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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인간의 미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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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마거릿 애트우드여사의 섬뜩할 정도의 상상력에 탄복하게 하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눈먼 암살자>, <도둑신부>등을 통해서 독자가 믿을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작가의 도리라고 여긴다는 작가 자신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픽션이 아닌 팩트로 받아 들여지게끔 작품을 구성했던 그녀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는 또 다른 픽션과 팩트의 경계선에서 독자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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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마거릿 애트우드여사의 섬뜩할 정도의 상상력에 탄복하게 하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눈먼 암살자>, <도둑신부>등을 통해서 독자가 믿을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작가의 도리라고 여긴다는 작가 자신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픽션이 아닌 팩트로 받아 들여지게끔 작품을 구성했던 그녀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는 또 다른 픽션과 팩트의 경계선에서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독자들은 <인간 종말 리포트>을 통해서 과연 어디까지가 픽션이며 어디까지가 팩트가 될 수 있을까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는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미래의 인간상과 인간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일반적인 예견이 가능하고 추측할 수 있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기엔 너무 빨리 달려온 우리 인간들의 미래가 예견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을 보듯 뻔한 종착점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생각하고 싶지 않는 미래이기도 하다.

 

호모속으로 분화되어 진화해온 현생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그 어떠한 생명체보다 효율적(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으로 방대하게 그러면서도 지구역사라는 시간적 개념으로 순식간에 지구라는 행성을 철저하게 점령했던 종은 없었다. 또한 그 어떠한 생명체보다 지구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켰던 종도 없었다. 이렇기 때문에 인류라는 종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증식하게 될 것이며 인류와 지구라는 행성사이의 상생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되는 것이다. 진화론적 역사를 상고해 보면 특히 더 이런 의구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인류가 자행하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 보면 그 해답은 어느정도 나와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미래 인류의 종말이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 것이며 그 결과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공상과학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의 구조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사변적인 스트럭쳐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막연한 공상적 요소가 아닌 지금 현실화된 과학적, 사회적, 인문학적 결과들을 바탕으로 픽션의 세계를 끌어가고 있다. 여기에서는 픽션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으나 생명공학,유전공학,나노기술, 최첨단IT기술등 뛰어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실현되고 있고 거의 실현가능하리라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있어 현실감을 배가시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픽션과 팩트사이를 마치 롤로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게 하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작가는 종교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작품속에 반영시켜 놓고 있다. 인류가 종말하고 남은 크레이커들이 마지막 생존자인 눈사람을 마치 인류가 행했던 종교적인 우상(신)으로 격상시키는 과정에서 아무리 미리 프로그램화 시키더라도 자생적으로 발현하는 종교성에 대한 시니컬한 표현은 인간과 종교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러한 모습은 인류가 종말하고도 자신들이 창조한 크레이커들에게 평화와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또다른 맹목적 복종을 은근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무릇 인간은 무릉도원 즉 유토피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 꿈을 완성하기 위해 인간은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영적,물적)을 이용해 유토피아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 설혹 전쟁, 기아, 폭동등의 부정적인 현상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유토피아로 진입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연중에 자위하면서 종착점을 향해서 끝없는 진보(?)를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에 대해서 그동안 단 한번도 의심받지 않았고 의심받을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달려왔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그토록 갈구하고 정착하고 싶은 유토피아라는 것이 과연 지금의 진보와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에 대한 답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과 사고로 무장한 이들보다 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융화되지 못한 눈사람이 최후의 인류로 선택받았다는 점이 시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진보라는 개념의 정의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담론에 귀을 기울려야 하는건 아닐까...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 역시 다채로운 볼거리와 흥미거리 그리고 깊은 사고를 요하는 담론들로 넘쳐나 있는 보고와 같은 작품이다. 매번 마거릿 애트우드여사의 작품을 접할때 느끼는 극히 여성스러운 문체로 인해 전체 내러티브가 표방하는 메타포의 제거로 인해 작가의 주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어진다. 너구컹크, 돼지구리, 늑개, 분무총, 총알기차, 자외선차단 피부... 지금 현재도 실현가능한 상상들을 작가는 팩트가 가미된 듯한 장치를 통해서(독자들 스스로가 긍정하게끔 하는 방식으로) 현실화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등 많은 실증적 고증과 검증을 찾은 흔적들이 보이고 있다. 비록 유토피아아 아닌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이지만 작각는 내러티브를 통해 반영되는 인간성에 대해서 심오한 철학적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l******e 2011.06.2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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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종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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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도 해피엔딩만 찾아 읽는 사람이 디스토피아를 그린 과학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현재의 사회라든지, 외신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과학실험의 성공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소설속의 이야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미래를 어떻게 예견하고 있는가가 무척 궁금했다. 책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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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도 해피엔딩만 찾아 읽는 사람이 디스토피아를 그린 과학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현재의 사회라든지, 외신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과학실험의 성공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소설속의 이야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미래를 어떻게 예견하고 있는가가 무척 궁금했다. 책속에는 돼지구리니, 늑개니 뱀쥐등의 유전자 조작을 위해 생명을 갖게 된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단지 소설속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 현재에도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생명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보다 크고 넓은 과학적인 눈으로 본다면 생명이라는 것은 단순히 DNA의 조작으로도 탄생하는 물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굳이 종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오랜 세월동안 종의 탄생과 멸종을 거듭하며 나름대로 지구라는 환경에 적합하게 변형되고 취사선택된 존재들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인간이 단지 조금의 과학적인 지식만으로 의기양양하게 자신들에게 필요하다는 단하나의 이유를 대며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낸다면, 어쩌면 그 한순간의 실수로 가까스로 유지되어 오던 지구의 균형이 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책임질 사람도 없을 것이고, 누군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선들 책임질 수도 없을 것이다.

 

.. <인간 종말 리포트>도 그러한 수많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가운데 한가지를 그리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어느 똑똑한 과학자가 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든 '크레이커'라는 신인류와 마지막 남은 인류 '눈사람'. 이제까지 인류가 지구에 행해온 수없이 많은 악행들이 무수히 널려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인류의 종말이라면 조금은 쓸쓸한 일이 아닐까. 정말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위하여 타인과 사회에 대한 피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온 인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묵념이라도 할 일이다. 책 속에 그려지는 눈사람의 회상과 모험들이 너무나도 생생하여 두 권의 책은 순식간에 읽어버렸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남는 묵직한 무게감은 현재 인류의 잘못을 반성하고 나하나의 작은 힘이라도 미래의 후손에게 남겨줄 지구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소설 자체로도 무척 재미있고, 깊이도 있는 책이니 현재의 무분별한 과학발전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독함을 권하고 싶다.

m***7 2009.01.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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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이 불러올 수 있는 종말의 예-인간 종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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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이 발달해서, 인간에게 적합한 종을 취사선택하였을 때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인간 종말 리포트는 이러한 상상을 소설 속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펼치고 있다. 관찰자는 '눈사람'이라 불리우는 한 사람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그가 어렸을 때, 이미 세상엔 유전자가 조작된 생명체들이 가득했기에 그는 그에 대해 큰 주의를 기울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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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이 발달해서, 인간에게 적합한 종을 취사선택하였을 때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인간 종말 리포트는 이러한 상상을 소설 속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펼치고 있다. 관찰자는 '눈사람'이라 불리우는 한 사람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그가 어렸을 때, 이미 세상엔 유전자가 조작된 생명체들이 가득했기에 그는 그에 대해 큰 주의를 기울이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그의 친구인 크레이그가 만들어낸 생명체 크레이커들은 모든 면에서 인간을 강화하고, 인간이 가질 법한 나쁜 성질들, 예를 들면 독점욕이나 정복욕을 동물의 본성으로 대체하여 문명 대신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낸다. 장밋빛과 산호색과 옅은 하늘색의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인간들 속에서 눈사람은 자외선으로 피부병에 걸리고, 곤충들에게 시달리고, 면도를 하지 못해 추해진 모습으로 그들을 증오하면서도 그들에게 의존한다.

 

 그의 과거의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은 늑개(늑대와 개를 합성한 동물), 너구컹크(너구리와 스컹크를 합성한 애완동물) 등의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생명체가 가득하다. 또한 현재 한정된 공간인 우주선에서, 혹은 미지의 행성에서 우주인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연구되는 뇌가 없이 닭다리만 가득한 생명체와 같은 존재들도 있다. 이렇게 계속 생명체를 만들어 내다 보니, 결국은 인간도 대체되어 버린 것이다. 한 천재과학자에 의해.

 

 하지만 생존자인 눈사람은 천재 과학자가 아니다. 이 모든 사건을 만들어낸 크레이그는 이미 죽어버리고 없고, 눈사람은 그저 살아남아 목숨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는 관찰하지만, 과거를 망각해가고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다.

 

 마거릿 앳우드는 이전 작품은 하녀를 통해서도 근미래 세계의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적 있다. 그 때의 상상력이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상상은 현실에 기반하여 정말 일어날 법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려내는 감성은 변함없이 어둡고, 암울하고, 기이한 성적 판타지가 있다. 소재가 현대에 가까워졌기에 리얼리티는 높아졌지만, 배경이 달라졌을 뿐 그녀가 그러내는 세상은 여전히 판타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색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a***a 2010.05.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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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가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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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yx and Crake :: Margaret Atwood국가보다 기업과 시장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시대에, 대기는 오염되고 빈부격차는 극심해져 막강한 공권력에 의해 세상은 통제된다. 아버지가 과학자였던 덕에 상위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지미는 가족간의 단절감으로 마음을 상실하고 또래의 천재 소년 크레이크를 만나 포르노와 잔인한 동영상 등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이렇다 할 목표없이 무료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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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yx and Crake :: Margaret Atwood

국가보다 기업과 시장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시대에, 대기는 오염되고 빈부격차는 극심해져 막강한 공권력에 의해 세상은 통제된다. 아버지가 과학자였던 덕에 상위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지미는 가족간의 단절감으로 마음을 상실하고 또래의 천재 소년 크레이크를 만나 포르노와 잔인한 동영상 등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이렇다 할 목표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점차 더 무감각 해져간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비도덕한데다 개체수도 많아서 세상이 썩어버렸다고 판단한 크레이크는 성인이 되어 인간의 본성을 지운 신인류를 복제한 뒤 남은 인류는 모두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아동 포르노를 통해 알게 되었던 오릭스를 사랑하게 된 지미는 크레이크가 그녀를 이용하는 것에 분개하여 그에게 맞서지만 끝내 크레이크가 저질러버린 일을 막지 못하고 공교롭게 투여한 백신 덕분에 그만이 전체 인류의 멸망 속에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는 '눈사람' 이란 이름으로 신인류 '크레이커' 들을 데리고 생존해 나간다.

인간이 손에 쥔 날계란 같은 모럴을 쥐어틀 때, 어떤 일이 발생 하는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현대에 벌어지고 있는 모럴 배격적인 일들을 투사해 연장선을 그어 마침내 멸망해 버린 근미래를 그려낸다. 그가 중점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모럴의 건너편에 서 있는 것들이다. 그것은 부도덕이기도 하고, 비도덕이기도 하며, 무도덕이기도 하다. 온갖 범죄를 포함해 아동 포르노를 만들거나 잔인한 일을 일삼는 이들이 부도덕자들이라면 그것을 무심하게 관람하는 이들은 비도덕자들이다. 세상은 이러한 비도덕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종을 해체하고 오로지 인간을 위한 생산에만 활용하는 과학자들도 비도덕자들이며, 그것을 별 거부감 없이 소비하는 대중들도 비도덕자들이기 때문이다. (※ 부도덕과 비도덕은 같은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비도덕이 '선악 경계가 없다' 는 의미를 포함하기에 이 글에선 구분해 쓴다.) 여기에 비도덕을 의식하게 하는 대상으로 도덕이 아닌 무도덕한 존재, '오릭스' 가 개입된다.

오릭스는 8세 가량의 나이부터 아동 포르노에 이용 되며 섹스 노리개로 전전해 왔지만 그것이 수치스럽다거나 잘못 되었다는 개념이 없다. '비도덕' 했던 지미는 그런 그녀의 처지에 대신 분노하며 자신의 비도덕을 의식하거나 경계하고 그녀 안의 도덕을 일깨우려고 애쓴다. 역시 '비도덕' 한 크레이크는 지미와는 반대로 오릭스의 무도덕함을 찬양해 그녀를 이용하여 자신의 비도덕성의 당위를 찾으려 한다. 크레이크와 오릭스, 그리고 지미의 대치는 마치 아담과 이브, 뱀의 구도를 연상케 한다. 이브에게 모럴(선악과)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은 신이 아닌 뱀이었다. 그렇다면 신은 어째서 인간에게 모럴을 부여하길 꺼려 했는가? 모럴의 연장선상에 과학이라는 이름의 신의 영역이 있었기 때문이었나? 절대 권능을 넘보지 않게 하기 위해 모럴을 깨우쳤을 때 파멸에 이르도록 미리 장치해둔 것인가? 신이 되려했던 아담, 크레이크가 만든 신인류가 뱀의 역할을 하는 지미를 통해 결국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암시를 남겨둔 결말은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체념과도 같다.

식용 가축들이 동족으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고 길러져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인구 증가에 의한 식량 부족을 명목으로 유전자를 변형 시킨 GMO 식물들이 통조림으로 만들어져 시판된다. 이런 와중에 유기농을 먹자는 말은 사치로 치부된다. 먹어서 질병이 생겨도 운없는 이들의 '로또 당첨 뒤 번개 맞아 죽는' 일로 여겨진다. 인문학은 위기라는 말을 추레하게 달고 다녀야만 하고 교양 프로그램은 하나둘씩 사라지며 그 자리를 음란물과 폭력물이 차지한다. 좀더 자극적이지 않으면 그마저도 그 자리를 잃고 만다. 그래도 이렇게 되는 게 옳다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라 한다. 맛있는 것을 싸게 다량으로 먹을 수 있고, 밑빠진 독 같은 욕구가 다 채워질 때까지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지불하는 돈이 나라를 살리고 세상을 살리고 사람을 살린다 한다. 그들은 갈 데까지 가보자 한다. 정녕 궁금하다. 그들은 그 길 끝에 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미 울리고 있는 종말의 경종이 들리지 않는 것일까.

애트우드가 그려낸 세상이 그저 미래에 있을 법한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에서 조금 더 나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이미 진행중인 세상을 의식해서일까, 그는 결말에 희망보단 경고 어린 낙심을 더 많이 남겨 놓았다.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박애만이 겨우 파멸을 지연시키고 있을 뿐, 그것을 내던지거나 포기해 갈수록 종말은 더 이르게 다가온다는 작가의 외침은 전체 인류의 소수의 의지만으로 가냘프게 숨을 이어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멸망의 그 순간보다 갈수록 무감각 해지고 갈수록 비도덕해져 가는 당장이 더 무섭다. 살기 위해 투쟁하려는 사람이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보고 아무 감흥을 못느낀다면, 유전자 변형된 식물과 병이 든 고기를 먹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면, 도대체 지미와 크레이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를 바가 뭐란 말인가. 우리는 이미 지옥에서 살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q****e 2009.01.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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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못해 소름끼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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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혹성탈출>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이 파란눈이 정말 근사했던 찰턴 해스턴이란 것과 결말이 충격적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우주에서 길을 잃은 그가 유인원이 지배하는 어떤 행성에 추락한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 하등동물이나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탈출을 시도한다.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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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혹성탈출>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이 파란눈이 정말 근사했던 찰턴 해스턴이란 것과 결말이 충격적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우주에서 길을 잃은 그가 유인원이 지배하는 어떤 행성에 추락한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 하등동물이나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탈출을 시도한다. 다행히 그는 탈출에 성공하고 어느 해변에 도착하지만 그 곳에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고 절망에 빠진다. 처음엔 이 결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언니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데?” “어, 저 사람은 저기가 지구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지구였거든.” “어떻게 지구란 걸 알았는데?” “,,,,니는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에 있다는 것도 모르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인간 종말 리포트>를 읽으면서 어릴 때 봤던 <혹성탈출>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충격적인 지구의 미래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닮았지만 그 충격의 강도는 달랐다. <혹성탈출>은 그냥 영화일 뿐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비해 <인간 종말 리포트>는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책을 읽는 동안 충격적이다 못해 소름이 돋았고 결코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책은 눈사람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진행된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시대,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이상한 생명체들, 눈사람이 툭하고 던지듯 내뱉는 의미가 이어지지 않는 말들...로 인해 머리는 일대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지미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그때부터 책은 눈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오리무중 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눈사람이 ‘지미’란 이름의 소년이었을 무렵 지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과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무엇이든 가능해진다. 장기주식회사에 근무하는 과학자들은 장난삼아 취미활동처럼 동물간의 유전자조작 실험을 한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동물을 창조하면서 그걸 신나는 일이라며 즐겼던 그들은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그런 가운데 지미는 글렌(크레이크)이란 천재소년과 친구가 되고 성인이 되어 둘은 같은 연구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크레이크는 자신의 연구과제인 모든 인간의 꿈인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면서 최고의 쾌락을 줄 수 있는 ‘환희이상’이란 알약과 인간들의 파괴적인 본능과 병적인 요소를 제거한 완벽한 유전자로 이뤄진 ‘크레이커’ 인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오릭스. 지미와 크레이크에게 사랑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크레이커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환희이상’ 알약을 먹은 사람들이 이상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죽어가기에 이른다. 곧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는 가운데 몇몇 크레이커와 지미(눈사람)만 살아남게 되는데....


사실 책은 몰입의 정도에 있어 다소 느리고 지루하게 여겨졌다. 이야기가 사건의 진행과 맞물려 진행되는 게 아니라 눈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서술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혼란과 의문들,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이 어떻게 해서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많은 인간 중에 왜 눈사람 혼자 살아남았는지, 크레이커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었고 그만큼 진행속도도 더디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에서 풀어내는 세계는 정말 놀라웠다. 순전히 작가의 상상과 공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지금의 현실과 어느 정도 흡사하고 닿아있는 것이어서 충격적이었다. 책에서는 이종 동물간의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너구컹크, 늑개, 뱀쥐가 탄생했듯이 현실도 비슷하다. 사람 귀가 달린 쥐, 장기이식용 돼지, 인간용 인슐린을 생산하는 돼지와 같은 유전자조작 동물들이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로 다뤄진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책에서 오래되거나 노화된 피부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거나 유전적으로 완벽한 ‘크레이커’를 만드는 것은 마치 현실에서의 현재진행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내가 지옥에 있다고 믿는다’ 책의 띠지엔 이런 글귀가 있다. 처음엔 왜 무엇을 ‘지옥’이라고 여기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남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도 어떤 면에선 지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가시가 박힌 것처럼 내내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긴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h*******8 2009.0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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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종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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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사랑이야깁니다. 저에게는 결국 사랑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더군요. 하긴 그래요. 인간에게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나요. 멸망을 불러오는 것도 인간을 구원하는 것도 사랑이죠. 사람을 고독하게 하는 것도, 그 고독에서 구원해주는 것도 사랑이구요. 바로 이 사랑이 눈사람을 살아남게하는 원동력이며, 눈사람을 이렇게 고독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죠. 책 뒤의 줄거리가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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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사랑이야깁니다. 저에게는 결국 사랑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더군요. 하긴 그래요. 인간에게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나요. 멸망을 불러오는 것도 인간을 구원하는 것도 사랑이죠. 사람을 고독하게 하는 것도, 그 고독에서 구원해주는 것도 사랑이구요. 바로 이 사랑이 눈사람을 살아남게하는 원동력이며, 눈사람을 이렇게 고독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죠. 



책 뒤의 줄거리가 스포일러. 책 뒤의 줄거리를 읽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뻔 했어요. 확실히 이 책은 그렇습니다. 지구지만 지구로 보이지 않는 멸망한 세계에 홀로 살아남은 눈사람. 마치 여기의 지구는 외계와 같죠. 돼지구리니, 늑개니. 그러나 이 외계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외계입니다. 세계는 변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이 개입한 세계는 더욱 급격히 변하죠. 이 낯선 외계에서 눈사람만이 인간입니다. 하지만 눈사람은 곧 전설이 됩니다. 나는 전설이야. 눈사람은 그렇게 독백하죠. (작가가 애초에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를 염두에 둔 듯합니다.) 그리고 전설이 된 눈사람은 신화를 만들어 냅니다. 크래이커들은 예술적 감각이 제거되었지만 결국 우상을 만들고 예술에 눈을 뜨죠. 오릭스와 크레이크가 창조의 신이라면 눈 사람은 세 세계에서 예술의 신이 됩니다. 예술과 유지의 신. 과연 왜 눈 사람이 이렇게 홀로남아 지옥을 걸어나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눈사람의 독백 속에서 천천히 풀려나갑니다. 조합과 평민, 통제가 불러오는 안전하고 안락한 삶과 자유가 불러오는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삶. 유전공학이 만들어낸 생물들. 무너지는 윤리. 모든 이야기는 불행하고 불안하며 위태롭습니다. 


이성적이고 과학적, 합리적 세계가 멸망한 후 몽상가에 불과한 눈사람이 고독한 신이 되는 이야기, 전설이 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입니다. 낭만적이고 몽상적이고 희망적입니다. 인류는 존속합니다. 단지 형태를 바꿀 뿐. 그들이 크레이커들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크레이커라고 인간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니 더 나는 전설이다 같네요)


아, 하나 궁금하더라구요. 크래이커의 진짜 동경의 대상은 지미가 아니었을까요. 멸망의 틈바구니에서 홀로 살아남은 지미는 크래이커의 축복과 질투 때문이 아닐지. 어쨌든 간에 섬뜩하고 불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더군요. 역시 애트우드 여사입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애트우드 여사 말구요. 

d*******t 2012.03.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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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디스토피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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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일. 나는 <인간 종말 리포트> (200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민음사 펴냄)를 읽기 시작했다. 연두색 띠지에 있는 ‘나는 내가 지옥에 있다고 믿는다’, ‘<멋진 신세계>, <1984>와 비견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어두운 문구는 새해 첫날에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가 더 현실적임을 깨달은 나이가 되었으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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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 나는 <인간 종말 리포트> (200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민음사 펴냄)를 읽기 시작했다. 연두색 띠지에 있는 나는 내가 지옥에 있다고 믿는다’, ‘<멋진 신세계>, <1984>와 비견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어두운 문구는 새해 첫날에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가 더 현실적임을 깨달은 나이가 되었으므로 책을 손에 들었다.

문학에 대해 소양이 부족한 탓에,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작가에 대해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저자는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추앙받고 있으며, 순수 문학뿐 아니라 평론, 드라마 극본, 동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 종말 리포트의 원제는 ‘ORYX AND CRAKE’이며 2003년에 쓰여졌다. 이제 오릭스와 크레이크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는 눈사람의 관점인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절망적인 현재와 과거의 삶이 번갈아 등장하는 이 책은, 처음에는 약간 혼동되지만 바로 적응이 된다.

다른 사람과 문명의 이기는 거의 없이, 벌거벗은 몸에 침대보만을 두르고 알이 한쪽뿐인 선글라스를 끼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그늘에 머무는 눈사람. 벌거벗은 아이들을 보낸 후 해변에 홀로 남은 눈사람은 스스로에게 제대로 살아보라고 소리친다.

그런 다음 눈사람은 아직 온전한 삶을 누리는 지미였던 5살때를 회상한다. 장기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아빠를 따라 통째로 소각되는 동물들의 화톳불을 구경하던 첫번째 기억, 무기력과 우울함을 보이다가 집을 나간 엄마, 중간에 전학와서 친해지게 된 크레이크. 천재인 크레이크와 범재인 지미는 계속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크레이크의 초대로 지미는 크레이크와 같은 길을 가게 되고 거기에서 평생의 사랑인 오릭스를 만나게 되며, 결국 눈사람이 되어 혼자 남는다.

 

장기 이식을 위해 인간화된 장기가 대여섯 개 달린 돼지를 만드는 회사, 이종간 유전자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너구컹크, 늑개, 뱀쥐, 봅키튼, 노화된 피부를 재생하거나 교체하는 새론당신, 성적인 에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전쟁이라는 위험을 줄이고 동시에 피임을 하는 환희이상 등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충분히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펼쳐지고 있다. Xenotransplantation이라는 개념으로 인간화 장기 돼지가 연구되고 있고, 벌써 포마토나 무배추 등 이종교배 식물이 등장한지 오래이다. 책에서는 식물 조직배양과 같이 닭고기옹이라는 이름의 동물 조직배양도 이야기한다. 이제 더 이상 온전한 성체가 아니라 닭가슴살, 거위간, 닭다리 등 부위별로만 존재 이유가 있는 세태를 반영한다.

조합과 평민이 엄격히 구분된 세계는 세상의 종말을 다룬 영화들에서 자주 보이는 것처럼 철저히 격리되어 있다. 많은 것을 누리고 기술력으로 평민을 지배하지만 자유와 활력이 없는 조합, 많이 부족하지만 활력과 다양성, 생명력이 존재하는 평민. 이들은 각각 선진국과 후진국 같다. 그들 사이에는 높다란 장벽이 있으나 결국에는 다함께 무로 돌아가고, 남은 것은 크레이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낸 크레이크의 아이들과 눈사람, 동물들 뿐이다. 크레이크의 아이들의 유전적 특질은 참 독특해서,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3세계의 여성을 대표하는 오릭스는, 어려서 가난 때문에 팔려와 꽃을 팔며 노동을 착취당하고 다시 한번 팔려와 아동 포르노를 찍어야 했지만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포용과 열정을 가졌다. 지금도 여전히 무수히 많은 오릭스들이 존재하는데, 그런 착취를 묵인하지 말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미처럼 감싸안을 필요가 있겠다.

 

책을 덮은 지금, 마음이 조금은 무겁다. 올 여름에 개봉한 영화처럼 바이러스 유출로 전 지구가 궤멸하는 것도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겠다. 그런 일이 온다면 혼자 생존하기보다는 함께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눈사람의 외로움과 힘겨움과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이런 궤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어떤 대답이 나올지 자신할 수 없다.

y*****9 2009.0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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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달이 올바르게 쓰이지 않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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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에 대한 걱정은 아주 먼 옛날부터 있어왔다고 하지만, 유전자 조작식품, 광우병, 사스, 지구 온난화 등과 같은 신종 걱정거리를 앞에 두고 마냥 편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가 가야 할 정상적 길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서있는 느낌이다.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다뤘다는 '인간 종말 리포트'를 읽은 것은 허구를 통해서라도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이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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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에 대한 걱정은 아주 먼 옛날부터 있어왔다고 하지만, 유전자 조작식품, 광우병, 사스, 지구 온난화 등과 같은 신종 걱정거리를 앞에 두고 마냥 편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가 가야 할 정상적 길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서있는 느낌이다.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다뤘다는 '인간 종말 리포트'를 읽은 것은 허구를 통해서라도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가장 먼저 나오는 '눈사람'이라는 인물은 많은 궁금증을 안겨준 채로 등장한다. 전후사정이 설명되기 전이라, 음울하고 기이한 그의 느릿느릿한 행적을 따라갈 때에는 그다지 속도감있게 읽히지 않는다. 이어서 등장하는 지미라는 아이는 바로 눈사람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이렇게 현재의 눈사람과 과거의 지미의 일이 교차되며, 즉 현재와 과거가 반복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지미가 살던 시점은 책 속에서는 과거일지라도, 우리가 현재 사는 세계보다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세상이다. 질병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소와 양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장면에서 문득 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산채로 파묻힌 닭과 오리, 돼지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파묻히기 전 부대를 찢고 나온 오리의 부리와 닭의 머리가 찍힌 사진은 애처로움을 더했었고, 돼지가 산채로 파묻힌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꿀꿀거리는 소리때문에 밤잠을 설쳤다고도 했다. 파국으로 치닫게 될 책의 내용과 현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별로 반가운 경험이 아니었다.

 

지미의 아버지는 유전자 지도 제작자로, 장기주식회사란 곳에서 근무한다. 이 시기에는 유전자 조작 능력을 사용하여, 늑개, 너구컹크, 돼지구리 등과 같은 신종 동물을 만들어냈다. 지미의 친구인 천재 과학자 크레이크는 한술 더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만으로 새로운 인간군상을 빚어냈다. 그들은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능력을 지녔고, 다른 동물들처럼 발정기에 수태를 했다. 완벽한 몸매를 지니고 있고 평화로운 그들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과는 거리가 있는 비정상적 창조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 나이에 돈에 팔려 소아성애자들을 위한 영화 찍기에 동원된 오릭스라는 인물은 후에 지미와 크레이크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오릭스라는 인물 설정이 책의 내용에 꼭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어두웠던 인생을 맞부딪쳐 봐야 하는 부담감이 싫었고, 과거를 달관한 듯 평온한 현재의 오릭스의 모습이 왠지 부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 썩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과학의 발달은 젊음을 유지시킨다는 알약의 개발까지도 가능하게 했지만, 인류는 멸망의 길에 가까워졌을 뿐이다. 이유는 인간의 탐욕과 욕심 때문이다. 사스가 유행했을 때에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질병이라는 이야기가 떠다니기도 했으나, 책에서는 이런 설정이 당당히 줄거리로 전개된다. 소득을 위해 질병을 퍼뜨리는 회사들의 오만불손이 재앙을 갖고 온 것이다. 인간의 건강에 이로운 약의 개발은 제약사의 파산을 의미한다는 내용을 스치고 지나가듯이 읽으며, 과학의 발달이 소득을 추구하는 민간회사와 결합해서는 결코 인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할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종말 리포트'가 던지는 미래 세상에 대한 경고는 섬찟하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a******2 2009.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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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그 두려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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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는 만화 중에 타무라 유미의 [7Seeds] 라는 책이 있다. 각 권의 출간간격이 워낙 띄엄띄엄이라 앞권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난으로 인류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에서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을 선정해서 냉동시켜 보관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 깨어난 사람들. 몇 개의 조로 편성되어 함께 깨어난 그들은 너무나 달라진 지구의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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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는 만화 중에 타무라 유미의 [7Seeds] 라는 책이 있다. 각 권의 출간간격이 워낙 띄엄띄엄이라 앞권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난으로 인류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에서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을 선정해서 냉동시켜 보관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 깨어난 사람들. 몇 개의 조로 편성되어 함께 깨어난 그들은 너무나 달라진 지구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진 채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인간 종말 리포트].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 만화가 생각났다. 재난, 고난, 멸종. 이런 소재가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우리 인류의 멸종이 그리 먼 일은 아닌가 싶어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고보면 지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사를 매체를 통해 접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7Seeds] 나 남겨진 지구시간이 알리고자 하는 것이 자연에 의한 재난 경고라면, [인간 종말 리포트]에서 나타내는 인류의 종말은 오로지 '인간'에 의한 것이다.

 

배경은 미래의 어느 시점, 유전자 조작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다. 스컹크와 너구리를 조합해 만들어진 너구컹크, 다중 장기 생산 돼지인 돼지구리 등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일을 맡아하는 조합원들과 평민들로 나뉘어 거주지역부터 구분되는 시대. 인간이 가히 '신의 영역'에까지 이르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그 곳에 지미와 크레이크가 있다. 천재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고민도 많지만 언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지미와는 달리, 크레이크는 과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인다. 결국 크레이크는 젊음을 유지시켜주고 최고의 쾌락까지 제공해주는 '환희이상' 알약을 완성하지만 인간의 몸 속에서 부작용이 생겨 전 세계 인류가 거의 전멸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것은 지미(눈사람)와 크레이크의 아이들 '크레이커' 뿐. 지미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없는 세계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외로움과 두려움에 몸부림친다.

 

한편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지미와 크레이커 사이에는 오릭스라는 한 여자가 있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돈에 의해 팔려온 오릭스. 한 사이트에서 오릭스의 모습을 발견한 지미와 크레이크는 사랑에 빠지고(사실은 그렇게도, 그렇지 않게도 보이는 정도) 지미와 오릭스, 크레이크의 밀회가 시작된다. 그리고 시작된 인류 멸종. 그 후 지미는 자신을 눈사람으로 지칭한다. 크레이크가 보낸 사람, 크레이커들을 지켜낼 사람으로.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크레이크의 행동이었다. 냉철하고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일수록 실패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환희이상 알약의 이상이 보고되자 크레이크는 지미의 눈 앞에서 오릭스를 살해함으로써 지미에게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스스로 만든 세상이 괴멸되어 가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허약함이었을까, 아니면 지미와 오릭스의 관계를 조용히 질투해왔기 때문이었을까. 잘은 모르지만 마치 로봇같았던 크레이크 또한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그제서야 알아챈다.

 

가끔 세상을 더 편리하고 쾌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산물들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멸망이라 하기에는 그렇지만 실제 우리 생활에 인터넷과 핸드폰이 등장한 후부터 '편지'가 전하는 낭만성이 떨어졌다.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보다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는 시간이 더 짧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인간 종말 리포트] 에는 그런 현상이 즐비하다. 책들은 디지털CD로 대체되었고 지미와 크레이크가 찾아다니는 사이트는 잔인하고 선정적으로 인간의 냄새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더 편리한 것, 더 빠른 것,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만 찾다가 우리도 인간 냄새를 잃어버린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지 무서워진다.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류가 멸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이미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전염병이 몇 번이나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은 인류가 멸종한 이 세계에 나 홀로 남아있는 일이다. 눈사람처럼. 그 때 과연 나는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인류 멸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참 무서운 소설이다.

y********j 2009.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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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종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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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인간 생존자인 '눈사람'이 증언하는 인간 멸망의 역사". 나는 이 문장을 보면서도 왜 '눈사람'을 겨울에 내리는 눈으로 만든 그 '눈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그의 이미지는 눈으로 만든 '눈사람'이니 어찌 그가 예전에는 '지미'란 이름을 쓴 나와 다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빨리 머릿속에 만들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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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인간 생존자인 '눈사람'이 증언하는 인간 멸망의 역사". 나는 이 문장을 보면서도 왜 '눈사람'을 겨울에 내리는 눈으로 만든 그 '눈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그의 이미지는 눈으로 만든 '눈사람'이니 어찌 그가 예전에는 '지미'란 이름을 쓴 나와 다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빨리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그의 이미지를 떨쳐버려야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텐데 걱정이다.

 

'눈사람'은 크레이크의 창조물 크레이커들과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여겨진다. 물론 세계 곳곳 어디엔가 한 두명쯤은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전설이다' 같은 영화에 보면 적에 대항해 살아가는 멋진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눈사람'이 싸울 존재는 돼지구리와 늑개 정도 뿐이다. 홀로 남은 '눈사람'에게 돼지구리와 늑개는 목숨까지 위협하는 존재이니 이렇게 가볍게 말하면 안되겠지. 인간의 이기심으로 창조된 것들이니 훗날 위협이 될 존재가 되리란 것은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눈사람이 이 모든 것을 다 떠안아야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을 모두 읽어야만 첫 장면부터 이해가 가능하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설명하는 것이 아닌 이미 벌어진 일을 놓고 '눈사람'의 과거 기억에 따라가자니 진행속도도 더디고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궁금해서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 된다. 2권 중반쯤 가야 지미의 친구 크레이크가 이 세상에 내린 끔찍한 재앙이 뭔지, 자신의 창조물을 왜 지미에게 맡겼는지 알 수 있어 '눈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지루하다.

 

솔직히 크레이크가 창조한 크레이커들의 모습이 '눈사람'만큼이나 현실적인 존재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이미지가 괴물로 그려지는데 크레이크가 만든 이 창조물들이 세월이 많이 흘러도 지금의 우리처럼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파괴된 이곳을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원시인들이 살던 시대로 퇴보한 것 같다. 물론 풀을 먹으며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존재들이긴 하지만 '눈사람'이 먹을 물고기를 잡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크레이크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크레이크와 오릭스를 자신들의 창조주로 생각하는 크레이커들, 크레이크가 지미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은 의도된 것일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물론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제각각이겠지만 책임을 져야할 크레이크가 없어 그 답을 알 수 없어 안타까운데, 세상을 편리하게만 만들고자 한 우리의 이기심이 이제는 창조물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다니 세상이 무서워진다. 멸망의 순간이 오지 않아야겠지만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의 결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환희이상' 알약으로 인해 세상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좀 더 빠르게 전개 시켰다면 좋았을텐데 더디게 넘어간 책장으로 인해 끔찍한 재앙이 눈 앞에서 그려지지 않아 오히려 한가롭게 느껴져 참 곤혹스러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있는 이곳이 지옥이 아님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y*****6 2009.0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