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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건 시전집 - 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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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책에 지쳐서 펼쳐본  전봉건 시전집(산 지 한달이 넘었나 싶다. 이제사 펼쳐본다. 귀해서 얌전히 모셔놨다고 말하고 싶다) CircleC님 리뷰에서 본 전봉건 시인의 시가 내 마음을 직격했다. 몸으로부터 오는, 심원을 알 수 없는 원초적인 곳에서부터 바로 오는 듯한 말들이 너무 좋아서 바로 샀다. 우선 책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전봉건 시인이 남긴 시를 총 망라해 놨으니 두꺼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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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책에 지쳐서 펼쳐본  전봉건 시전집

(산 지 한달이 넘었나 싶다. 이제사 펼쳐본다. 귀해서 얌전히 모셔놨다고 말하고 싶다)

 

CircleC님 리뷰에서 본 전봉건 시인의 시가 내 마음을 직격했다. 몸으로부터 오는, 심원을 알 수 없는 원초적인 곳에서부터 바로 오는 듯한 말들이 너무 좋아서 바로 샀다. 우선 책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전봉건 시인이 남긴 시를 총 망라해 놨으니 두꺼울 수 밖에 없다. 그에 대한 소개를 보니 서정시에서 현실을 관통하는 모더니즘 시인으로 변모했던 것 같은데 전혀 알지 못하는 그의 시가 정말 새롭고 신선하다. 그렇기에 더욱 파격으로 다가온다.

 

말이 춤추고 노래하는 격전의 현장,,제대로 다 읽으려면 한참이 걸리겠지만 그의 시는 나에게로 와서 몇달 동안 머물 것이다. 그의 시를 해체하고 그 의미를 다시 해석하는 것은 나의 능력밖의 일, 시를 좋아하니 그것까지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나의 마음에서 두뇌까지 회로가, 그 몫의 통로는 아직까지 뚫지 못한 듯, 노력하면 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한 일, 그러니 평론가에게 맡겨놓고(그들이 이미 했고 또 할 것이니) 나는 그의 시를 읽기만 할 것이다.  혹시 나중에 공부를 더 하여 이 시를 이런 느낌적 수준이 아닌 해석적 리뷰가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결코 이루어 지지 않을 일에 대한 괜한 기대를 해본다. 다음 생에나 가능할까?

 

 전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전봉건 시인은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났으며 1950년 문예지에서 서정주와 김영랑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그의 시세계는 참혹한 전쟁의 현실 속에서 관능적 서정과 희망의 언어를 노래한 초기시에서, 암담한 시대 현실을 관통하여 정신적 단련과 견인주의를 추구한 후기시로 변모해왔다. 그는 출판 기획자나 잡지 편집자로서도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는데 그가 창간한 시 월간지 '현대시학'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책표지에도 있는 피아노란 시, 피아노 건반에서 물고기들이 바다로 곧장 점프, 텀벙 들어갔다가 다시 빛을 받으며 튀어오르는 모습, 파도의 칼날로 그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까,, 펄떡 펄떡 살아 숨쉬는 물고기를, 그녀를 잡을 수 있을까, 아니 소유할 수 있을까, 그 자유로운 것을)

 

- 피아노 -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들었다.

 

 

(전장에서의 죽음은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죽음, 정말로 죽기 위해 전장을 헤매이며 찾아야 되는  정강이뼈, 엉덩이뼈, 뼈들 그 찾아 낸 조각 뼈들 맞춰, 흩어진 죽음들을 꿰매 온전한 죽음으로 죽기 위한 그 뼈들, 그 뼈들를 다 찾아야 끝이 날까 그러나 그게 가능한가? 제대로 죽지 못해 아직도 헤매이고 있을 것만 같은 각각의 그 꿈들이 슬프다)

 

-꿈속의 뼈-

 

  나는 보았습니다

  나는 전장을 보았습니다

  나는 전장에서 죽는 죽음을 보았습니다

  전장에서 죽는 죽음은 죽어서도 죽지 못하여 터진 살에서 불거져나온

하얀 뼈를 들어 밤새껏 검은 바람을 할퀴는 시체 곁에 쭈그려 앉아 있

는 것을 보았습니다.

  쭈그리고 앉아서 꿈을 꾸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 꿈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 꿈속을 보았습니다

  꿈속의 뼈를 보았습니다

 

  꽃의 목뼈를 물살의 정강이뼈를 햇살의 손가락뼈 소나기의 발가락뼈

바다의 등뼈와 갈비뼈를 또 불의 엉덩이뼈를 보았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죽음의 사타구니에 한점 먼 별빛처럼 젖은 희끄

무레한 것을 보았습니다.

 

 

 

(다시 사랑하기 위한 노래, 끊어지고 동강나고 부러진 산하와 갈기갈기 찢긴 몸뚱아리들이 살아남아 노래한다, 시는 읊어지고 노래되어야 제 몫을 하는 법, 길게 노래해야 애도해야 제대로 떠나보낼 수 있는 법, 끝까지 가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법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우리의 목숨이

현실보다도 꿈보다도

풍성하고 아름답기 위하여

아직은 너와 나의 눈길이 만나고

그리고 나는 노래한다

총알

맞은 손

세워들고

나의 조국

나의 폐허

아직은 내가 노래한다

 

눈물과 피와 총알이 엮은 쇠줄기와 망

길이 155마일의 검은 쇠가시와 가시 사이로

해는 뜨고 지고

달은 뜨고 지고

바람은 네가지의 계절과 오고 또 가고

다시 첫닭이 홰 치는 새벽 안개는

나의 눈시울을 적신다

적시어 물 먹은 풀잎처럼 눈뜨게 한다.

.........

그렇다

우리의 목숨이

현실보다도 꿈보다도

풍성하고 아름답기 위하여

아직은 너와 나의 눈길이 만나고

그리고 나는 노래한다

총알 맞아

산산이 부서진 손금

산산이 부서진 손금의 손

깃발처럼 세워들고

오 나의 조국

나의 폐허에서

아직은 내가 사랑을 노래한다.

 

k*****7 2018.05.02. 신고 공감 7 댓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