남계우'로 검색했더니 책은 하나도 없고 대신 남계우의 나비 그림으로 장식된 우산만 검색된다. 허걱. 석주명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동용이나 청소년용 책으로는 나왔지만 일반 대중을 위한 도서는 없다. 그물코에서 나온 『석주명 평전』이 유일하나 이 또한 절판되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인 듯해서 씁쓸.)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한자로 번역된 서학서를 통해 서양의 과학기술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광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 이익은 그 대표적인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혜성의 얼음 꼬리가 렌즈로 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울 만큼 광학원리를 친숙하게 여겼고, 평생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할 날만을 학수고대할 정도로 광학기기에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다. 홍대용은 안경을 사러갔다가 중국의 학자들과 교분을 맺었고, 남천주당을 찾아가서는 망원경으로 직접 하늘을 관찰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정약용은 광학에 대한 이론을 나름대로 정리했고, 정약전은 이를 바탕으로 바늘구멍사진기의 원리를 실험했다.
2권에서는 해양 생물 중에서 멸치, 고둥류, 불가사리와 그 친척들(극피동물들), 문어, 상어 등에 대해 서술한다. 특히 상어에 대한 서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데,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상어의 종류만 해도 가래상어, 곱상어, 괭이상어, 귀상어, 까치상어, 돔발상어, 백상아리, 별상어, 악상어, 은상어, 전자리상어, 철갑상어, 칠성상어, 톱상어, 환도상어로 무려 15종에 이른다.
『현산어보』에는 일반인들이 흔히 볼 수 없는 생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본문을 읽다보면 중국의 『산해경』이나 『수신기搜神記』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여겨져 순전히 정약전의 상상력의 발로가 아닐까 의심되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러한 표현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실재하는 생물을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이며 어김없이 특정한 종과 정확히 대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181).
살아숨쉬는 듯 생생한 세밀화들과 대부분 저자가 답사를 통해 직접 찍은 자료 사진들은 1권뿐 아니라 2권에서도 동일하게 그 빛을 발한다. ![]()
석주명은 특히 우리말에 관심이 많았다. 각시멧노랑나비,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시골처녀나비. 이름만으로도 생긴 모습이 떠오르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우리말 이름들이 모두 석주명의 작품이며, 그가 붙인 나비의 이름 가운데 70% 이상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생물에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이름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지식, 재치와 풍부한 감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석주명은 각 지방의 방언과 옛 문헌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기에 조은 이름을 지어 붙일 수 있었다. (중략)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산어보』의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정약전이 『현산어보』에 남긴 흑산 방언들을 통하여 우리는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을 느껴볼 수 있으며, 또한 이를 바탕으로 현재 쓰이고 있는 바다 생물 이름들의 의미를 추적해내거나 새로운 이름을 부티는 데 활용하는 일도 가능해진다(60).
정약전과 석주명이 다재다능한 학자였던 것처럼 저자인 이태원 역시 자연, 언어, 민속, 역사, 음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흑산도의 생물상과 민속, 언어를 담고 있는 『현산어보』를 철저하게 고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권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들]
1. 에스페란토를 주창한 석주명의 생각. 현재에도 유의미한 문제제기.
석주명은 약소민족 국가들이 강대국에 맹종하여 앞다투어 그들의 언어를 배우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영어나 러시아어가 지구 전역을 지배하는 언어가 되리라 예측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많았다. 그렇지만 석주명은 이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석주명은 대신 국제 공용어로 에스페란토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후진국민으로, 또 약소민족으로 강대국어를 필요한 만큼 배우면서 우리 자손에게 이런 참혹한 일을 되풀이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에스페란토 하나를 더 배워서 1민족 2언어주의자가 됩시다.[i] 국내에서는 자국어, 국외에서는 에스페란토로 서로 통하도록 노력합시다. 각 나라가 자국어와 함께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면 후진국 사람들이 선진국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비효율적인 노력은 없어질 것이고,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공평한 입장에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64-65). 2. 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정어리가 미친 영향?
정어리의 내유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어리는 이후 계속 몰려들기 시작하여 1939년에는 단일 어종으로 120만 톤이라는 엄청난 어획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 말부터 자원이 감소되기 시작하여 갑자기 구경조차 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ii] 전기가 들어오기 전 갯마을에서는 물고기 기름으로 불을 밝혔다고 한다. 상어 기름도 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정약전도 상어기름으로 불을 밝히며 『현산어보』를 집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3. 상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모르고 있던 것들
석유가 나지 않고 포경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갯마을의 밤풍경을 밝히던 것은 거의가 상어기름이었다. 상어의 간에는 기름이 특히 많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상어 간에서 짜낸 기름으로 어두운 밤 등잔불을 밝혔던 것이다. (중략) 아마 정약전도 상어기름으로 불을 밝히며 『현산어보』를 집필했을 것이다(243). 이밖에도 상어에 대한 기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2권의 표지 그림을 장식하기도 한 ‘귀상어’는 익히 알려진 종이 아니라 더욱 눈길이 간다. 귀상어는 몸길이 약 4미터까지 자라는 비교적 대형의 상어로, 머리의 앞부분이 좌우로 도끼날처럼 튀어나와 있고, 그 양 끝에 눈이 달려 있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몸빛깔은 등쪽이 회색이고, 배 쪽은 옅은 색이다. 비교적 먼바다에 살며, 난태생어로 3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정약전은 귀상어의 등지느러미가 매우 커서 지느러미를 펴고 헤엄쳐 가면 돛을 편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귀상어의 제1등지느러미는 매우 크게 발달해있다.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도 크지만 제2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뒷지느러미는 작다. 귀상어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상어로 분류된다. 생긴 모습부터 위협적인 데다 성질이 흉포하여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268-269). 백상아리를 백세우라고 부르는 것에 착안해 세우의 원말이 상어라는 추측, 그리고 제주의 굿판에서 불리는 민요 중에 <서우젯소리>가 있다는 것까지 거슬러올라가 ‘서우’를 상어라고 했을 때 상어가 바다에서 신적인 존재였을 거라고까지 추론해나가는 과정도 재밌다(279쪽 참조). 4. 요건 몰랐지? 문어의 지능
월드컵 때 히트를 친 점쟁이 문어 파울을 연상시키게 하는 언급도 있다. 과학자들은 문어의 지능이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심지어 개의 지능에 맞먹는다고까지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실제로 문어는 미로학습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일 뿐만 아니라 고등한 동물들에서나 볼 수 있는 특징인 놀이행동을 보이기도 한다(218)고 한다. 5. 낚시꾼들의 로망, ‘돗돔’ 대둔도의 장복연 씨는 만재도에 돗돔이 많이 난다며, 비늘이 사근사근 맛있다고 맛을 회상했다. 실제로 돗돔은 고급 어종에 속한다. 고기 맛이 아주 담백하고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아 회나 구이로도 최고다. 살은 연한 복숭아 빛을 띤 백색이며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있다. 이러한 환상의 물고기가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략) 돗돔이 정식 이름을 얻지 못하고, 대면이나 개우치라는 다른 물고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도 워낙 드물게 잡히는 어종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318) 6. 나만 몰랐나? 물고기들의 아가미와 코의 역할
정약전이 200년 전에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통해 정약전이 매우 세심한 관찰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과 물고기의 호흡 과정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사람이 숨을 쉴 때는 코나 입을 통해 공기를 받아들이지만, 물고기는 입을 통해서만 물을 받아들인가. 물고기는 콧구멍의 안쪽 끝이 막혀 있어 입과 연결되지 않으므로 코로는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코는 냄새를 맡는 기능만을 할 뿐이다. 정약전은 물고기의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마 세심한 관찰을 통해 물고기의 콧구멍이 막혀 있다는 사실과 아가미를 통해 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320). 7. 만백성이 즐겨 먹는 물고기 민어
민어가 서민들이 즐겨먹었던 물고기였다던가, 『동의보감』에서도 민어가 노약자와 어린이의 보양에 좋다고 밝힌 바 있다.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처럼 민어찜은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오히려 도미찜보다 한수 위로 평가받았다. 먹을거리가 시원찮았던 서민들은 민어로 복달임을 사며 무더위를 이겨냈던 것이다(326)와 같은 서술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사에 대한 이해를 늘릴 수도 있다. '민어는 비늘밖에는 버릴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민어는 어두봉미魚頭鳳尾라고 하여 머리의 맛을 오히려 높이 쳤고, 민어 껍질은 말려서 튀겨 먹거나 날껍질에 밥을 싸먹기도 했다. '날껍질에 밥 싸 먹다 논 팔았다'라는 식담은 민어 껍질의 맛을 대변하는 것이다(327).
[i] 에스페란토는 어떠한 언어 사용자에게도 언어적 우위를 주지 않는다는 이상적 평화주의에 입각하여 만들어졌다. 이러한 생각을 집약한 것이 1민족 2언어주의다. 이것은 같은 민족 내에서는 고유의 민족어를 쓰고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 있어서는 중립적이고 배우기 쉬운 에스페란토를 사용하자는 뜻이다. 그래서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은 영어, 러시아어 등의 언어가 '국제어'라는 이름 아래 타민족에게 강요되는 현재의 상황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민족 사이의 교류에 특정한 강대국의 민족어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평등한 교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약소국의 국민들에게 자국어에 대한 수치와 모멸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ii] 이 때문에 생겨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정어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패전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일본 해군은 군함에 사용할 기름의 상당량을 정어리에서 확보했고, 또 정어리 기름으로 함정을 움직을 작전 계획하에 전쟁을 치렀는데, 갑작스럽게 정어리 떼가 사라지는 바람에 군수용 기름이 떨어져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어리가 얼마나 대량으로 어획되었으며, 또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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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2권 부터는 단순한 '흑산도 해양 생물 도감'에서 벗어나 현산어보를 좀 더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글쓴이의 의도가 돋보인다. 1권에서는 현산어보의 글쓴이인 정약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흑산도에 도착한 후 글쓴이의 전공이니만큼 이곳에서 발견하는 수많은 해양 생물에 대해 설명하기 바뻤기 때문에 [현산어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조금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2권에서는 초반부터 주자의 성리학(p.19~31)을 조망함로써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글쓴이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희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자연학과 윤리학을 통합하려고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신분제 사회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을 위계화하고 이를 사회 모델의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고 제시한다.(p.22) 하지만 정약용은 성리학을 뛰어넘어 "성기호설"을 주창함으써 선과 악은 오직 이성과 자유의지가 주어져 있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며 어떤 동물에게도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산어보]가 자연과학적인 속석이 농후한 특별한 책이 될 수 있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양에서는 종교적인 윤리와 자연 법칙을 분리하여 생각함으로써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려는 노력이 쇠퇴했다고 분석(p.30)하여 자연과학을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단순히 흑산도의 "해양" 생물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동백나무와 나비에 대한 서술도 하고 있다. 특히 조선 나비 연구에 독보적인 존재인 "남계우"와 "석주명"을 소개하면서 당시 자연 과학의 발달 모습을 잘 소개하고 있다.(p.57) 특히 석주명 박사가 나비 개체 변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것은 현재 보아도 놀라운 성과이다. 특히 배추흰나비 앞날개 길이의 변이곡선이 오직 1개의 정규 분포를 이루기 때문에 한 종이라는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본인의 입장에서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도 이렇게 자연과학이 발달했는데도 왜 현재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자연과학이 쇠퇴하고 말았을까? 아무래도 IMF 시절에 가장 먼저 짤린 것이 연구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때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 진학을 회피하고 전부 의대나 약대에 몰리고 있는 점이 이런 상황을 가속화 하는 듯 하여 씁쓸하다. 또한 석주명 박사는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는데 언어의 사용은 그 나라의 국력에 비례하는 법이다. 결국 현재는 "영어"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한글"도 역사속에나 남는 언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밴댕이(p.140)과 식혜와 식해(p.407)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밴댕이 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전에 인천 연안부두에서 밴댕이 회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 때에 비로소 "밴댕이"가 해양 물고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 당시에는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도 생각만하면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리고 흔히 식혜와 식해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경우에도 가자미 식해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식혜인 줄 알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에서는 좀 더 현산어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글쓴이의 노력이 돋보인다. 계속해서 이 책을 통해 흑산도의 생태계에 대해 알아가 보도록 하자. |
| 경험상으로 소설이 아닌 이상 후속편으로 나오는 책들은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출간되어 내용면에서 전작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2편의 내용도 충실할 뿐만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시기심마저 들게 됐다. 하긴 10년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세상에 나온 책이니 그럴수 밖에... 어느 한 부분 그냥 버릴 것이 없이 꽉 차있다는 느낌이다. 저자가 뭔가 푹 빠질 수 있는 거리를 찾았다는 것이 부럽고, 학교선생님으로서 방학을 이용해 며칠간이나 섬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부러웠다. 무슨 물고기인가 고민하다가 하나하나 비밀을 헤쳐나가는 기분은 약간이나마 짐작이 갈 것 같다. 그럴게 보낸 10년에 시기심이 든다. 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겠다. 물론 그것이 시간낭비가 아닌 뭔가 나에게 의미있는 일이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