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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단어수로 정의하면 에드 맥베인의 말처럼 아주 짧은 단편부터 대하소설까지 그 장르 또한 많다. 숏숏 스토리의 대가인 일본의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보면 정말 이렇게 짧아도 되나 싶게 짧은 작품이 있고 박경리의 <토지>는 이렇게 길 수가 있나 싶게 아주 긴 작품이다. 그 사이에 우리가 보통 읽는 단편과 장편이 있다. 하지만 중편을 보기는 거의 드문 것도 사실이다. 중편은 좀 애매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만 쓰는 작가나 장편만 쓰는 작가 또는 둘 다 쓰는 작가는 있어도 중편도 함께 쓰는 작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중편 분량을 쓰느니 조금 더 써서 장편을 쓸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에드 맥베인이 기획한 이 중편집 컬렉션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다. 내용과 작가와는 또 다른 면에서 말이다.
존 패리스의 <랜섬의 여자들>은 사실 처음부터 빤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모델료로 백만달러를 주겠다고 한다고 치자. 그것을 의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그러니 읽어나가면서 계속 '폭탄이 있는데 언제 터지지, 언제 어디서 터지는 거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게 된다. 뻔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여자의 나체, 아름다운 여자의 나체만 그리는 랜섬이라는 화가가 있다. 에코는 화가로 그를 존경한다. 그녀에게는 결혼할 경찰인 약혼자 피터가 있고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가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아직 갚아야 할 빌린 대학 등록금이 남아 있어 각자의 부모님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 랜섬이 에코와 피터에게 에코가 1년동안 외딴 섬에서 자신의 모델이 되어주면 땅과 집을 주겠다고 제안을 하고 에코는 받아들인다.
화가와 함께 외딴 섬에 고립된 여자와 그 화가의 뒷조사에 나선 경찰 애인, 그리고 그 뒷조사를 알아챈 화가와 함께 있는 의문의 여인 사이에 긴장감은 고조된다. 특히 화가와 함께 외딴 섬에서 생활하는 에코의 변해가는 모습을 아슬아슬하게 심리적인 면에서 보여주고, 밖에서 조사를 하는 피터의 경찰관으로서의 모습은 빠르게 질주하는 듯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으로 각각을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점이 좋았다. 단편보다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읽을 수 있고 장편보다는 가지치기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 중편이라는 사실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투박하고 정통적인 서스펜스 작품을 잘 묘사한 작품이었다.
제프리 디버의 <영원히>는 수학자로 경찰관이 된 탤봇 심스가 통계학적으로 두 부부의 자살 사건이 그냥 자살 사건이 아닌 살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 시작된다. 두 쌍 모두 남자가 심장병이고 아내는 건강했다. 그리고 유언을 바꾼 뒤 자살을 했다. 너무 많다는 것이 그의 의심의 근거였다. 그것도 며칠 사이에 두번은. 오로지 데이터에 근거해 파악하려는 심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학적 통계가 여러 분야에서 이용된다는 것을 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은 수학으로 가득 차 있다. 수학을 싫어하더라도 컴퓨터는 하고 싶고 컴퓨터에도 수학은 적용된다. 그리고 통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뿐이었다면 너무 단순했을텐데 작가는 끝났나 싶으면 사건을 이어가고 끝났나 싶으면 사건을 다시 이어나가는 식으로 전체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정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줄 알았다.
어리버리하고 경찰로 보이지 않는 책상물림 경찰 탤봇과 진짜 경찰이 무엇인지 과도하게 보여주는 라투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넣어 그들이 서로 인정하지 않다가 나중에 의기투합하게 되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제프리 디버가 이 두 콤비로 새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재미있고 새로운 경찰 미스터리를 읽었다는 점과 '영원히'가 주는 마지막 의미가 오싹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역시 제프리 디버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좋았다. 1편이 재미있으니 2, 3편이 기대된다. 2, 3편은 더 기대되는 작가들이 많다. 정말 띠지 문구처럼 현대 서스펜스의 거장 10인을 그저 만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좋은 작품을, 기대만큼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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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5,000단어이며, 중편소설은 1만에서 4만 단어, 그리고 장편소설은 최소 6만 단어이상이라는 것. 단편, 중편, 장편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의 서문을 통해 그것의 구분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난 단편소설보단 중편소설을 중편소설보단 장편소설을 더 좋아한다. 중편소설인 <랜섬의 여자들>을 통해 존 패리스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영원히>의 제프리 디버는 내가 좋아하는 추리·공포소설 작가 중 한명이다. 제프리 디버는《잠자는 인형》으로 처음 만났으며,《곤충소년》,《본 컬렉터》등을 읽어왔다. <랜섬의 여자들>을 통해 존 패리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까? "랜섬은 한 번에 다섯 점씩만 작품을 제작해, 3년마다." (p.56) 천재적인 화가이면서 3년마다 5점이라는 소수의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그림의 희귀성을 만들어 낸 화가. 그가 이번에 그림의 모델로 선택한 이는 에코 핼로런이다. 그의 모델로 발탁된다면 거액의 모델료를 받을수 있으며 화가 지망생인 에코에게 있어 그것을 그림을 배울수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지금까지 랜섬의 모델을 했던 여자들의 신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림에 신비로움을 주기위한 방법으로 모델들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계약의 일부로 보여진다. 에코의 주변에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옷의 여인'은 누구이며 왜 그녀는 에코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죠…… 오늘 밤엔?" "창조하는 신인가요, 파괴하는 신인가요?" (p.223) 계약조항에 따라 존 리랜드 랜섬과 킨케언 섬으로 향하는 에코,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형사인 피터 오닐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존 랜섬 그림 속의 예전 모델들의 행방을 뒤쫓다 의문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사연을 알아낸 것, 예전 모델 중 일부는 사고를 당해 얼굴에 심한 흉터를 가지고 있거나 일부는 사고사를 당했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당한 사고와 존 랜섬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에코는 루게릭 병에 걸린 엄마의 치료비를 위해 거액의 돈이 필요했고 모델이 필요한 존 랜섬은 거액의 돈을 약속했다. 제프리 디버의 소설은 역시 재미있었다. 단순한 동반자살로 보여졌던 것이 누군가에 의한 타살로 밝혀진 것에는 탤봇 심스의 노고가 컸다. 만약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들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전설의 고향' 식으로 말하자면 억울해서 한맺힌 귀신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데. 여기서 스포일러때문에 모든 것을 밝힐수는 없지만 맛보기로 약간 보여드린다면, 동반자살이 유행하는 것처럼 외견상 행복해 보이는 노년의 부부들이 죽기직전 유언장 내용을 바꾸고는 연달아 자살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생활고에 시달려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아닌 돈많은 그들이 왜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것인지. 이미 경찰에 의해 자살로 판명난 사건이 다시 경찰에 의해 뒤집어 지는데. 《마지막 여행 만들기》, 자살 방법 안내서, 심장병, 같이 죽은 배우자 등이 동반자살을 선택했고 성공한 사람들 곁에서 발견된 공통사항이다. 그렇다고 같은 방법에 의한 죽음도 아니고 그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며 그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어떤 식으로 연관이 되는 것일까? 수학자가 경찰이 되는 설정도 재미나고 그로인해 미궁에 빠질수있는 사건이 풀려간다는 것도 재미나다. 단순히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의 하나라서 선택한《21세기 서스펜스 컬렉션》으로 존 패리스라는 작가를 새로 알게 된 것도 이 책으로 인해 얻을수 있었던 이득이다. 이제 1권을 읽었으니 나머지 2,3권도 대여해다 읽어봐야지. |
| 유명 소설가 에드 맥베인이 고른 서스펜스 컬렉션 , 그 첫 번째... 존 패리스와 제프리 디버의 중편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프리 디버야 많이 접한 작가이지만 존 패리스는 처음 만나는 사람...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제ㅔ프리 디버... 조금 지루했던 도입에 비해 결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