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비 윌리암스, 앨범이 계속될수록 과거 TAKE THAT에서의 느낌은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는 영국 최고의 아티스트로 완전히 자리잡은 듯하다.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과거 레코딩 작업을 즐기지 못하고 늘 스트레스만 받았던 그가 음반을 만드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만큼 기대가 더욱 컸다. 앨범 자켓은 여전히 로비 다운 모습이랄까. 하지만 오히려 조금은 경건해진 듯 하다. 어딘가에 거꾸로 매달린 그 모습이 마치 순교자의 모습을 보는 듯한 인상이었다. 앨범 곳곳에 있는 그의 사진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온갖 우스꽝스러움이 모두 표출되었다고 할까나. 하지만 이런 사진들이 이번 앨범을 대변해주진 않는 듯 하다. 오히려 곡들은 굉장히 차분하고, 또 때로는 몰아치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말이다. 지나치게 다듬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이번 앨범에서 첫 곡은 오히려 의욕이 너무 앞선듯한 느낌이 들었다. How Pecuilar 라는 제목을 가진 이 곡은 다소 산만했다. 마치 곡 하나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다 쏟아부으려고 한 것 마냥.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산만한 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신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이런 것이 그가 가진 음악적 역량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에 가장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은 단연 ‘Feel’ 이었다. 아마도 지난 겨울 유럽 여행을 하면서 숙소에서 내내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여성과 로비가 함께 등장하여 둘이 사랑을 나누는, 미국 서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였다. 하지만 곡의 가사는 뮤직비디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지함이 베어나오고 있었다. 신도 비웃었지만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원했기에 끊임없이 이 길을 달려왔다는… 그에게 사랑은 집과 같은 편안함이었고 평생을 걸어야 하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었나보다. 깔끔하면서도 서정적인 발라드 Sexed up 의 경우, Feel 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싶었다. 할 말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며 자신의 눈은 감아 세상을 바라보지 않지만 여전히 왜 우리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묻는 그 노랫말은 절절한 멜로디와 함께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 Love Somebody는 그의 보컬이 빛나는 곡이라고 하고 싶다. 사랑의 지독한 상처로부터 벗어나고 싶기에,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그의 몸부림이랄까. 하지만 ‘Trying to love somebody, Just wanna somebody right now’ 라는 가사는 그의 진심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렇게 그에게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던가요?’라고 묻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상처를 치유했고 다시금 ‘revolution’ 이라는 단어를 통해 다른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 곡에는 사랑을 통해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다. 상대방에게 빌려주었던 마음, 그 공간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그렇기에 지금껏 기대고 있던 그 무엇이 떠나갔음을 인식하고 사랑은 실패하면 다시 찾아옴에 눈을 뜨는 것, 바로 마음의 혁명을 시작하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마지막의 ‘Nan’s song’ 의 경우, 그 가사의 아름다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듯 하다. 잔잔히 흐르는 멜로디에서 묻어나는 슬픔은 가사를 통해 극대화되고 있다고 해야 될까. 신이 자신의 연인을 훔쳐갔다는 표현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녀는 이제 천국에 살고 있지만 그들이 나를 위해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을 잘 안다는 것, 알 수 없는 빛이 그의 주변을 감돌 때 그것이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는 그 때 자신을 그녀가 있는 천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기도한다는,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할 뿐이라는 가사는 앨범의 끝을 차분하게 맺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 이런 사랑과 관련된 감미로운 곡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앨범은 과거 그의 앨범에서는 엿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미국적인 정서가 흐르고 있었다. 가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Song 3’ 그리고 ‘Hot Fudge’ 라는 제목을 가진 곡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까나. 이 두 곡들은 미국에 대한 알 수 없는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동경인지 부정적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아주 묘한 느낌을… Song 3의 경우, 가사에서 LA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짧은 나의 영어 실력으로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God I love LA 라는 가사가 정말 LA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그 앞의 가사들은 오히려 빈정거림으로 여겨졌다. . Hot Fudge 의 경우, Keep on moving 이라는 가사에서부터 후렴구 내내 LA 를 외쳐대는 등… 미국에 대한 그의 감정은 혼란스러워보였다. 어쩌면 TAKE THAT 시절에서부터 유독 미국에서는 외면당하는 것에 대한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리듬 하나만은 참으로 흥겨웠다. 듣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까닥여지는, 그런 곡이었다. 크게 기교를 부린 듯하지도 않다.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맛이 나는 앨범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생소함을 불러 일으킬 듯 하다. 하지만 단 한번 듣고 앨범을 판단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이 안에 녹아 있는 듯 하다. 손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꽂아 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 듣게 되는, 그러면서 천천히 가사를 음미하고, 로비가 지닌 저력에 눈을 뜨게 만드는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