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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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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시작한 이래로 각 지자체는 제 지역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의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축제는 많은 수단 가운데 가장 많은 이목을 이끌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축제의 경우 그저 그런 일회성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많은 지역에서 ‘~아가씨’를 선발하고 몇몇 가수들을 내세운 지역 노래 자랑 따위를 개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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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시작한 이래로 각 지자체는 제 지역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의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축제는 많은 수단 가운데 가장 많은 이목을 이끌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축제의 경우 그저 그런 일회성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많은 지역에서 ~아가씨를 선발하고 몇몇 가수들을 내세운 지역 노래 자랑 따위를 개최하지만 그와 같은 행사 자체가 다른 지역에 어필을 하고, 나아가 하나의 큰 상품으로써 지역 경제에 공헌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제는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함평의 나비 축제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함평이라고 하였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제 나비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함평이 나비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함평은 전형적인 시골에 불과했다. 나날이 젊은 계층은 경기가 활성화되어 있는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있는 게 너무 없어서 석형 함평군수는 처음에 군수가 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단다. 대학도 하나 없고, 그렇다고 딱히 내세울 수 있는 문화재가 있는 것도 아닌 하지만 그는 젊은 야심가였다. 비어 있는 자리를 관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처음부터 나비축제를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황폐화된 함평천 고수부지부터 정리하기 시작한 그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은 유채꽃대축제였다. 그렇지만 유채꽃은 이미 제주도의 상징(!)마냥 자리를 잡은 뒤여서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 때 그의 뇌리를 스친 인연이 있었으니 PD시절 소개 받은 나비박사 정헌천이라는 인물이었다.

 

평범한 혹은 퇴락한 시골마을에서 이제는 세계인의 눈이 집중되는 축제의 공간으로 함평이 변모해 가는 과정을 이 책은 상세히 그려놓았다. 하나의 변화가 꾀해질 때엔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함평 역시 축제 개최 자체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고, 나비 축제 자체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이들도 꽤 되었다. 그렇지만 한 번 움직임이 시작되자 패배감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비를 털어서까지 나비 축제를 홍보하는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제 고장에 대한 주인의식 없이는 그리 열렬히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겐 본 축제가 필히 성공해야만 한다는 일종의 절박감이 가득했을 수도 있다.

함평 나비축제의 성공 원인은 단순하지가 않다. 고속도로의 개통이라는 외적 요인도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기존엔 5-6시간씩 걸리던 거리를 불과 3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은 광주 일대에만 국한되었던 잠재적 방문자의 범위를 서울까지 확대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축제의 내용이 일방적이지 않았다는 게 굳이 꼽자면 가장 큰 성공요인이지 않나 나는 생각한다. 많은 축제들이 보여주기에 급급해하곤 한다. 이벤트 회사를 통해 고만고만한 행사들이 개최되니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지만 함평은 축제의 주체로서 제 위치를 공고히 유지했다. 자연스레 주민들이 그리고 축제를 즐기고자 방문한 이들의 참여를 도모할 수 있는 무언가를 좀더 도모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함평의 나비축제에는 여느 축제보다도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갖추어져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다음해엔 어김없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교체된다. 작년에 방문한 사람이 올해 또다시 방문을 계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 하겠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없던 나비가 절로 생겨나는 일은 상식적으로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서 공수해온 나비들이 집단 폐사를 하는 바람에 나비 없이 나비축제를 치르는 안타까운 일도 한 차례 발생했단다. 하지만 위기는 달리 해석하면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이유 모를 나비의 집단 폐사는 끊임없는 연구를 낳았고, 마침내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함평의 나비축제는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 중이다. 단순히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함평을 방문한 사람들의 더 많은 소비를 이끎으로써 지역 경제에 보다 큰 긍정적 효과를 가능케 만들 수 있는 무언가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지역의 색채를 보다 확고히 드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마련 역시 필요하다. 노인 인구가 많은 만큼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여느 지역보다 높은 곳이 바로 함평이다. 지역 주민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축제를 통해 부족하나마 전통 문화의 계승을 꾀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어찌 좋지 않겠는가.

 

내가 거주하는 도봉구 역시 도봉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봉산의 이름을 딴 도봉산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보여주는 축제 이상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한 듯해 조금은 아쉽다. 아니, 오늘날 대개의 축제는 보여주기 일색이다. 심지어 젊음의 공간 대학에서의 축제도 유명한 연예인 몇몇을 불러 공연하고 환호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것처럼 축제가 아름다운 변화를 가능케 하는 촉매제로서, 그래서 감히 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도록 축제의 개념이 재정의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이달의 사락 q*****2 2009.05.27. 신고 공감 0 댓글 0