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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날아든다. 벙벙한 마음에 한 폭의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나무 내음이 울창한 곳, 중고서점. ‘중고’라는 단어는 ‘낡다’거나 ‘헌’이라는 표현보다 얼마나 몰인정한지. 후자의 녹록함과 여운을 안다면 그럴 순 없는 것이다. 아무개들의 과거가 스쳐간 노래들. 나는 헌책에 배인 손때를 노래들의 악보로 본다. 그래야 내가 사니까. 내내 건강이 낡았더랬다. 병원과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하는 중간중간 나무를 찾았다. 숲을 밟지 못하는 형편마저 낡디 낡았달까. 거기에 ‘헌’ 마음까지... 나무앓이가 심한 이유다.
<안도현의 아침엽서>에 잎새가 머문다. 바람이 들렀던 모양이다. 상큼한 슬픔이 지나간다. 아니, 이럴 수가. 타이밍 참 절묘하구나. 첫 챕터명은 ‘봄날, 그리운 첫사랑’. 이를 어떡할거나, 이 술렁이는 밤夜만한 고독을.
외로울 때는 사랑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뒤에는 외로움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싶거든 외로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외로워할 틈이 없다는 것, 그게 문제다. 이 세상에 외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외로움이라는 특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은 외로움을 느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외로워할 틈이 있는가, 먼저 돌아보라. (27쪽)
외로울 만큼 외로웠다. 살면서 가장 많이 한 경험. 사람이 세상 모든 나뭇잎만큼이나 많은데도 그랬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 한, 나만을 위한 잎이란 건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잎, 그것으로 은은한 차를 우리는 마음으로 살아야했던 건 아닌지. 그리고 사랑...
철길은 왜 둘인가?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게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등을 돌린 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둥근 거리 말이다. - (15쪽) 이어폰을 낀 채로 사랑을 읽는다. 잘 읽히나, 어딘가 허허롭다. 춥다. 공허감에 밤거리를 걷는다. 타지 사람인 척 삼백집이 어디 있는지 묻는다. 실은 삼백집 옆에 있다던 <납작한 슬리퍼>란 카페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전주, 느리게 걷기> 책에서 소개된 곳이다. 북카페인 점이 맘에 든다. 밖에서 언뜻 보니, 손님이 하나도 없다. 낡았다. 일단 언 몸부터 좀 녹이자. 삼백집에 들어가 선지온반을 주문한다. 선지온반은 또 뭐지? 서빙보는 분 말씀이 선지국밥을 좀 있어 보이려고 그렇게 했단다. 첫술을 너무 급히 떴나 보다. 살짝 혀 한번 데여준 후, 천천히 음미해가며 먹는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보는 영화, 혼자 읽는 책, 혼자 듣는 음악, 혼자 사는 삶 이젠 낯설지 않다. 사랑도 혼자서 외롭게 가는 거야. 그렇게 철길 위를 달리는 거지. 문득 어제 봤던 영화 <더폰>이 떠오른다. 괜히 휴대폰 한번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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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대체로 이름을 널리 알리거나 크게 내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명함을 만들어 돌리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거론될 때는 맨 앞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싶어한다. 이름이란 아주 작은 것이다. 겨우 세 글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름이 커지는 것은 타인이 그의 이름을 불러 줄 때이다. (108쪽)
부제가 <겨울, 경쾌한 발걸음>인데, 어른들의 이름 이야기다. 명함이 다 새파란 거짓말이라면 이름은 그냥 이름으로써 제 값을 한다. 불리워지기 위해 태어난 계절을 가지고서. 분명 가을인데, 겨울이다. 추우니까, 이름마저도 후들후들 떨린다. 외로움끼리 부딪쳐서 그런가 보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되묻게 되는 것이 삶이다. 삶,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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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린다는 게 최고는 아니다. 천천히 가야 꽃도 보인다. 그래야 꽃도 기차를 볼 수 있다. 그래야 기차도 꽃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다. (133쪽)
안도현의 아침엽서엔 유독 기차와 관련된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단어가 아니고 말이다. 말없이 들어주라고. 마치 듣기만 해줘도 고맙다는 듯이. 말하는 엽서와 조용히 듣는 꽃. 칙칙폭폭, 금방이라도 꽃이 마중 나올 것만 같다. 천천히 듣곤 버선발로 금세라도 뛰어나올 것만 같다. 안녕? 그동안 잘 있었니? 관객인 철길도 미소 짓는다. 별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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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그대로다. 처음에 이책을 보았을때 깔끔한 표지와 멋스러운 사진들. 디자인이 그야말로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에 구입했다. 하지만!! 이책은 겉만 번지르르 한 책이 절대로 아니다. 시인의 새벽산책 눈부신 언어의 풍경. 위의 제목이 손색없는 그런 책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혼란스러울때 안도현님을 따라서 같이 산책하듯이 느림을 느끼면서 읽을수 있는 책이다. 파란 하늘사진과 여러가지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사진들.. 그 사진들사이로 난 작가의 글들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마음이 풍성해 지는것을 느낄수 있다. 누구에게나 선물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선물로 주기에 좋은 책으로 추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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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학교때 처음 읽었던것 같다. 이 책을 빼들었던때가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총 3번 사고 10번정도 도서관에서 빌렸다. 처음읽고 나서부터 몇년간은 정말 빠져들었었다. 처음 이 책을 샀을때, 나는 이책을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선물했었다. 친구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책의 한구절을 자신의 대화명으로 바꾸어놓았었다. 두번째로 산책 역시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 친구가 누구인지는 안타깝게도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에 와서 이책을 샀고, 나는 지금 이 책을 가지고 있다.
책은 총 4부분으로 구성되고, 그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아름다운 계절의 풍경들이 있고, 안도현 시인이 쓴 시와 동화들중에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서 실어 놓았다. 4계절 모두 들어가있지만 나는 이 책을 4월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4월의 연한풀들과 설레임과 순수한느낌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므로. 아! 나는 정말 이 책에 한참 빠져있을 그때에 이 책에 쓰여진 언어들을 모두 내가 삼켜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읽고 또 읽어 이제는 거의다 외우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들춰보면 다시 새롭다.
여기에 쓰인 구절들은 하나같이 4월의 풍경들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다. 남을 해하거나, 나쁜마음을 먹거나, 어떠한 걱정거리를 짊어지지 않고 4월의 시골풍경. 딱 그만큼 아름답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왠지 다시 어려지는것 같고, 마음이 착해지는것 같다. 딱 이만큼만 일상속에서도 아름다우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내가 있는 서울엔 책에 실린 풍경들처럼 나무도 없고, 4월이 와도 여린 풀잎들을 보기도 힘들고 책에 쓰인것처럼 순수한 마음들을 함께 나눌 만한 이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올해에 또 다시 봄이 오고 4월이 올때쯤엔, 아마 나는 여전히 설레고 여전히 꿈을 꿀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 같고, 내가 더 착해질것 같고, 하는 일들도 서로 인상쓰지 않고 잘될것만 같은......
올봄에는 근처의 수목원이라도 가서 푸른 잎사귀들을 많이 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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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자마자 만나게 되는 <헌사>에 쓰인 작가의 말, 이 책을 위해 희생된 나무들에게 미안하다고 한 말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머리에 남아 있었다.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그 책을 위해 희생된 나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겠는가. 그 마음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다 읽어낸 기분이었다. 사진, 촌스러운 사진들, 봄부터 겨울까지 꽃들을 중심으로 담아낸 풍경 사진들. 더러는 흐릿하게 더러는 황홀하게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아늑하게 사진 한 쪽 글 한 쪽 사진 한 쪽 글 한 쪽.... 짧은 시간에 다 읽을 수도 있고 오래오래 한 장면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게. 혼자만 보아서는 안될 것 같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기특한 마음 변화를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권해야만 할 것 같은 책. 작지만 넉넉한 책. 시처럼, 노래처럼 글이 담겨 있다. 이 책만 잘 읽어도 몇 편의 시를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러지도 못한다. 책의 울림이 너무 깊어서 내 속을 감히 드러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억울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느낀 좋은 감정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내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도 아주 기분좋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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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트렌드는 리뉴얼이다. 리뉴얼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기개혁으로의 변화를 시작으로 세상의 개혁을 꿈꾸는, 젊음의 트렌드. 그것은 역동성을 향한 새출발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삶의 원형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의지다. 순수로의 회귀, 동심으로의 회귀, 본능적 질서체계인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리뉴얼 의지다. 동물들에 대한 사랑, 자연물에 대한 동경, 아기들을 향한 경외 등등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발산되는 분위기가 대표적인 증거다. 안도현의 <아침엽서>는 바로 그런 리뉴얼을 반영하는 것 같다. 순수를 대표하는 동심의 세계를 꿈꾸고 모든 자연물에 대한 경외감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을 떠받드는 의지를 작은 사이즈와 짧은 문구와 거친 질감의 자생용 종이들에 담아내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챕터 구분도 자연의 순리를 강조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빛나는 글귀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반복적으로 그러나 계절의 특성에 맞게 편집한 것은 신세대적 감각에 부합하는 요소들로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우리는 왜 책을 읽고 왜 책을 선물하는가. 책 속에서 내 안의 힘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보물을 가까운 사람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선물이란 나눔의 방식을 선택한다. 책을 읽는 일은 마음의 보물을 찾는 행위이고 책을 선물하는 일은 찾아낸 보물을 나누는 행위인 것이다. 그것은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명상을 하고 그것을 통해 빛나는 진리를 찾아내 집필을 하는 것은 그 가치를 세상에 전달하기 위함이다. 집필에 이은 책자의 발행은 나눔의 행위인 것이다. <아침엽서>를 보고 리뷰를 쓰는 이 행위 역시 작가의 그런 의지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이다. 보다 진한 삶의 향기가 보다 멀리 넓게 퍼져 나가기를 기원한다. [인상깊은구절] 물고기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어항 속에 갇힌 인간이라는 이름의 물고기들이다. 우리가 물고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보다 덩치가 좀 크다는 것이고, 인간 아닌 것들을 얕잡아보고 함부로 죽이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아침엽서>아침엽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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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구여운 책..... 아담사이즈에 부드러운 촉감의 종이.. 아름다운 사진들.. 모든게 안도현시인의 이미지를 연상케합니당. 지가 보기엔 안도현시인이 우리 학생들과 풋풋한 젊은이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안겨주려고 만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당. 왜 글케 느꼈냐면요, 외모를 단촐하게 깔끔하게 만들려 애쓴 것이고, 내용 역시 짤막짤막하게, 머리아픈 잔소리들은 다 걷어내고 삶의 핵심들을 찝어줘서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겁니다. 중간중간 섞여 있는.. 시인이 사색하는 배경을 넌지시 짐작할 수 있는 풍경사진들은 책을 읽는 눈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아조 조코요, 그것을 사계절로 구분해 전개해나간 것도 의미심장하다 느꼇슴다. 표지에 실린 안도현님의 메시지는, 짧지만 심오합니다. <이 책을="" 위해="" 쓰러진="" 허리굵은="" 나무들에게,="" 그리고="" 그="" 나무="" 아래="" 사랑하며="" 떨며="" 울며="" 놀다="" 간="" 모든="" 그늘들에게=""> 안도현님은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그것이 가식적이고 형식적이라면 차마 이런 문구는 나오지 못하리라 생각함다. 하나만 더 소개할까요.. <사랑아, 하고="" 불러보라..="" 당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면,="" 그게="" 바로="" 첫사랑이다=""> 하는 구절이 첫장에 나옵니다. 두려움과 두려움으로 인한 두근거림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원하고 더러는 사랑을 수도 없이 합니다만 그리고 또 아련한 첫사랑을 간직하고 산다 말하지만요 정말 그럴까, 이 글을 보면서 생각해밨습니다 나이들고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고 두렵고 .. 하는 설렘이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또 첫사랑이라는.... 우리가 책을 보는 이유는.. 뻔히 알고 있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니지요.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갖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정신을 뒤흔들어 주는 것, 기존의 관념을 확 바꾸게 해주는 어떤 번갯불 같은 빛을 보고자 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것을 나누고 싶은 거지요. 이 책은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잇는 것 같슴다.. 많은 분들께 추천하는 이윱니;당 [인상깊은구절]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싶어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이다. 샘이다.사랑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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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엽서는 마음으로 전해지는가보다. 책을 가만 보고 있으면 들고 싶고, 들고 있으면 펴고 싶고, 펴고 있으면 또 덮고 싶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한문장 만으로도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고 싶게 하는 책이다. 시인의 문장의 힘을 빌려 나만의 구절을 떠올리고 싶은 책이다. 굳이 읽지 않아도 읽고 있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을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책을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왠지 그렇게 열심히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인 것 같더군요. 조금씩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야금야금 꺼내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안도현의 문장도 문장이지만 편집의 부드러운 힘을 느낄 수 있어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인상깊은구절]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일 것이다. 인생을 간다하게 정의하면, 짬뽕 국물을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는 일과 같다. 이 정의가 인생을 표현하는 데 적당하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
| 세상은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모여 있는 상점이다. 그 상점에는 노랗고 빨갛고 파랗게 수많은 색깔들이 쌓여있다. 우리는 날마다 그 상점에 들러 무엇을 살까 둘러본다.어떤 때는 살 것이 너무 많고 어떤 때는 이도저도 마음에 안 든다. 안도현의 <아침엽서>는 그 상점에서 눈에 혹하게 띄는 물건이다. 그래서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안도현의 <아침엽서>는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행복이 있고 사람들은 날마다 그것을 찾아다니지만 사실은 바로 곁에 있다"는 가이드를 해주기 때문이다. 산다는 게 무엇인가. 가까운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앉아 노닥거릴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산다는 게 무엇인가. 길거리를 지날 때 스치는 모든 것들-바람, 먼지, 꽃향기, 나뭇잎, 강아지, 고양이, 새소리, 기찻길-과 대화할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한 것이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떤 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선택하는 데 주저주저할 필요도 사실은 없다. 우리 사는 세상의 모든 물건과 생명은 그 나름의 가치가 훌륭하게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이나 유심히 사랑스럽게 안으면 그것은 곧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라고 안도현은 서슴없이 말한다. 아침엽서로. 짤막짤막한 단상으로(어쩌면 짧다는 그것도 짧거나 작아서 더 가치있는지도 모른다), 시원시원한 풍경으로(글은 짧은 것의 연속인데, 풍경사진은 시원시원하게 이어진다. 이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메시지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담한 책사이즈로. 아침엽서는 그래서 입체적 명상록 같다. 4차원의 에세이이거나 21세기형 산문집 같다.아침엽서>아침엽서> |
|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이렇게 저렇게 글쓰기와 연을 대고 있는 나를 무척 아끼는 편이다. 한번도 내게 술값을 맡기지 않고, 해보지 않은 일 시켜주기를(뭐 그래봐야 주로 술집 순례지만) 즐긴다. 그 친구는 주로 어딘가에서 잔뜩 취해 집으로 가는 길에 내게 연락을 한다. 그리고 만나서는 그 취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밤이 새도록 마시고는 한다. 한달전쯤인가 잔뜩 취한 친구가 내게 툭 던진 책이 바로 안도현의 『아침엽서』다. 책은, 연탄재 발로 차지 말라던 시인이 자신의 그 순수한 심정을 시라는 형식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운 상태에서 기술하고 있다. 약간은 아포리즘의 성격이 강하지만 시인은 시인인지라 간혹 날카롭게 비명지르고 싶을만치 절묘한 심경들이 읽히고는 한다. 하지만 그러한 심경의 수준이 들쭉날쭉한 것은 마음에 좋지 않다. 넘겨 짚는 것이기는 하지만 작가 스스로 충분한 글을 쓰고, 그 글들 중 책으로 모아 엮을만한 것을 골랐다기 보다는, 출판사로부터 받아놓은 이런저런 형태의 글쓰기에 맞추어 우격다짐으로 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책의 초반부보다 책의 후반부의 글의 질이 낮다. 여하튼 조금씩 조심스럽게 밑줄 그을만한 내용들이 종종 발견되어 아래에 적는다. <철길은 왜="" 둘인가?="">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등을 돌린 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둥근 거리 말이다. 철길을 따라가 보라. 철길은 절대로 90도 각도로 방향을 꺾지 않는다.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을 다 둘러본 뒤에 천천히, 둥글게,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커브를 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도 그렇게 철길을 닮아가라. ” ‘사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상대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무엇으로 맺히는가. 흔적,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맺힘. 바로, 사무침이다.’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불행한 것은 외로움을 느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이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점에서 잠자리와 비행기는 닮은 데가 많다. 하지만 비행기가 날 수 있는 하늘은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하늘보다 좁다. 그것이 잠자리와 비행기의 차이다.’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늘 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마음 속에 오래 품고 있던 꿈을 실현한다는 뜻이다.’ ‘구두는... 몸의 일부다. 몸의 밑바닥인 밑바닥보다 더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몸인 것이다... 구두를 신을 사람이 아파 누우면 구두가 미리 알아채고 현관에서 숨죽인 채 주인을 기다린다.’철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