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동화를 즐겨본다면 세상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건조한 이 세상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TV 애니메이션으로 보아도 책으로 보아도 느낌이 참 좋다. KBS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보았을 때 나는 첫눈에 반해버렸다. 짧은 애니메이션 속에 담긴 평범한 일상은 언제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고 눈시울을 붉힌 적도 많았다. TV를 즐겨보지 않는데도 이 프로그램이 나올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아 기다리곤 했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다시 만나니 참 기쁘다. 이 책은 사람이 그리워질 때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주는 따뜻한 선물이 되어주곤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났습니다. 해마다 기일이면 나는 제상에 우툴두툴 제멋대로 생겨먹은 곰보빵을 올립니다. 조선천지 그런 법은 없다고 말리던 아내도, 제상에 웬 빵이냐고 경악을 금치 못하던 사촌들도, 곰보빵의 사연을 알고 난 뒤론 아예 제상 한가운데 곰보빵을 진설할 정돕니다. 너나없이 배곯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 가난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공사장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렸습니다. (계속)
여기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실화이기에 진솔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베푸는 선행의 이야기도 아니기에 마음의 울림은 더 크게 다가온다. 고생스럽던 유년시절의 눈물겨운 이야기, 같이 어렵게 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진 이웃의 선행은 세월이 흘러도 실화 속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숨쉰다. 돈이면 만사 오케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따끔한 경종을 울린다. 로또의 환상에 젖어 대박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부끄럽게도 한다. 행복은 돈의 양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우린 잘 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어떻게 누구에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질은 확연히 달라진다. 잊고 살았던 선행의 아름다움을 책을 통해 다시금 배우게 된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이면 나는 동구 밖을 서성이며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멀리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 얼마나 반갑던지. "아버지!" "오냐. 우리 아들 오늘도 아부지 마중 왔네." 철부지 아들이 진짜로 기다렸던 것은 아버지가 남루한 작업복 앞주머니에서 꺼내주는 곰보빵 하나였습니다. "아하! 이거…? 옛다! 먹어라." "와, 곰보빵이다!" 빵은 늘 찌그러진 모양이었지만 맛은 우리 집의 만년간식인 감자나 고구마보다 열 배 백 배 좋았습니다. "원 녀석… 체할라. 천천히 먹어." (계속)
책에는 부모님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이 많이 실려 있다. 효도하고자 하나 기다려주지 않는 존재, 바로 부모님이다. 그래서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느끼는 아픔은 더 애틋한지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내리사랑은 한없이 크고 넓다. 지금은 의식주가 풍족하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시절, 당신의 주린 배보다 자식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을 철부지 우리는 잘 몰랐다. 철이 들고 보니 은혜에 보답해 드리고 싶어도 부모는 이미 살아계시지 않고… 그것이 가슴속에 한이 되어 남아버린다. 살아계실 때 전화도 자주 드리고 자주 찾아뵈어야겠다. 곰보빵이란 사연을 읽으면서 자꾸만 아빠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 길이었습니다. 공사장 앞을 지나다가 무거운 질통을 지고 벽돌을 나르는 아버지를 보게 됐습니다. 짐이 무거운지 아버지는 가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간식으로 나온 곰보빵 한 봉지. 아버지는 빵봉지를 손에 든 채 마른침만 꿀꺽 삼키다가 작업복 주머니에 넣곤 근처 수돗가로 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댄 채 벌컥벌컥 수돗물로 허기를 채우셨습니다. (계속)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젊음이 있어 행복하고, 건강한 두 다리와 두 팔이 있어 행복하고, 웃음과 슬픔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따뜻한 방에서 삼시 세 끼 굶지 않고 살고 있으니 행복하다. 여기에 더 무엇을 바란다면 욕심이겠지. 한없이 위를 보고 살면 불행하고, 남과 비교를 하다 보면 나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란 걸 느꼈다. 그동안 세상을 탓하고 부모님을 탓하기만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행복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걸 자꾸 잊어버리니 큰일이다.
그날 저녁 나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동구 밖까지 아버지를 마중 나갔지만 아버지가 작업복 주머니에서 꺼내 주는 찌그러진 곰보빵을 차마 먹을 수 없었습니다. "곰보빵은 질렸어요. 이제 아버지 드세요." "응?" 그때 그가슴 시린 기억이 지워지질 않아 철이 든 뒤부턴 생신 때에도, 어버이날에도 꼭 사 드리던 곰보빵. 더 이상 곰보빵을 드실 수 없게 된 지금, 나는 아버지의 제상에 곰보빵을 올립니다. - 곰보빵, 100~103쪽
책 속에 삽입된 그림만 보아도 절로 미소를 짓게 되고 기쁨으로 충만해짐을 느낀다. 행복한 동화를 읽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쉽고 간단하듯이 우리가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베푸는 삶, 나누는 삶, 이웃과 동행하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며 행복의 원천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고 다 큰 어른이 읽어도 절대 유치하지 않은 책이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시리즈 행진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기원한다.
2009/12/29
Written by Das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